(음악)
- 이봐, 뉴델리 사건의 진상 알아?
- 경찰이나 정보기관에서 함상훈을 시켜서 야당 때려 잡을려고 했던 사건 아닌가?
- 아, 모르는 소리. 진범은 따로 있네.
- 뭐? 누군데?
1954년 늦가을, 정계에 떠도는 얘기들.
- 누구야, 범인이? 해공이 진짜 조소앙이를 만난 건가? 그럼.
- 그거야, 안 만난 걸로 밝혀지지 않았나?
- 그러면 이승만이가 직접 함상훈이를 시켰나?
- 아, 이 사람아. 말조심 해. 이 박사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하지만 다 뒤집어 쓸 수야 있나.
- 그럼 누구야?
- 깜짝 놀랄 것이다.
- 누구야?
- 들으면 깜짝 놀랄걸.
- 아, 이 사람아! 답답해 죽겠어!
- 아하하하하하.
- 아, 웃기는!
- 누군가 하니. 이리 가까이...
- 응? 뭐? 거짓말!
- 그래. 그자들을 가만 놔둬요?
- 아하, 아녀자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모르는 일을 마누라가 어찌 안다고 그래?
- 왜 모르는 체 하세요? 뻔한 걸 가지고서.
- 뭐가 뻔해?! 다 잊어먹기로 했으니 그대로 하는 게야.
- 잊어먹는 건 좋은데 매일 밤 잠도 못 주무시고 고민하는 양반은 누군데요?
- 내가 잠을 못 자?
- 그럼 누구예요?
- 하하...
해공은 그즈음 잠을 못 자고 고민했습니다. 일단 국민들에게는 뉴델리에서 조소앙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시키고도 신익희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먼저 신익희 측의 얘기를 들어야겠습니다.
그의 비서였던 신창현 씨의 증언. 그는 이 사건을 우발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연원이 깊다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음악)
신익희가 뉴델리에서 조소앙이를 만났다는 소문이 일찍부터 떠돌았다는 것을 전에 얘기해 드렸습니다.
귀국 도중 그는 일본에서 보름 동안 체재하면서 재일교포들을 일일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때쯤 벌써 이 나라 정계에는 신익희가 뉴델리에서 조소앙이를 만나 남북협상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입니다.
휴전이 막 조인되고 온 국민은 통일의 비원을 못 이루어 통탄하고 있을 적입니다.
- 뉴델리에서 조소앙이를 만나 남북협상을 했다는 소문이 나있습니다.
- 응? 그게 무슨 소린가?
- 소문이 그렇게 나있는데요.
- 하하, 별 소문이 다 나있군.
해공은 일소에 부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소문은 일단 가라앉는 듯했다가 1년이 지난 1954년 가을에
다시 떠올랐습니다. 자유당에서 이승만의 종신집권을 기도하는 개헌안을 내놓는 것과 동시에 뉴델리 사건이
다시 이번에는 공개적으로 말썽이 붙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개헌안을 제안한 것과
비슷한 때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함상훈 씨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음성 녹음)
김지웅. 함상훈은 국회에서의 증언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모 씨라고 하면서-.
- (마이크 음성 소리)이 모 씨라는 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은 과거에 중국에 있어서 태생은 한국입니다마는
한독당에 들어간 일이 있고 이러한 그 무엇입니까. 특무기관에 관계하기 때문에 수사에 대한 공산당
동향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이는 중공이 활동하던 경과, 혹은 국민당 정부가 어떻게
공산당한테 넘어간 이면과 또 따라서 그 세력이 한국에 들어와 가지고 어떤어떤 일을 했는가를
잘 들어서 내가 배운 바가 많습니다. 그이는 해방 후에 들어와 가지고 여러 가지로 사회가 혼란할 때
공로를 세운 분입니다. 그것은 강소령과 표소령이 공산당이니 미구에 월북할 것이라고
채병덕 소장에게 얘기하고 준비시키고 경고를 했지마는 채소장이 안 들어서 방지 못했던 일이 있습니다.
함상훈은 그 모 씨, 즉 김지웅이라는 사람에게 심취되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김지웅,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나 야당 주변에 서성거리면서-.
- 이 형, 대포나 한잔 합시다. 아하하하하.
여러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있던 인물입니다.
(종이 소리)
- 자, 함 선생. 이것이 해공이 여행한 코스예요. 카라치에서 뉴델리, 뉴델리에서 방콕.
해공의 기행문 읽어보셨소?
- 예.
- 뉴델리 얘기가 나와 있습디까?
- 글쎄...
- 자세히 읽어보세요. 안 나와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행 보고할 때도 뉴델리 얘기는 빠져 있습니다. 왜? 왤까?
- 오... 그럼 역시 조소앙이를 만났다는 것이-.
- 이런 겁니다. 못 믿을 건 사람이죠.
- 오... 역시...
(음악)
김지웅의 설득에 넘어간 사람은 함상훈 하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전 국회의원이며
민국당 간부였던 김준연 씨의 증언.
(음성 녹음)
김준연 역시 김지웅에게 들었고 김지웅이라는 자가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다는 것은-.
(음성 녹음)
(음악)
유석 조병옥이 뉴델리 사건에 등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나, 오늘 심각한 얘기 한마디 하겠소이다. 음.
(종이 만지는 소리)
- 여기 이것을 보시오들. 해공의 여행코스야. 이것은.
- 아니, 그럼 뉴델리에서 해공이 조소앙이를 만났다는 것이 사실이오?
- 들었나? 여러분들도?
- 예, 들었습니다.
- 내 판단에 의할 것 같으면은 해공이 조소앙이를 만난 것이 사실이야.
- 아니...
- 남북협상을 한 거예요.
- 응? 그것이...?! 아니...!
(음악)
민주국민당의 주류라 할 수 있는 한민당 계열의 보스인 조병옥이 해공의 뉴델리 회담설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내 판단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내 판단에 의하면 해공이 조소앙이를
만난 것이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최초의 발설자로 되어 있는 주인공 함상훈 씨도 증언합니다.
(음성 녹음)
해공이 아직 돌아오기 전. 그러니까 1953년 9월 이전에 조병옥은 해공의 회담설을 발설했다는 것.
(음악)
(입력일 : 201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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