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에, 의장, 의원 동지 여러분. 이 문제가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하기에
나는 내 심사가 어떻다는 것을 나 혼자 스스로만 알 것이지 내 가족까지도 이때까지 이 심정을
모르고 있는 처집니다. 내가 언제나 남보다 출중하다고는 못하겠지마는 자기의 생각하는 바는
충분히 설명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에 한합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우리의 민주주의의 전당,
중요한 국사를 토의, 결정하는 우리 국회에서 나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는 까닭에
오늘날까지 있었던 것입니다. 간단히 말씀을 드리건대 뉴델리에서 조소앙이라는 사람을 만난 일이 없습니다!
언권 봉쇄를 당했다가 간신히 단상에 선 신익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습니다.
뉴델리 사건이라는 자기로서는 터무니없는 모략을 당하고 이를 변명할 기회를 자유당 측에서
주지 않았을 때 대인이라고 지칭되는 신익희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 (마이크 음성 소리)에, 함상훈 씨의 증언에 의할 것 같으면은 들었다, 자기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기는 들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믿어두라고 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믿는다는데 내가 할 말이
없다 이거예요. 뿐만 아니라 자기가 듣건대 민주국민당이라는 정당 안에는 제3세력이 침투됐다고
믿는다, 이것 역시 본인 보고 믿으라고 그럽시다. 그러나 나로서 하고 싶은 얘기는 만일 민주국민당에
제3세력이 있다고 할 것 같으면 당으로 즉각 준엄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국법에 비추어 처리하도록 할 것입니다.
위원장으로서 책임지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박수 소리)
신익희의 연설은 방청객들도 감동했고 의사당 밖에 마이크를 통해 듣고 있는 수많은 인파들의
박수와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에, 끝으로 한마디 더 붙일 것은 이 문제로 해가지고 우리 국회에서는 5,6일 동안을
허비하면서 여러분의 근심과 염려를 끼쳤다는 이 일만은 거듭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수 소리)
- 음.
- 아, 깨끗이 끝내셨습니다. 이제.
- 고맙소.
- 망할 녀석들, 발언권도 안 드리고.
- 하하하하하, 김두한 의원 덕분에 발언권 얻으셨습니다.
- 아하하, 그렇지. 아, 고맙소.
- 뭘요. 사필귀정이죠. 말이 됩니까! 발언권을 안 드린다니!
- 아... 그러다가 자유당에서 쫓겨나겠어. 김 의원.
- 쫓겨나면 나가죠. 뭐. 개헌안 통과 안 됩니다. 어림없습니다! 뉴델리 사건이다 뭐다
사실 뭐 개헌안 통과시키자는 작정 아닙니까? 안 된다, 안 돼요!
(음악)
- 음... 아...
- 아이고, 웬 땀을 이렇게-. 속옷이 다 젖었어요.
- 오... 땀을 좀 흘렸구만.
- 아이. 조금이라뇨? 저... 다 벗으세요.
- 오, 나 술 한잔 줘. 마누라.
- 아유, 못된 사람들 같으니. 사람을 이렇게 생고생 시키는 법이 어딨나?
- 하아, 이제 다 끝났어.
- 이 지경을 만들어놓고 어깨동무만 하면 그만인가? 실컷 때려놓고 미안하다는 격이지.
- 거 무슨 소린가? 어서 나가봐요.
- 네.
(문 여닫는 소리)
- 음...
- 이렇게 억울한 일도 있담.
- 하아, 다 끝났다니까.
- 알았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으흠, 피곤하군.
(음악)
- 아니, 의사당에서 박수까지 나왔다면서요?
- 음, 뭐 일붑니다. 일부.
- 결국은 신익희 영웅 만들어준 꼴이 됐군요. 흥, 잘들 하셨어요.
- 허어, 거 무슨 소리.
- 사실이 그렇잖아요?
- 그렇게 된 셈이죠. 그러나. 아하하하하하하하...
- 왜요?
- 후유증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 후유증은커녕 이걸 계기로 신익희의 인기만 상승했는데 무슨 소리예요?
- 하하하하하하하, 유석과 해공, 모르십니까? 라이벌끼리 툭탁거리기 시작한 거예요.
허허허허허.
- 유석은 뭐 쑥 빠졌답디다.
- 에, 그러나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겉으론 허허 웃지만 속으로야 저이들도 사람인데
편안할 수가 있습니까.
- 그건 그렇겠지. 아주 싸움을 완전히 붙여서 깨졌어야 되는 건데.
- 모르는 소리들 말아요. 해공도 그렇고, 유석도 그렇고 심온한 사람들이에요.
영웅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야. 작은 일을 놓고 싸워서 갈라질 인물들이 아니야.
우리 자유당 간부들이 배워야 해. 뭐예요? 조그만 이권이나 가지고 싸움을 하고.
헤게모니 쟁탈전에는 최소한의 페어플레이 정신도 없고, 갑론을박 의논통일이 안 되고,
- 고만 하세요. 피곤하실 텐데.
- 하도 속상해서 그래. 하는 일마다 안 되고. 아유, 개헌은 어찌한다...
- 민의에 의해서 꼭 통과를 시키는 겁니다.
- 음... 민의? 국민의 뜻이 개헌을 지지하나?
- 아하하하하, 그럼요. 매일매일 지방에서 올라오는 산더미 같은 편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 편지? 그것이-.
- 그러나 저러나 할일은 하는 거죠. 통일이 안 되면 통일을 시켜야죠.
- 옳은 말씀입니다. 시켜야 합니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겁니다.
- 시켜야지. 아... 몇 신가, 지금?
- 어, 예... 2시 5분 전입니다.
- 음... 그럼 들어갈 시간이-. 음...
- 아, 각하께요?
- 응.
(음악)
- 국회에는 요새 왜 그리 시끄러운가?
- 예, 조금 그런 일이 있사옵니다. 각하.
- 음...
- 예.
- 아니야.
- 아... 예.
- 으으으으음...
- 아니...
- 기붕이.
- 예, 각하.
- 이리루 가까이 좀 와.
- 예.
- 여기 앉아 봐.
- 아... 제가 어찌 감히 그 자리에 앉겠사옵니까.
- 뭐야...
- 예, 앉겠사옵니다.
- 아...
- 음... 됐어. 내가... 이제 물러날 테니 기붕이 자네가 그 자리에 앉기로 해.
- 예...?
- 왜 일어나나?!
- 아... 황공한 말씀이나...
- 자네 대통령 하기가 싫은가?
- 각하께서 앉아 계시는 이 자린데.
- 그러면 날더러 더 하라는 말인가.
- 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오래오래 집권해주시길 전 국민이 원하는 이 마당에-.
- 나는... 이미 임기가 다 됐지 않은가. 내후년은 물러나기로 헌법에 규정돼있지 않은가 그런 말이야.
- 아니옵니다. 각하. 지금 전 국민이 들고 일어나 개헌을 추진하고 있사옵니다.
초대대통령에 한해선, 각하에 한해선 중임제를 철폐하는 조항올습니다.
- 무슨 소리, 나는 안 해.
- 예? 각하... 이 국가와 민족을 어찌 버리시겠다 하시옵니까.
- 자유당에서 개헌을 하고 또 날 입후보자로 추대한다 해도 나는 안 할 참이야.
- 각하, 용서해주십쇼.
- 뭐를 용서를 하나?
- 개헌안은 곧 상정하게 돼있습니다. 그동안 국회에 사소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래서 조금 지체됐을 뿐이옵니다.
- 도대체 자네의 고민이 뭐야?
- 고민 없사옵니다. 각하의 보살핌을 받고 만사형통이올시다.
- 개헌이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중대한 일인 것이야.
- 예. 알고 있사옵니다.
- 국회법에 비밀투표로 하게 돼있다지?
- 예.
- 비밀투표 좋지. 가를 찍었는지 부를 찍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니까.
부를 찍고 나서도 밖에서는 가를 찍었소 할 수 있단 말야. 흐흠, 거참 편리하고
좋은 투표방법이지.
- 아... 예.
- 아아하하하, 강석이는 요새 학교에 잘 다니나?
- 예,
- 여기 좀 들어오지. 왜 요새는 꿈쩍을 안 하는 것인가.
- 예, 당장 들어오게 하겠습니다.
(음악)
- 아하하하하. 아, 그럼 국회법을 개정하란 말씀이시구만요.
- 음, 그런 거 같애.
- 옳으신 말씀이여요. 개헌과 같은 중대한 일을 하는데 비밀투표가 말이 됩니까.
- 이 총무위원을 어떻소?
- 이 총무는 원래 공개투표 지지잡니다.
- 예, 개헌은 공개투표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나?
- 예, 개정해야죠.
- 거, 까짓 거 뭐 헌법도 뜯어 고칠려는 판국에 그 국회법이야-.
(음악)
(입력일 : 20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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