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신익희 씨가 뉴델리에서 조소앙을 만났다는 얘기는
물론 말로서 들은 것입니다. 그 들은 말 이외에 내 마음으로서 믿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한두 가지 하겠습니다. 신익희 씨가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기행문을 썼습니다. 그런데 그 기행문 속에는 인도에 들렸다는 얘기가 쏙 빠져 있습니다.
얘기인즉슨, 파기스탄 카라치에서 인도수상 네루를 만났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적어도 국회의 대표로서 정부에서 지출하는 돈을 가지고서 국민을 대표해 간다
할 것 같으면 말이 되는 얘깁니까?! 국민의 참성원을 받고 있는 신익희 선생께서
이러한 정치적, 외교적 생각이 없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뉴델리 사건에 대한 발설자 함상훈의 증언. 긴 얘기를 해나가는 동안 함상훈은
점점 여유가 생기는 듯했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뉴델리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당의 규약에 위반된다고 해서
나는 민국당에서 제명을 당한 몸입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가혹한 논평들이 발표됐습니다.
나는 거기에 대해 일일이 변명을 안 합니다마는 내가 적색루트를 잘 아니 공산주의에 갔다 온
사람이 아니냐 하는 조재천 씨!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 소리)
함상훈은 의석에 앉아 있는 조재천 의원을 노려보며 외쳤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당신이 사상검사를 지냈고 경찰국장을 지냈고 사상방면을 잘 안다고는 하지마는
만일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잘못 안 것이에요!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조재천 씨가 법률에 대한 그만한 지식을 안다고 할 것 같으면 나는 적어도
국제문제에 있어서 공산주의의 세계정책에 관해서 그만한 지식을 가졌다는 자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또 김상돈 의원은 뭐예요?!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뭐예요?! 선거를 통해 가지고 낙선해서 가난하니 내가 돈을 먹었다?
돈 먹은 증거가 어디 있어?!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의원님, 내가 이런 변명을 얘길 할려면 개인적인 문제, 그러니까-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니까 이 문제가 해명이 돼가지고 내 증언을 말한 것이 사실일 것 같으면
나를 이와 같이 공격하신 그분들은 얼굴을 나하고 대할 때 대단히 거북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굴지를 말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여러 가지 할 말씀이 많습니다마는 대략 이런 것을 말씀 드려서
민주국민당에 제3세력이 침투했다는 요지를 말씀드린 것으로 생각하고 이것으로서 증언을 마칩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야당 의석에서는 화가 난 소리들이 들려왔고 자유당 의석에서는 ‘잘했소??하는 얘기까지
들려 함상훈은 단을 내려가서 급히 퇴장해버렸습니다.
- 선생님, 결국은 아무 내용도 없는 증언이로구만요.
- 아하하, 그런 얘기를 들었다? 참 나.
- 아하하하하하.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은 김동성 씨의 증언을 듣겠습니다. 선서를 해주십쇼.
신익희와 같이 세계여행을 하고 온 김동성.
- (마이크 음성 소리)명색 없는 일개 국민으로서 감히 이 자리에 올라오는 것을
주저해서 저 아래서 말씀 드릴 것을 청했으나 따로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말씀에 의지해서
부득이 불감한 짓을 합니다. 엊그제 동네에 사는 친구 하나가 찾아와서 하는 얘기가
함상훈 선생께서 이런 성명서를 냈는데 어찌된 일이냐 묻기에 나는 친한 친구 얘기니까
함씨는 미친 사람이다. 뉴델리에서 조소앙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얘기는 요새 수차에 걸쳐서 내가 하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 조소앙이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뉴델리에서는 비행장에서 30분쯤 들렸습니다. 게솔린을 갈아 넣는 동안 신익희 의장과 나는
비행장에 있었습니다. 또 신익희 선생의 여행 중 태도가 어땠느냐는 질문이신데
거기에 대해서 잠깐 증인의 변명을 하겠습니다. 나는 본래 우익입니다!
절대로 좌익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해서 나 딴에는 충성을 다했고
현재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약 3개월 동안, 신익희 의장과 여행을 하는 동안
나와 신 의장의 의견이 같았습니다. 좌익사상을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제 증언은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함상훈의 증언은 1시간을 꼬박 소비했고 김동성의 증언은 10분도 안 걸렸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 강승구 의원의 의사진행에 대한 발언이 있겠습니다.
- (마이크 음성 소리)처음 이 문제가 나왔을 때 본 의원은 이 문제를 사직당국에 일임하자는
동의를 냈다가 부결이 됐습니다. 나는 다시 거듭 얘기합니다만 이 문제를 명백히
귀결 짓지 않으면 비린내 나는 피를 흘릴 염려가 있는 것을 염려하여 저 무서운
임진왜란 때와 같은 문제가 이 조국에 닥쳐올 위험을 생각할 적에 저 자신 몸이 다 떨린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말씀을 드립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므로 이 문제를 국회에서 더 논의하는 것보다 법무장관, 내무장관
두 분에게 맡겨서 이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처리하기를 동의합니다. 거듭 부탁하거니와
법무, 내무 양 장관은 이 문제에 있어서 독소가 있는 나무를 찍어 내치는 도끼자루를 잡은
두 장관이 될 것을 부탁합니다. 에, 끝으로 종결을 맺거니와 양 장관에게 이 문제를 일임하고
국회에서는 여기에 대한 토론을 종결하자는 것을 동의하고 본인은 내려갑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 소리)
토론종결동의가 자유당 측에서 나왔습니다. 당사자인 신익희가 의석에 앉아 있는데 발언할
기회도 주지 않을려는 작정. 사회는 자유당의 최순주 부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 동의가 성립됐습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 의장!! 의장!! 발언권 주쇼!!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런데 지금 동의는 토론종결로 들었는데, 그러니까 여기에는
아무 의견이 없을 줄 압니다. 표결에 부쳐서 부결되면은 다시 토론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
- 무슨 소리야!!
- 여봐!! 뭐해!! 뭐야?!! 토론종결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어?!
(사람들 고함 소리)
- 자, 여기서 마칩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 토론종결동의가 표결되기 전에는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에요! 문제가 보통사건 같으면
토론종결 하는 데 이견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증언을 하는 중대문제요.
여러 의원 동지들이 기억하시지마는 이 문제의 중심으로 돼있는 사람이 나, 신익희라는 사람이다
이 말씀이에요.
- 자, 의장. 발언권 줘!! 어이!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신익희는 발언권을 못 얻어 의석에서 연설을 했고 신익희 의원의 비서였던 신창현 씨가
당시 풍경을 묘사합니다.
(음성 녹음)
- 의장! 발언권 못 줘?! 어? 발언권 왜 못 줘!!
(사람들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러면 신익희 의원은 문제의 당사자이니까 발언권을 드립니다.
(사람들 고함 소리)
드디어 최순주 부의장도 굴복했습니다. 신익희 의원 등단.
(음악)
(입력일 : 201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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