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인산인해를 이룬 국회의사당 앞. 1954년 11월 5일. 기마경관까지 동원돼서
교통정리에 진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11시 정각.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야, 함상훈이다!
- 함상훈이다!
- 어디?
- 저기, 나온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오늘의 주인공 함상훈.
(호루라기 소리 및 사람들의 고함 소리)
- 비켜요, 비켜! 좀 비켜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함 선생이시죠?
- 그렇소.
- 이쪽으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좀 비켜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호루라기 소리)
- 좀 비켜!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의사당 안에서는 본회의가 개회되고 있었습니다.
- 의장! 오늘 나오는 거요? 안 나오는 거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어이! 또 안 나오는 거야!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증인이 곧 나올 테니 여러분, 잠깐만 기다려 주십쇼.
(사람들의 고함치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잠깐만 계세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의사당 안에 들어선 주인공, 함상훈. 증인석을 향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당당한 바가 있었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음.
- 오래간만이오. 김 선생.
- 예.
또 하나의 증인, 김동성과 악수를 나누고-.
(발자국 소리)
- 참, 뻔뻔스럽기는. 젠장!
(발자국 소리)
- 음...
- 저, 선생님.
- 어?
- 저자를 보십쇼. 저 함상훈이.
- 음... 증언을 하나?
- 뻔뻔스럽습니다. 뭐 싼 년이 지랄이라고.
- 아하하하하하하하...
당사자 해공 신익희는 대인답게 여유가 있었고.
- 하하하, 한 가닥 몰 배짱로구만요.
- 허허허.
- 의장각하. 저걸 보시라요. 함상훈이.
- 빨리 속개하지.
- 예.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조용하십쇼.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시방 증인이 출석하여 있습니다. 따라서 증인출석의 동의안에 대해서
조순 의원과 조영규 의원이 나와서 그 취지를 말씀해주십쇼.
증인출석 동의안을 낸 조순, 조영규, 두 의원의 취지의 설명이 있고-.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 증인으로 나오게 된 함상훈 씨, 여기에 나와 주십쇼.
(사람들의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언권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좀 조용해주세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서 증인의 선서가 있어야 한답니다. 함상훈 씨, 이리 오십쇼.
(발자국 소리)
- 음, 음.
- (마이크 음성 소리)여기 선서서를 낭독해주세요.
- (마이크 음성 소리)선서서,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 동법 제8조 및
제9조, 처벌규정이 있음을 듣고 증언은 양심에 따라 사실 그대로 말하고 무슨 일이든지
감추거나 보태지 아니 하기를 맹세합니다. 단기 4287년 11월 5일. 증인 함상훈.
- (마이크 음성 소리)선서한 결과, 증언을 허락하겠습니다. 말씀하세요.
- (마이크 음성 소리)음, 제가 국회에 출두를 요청받은 함상훈이올시다. 제가 이 출두하라는 공한을 받고서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몸도 시원치 않았지만 도대체 국회에서 증인이 돼서 증언을 하는 데 있어서
본회의에 나와 하는 일이 있는가 없는가. 내가 알기에는 미국이라든지 영국이라든지
각 의회에서 증언할 때에는 분과위원회라든지 소위원회 같은 데서 하지 본회의에서 하는 예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병도 있고 이에 대한 생각도 하기 위해서 이틀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국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있어서, 나는 국회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여기에 나온 것이올시다. 제3세력이란 무엇이냐. 현재에 있어서 공산주의사회와
민주주의사회가 있다고 하고 이 사이에 중간적 노선을 걸어가는 것이 제3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국가로 말하면 인도라든지, 인도네시아, 버마 같은 이러한 나라들이 이러한 대표적 국가라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3세력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들은 현재 자유당과 민국당이 있으니 세 번째 생기는 당이
제3세력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3당은 될 수 있지만 제3세력이라고는 규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얘기를 들으세요. 나는 수사상에 대한 증인이 아니라 정치상의 증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증언을 할려고 합니다.
- 옳소!
(사람들의 고함 소리)
함상훈의 태도는 어디까지 떳떳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태도에 ‘옳소?? 하는 소리가 자유당의원석에서 나왔고
물론 야당 석에서는 약이 오른 듯 펄펄 뛰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함상훈은 자기 할 말을
다하겠다는 듯 제3세력에 관한 정치적인 강연을 해댔습니다.
- (마이크 음성소리)대동추진위원회라는 것을 민국당 안에 만들자 했을 때 신익희 위원장은
조봉암, 류림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제3세력의 사람을 넣자고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의미에 있어서 나는 조봉암 씨가 제3세력이라는 것을 확실히 믿고 신익희 위원장은
그 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몇 해를 두고 계속 노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아, 다음. 금년 3월경올시다. 제 성명서 가운데 모씨라는 말이 있습니다마는
그의 신분관계를 밝히기를 꺼립니다만 그분의 내력과 내가 그 일을 믿게 된 계기를 말씀해서
장차 소위원회라든지 조그마한 회합석상에서 그의 이름을 발표해가지고 여러분 말씀에 응하려고 합니다.
그분은 과거에 중국에 있어서 물론 태생은 한국입니다마는. 한국 땅에 들어간 일이 있고 이러한 소위 무엇입니까.
특무기관에 관계하기 때문에 수사에 대한 공산당 동향에 대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
- 어이, 똑바로 얘기해! 왜, 누구야?! 모씨라는 게 누구야?!
자유당 의석에 앉아 있는 김두한 의원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 아,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사람들의 고함 소리)
물론 함상훈은 모씨가 누구라는 것을 그때 밝히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안 밝혔습니다.
모씨. 중국태생의 한국인 모씨. 추리소설처럼 흥미 있는 이 인물은 누군가.
오늘날에는 함상훈 씨가 그 이름을 밝히고 있습니다. 직접 함 씨의 목소리를 들읍시다.
(음성 녹음)
김지웅. 먼젓번 방송에서도 나간 바 있는 뜻 지자, 수컷 웅자. 김지웅이라는 인물.
- (마이크 음성 소리)나는 그 사람의 지식으로 보거나, 나는 이 사람에게서 배운 바가 있고
이 사람을 믿고, 이 사람의 말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냐? 무슨 말을 들었느냐
하면은 3월경, 이북에 있는 오경심이라는 여자. 나는 오경심이라고 들었습니다마는 내무부장관은
오경은이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오경심이가 조소앙의 밀명을 띠고 남한에 내려와서
누구누구 등을 만났다. 그 가운데 신익희 씨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사람들의 고함 소리)
의석에서는 계속 아우성. 그러나 함상훈은 의젓했습니다. 다섯 번이나 출마했어도
매번 낙선만 하던 정치인. 운이 좋았던들 떳떳한 국회의원으로 이 단상에 서있었겠지마는
결국은 하나의 증인으로서 의정 단상에 서야 했던 불운한 정치인. 그러나 함상훈은
의젓하게 야유를 묵살하고 증언, 아니 연설을 계속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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