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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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뉴델리 파동후의 신익희와 조병옥의 심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뉴델리 파동후의 신익희와 조병옥의 심경
1970.12.21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음... 단둘이 마시는 건가.

- 아... 계집은 불러야지.

- 음...

- 아가씨 지금 넣어드릴까요?

- 아, 예쁜 놈으로다. 해공선생의 심미안은 대단하시니까

자신 있는 놈으로다.

- 예예.

- 하하하하하, 여긴 언제 개척했누?

- 술값이 싸다는구만. 아는 사람 만나지 않아 좋고.

- 하하하하하하하, 그렇겠구만. 하하하하.

- 취해도 괜찮지?

- 아, 그럼.

- 오래간만에 그럼 취해보는 게야.

- 좋~치.

(웃음소리)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

- 좋다! 음, 하하하하하.

(노랫소리)

- 아, 좋지, 좋아. 하하하하하.

-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노랫소리 및 흐느껴 우는 소리)

- 어머, 오라비가 우시네?

- 아니.

- 뭐야?

- 저... 너희들은 나가 있거라.

- 네.

- 안 돼, 안 돼. 나가지 마라.

- 아...

- 해공.

- 취했어, 유석.

- 아니, 내가 운 것은 일제말기 생각이 나.

- 갑자기 옛 생각은 왜?

- 해공, 나 안 취했어. 마셔.

- 음, 으흠. 나도 취했는걸.

- 자, 일제말기를 위해서.

- 그래, 자!

(술잔 부딪치는 소리)

- 하하!

(술 마시는 소리)

- 아...

- 집이 없었다 이 말씀이야.

- 아...

- 여관방에다가 자식 놈들 데려다놓고 마누라 삯바느질을 했다 그 말씀이야.

나는 애를 보고, 마누라가 삯바느질을 해서 먹고 살았어.

- 고생이 많았겠구만.

- 해공은 고생 안 했나? 지금은 뉴델리 사건.

- 해공.

- 음...

- 괜찮아. 난.

-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흐느껴 우는 소리)

- 아...

- 저, 아이들 내보내고 마시지.

- 아이, 난 안 취했는데.

- 잠시만 나갔다 와.

- 그럼.

- 그래, 나가자.

- 아...

- 유석. 안 취했지.

- 난 안 취했어.

- 나 괜찮아. 뉴델리 사건이 뭐 어떻다는 말인가.

난 괜찮아.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아, 술도 잘 마시고. 하하하하하.

- 마저 한 잔.

- 어.

(술 마시는 소리 및 술 따르는 소리)

- 쌀이 떨어졌어.

- 일제말기 얘긴가?

- 어. 아, 그래서 마누라랑 걸어서 천안에를 갔지. 고향.

- 어, 그래서?

- 쌀 두 말을 구해서 한 말은 내가 지고 한 말은 마누라가 이고 천안에서 서울까지 걸었어.

귀한 쌀 지고, 이고 발이 부르트더구만.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마누라하고 둘이서 합창을

하면서 걸었어.

- 오.

- 힘이 좀 들 들더구만.

- 하하하하하.

- 그렇게 해서 해방을 맞이했다 이거야. 해공도 그 다음에 귀국했지?

- 으음, 30년 만의 귀국이지.

- 해방이 되고, 공산당들이 잡고, 반쪽이나마 독립을 했고, 전쟁을 겪었고 우린 육십이 내일 모레지.

- 음...

- 이승만이 도대체 뭐야?

- 해공.

- 응?

- 내후년엔 이승만이 꺾어야 돼.

- 내후년 얘길 왜 벌써 해?

- 야당 대통령 후보야, 해공은.

- 무슨 소리...! 유석이 해야지!

- 내가 졌어. 해공한테 내가 졌어. 술 마셔, 술.

(술 따르는 소리)

- 으음.

1954년 11월초, 해공 신익희와 유석 조병옥은 아무래도 어색한 태도로 마주앉아 있습니다.

뉴델리 사건의 파동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을 땝니다.

(음악)

(차 멈추는 소리 및 차 문 여닫는 소리)

- 아... 집에서 한 잔 더 해?

- 아니, 마시고 가지. 마시고 가.

- 아...

- 어서 오세요.

- 한 잔 더 주셔야 합니다.

- 취하셨는데요.

- 더, 더 주세요.

- 네, 들어오세요.

(발자국 소리)

- 해공.

- 응?

- 이럇이럇.

- 아니, 하하하하.

- 아주머니.

- 네.

- 해공하고 나하고 이렇게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아, 저, 내가 밑으로 이렇게-.

- 아니.

- 아, 아주머니.

- 네.

- 어떻습니까? 우리 어깨동무.

- 하하하하하, 이런. 나는 아주 좋은데. 으하하하하하.

- 아주머닌 싫습니까?

- 하하하하하하하.

- 아주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들어오세요.

- 아닙니다. 이거 보셨죠? 어깨동무예요. 보셨죠?

- 네네.

- 아...

- 하하하.

- 그러면은 아...

- 아니.

- 갑니다. 내일 만나요.

- 아니, 이봐. 유석.

- 아니, 왜...

- 아, 나, 취해서. 바이바이.

- 아니...

(문 여닫는 소리)

- 음...

(차 출발하는 소리)

- 아니.

- 조금 취했어.

- 어디서들 드셨어요.

- 서대문 어딘데 처음 가보는 술집이야. 조용하더군. 단둘이 마셨어.

- 단 두 분이요? 뭐라고 그래요?

- 뭐라고 그러긴. 아, 메기의 노래를 부르면서 울더군.

- 울어요? 이젠 자기도 잘못한 거 알았나 보죠.

- 잘못하다니?

- 난 미워서 아는 체도 안 할려고 그랬어요.

- 어허, 별소리를 다하는군.

- 밉지 않으세요. 그럼?

- 내가 유석을 미워하면 어떡하나?

- 하여간에 들어가십시다.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흑백은 가려야죠. 국회에서 가려진대죠?

- 어허, 뉴델리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거라니까.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소위 뉴델리 사건이라는 각본을 쓴 함상훈 씨는 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올시다. 왜냐-.

11월 2일, 국회. 다변가인 김상돈 의원의 발언.

- (마이크 음성소리)여러분, 우리가 당락간의 선거를 다 치러봤거니와 이 선거라는 것이

염병 중에도 이만저만 염병이 아니라 머리에서 무릎까지 홀랑 벗어지는 염병이라는 말씀이에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뭐니 뭐니 할 것 없이 이런 몹쓸 놈의 염병은 없습니다.

이러한 염병을 앓는데 다행히 그 앓은 결과가 당선이 되면은 비교적 회복이 쉬운데

당선이 못 되고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되는 경우에는 도저히 회복키 어려운

염병이올시다. 어, 함상훈 씨는 어떤 사람이냐. 나하고는 동향인이요. 가장 친애하고

존경하는 인물로서, 정치인으로서 손색이 없는 당당한 인물이올시다. 그런데 불행히도

함 씨는 아까 말씀한 그 염병을 다섯 번이나 앓은 사람이란 말씀이에요. 당선이라는 것은

한 번도 안 되고 철두철미하게 다섯 번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정치가올시다.

여러분, 우리가 다 지내보았거니와, 너나 할 것 없이 선거 뒤처리를 못해서

꿈을 꾸더래도 빚쟁이한테 정신이 번쩍 하는 판인데 문제의 함상훈 씨로 말할 것 같으면은

얼마나 불행한 지경에 놓여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동향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인간으로서 무한히 그의 심정 모든 것을 충분히 동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못된 염병을 앓고 있는 중인데 치료비는 없고, 어쩔 도리가 없을 때 그를 노리고서 어쩌고 하면은

아무리 항우 같은 사람이래두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김상돈 의원은 함상훈을 염병환자에 비유해서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호된 염병을 앓고 있는데 치료비도 없는 환자.

(음악)

(입력일 : 201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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