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뉴델리 회담실 경위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뉴델리 회담실 경위
1970.12.17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어저께 홍창섭 의원의 동의로서 내무, 법무 양 장관을 초청해가지고 뉴델리 회담설에 관한 경위를 듣자고 했십니다. 거기에 앞서서 이 사건의 당사자인 신익희 의원의 발언 요청이 있습니다. 그래서 양 장관의 발언을 듣기 전에 당사자인 신익희 의원에게 발언권을 드립니다. 신익희 의원, 나와 말씀해주세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10월 30일 토요일의 국회. 방청석은 초만원. 신익희는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뉴델리 사건의 주인공.

- (마이크 음성 소리)에, 내가 말을 시작하기 전에 이, 소위 함씨성명이라는 것을 근거해가지고 이 국회에서까지 문제됐다는 데 대해서 우선 퍽 미안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전 의원들과 방청객은 귀를 모았습니다. 당사자 신익희는 그러나 지극히 평온한 얼굴.

- (마이크 음성 소리)시방 문제가 됐다는 소위 뉴델리 남북 협상설은, 아, 본인이 기억하건대 7월 24일, 에티오피아를 떠나서 에덴이라는 해안을 경유해가지고 배를 타고 인도양을 건너서 파키스탄 수도인 카라치에 도착된 것이 7월 24일이라고 기억합니다.

거기 우리 교포들이 대략 십수명이 있으므로 반갑게 만나고 또, 국무총리라는 이름은 잊었습니다만, 파키스탄 국무총리를 만나기로 예정됐던 것인데 그 총리의 청첩이 오기를, 당신을 특별히 초청할려 했는데 공교롭게 인도의 수상 네루와 그 매시 판디트가 방문해 있으니 당신도 함께 초청한다는 것이, 네루라는 사람은 그 며칠 전에 영국여왕 대관식에서 잠깐 만나 뵈어 인사를 했던 사람이고 그 매시 판디트 여사는 미국 대사로 있을 적에 내가 미국 방문 중 반갑게 만나봤던 연분이 있는 처지올시다.

그래서 두 사람을 환영하는 파티에 나도 함께 초청을 받아가지고 참석하게 됐어요.

그러니 네루의 남매는 반갑게 손을 잡고 인사하고 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많이 있는 파티니까 자세한 얘기는 나눌 수 없었지만 대략 내 여행하는 목적을 충분히 얘기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시지만은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에 의료기관을 보내고 있던 나랍니다.

그러니 그것도 특별히 고맙다는 얘기를 표시하면서, 에, ‘일기도 덥고 지시 당신을 여기서 만났으니 내 여행이 예정보다 늦어서 본국에 돌아갈 마음이 초초한 까닭에 내가 여기를 떠나서

당신네 나라 뉴델리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만약 뉴델리에 들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여기서 만났으니 한국정부와 전 국민의 인도에 대한 고마움을 당신네 나라 국민에 전해주시오.’ 했습니다.

그랬더니 네루 수상은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여행일정도 바쁘고 한데 특별히 뉴델리에까지 들리실 필요가 없지마는,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만은 나 본인은 여기에서 며칠 동안 지내다가 가겠습니다.’하는 얘기를 했습니다.

26일 아침, 일찍 떠나서 비행기를 타고서 뉴델리 비행장에 도착한 것이 내가 기억하건대 저녁 11시 반인가 12시 가량이었던 것입니다. 일기가 어느 때, 어떻게 덥든지. 찌는 것과 똑같은 더위 속에서 승객들은 다 내리고 물어보니까 비행기는 게솔린을 넣는다고 한 30분 지체한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처음부터 내 몸의 그림자처럼 잠시 촌각도 떠나지 않고 동향하던 김동성 의원이 있습니다.

현재는 의원이 아니올시다마는. 뉴델리 비행장에서 내리면서 내가 말하기를, ‘어제 네루를 만나서 얘기했고 일기도 이렇게 덥고 또 우리끼리 얘기지만 인도에 대한 우리 전체 동포들이 그렇게 찐덥고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처지오. 나부터도 그러하니.

“우리 뜻만 전달됐으니 이 비행기를 그냥 타고 방콕으로 갑시다.” 이랬습니다.

그랬더니 김동성 씨도 “그것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러나 나는 뉴델리를 잠시라도 구경하고 싶은데.”

그러나 나는 ‘여보, 그만둡시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내레 비행장에 잠시 들려가지고 날은 덥고 하니까 음료수 2잔인가 한 병인가를 먹고 비행기에 게솔린을 다 채운 다음에 그 비행기에 올라가지고 방콕으로 오게 됐는데. 방콕에 도착한 것이 아침 7신가 8시경이었습니다.

이만큼 나는 말씀을 하면서 소위 조소앙하고 뉴델리에서 만나봤다는 얘기는 내가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내가 일본에 와서 본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어느 한 모퉁이에서 그 얘기가 돌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다 아시다시피 조소앙하고 신익희하고는 사십여 년의 동지적 관계에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에 있어서 임시정부에서 삼십 년 가까운 동안을 같이 희생을 하던 사입니다. 학생시대에 일본에서 같이 공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1948년, 우리나라에 총선거가 실시될 적에 단독선거는 반대를 하느니 남북협상을 해야 하느니 되지도 않은 계획과 의견을 가지고 돌 적에 한차례뿐 아니라 여러 차례 나무라고 다툰 것이 역연히 알려진 사실이올시다.

이와 같은 형편일 뿐더러, 여행을 하는 동안 조소앙을 생각해본 일도 없고 꿈꿔본 일도 없고 만나본 일은 더군다나 없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및 웃음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하여간에 이러한 문제로서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우려를 하시게 되어 본 회의까지 상정이 돼서 얘기됐다는 것만은 거듭 미안하고 거듭 유감입니다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음악)

-음.

- 안 주무세요. 아직.

- 음, 자야지.

- 2시가 지난 모양이에요.

- 오, 조금 있으면 날이 밝겠군.

- 이제 국민들은 다 납득한 모양이에요.

- 응?

- 그럼 편히 주무셔야죠.

- 여행 생각이 나서 그래.

- 본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여행이었어. 하하하, 내 마누라한테도 얘기를 안 한 일이 있지.

- 뭐예요?

- 허허, 우남이 달러를 아끼는 바람에 여비도 적게 받아 떠났지만 가는 곳마다 우리 교포들이 딱하게 살고 있더구먼. 영국에서 대관식 끝나고 18개국을 돌아 올려니 여비가 한심하더란 말야.

그래, 돈은 딸리구. 여행하는 동안 나 고생했어. 남들은 호사스런 여행 한 팔자 좋은 놈으로 볼지 모르지만, 조소앙이나 만나서 남북협상 하는 줄 알지만 돈이 있나. 와이셔츠를 호텔 목욕탕에서 몰래 내 손으로 빨아서 말려 입구 댕겼어.

- 네?

- 나, 참. 와이셔츠 세탁비도 아쉬운 여행이었어. 국회의장 체면에 와이셔츠 빨아 입으면서 한 여행인데. 하하하하.

- 그런데 지금 와서 모략을 해서 매장시킬려구... 아.

- 하하하하. 여행 생각이 나. 아, 그만 잘까?

- 왜 가만히 계세요? 그따위 모략질 하는 자들을 이 기회에 다 잘라버리고 말아야죠.

- 함상훈이는 당에서 제명당했어.

- 함상훈이가 문젭니까? 그 뒤에-.

- 어허, 쓸데없는. 자, 그만.

(음악)

해공 신익희의 미망인 김해화 여사가 당시를 회고합니다.

(음성 녹음)

신익희는 국민들에게 자기의 결백을 납득시키는 데 일단 성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는 잠을 못 자고 혼자 고민을 했습니다. 왜? 그의 고민은 무엇일까?

대인답게 껄껄 웃으면서 지내는 그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고민.

(음악)

(입력일 : 201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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