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일치, 날 살려줘.
- 난 건강이 우선 이 모양이라.
- 몸 튼튼해야죠.
- 사면초가 아니야. 야당은 야당대로, 자유당 안에선 또 안에서 대로. 경무대 들어가면 또 어르신네께선 날 꾸짖기만 하시고 난 정말...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 일치, 일치가 날 살려야 돼.
일치 임흥순, 민주국민당에 있다가 탈당하고 현재 무소속으로 있는 인물. 무소속동지회 간사로서 무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 1954년 개헌파동에 있어서 최고수훈자의 하나로서 임흥순 의원이 기록됩니다. 당시 자유당 소속 의원이었고 현 신민당 정무위원인 이충환 씨의 증언. (음성 녹음)
(음악)
김기팔 구성, 안평선 제작, 정계야화 예순 아홉 번 째 시간입니다.
(음악)
이승만의 종신집권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 이기붕 국회의원장은 불편한 몸으로서 그 통과의 임무를 맡고 동분서주, 그 막료들인 관리출신 장경근, 이재학, 한희석, 최순주 등은 우수한 두뇌를 활용해서 갖가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 어처구니없는 개헌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당사자인 이승만 대통령은 개헌통과를 직접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전 국회에는 이번 국회와 달라서 정부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나라를 돕는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 선거에 이러한 사람들은 거의 다 떨어지고 반정부자는 소수가 되어 지금까지 그 사람들이 국회 내에서 소수 반대하는 부분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니 공정히 나라를 돕는 국회를 민중이 알고 있는 것이며 전 민중은 이에 국회에 대하여 개헌하는 문제에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 민중이 개헌 문제에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승만은 민중이 개헌을 지지한다고 진짜 생각했는가. 자신이 영구집권 할려는 길은 우리 민중이 환영해서 열어 주리라고 생각했는가.
(음악)
- 개헌을 반대하는 국회의원이 누구누구야?
- 반대를 하다뇨? 그런 의원 없사옵니다.
- 그 누군가 기운이 센... 장차관, 그 왜 그렇게...
- 아, 예. 김두한 의원 말씀이옵니까?
- 김두한이는 반대라지?
- 워낙 무식한 데다 또 정신병자올습니다.
- 그렇겠지.
- 개헌안 통과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이다.
- 별로 어렵지 않다니?
- 문제없다는 얘기올습니다.
- 민중의 뜻에 따라서 국회가 운영이 되야만 해. 저기를 좀 보시오.
- 예.
- 저 산더미 같은 편지가 모두 개헌을 찬성한다 그러니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 하는 호소를 해온 것이오.
- 아, 예. 국회에도 매일 수백 통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 제 앞으로도 많이 오고 있습니다. 각하의 뜻을 따르라, 개헌을 통과시켜라.
- 민중이 원한다면 해야지.
- 거기다가 이제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은 극소수 야당의원들뿐이옵니다. 야당의 임흥순 의원도 저희 당을 따라 개헌에 찬표를 찍겠다고 약속했사옵니다.
- 임흥순이?
- 예.
- 임흥순이는 무소속동지회 간사라지?
- 예.
- 아, 아, 각하께선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신지...?
- 나라 일을 내가 모르면 어떻게 하나?
- 아, 그러시디요. 각하.
- 그러면은 무소속동지회 사람들까지 합세를 한다는 뜻이로구만.
- 예.
- 그러면 무슨 문제가 있는가?
- 예... 아무런 문제도 없사옵니다.
(음악)
- 공고기일이 끝났는데 후임자들도 상정 못하는구만.
- 이기붕 일파도 겁이 나겠지.
- 자유당 내부에 분쟁이 대단하대. 배은희 세력이 다시 들썩거린다는 게야. 이기붕의 힘 가지고는 어려울걸?
- 그 밑에 제제다사들이 수단방법을 모르고 일하고 있으니. 그러나 난 자신을 해.
- 어째서?
- 삼분지 이면은 136석인데 136명이 하나로 결속될 리가 없으니까 말야.
우리나라 풍토에서 그렇게 단결될 수가 없어요.
- 흐흐흐흠, 아하하하. 사색당파의 전통이 뛰어난 민족이니까.
- 아, 이런 때는 그것이 다행 아닌가.
- 하하하하하.(둘 다)
(음악)
- 뭣이? 배은희를 공천하자구?
- 일부 의원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답니다.
- 그런 망할---
전라북도 진안의 자유당 소속 국회의원 이복선이 사망해서 보궐선거가 시행될려는 때, 자유당 원 외 세력과 원 내 일부 세력은 배은희를 공천후보로 내세울 운동을 했습니다. 배은희라면 이기붕의 라이벌. 5.20 선거 때 이기붕 일파에게는 천만다행히도 배은희가 낙선을 해서 이제 세력구조를 단일화 해가고 있는데 또다시 고개를 든 것입니다.
10월 4일.
(문 여닫는 소리)
- 박만원, 홍창섭, 송권대, 세 의원이 찾아왔습니다.
- 뭐이?
- 아, 왔구나. 드디어. 연판장을 가지고 왔을 겁니다.
- 음, 몇 명이나 서명을 했나? 몇 명이나?
- 진정하시라요, 의장 각하.
- 어떡하지?
- 어떡하긴 뭘 어떡합니까? 그냥 연판장 받아두시라요.
- 받아?
- 진정을 하시구요. 태연하게 받으시라요. 그자들이 지금 잔뜩 긴장했을 거이 아닙네까.
- 아... 기럴 테지.
- 그냥 태연하게 받아두십쇼. 고려할 뜻도 은근히 비추시고.
- 흠.
- 저, 우리는 뒷방으로 가입디요.
- 예.
- 의장 각하, 태연하게.
- 으... 음.
- 들어오시라고 할까요?
- 어.
(문 여닫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흠, 들어와요.
- 어, 어서들 오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앉으세요.
- 아.
- 아하하하하, 웬일로 다 이렇게...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 아... 예.
- 고거.
- 예.
(종이 펼치는 소리)
- 그 연판장을 읽어주십쇼. 우선.
- 연판장...
- 오... 호, 배은희 선생을 진안 보선에 공천해달라는 연판장이로구만. 으흠, 몇 의원이나 서명했나? 음, 칠십오 명.
- 칠십오 국회의원을 뜻을 저버리시지 않길 바랍니다.
- 아하하하하, 기래야죠. 충분히 고려를 해드려야죠.
(음악)
- 칠십오 명...
- 예상보다는 확실히 많구만요.
- 이 정무... 어찌 된 일이오? 칠십오 명이면 우리 자유당 의원 반수가 넘지 않소?
- 그렇군요.
- 칠십오 대 육십일이구만요.
- 칠십오 대 육십일... 아니, 그러면 국회 안에 배은희 세력이 더 많다는 뜻이우?
- 아, 거참. 아, 저 당황하신 내색은 안 하셨디요?
- 음, 가슴이 어찌 두근거리는지. 칠십오라는 숫자를 읽을 때 눈앞이 캄캄하더군. 기러나저러나 이를 어쩌지? 칠십오 대 육십일. 아, 이봐. 우리 원내 세력이 배은희보다 못한 건가?
- 아,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괜히 부화뇌동해서 찍은 의원들이 많을 겁니다.
- 이런 상태에서 어찌 개헌안이 통과되누?
- 자, 진정하시라요. 대책을 세우는 거디요, 뭐.
(음악)
- 어, 이 개헌안은 공고일이 끝난 것이 사실입니다. 아, 저 여러 기자 양반들. 마, 그렇다고 우리 당이 통과에 자신이 없어서 끌고 있다고 해석하진 마시라요. 원래 우리는 지난 보궐선거 하기 전에 상정할 예정이었디요. 뭐, 자신있으네까니. 아, 그런데 지금 한미관계가 미묘해있다. 이 말이야요. 7억불 경제 원조를 둘러싸고 지금 일종의 위기를 맞고 있지 않고 있겠습네까? 아, 게다가 그 유엔이 문제야요. 유엔에 한국문제가 상정될 기세가 보인단 말씀이에요. 기래서 우리 당으로서는 좀 더 시일을 두고 기다렸다가 개헌안을 상정하겠습네다. 아, 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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