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김두한과 장경근의 대결.

- 그러니까 이 박사 종신제 개헌이란 말이지.

- 아하하하. 그렇디요.

- 너, 어떤 대학 나왔어? 동경제국대?

- 음, 그렇수다.

- 정말 뭐야?!

- 와이마루 헌법대다.

- 동경제국대학이 와이마루 헌법경로야! 핏! 으찻!

(때리는 소리)

- 윽!

- 아아, 김의원!

자유당 중앙위원회 석상에서 김두한 의원이 장경근 의원을 때려눕혔습니다. 그 육중한 힘과 단련된 주먹으로 때려눕힌 이유는 이승만 대통령 종신집권을 위한 개헌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김두한 의원은 자유당 소속이었습니다. 그 다음 얘기는 김두한 씨의 녹음으로 직접 들어보십시다.

(음성 녹음)

(음악)

개헌. 이승만의 종신집권을 위한 개헌은 1954년에 이 나라를 완전히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김두한 의원이 장경근 의원을 주먹으로 때려눕힌 이 불상사는 오히려 조그마한 사건에 불과했습니다. 개헌안의 상정, 토의, 표결 과정을 통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사건들이 속출했습니다. 이승만의 개인적인 권위가 아직 남아 있어서 국민들의 인기가 다소나마 있었지마는 종신집권을 기도한 이 개헌안과 더불어 그의 인기는 급강하, 이승만 자신을 위해서도 비극이 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80이 넘은 노인이 정권에 연연하다가 비극적인 몰락을 한 것은 그야 개인적인 비극입니다.

1954년에 가을에 불기 시작한 이 개헌 열풍은 통일도 못한 채 반쪽 땅으로 살아가는 한국민족의 비극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전통이 확립될 결정적인 계기에서 한 추악한 노인과 그 부하들이 저질른 과오, 그것은 이 나라 역사가 이어지는 한 두고 두고 통탄해 마지 않을 일이오 아무리 분노해도 지나치지 않을 일.

(음악)

이승만은 하기야 이런 얘기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자유당 국회의원 전원을 경무대에 불러서 한 얘기.

- 개헌은 조속히 해야겠어. 내가 가장 주장하는 바는 국민투표제의 실시인 것이야. 초점을 국민투표제에다 맞추고 한참 떠들어댄 다음, 이 노 대통령은

- 초대대통령의 임기는 제한하지 말자는 조항이 있다 하니 나로서는 그러한 생각을 감격히 여기는 바이나 이것은 개인의 친분을 위하여 하는 운동인 줄 알며 결코 인정치는 않는 것입니다.

‘초대대통령의 임기는 제한하지 말자는 조항이 있다 하니’ 이승만은 그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 들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로서는 감격한 일이나 결코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의 뜻이 무엇인지 아리송합니다. 그 자리에서 계속한 연설은

- 아, 그러나 이 운동이 자유당 의원들과 또 자유당원이 개헌안을 주장하게 되어 그 결과는 이 사람들이 다 정당주의나 혹은 신분상 이런 운동을 하는 것 같이 보이게 된다면 이것은 그 동지 되는 분의 본의도 아니고 또 나 한 사람에 대해서도 욕이 될지언정 영광이라고는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자유당의 국회의원과 간부 및 당원들에게 진정으로 권하노니 이것을 국민 공의에 부쳐서 무슨 조치가 되든지 원만히 판결되기를 원하는 것이니 개헌조건이 이번에 가부결에 의하여 노력하거나 분투하시질 말고 공결만을 기다려 행하길 부탁하는 바입니다.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연설. 5.16 혁명 뒤에 편찬된 한국혁명재판사 제1권에는 이 연설을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언명해서 자유당원의 힘만으로서가 아니라 소위 민의원에서 행하라는 은근한 개인적인 복안을 시사하였다. 』

이승만이 민의를 동원하라는 암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감격하나 인정치 않는다. 이 개헌을 자유당의 힘만으로 추진하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 아니니 국민 공의에 부치라. 요컨대 민의를 동원해서 내 영구집권을 정당화시켜라. ’

팔십 노인의 정치적인 단수는 너무너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노해한 술수를 우리 범인들은 촌탁도 못할 지경입니다. 하기야 미국이라는 그 거대한 나라를 뒤흔들어놓은 노인이오 간악한 일본인들을 벌벌 떨게 한 노인입니다. 순하디 순한 한국국민들쯤이야 이 노인의 눈에 어찌 비췄겠는가.

(음악)

하여간에 이 개헌안은 1954년 9월 6일에 제안, 이틀 뒤에 공고됐습니다. 개헌의 골자는

첫째, 주권의 제한 또는 영토의 변경을 가져올 국가 안위에 대한 중대사항은 국민투표에 의해 최종결정을 한다.

둘째, 참의원 의원을 3년마다 2분지 1씩 개선한다.

세째, 참의원에다가 공무원 인준권을 준다.

네째, 국회의 국무원 불신임권을 없애고 정상적인 대통령 책임제로 한다.

다섯째, 경제체계의 중심을 사유사용으로 한다.

여섯째, 대통령 고지시에는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한 부통령이 권한을 대행하되 3개월 이내에 다시 선거를 실시한다.

일곱째에 가서야 현 대통령에 한해서 중임제한을 철폐한다는 내용.

(음악)

9월 20일, 야당인 민주국민당은 성명서를 발표.

- 발췌개헌에 의한 헌행 헌법의 개정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나, 참의원 구성 문제, 국민투표제,

국무총리제의 폐기, 그리고 현 대통령의 중임제 철폐에 대하여는 반대하는 바이다. 급박한 국제정세에 부닺혀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정계에 분규를 일으킴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오

헌법정신과 정치도의에 위배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의 정면대결이 시작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