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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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 김두한 의원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김두한 의원
1970.12.10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파도 소리 및 갈매기 우는 소리)

- 자유당 측에서는 전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올습니다.

- 일방적이라...

- 예, 각하. 저희 국무위원들은 전혀 모르는 중이올습니다.

- 모르는 일...

(파도 소리 및 갈매기 우는 소리)

진해,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 먼 바다를 바라보며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이승만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백발노인과 푸른 바다.

-국무위원은 개별 불신임권을 민의원에서 꼭 행사하겠다는 뜻인데.

- 현재도 국회 때문에 정부의 각 장관들이 일을 할 틈이 없을 정도올습니다만 만약에 불신임권을 가지게 된다면 장관은 국회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옵니다.

- 아, 국모님 나오십니까.

- 아, 주무시네. 각하께서.

- 예?

- 아, 잠이 들었어요.

- 아, 네.

- 잠이 든 것이 아니요.

- 각하.

- 하하하하, 그런데 왜 그렇게?

- 내 잠시 시상에 잠겼더랬어. 시를 써야지.

- 기붕이.

- 예, 각하.

- 국무위원들도 애국하는 사람들이야,

- 예, 각하.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 장차관도 들어!

- 예, 듣고 있사옵니다.

- 왜 자네들은 내가 임명한 장관들하고 사이가 나쁜가.

- 사이가 나쁜 거이 아니올시다. 각하.

- 내가 임명해서 쓰는 장관들이야, 자네들도 장관도 했고 차관도 해봤지 않은가.

- 각하. (둘 다)

- 국회의원들 때문에 오늘날 장관들이 일을 못하고 있다는 실정을 아는가.

- 예, 각하.(둘 다)

- 그런데 장관 개개인에 대한 불신임권을 구,구,국회가 가지겠다니. 그러면 장관은 대통령 밑에 있는 사람인가 국회 밑에 있는 사람인가. 국회의장인 기붕이 자네가 그러면 내 자리까지 맡아서 장관을 임명하고 파면하고 그래봐.

- 각하, 각하. 전 그런 뜻이 아니옵니다. 저는 오로지 각하 밑에서 각하를 보필하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올시다. 각하. 각하.

(우는 소리)

- 울긴.

- 각하.

- 나한테 따질 일 있는가.

- 아니올습니다. 따지는 거이 아니오라 먼저번 개헌안 발표는 각하의 재가를 받아 발표한 것이온데.

- 그래서 나한테 따지자는 것인가?

- 아, 아니올시다. 각하. 용서해주십쇼.

- 개헌안 중에 그러면 국회의원 소환제도는 왜 빠져 있는가. 국회의원은 잘못을 해도 제재할 사람이 없고 정부의 장관들은 국회에 잘못 보이면 파면이 되고, 으이!

- 황공하옵니다. 부디 진노하십시오.

- 여러 말 안 하겠어. 개헌안 중에 국회의원 소환제도도 넣어.

- 예...(둘 다)

(음악)

(탁상 두드리는 소리)

- 아휴, 답답해!

- 으, 국회의원 소환제를 넣으면 어느 국회의원이 개헌안에 찬성하겄습네까?

- 왜 그 얘길 각하께 얘기하지 못하나.

- 아, 글쎄 전 의장 각하께서 말씀해주실까...

- 아니! 난 귀찮은 일만 맡는 사람인가?

- 아, 아... 아니올시다. 뭐, 그런 뜻이 아니야요.

- 각하께서 그러시면 넣어야지.

- 아니,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합네까. 아, 기렇게 하면 개헌안 부결되는 거야요.

- 그럼 어떡해? 난 지금 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이야.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애.

- 아, 알겄습네다. 의장 각하.

- 국회의원들 서명은 어찌 됐나?

- 아, 지금 띠는 중인 모양이야요.

- 이렇게 귀찮아서야.

(음악)

- 음, 다름이 아니라 빚들은 모두 갚았습니까?

- 아, 말도 마소. 죽겠습니다. 국회의원 하믄 밥은 먹고 살 줄 알았지 누가 이럴 줄이야.

- 남들은 국회의원 부럽다 안카든가 남의 속도 모르고.

- 알겠습니다.

(발자국 소리 및 종이 펼치는 소리)

- 여기 도장 좀 찍어주세요.

- 뭐꼬? 개헌안 서명이가?

- 개헌안, 나 반대요. 당의 명령이라고 무조건 따를 순 없습니다.

- 개헌안이 아니에요.

- 그라믄? 뭔겨?

(종이 만지는 소리)

- 대부? 오십만 환씩이가?

- 우선 아쉬운 대로 갖다 쓰세요. 다른 의원들한테 소문은 내지 말구요.

- 오십만 환 먹구 떨어지라 이거가?

- 이 가뭄에 오십만 환이 어디가.

- 자, 도장을 찍으세요.

- 아, 총무님.

- 예.

- 다음엔 개헌안에 서명하라 이겁니까.

- 개헌안은 소신껏들 하세요.

- 참말인겨?

- 그럼 소신껏 하셔야지 누가 국회의원을 강제로 시킵니까?

- 돈을 그냥 받아예?

- 하여간에 묵어놓고 보지.

- 사실 이 박사 아니고 누구 대통령할 사람 있는겨.

- 그럼 개헌안 찬성이시로군.

- 아, 아니예. 공기 돌아가는 거 좀 더 보고 결정합시데이.

- 자, 수표.

- 아하하하하. 살았데이.

- 가뭄에 단비라... 아하하하하하.

오십만 환씩 대부. 자유당원들은 오십만 환씩 받아들고 즐거워했습니다.

오늘날의 화폐로 따지면 오만 원이지만 그동안 물가가 상승했으니까

현재 돈 오십만 원 정도의 돈입니다.

(음악)

- 아니, 이자들이 장사판을 벌렸나! 오십만 환씩 주고 투표를 하겠다는 게야.

- 큰돈도 아니로구만.

- 돈 받고 표 찍기 시작하면 나라는 어찌 되나. 이런 버릇은 뿌리를 뽑아야지.

- 매수에, 공갈에, 회유에 말기 현상이지. 이제 두고 봐. 무슨 짓은 못하나.

- 안 되지. 국회 풍조가 이렇게 형성되다가는 나라 망해요. 하여간에 이번 개헌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해.

- 그렇게 초조할 것도 없을 것 같군.

- 초조할 것이 없다니? 곧 개헌안이 국회에 제안되는데.

- 통과가 문제지.

-음.

- 손님 오셨어요.

- 누구?

- 접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어이구, 이게 웬일이요?! 김두한 의원.

- 아, 마침 유석 선생님도 계셨구만요.

- 어서 와요. 자유당의원이 이런 데 와도 되나?

- 아이구, 속이 터져서 왔습니다.

- 응? 뭐야?

- 울화가 치밀어?

- 이놈의 자식들, 다 쓸어버릴까요?

- 누굴?

- 개헌이 뭡니까? 도대체. 것두 점잖게 하는 줄 알았더니 돈을 다 돌리고.

- 아, 그래. 오십만 환 안 받았어?

-선생님, 전 무식해도 정의가 뭔진 압니다.

- 아, 그래서. 무슨 일 저질렀나?

- 예. 장경근이 아구통을 날려버리고 오는 길입니다.

- 뭐야?!(둘 다)

- 그런 자식을 없애버려야 되겠더군요. 동경제국대학이 그런 놈 만드는 뎁니까!

- 아, 여기 와서 자유당 욕하지 말어. 그럼 못써요.

- 선생님, 두 분 선생님! 제가 오죽하면 집안 얘기를 여기 와서 하겠습니까? 개헌하면 안 되는 거죠. 개헌이라, 이 박사가 아무리 위대한 애국자지만 영구집권은 나쁜 거죠. 오늘 자유당 중앙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저도 마, 중앙위원회올습니다.

- 그, 그렇지.

- 장경근이가 들어와서 개헌안을 설명하더군요.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아,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는 차안에 부재한다 이런 내용올시다.

- 이봐!

- (마이크 음성 소리)아, 예.

- 이리 좀 와봐!

- (마이크 음성 소리)아, 왜요?

- 달려와 봐!

-음, 음.

(구두 발자국 소리)

- 아, 김 의원...

- 아, 아닙니다! 자,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봐. 난 무식해서 모르겠습니다.

차안에 부재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 아하하하하하, 이를 테면 종신제랑 마찬가지라 할 수 있디요.

- 그래?

김두한 의원의 얘기는 내일 계속해서 듣겠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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