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오늘 발표하려고 하는 것이야.
- 아, 예. 각하.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니까 의장인 자네를 불러 동의를 구하자는 것이야.
- 예.
- 읽어봐.
- 예.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국무위원 임명. 맨 먼저 이기붕의 눈에 띄인 글자는 내무장관 백한성. 백한성이 내무부장관에 유임을 한 것, 그 밖의 이름은 보이지도 않는다.]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다섯 장관을 갈았어. 이의있나?
- 예.
- 이의가 있어?
- 아니옳시다. 제가 어찌 감히 각하의 인사문제에 이의가 있겠습니까.
- 그러면 국회의 신임은 받을 수는 있겠군. 이대로 발표를 시켜야겠어. 아니, 자네 얼굴이 왜 그런가?
- 예?
- 이상하구만.
- 아니옳시다. 간밤에 잠을 좀 설쳤더니, 몸이.
- 건강에 유의해야해.
- 아니, 백 내무를 유임시켜 놓고 어떻게 신임을 받습니까?
- 힘이 들긴 좀 드는 구만요.
- 흠.
- 아, 왜 그러십니까? 의장 각하.
- 각하가 아니야.
- 아, 예. 그런데, 의장님께선 요샌 신경이 날카로우시군요. 하하하.
- 통과 시키겠어. 못 시키겠어.
- 솔직히 말씀드리면, 좀 어렵습니다.
- 왜?
- 지난번 선거때 경찰의 지원을 받은 사람이 100명도 채 안됩니다. 그 밖의 사람들은 백 내무한테 원한이 있습니다.
- 원한? 아니, 국사처리에 개인적인 원한이 무슨 상관인가? 별 국회의원들 다 보겠군. 흠. 맘대로들 하라그래.
- 저, 의장 각하.
- 각하가 아니라니까.
- 아, 춘장도 각하입니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이 총무, 우리가 알아서 통과시켜야지. 여기서 의장님께 힘들다고 말씀드리면 어떻게 하겠어요.
- 실제로 힘이듭니다. 우리당원 출신으로도 두 세사람만 장관시켜도 간단한데.
- 아니, 장관 임명을 내가 하나?
- 저, 의장 각하. 진정하세요. 내일 나오셔서 직접 사회만 보세요. 그 다음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소? 이 총무. 흠. 우린 나갑시다.
(음악)
- 거, 의장님 앞에서 자꾸 그러면 어떻게 하오.
- 난 모르겠소. 자신이 없으니, 없다고 했을 뿐이오.
-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드는게 의회 지도자의 본분 아닙니까?
- 그럼 어떻게 하란말이오? 신임투표도 또 암호투표 하잔 말이오? 가부를 쓰는 방법이 아니에요. 투표지에 가 자하고, 부 자하고 써 있는데, 한 쪽을 지우는 거에요. 이번엔 잉크 색깔을 다른 걸로 할까요?
- 아, 뭐 그것도 하나의 방법은 방법이지요.
- 먼저번 의장선거 때, 암호투표해서 망신당한 건 벌써 잊으셨소?
- 거, 이 총무. 꼭 야당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
- 나도 답답해서 그럽니다.
- 흠, 그러니까. 대책을 세웁시다. 흠. 우선 의원총회를 열어봅시다.
(음악)
- 여기, 딴 사람없지요? 신문기자 같은 사람 없지요?
- 없습니다. (사람들의 외침소리)
- 여러, 친애하는 의원들. 자유당 의원들. 내일 신임투표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모양인데, 우리당의 총재이신 이 대통령 각하께서 임명하신 12장관을 우리가 신임하는 거에요. 불만 없으시겠지요?
- 불만 있소.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 예. 말씀을 잘 하셨수다. 불만이 있을거에요. 그렇지요. 불만이 있으실거에요. 나도 사실 불만은 있습니다. 내무장관은 꼭 갈라고 야당이 날뛰는데, 거기 동조하실 의원 있으시지요?
- 동조가 아니에요.(사람들의 외침소리)
- 아, 예. 알겠습니다. 제말 들으세요. 먼저번 선거때, 고생하신 분 많지요. 경찰서장 잘 못 만나서 고생들 하셨지요? 참 미련하게 군 경찰서장들 많았지요. 고생한 분. 손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왜 못드세요? 그러나 있지요. 이렇게 합시다. 자기 선거구 경찰서장 기분 나쁜사람 있으면 적어냅시다. 마음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치우는 거에요. 원내총무님 한테 물어봅시다. 경찰서장 갈아달라면 갈아주시겠소? 못 갈아주시겠소?
- 그런 불만이 있으시다면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 거 보세요. 됐습니다. 그럼. 네. 거, 여러말 안하겠습니다. 내일 신임투표는 모두 부 자를 지웁시다. 그 전에 총무한테 경찰서장 문제는 각자 적어내시고, 이 박사 밑에서 우리가 애국을 하려면 그 어른 하시는 일은 도와드리는 것이지요. 불만있습니까? 없으시지요. 그럼 됐습니다.
[의원들은 말이 없었습니다.]
(음악)
[그리고 7월 2일 국회의사당.]
- 해공이 나서시겠소?
- 나서지.
- 그러면은 오늘은 연기 못하도록 따끔하게 얘기를 해요.
- 해야지.
- 조용히 해주세요. 제 15차 회의를 시작합니다.
[이기붕이 사회를 맡고, 의사국장이 국무원 임명에 관한 대통령의 통지가 낭독되고.]
- 오늘, 국무원 신임 결의의 건이 상정 되었는데, 국무원 조직이 완성되었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여러분께서 과거 몇일동안 많은 토의를 하셨습니다.
우리가 신임 결의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많이 토론됐는데, 아직 거기에 대해서 확실한 무슨 결론을 내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국회의원 여러분이 법률적으로 말씀하시고, 거기에 대해 확실한 무슨 안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이 헌법에 혹 미비한 점이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임을 여기서 표결하기로 작정했고, 또 국무원이 완성된 오늘날에 있어서는 이 일에 대해서 오늘 어떻게 해서든지 채택이 있어야 겠는데, 무슨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바랍니다.
아, 여기에 발언통지가 있습니다. 먼저 신익희 의원 나와서 말씀하세요.
(발소리)
- 에, 오늘 의장이 의사일정을 선포하면서 신임결의를 해야 옳은지, 안 옳은지. 아직도 자기는 완전한 단언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말씀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으로 말씀하면은 문제가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헌법이 완전하지 못하다고 하면은 민주국가의 헌법이 물론 조변석개
허락치 않지만은 언제나 완비하도록 수배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배가 되기전까지는 우리가 현행헌법을 준행해야 되리라 그말이에요. 우리가 현행헌법, 즉 유명한 발췌개헌안이라고 하는 것이 통과된 뒤로
본인 자신부터도 미안한 말입니다만은 민주국가의 헌법으로 완비된 헌법이라고 생각치 못합니다.
그렇지만은 현행되는 헌법인 만큼 이 헌법은 그대로 지켜야 될 것입니다. 지난 달 저와 오랫만에 총선거 후 최초의 국회가 열렸을때, 이 신임문제가
상정이 됐는데, 적법적으로 얘기해야 한다고 할 것 같으면 벌써 신임여부를 작정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은 갑론을박하고 의논이 구구했고, 말하자면은
시비가 분분해서 표리를 모르고 지내는 동안에 국무총리가 사표를냈고, 이 사표는 수리가 되고, 따라서 개별적으로 국무위원이 사직했다는 전문이
있더니, 내중에는 전체가 다 냈다고 그러니, 적어도 반 달이상 우리 국회로서는 헌법에 규정된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나무람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하여간에 이미 지나간 일이니 특별히 더 추궁은 안하겠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은 이 신임투표는 형식이나 전례사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 전국민이 앞으로 잘사느냐, 못사느냐 하는데에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일인 것만은 우리 의원동지들 여당이나 야당이나를 막론하고 다같이 심각하게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오늘 또 이 신임문제를 얘기 해야 하느냐, 옳으냐, 그르느냐 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신임할 이유가 무엇이냐, 신임 안한다면은 또 그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가치있는 의견을 발표하고 신임문제는 즉시 처리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생각에서 몇가지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이상이옳시다.
[의사당은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전 국회의장, 야당 지도자의 말에는 논리의 빈틈이 없었습니다.]
- 발표통지 순서에 의하여 김의준 의원. 나와서 말씀하세요.
- 취소하겠습니다.
- 그러면 원중돈 의원 나와서 말씀해주세요.
- 저도 취소합니다.
- 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왜 말을 못해?
- 그러면 유봉순 의원 말씀하세요.
(발소리)
- 소신껏 얘기 하오.
- 알았소.
- 이야, 참. 기가 죽을거 뭐 있어?
(음악)
(입력일 : 200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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