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다음은 보고사항입니다.
- 6월 30일 자로 대통령께서 국무위원 임명에 관해서 다음과 같은 통지가 있습니다. 단기 4287년 6월 30일. 대통령 이승만. 민의원 의장 이기붕 귀하. 국무위원 임명 통보의 건. 국무위원 여좌 임명 되었기 자에 통보하나이다. 기. 정부 인사발령 이중재. 국무위원에 임함. 재무장관에 보함. 조영순 국무위원에 임함, 법무장관에 보함.
[6월 28일. 변영태 국무총리에 대한 신임투표가 157표라는 압도적인 다수표로 가결되자, 그 이틀뒤인 30일에 이승만 대통령은 다섯 장관을 경질, 발령해서 국회에 통보했습니다.]
- 무슨 뜻이야? 열 두 장관이름을 다 적어 보낼 일이지, 다섯만 써서 보냈어. 나머지 일곱 장관은 어찌 한다는 게야? 바꾼다는 게야, 유임시킨다는 게야?
- 그 문제 우선 질문해야 겠군요.
- 해야지. 이 영감 도대체 장난을 쳐도 유만부득이지 어쩌자는 게야. 도대체.
- 자유당 측에서는 오늘도 또 신임투표를 연기할 작정일 모양입니다.
- 또? 아, 그건 안돼!
(음악)
- 그러면, 의사 일정에 따라 국무원 신임 결의에 관한 건 입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운영 위원장이 여기에 대한 의견이 있다고 해서 언권을 허락합니다.
[운영 위원장은 자유당의 박영출 의원.]
- 오늘 신임된 각료의 명단이 통지가 왔는데, 오늘 즉일로 신임 투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있어서 처음이고, 또 이 문제 자체가 각 파별로 논의될 점도 있다고 저희들은 생각하기 때문에 만일 원의로 허락하신다고 하면 오늘 본 회의를 이것으로 산해하고, 이어 각 파별로 충분한 토의를 해서 내일 표결하는 것이 어떨까. 본 운영 위원회에서 생각하는 바를 여러분에게 보고 올리는 바입니다.
- 동의하시오.
- 네. 만일 허락하신다면 동의를 말씀 드리고 싶은데, 허락하십니까?
- 네.
- 허락합니다.
(사람들의 소리침)
- 그러면 이 국무원 신임 결의에 관한 건은 내일로 하고 오늘은 산해할 것을 동의합니다.
- 제청합니다.
- 삼청합니다.
- 지금 내일로 미루자는 동의에 제청, 삼청이 있어서 이 동의는 성립됐습니다.
- 의장!
- 이철승 의원 말씀하세요.
(발소리)
- 우리는 벌써 근 1개월 가까이 되는 기간을 이 국무원 신임문제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참 우스운 입장에서 있습니다. 그야말로 맥이 풀려가지고 이 이상 더 지탱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또 산해해서 충분히 또 토의하자고 했습니까? 그러면 이 자리에서 토의를 합시다. 각 파 대표들이 토론도 하고 의견도 교환해 가지고, 내일 어떻게 하자는 것을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자리에서 각 파 대표들이 나와서 훌륭한 의사를 진술해서 좋은 의견을 종합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서 토의하자고 하는 것을 나는 개의하고 싶습니다.
- 개의 안돼요!
- 안됩니다.
- 안돼요.
(사람들의 외침소리)
- 그래요? 그러면 나는 의견만 말씀드리고 내려가겠습니다.
(발소리)
- 의장!
- 신보선 의원 말씀하세요.
(발소리)
- 아까 보고에 다섯 장관이 새로 임명되었다고 하는 그 통지만이 정부에서 왔다고 했는데, 그러면 나머지 장관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장관이 갈린다는 말도 없고, 또 혹은 이것으로서 끝났다는 말도 없으니까. 그 보고만 가지고는 국무원 조직이 완료 되었는지 안되는지 알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점에 대해서 의장께서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그러니까 새 국무원 조직이 어떻게 되는지 그 점을 좀 더 똑똑히 말씀해주시기를 요청하는 바 입니다.
(발소리)
- 지금 의장더러 답변을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 사회자로서는 거기에 대한 확연한 답변을 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로서 신중히 생각하는 것은 만일에 국무총리 제청으로서 각료를 다시 조직해서 국회에 통과할 때에는 우리 헌법에 의거해서 의례히 전원 각료 명부가 오늘 이자리에 보고되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제가 책임지고 답변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3대 국회가 개원한지 벌써 20일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무원 신임투표를 못하고 있습니다. 왜?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자유당이 뭐가 두려워 표결에 못 붙이는 것인가. 자유당의 고민.]
(음악)
- 아무래도 개각을 하는데, 의원들의 의견이 조금은 반영되야 겠습니다.
- 그건 이 총무 말씀이 옳습니다.
- 흠.
- 지금 공기로선 내무장관이 유임되면 신임이 안됩니다. 2/3를 확보할 자신이 없습니다.
- 당 소속 의원의 결속은 보내주는 걸로 맡아야지.
- 그러나 무조건 강요만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 총리는 그랬으니까, 됐고. 내무장관만 갈면 쉽기는 쉬울겁니다. 의장님께서 각하께 말씀드려보지 그러십니까?
-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오?
- 예?
- 장 의원이 들어가보지 그래요.
- 예? 제가요? 하하하. 제가 어떻게 각하의 조면을 간섭을 합니까?
- 난 간섭할 수 있소?
- 하하하.
- 내무장관도 그렇고 다른 장관도 마찬가집니다. 국사를 여당중심으로 해나가자는 것이 의견들이에요.
- 하여간에 들어가보기는 하겠는데, 의원들을 설득하는게 쉽지.
(음악)
- 백 내무장관이 뭐 어때?
- 각하께서 부리시는 사람을 저희들이 어찌 감히 뭐라할 수 있겠습니까만.
- 내가 알아.
- 예?
- 국회의원들이 정부 일은 좌지우지 해나가겠다는 뜻이지.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정부의 조각에 왜 일일이 간섭인가?
- 간섭은 천만 부당한 일인줄 아옵니다.
- 기붕이 자네가 대통령하고 국회의원들이 다 와서 장관을 해.
- 각하.
- 백 내무가 어떠하단 말인가. 청렴결백한 법관이오, 애국심이 있는 사람인 것이야.
-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왜 그래? 백 내무하고, 개인적으로 원한이 있나?
- 아니옳시다. 각하. 단지, 야당에서 이유가 백 내무를 미워해서.
- 야당?
- 예.
- 자유당이 현재 몇 석이야?
- 예. 원내 교섭단체에 들어있는 의원수가 136명 옳습니다.
- 2/3가 안되나?
- 됩니다.
- 그런데, 야당이 미워한다고 신임이 안되나?
- 예. 됩니다.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 비신스키를 아나?
- 예? 비신스키? 아, 예. 유엔에 나와있던 소련대표 말씀이옵니까?
- 아는구만, 자네가 비신스키처럼 되고 싶은가?
- 예? 제가 왜. 소련의 나쁜 사람이.
- 그만 나가봐.
- 예. 각하.
(음악)
- 하하하하하.
- 웃긴.
- 하하. 허엄.
- 내가 왜 비신스키인지.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얘길 해봐.
- 아, 예. 간단한 뜻입니다. 비신스키는 말씀이에요. 유엔에 나와서 다른 생각은 안했어요. 그저 한가지 생각만 했지요. 딱 한가지.
- 한가지 뭐?
- 미국대표 연설이 옳은지 그른지 듣는 것이 아니에요. 들을 필요도 없어요. 미국대표 의견이면 그저 무조건 반대. 알겠습니까? 미국대표 의견을 반대만 하는 게 일이에요.
- 흠.
- 하하하하. 무조건 반대만 하는 거지요. 반대, 그저 반대.
- 그러니까 내가 각하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를. 큰일인 걸.
- 하하하하. 각하께선 농담을 잘 하시니까.
- 농담일까?
- 그러믄요.
(음악)
[이런 상태. 이승만 앞에 가서는 눈치만 보는데도 힘이드는데, 어찌 개각에 참여할 수 있는가.]
(사람들의 소리침)
- 백 내무는 부정선거의 총 책임자가 아닌가 말이야. 경찰이 선거에 동원된 책임은 져야지. 내무만 갈려도 내 신임투표에 찬성표를 던지겠어.
[그것은 조병옥의 의견일 뿐아니라 자유당 공천을 못 받고 당선된 모든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 하여간에 7월 1일 국회에서 자유당은 일단 국무원 신임표결을 하루 더 늦추는데 까지 성공했습니다. 하루만이라도 늦추어 놓고.]
(음악)
(입력일 : 2009.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