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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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38화 - 국회의장 선출문제
38화
국회의장 선출문제
1970.11.11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지난 2일 경무대에 들어갔었지. 내가 민의원 의장에 출마할 사유를 말씀 드렸어. 그랬더니 이 박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난 의장 선거에 관계 없으니 좋도록 해보시오. 이러시는 거야. 나 국회의장 됩니다. 이 대통령께서 당신들 자유당 당선자들에게 뭐라고 합디까?

자유당이 수가 많다고 해서 국회를 제 마음대로 하거나 정부를 제 마음대로 움직일 거를 생각을 하면은 그것은 망상이오. 이러셨지.

[장택상이 민의원 의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의사를 발표합니다. 의장 선거에 출마란 있을 수도 없는 것인데도 장택상은 공공연히 출마의사를 표명한 것.]

- 날 지지하는 표는 야당이나 무소속 보다 당신들 자유당내부에 더 많아. 이 대통령은 의장선거에 누굴 지명하지도 않았어. 괜히 자유당 내부에서 자기가 지명이나 받은 듯이 뭐 그러는게 아니에요. 민주방식으로 가장 적임자를 뽑아야 해.

(음악)

- 흠.

- 걱정말아요. 마리아.

- 사실 미스터 리가 의장 되겠다는 것은 스스로 나선 것도 아닙니다. 모든 의원들이 미스터 리를 자꾸 떠받든 겁니다.

- 그렇겠지.

- 각하께서 국회를 흡족하게 보시도록 만들 의욕이 강한데.

- 마리아.

- 네, 사모님.

- 파파께서 정말 반대하시더래?

- 네. 자유당 간부들에게 이기붕이는 안돼. 건강이 안돼. 이러시더랍니다.

- 오, 난 잘 모르는 일인데. 미스터 리가 그렇게 건강이 나빠요?

- 신경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 아, 신경통.

- 신경통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병이에요. 뭐 병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겁니다. 사모님.

- 아, 그러면 파파께 미스터 리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겠구만.

- 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사진이에요?

- 네. 마침 그 이가 승마하는 모습의 사진이 있습니다.

- 오, 말을 잘 타는 구만. 미스터 리가.

- 네.

- 건강한 모습이군.

- 아, 네. 요새는 식사도 잘하고 잠도 잘자고.

- 좋아요. 파파를 만납시다.

- 아, 지금.

- 음.

- 고맙습니다. 꼭 좀. 잘 말씀 해주셔야 겠습니다.

- 각하, 어디계신가?

- 네. 뒤 뜰에 계십니다.

- 오, 나무를 찍으시나?

(문 여닫는 소리)

- 호호호호. 저 건강한 모습.

(나무 찍는 소리)

- 각하는 하늘이 점지하신 어른이십니다.

- 오오.

- 각하.

- 이게 누구야. 국회의장 부인이 왕림을 하셨구만. 하하하.

- 네?

- 미스터 리가 국회의장이 된다면서?

- 아니, 파파가 반대하셨다던데.

- 내가 언제?

- 마리아.

- 오. 네. 저, 어제 자유당 부장들이 들어오셨다가.

- 민주적으로 선출하라고 내 그랬지.

- 미스터 리의 건강이 약해서 안된다고 말씀 하셨다면서요?

- 그건 그랬어.

- 마리아는 그게 걱정이 되서 들어왔답니다.

- 흐흐흐. 국회의장 부인께서 너무 소심하시구만. 하하하하.

- 오.

(음악)

- 하하하하하. 그러면 그렇지요. 하하하하.

- 하하하하. 경무대에 다시 한 번 들어가요. 미스터 장.

- 그래야지요.

- 이번엔 부차장 다 끌고 들어가, 그래서 용기를 얻어요.

- 용기야 지금도 있지요. 흠.

- 그런데 미스터 장의 종씨가 옆에서 야단이라며?

- 제 종씨요? 아니, 우리 장가 누군데요?

- 모르시나?

- 아, 장택상씨요?

- 흠.

- 그 사람이 국회의장에 나선다고요? 흐흐흐. 그것이 뭐 우스운 소리 잘 하는 사람이니 괜히 한 마디 한거겠지요.

- 우스운 소리라니?

- 그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 아닙니까? 그건 염려 놓으세요.

- 방심하고 있다가 투표에 지면 어떻하지?

- 그러니까 누가 방심하나요?

- 자신이 있단 말이지?

- 예.

(음악)

- 아, 이 사람아 술이나 드세.

- 그래.

(술 따르는 소리)

- 흐흐흐흐.

- 왜?

- 흐흐. 자네가 이기붕이하고 경쟁하겠어?

- 해야지. 앞으로 국회가 이기붕이한테 좌지우지 당하게 내버려 둘순 없지 않느냐 말이야.

- 의장이라면 국회까지 좌지우지 하나? 해공, 의장 8년에 집 한칸 못 마련했어. 이번에 의장 안되면은 공관 내 놓고 갈데가 없어. 집이 없어.

- 셋방살이 해야지.

- 아니, 창랑. 자네 정말 이럴래? 해공을 공관에서 내쫒아서 집 없는 사람 만들테야?

- 내가 안 쫓아도 이기붕이가 쫓아.

- 사람들, 출세욕에 모두 버렸구만.

- 농담이 아니라.

- 농담이 아니지.

- 해공은 그러면 왜 가만히 있어. 나서서 운동을 하란 말이야. 세상이 달라졌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의장님 하십시오, 하고 모시던 때가 아니야.

- 아, 그래서 누구처럼 의장 입후보하란 말이야?

- 입후보 해야지.

- 아니, 국회의장도 입후보해서 투표하나? 왜들 이래. 해공 젊잖은 사람이야. 괜히들 이러지 말아요.

- 내가 뭘 어쩐다고 그러는 거야? 이기붕이 독주를 견제하자는 건데, 자유당이 이기붕이 손아귀에 드는 건 천하가 그 자의 손에 든다는 얘기야. 아, 그래. 앞으로 이 나라를 이기붕이한테 맡기고 가만히들 있겠어?

- 그러니까 자네 운동할 시간 있거든 해공 재선시킬 운동 하란 말이야.

- 해공이 싫다며?

- 운동이 싫지, 의장이 싫은가.

- 허허, 하하하하. 이건 혹 떼러 왔다가 붙이는 격이군. 자네 표 한장 얻으러 왔었어. 난.

- 왔다가 좋은 얘기 듣고 가게되지 뭐.

- 난 의장 해.

- 음. 말 안들면 할 수 없지.

- 자네들 표로 하는게 아니라, 자유당 표 가지고 할테야.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 장양아 나 좀 봐.

- 예.

- 흠. 아니 누가 국회의장 운동을 하나?

- 운동이라니요?

- 내 운동한다며?

- 본격적인 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 본격적이던, 비 본격적이던 의장 뽑는 일은 선거하고 달라요.

- 이기붕씨나 장택상씨 쪽에서 맹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나까지 그렇게 해야 되나. 의장이란 얘기는 입 밖에도 내지 말아. 의원들이 의논껏 해서 시키면 하는 거고, 안 시키면 안하는 게야. 운동이 뭐야. 알았어? 나를 망신시키지 마라.

- 예.

(음악)

- 이렇게, 손을 들어서 뽑으면 안되나?

- 그건 안되지요. 국회법에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게 되있으니까요.

- 그럼 다른 사람이름을 써 놓은들 어찌 아나?

- 하하하. 그럴리가 있습니까?

- 아니, 그럴리라니?

- 아, 여보.

- 당신은 좀 가만히 계세요. 요새 세상에 정치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어.

- 그러니까 배신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씀이지요?

- 있을 수 있지.

- 그거야 대비책이 다 있지요.

- 대비책? 어떤.

- 흠. 하여간에 사모님은 안심하세요.

- 우리 뜻대로 다 되게 되어 있어요.

- 아니, 정말이에요?

- 음.

- 사모님께선 만사 튼튼히 하자는 말씀인데,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하.

- 장택상이는 어찌 됐소?

- 그 사람은 뭐 문제 아니지요.

- 가서 한 마디 해줬나?

- 해주나 마나지요. 뭐.

- 늙은이들 세력하고 붙어서 자유당 표를 갉아 먹는 거 아니오?

- 갉아먹어 보라지요. 뭐.

- 흠. 문제도 안된다. 응?

- 예.

- 신익희는 가만히 있나?

- 힘 못쓰지요.

- 그래도 관록이 있는데.

- 관록가지고 되는 세상입니까?

- 하아, 그럼 이제부터 난 안심해도 될까?

- 그렇소. 이제 나가 보오.

- 흠. 미스터 장을 믿겠어요.

- 아, 예예. 고맙습니다.

- 아, 그럼.

- 흠.

(문 여닫는 소리)

- 흠, 이제 그 비결 좀.

- 예. 흠흠. 이거야 말로 비결이지요. 투표지에 이름을 써 놓는단 말씀입니다. 각자 다르게 쓴단 말씀이에요. 경기도는 이렇게 한문으로 내려서. 이기붕.

- 흠. 그리고.

- 충청도는 이렇게 이 자는 한문, 기 자는 언문으로, 붕 자는 한문. 아시겠습니까?

- 오, 그럼 어떤 도표인지 다 알 수가 있구만.

- 간단하지요. 하하하.

- 하하하하. 당신 머리는 귀신이야.

- 아. 예. 보통이지요 뭐. 하하.

- 하하하하.

(음악)

(입력일 : 200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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