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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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37화 - 자유당 무소속포섭
37화
자유당 무소속포섭
1970.11.10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이기붕씨는 안돼.

[그것이 누구의 말인가. 국회의장으로 이기붕을 내정해 놓고 아무리 왈가왈부 하면 뭘하는가. 이승만의 승낙이 곧 결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기붕의 참모들이 공손하게 말씀드리는데, 이승만은 한 마디로 이기붕이는 안된다는 것. 그렇다고 왜 안되느냐고 반문도 못합니다. 감히 누구의 앞인가.]

- 각하.

- 이기붕씨는 몸이 약해. 민주국회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몸이 강해야 해.

- 아, 예. 그렇습니다만.

- 좀 더 잘 결정해서 진실로 민주국회를 이끌어 나갈 사람을 뽑도록 해.

(음악)

- 아니, 진짜에요?

- 예. 제가 왜 속이겠습니까? 분명히 그렇게 말씀 하셨어요.

-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사실로 그 어른이 반대하시느냐 그거에요.

- 사실로.

- 그 양반 말씀은 해석을 잘 해야 되는 거에요. 반대로 말씀 하실 때가 많다 이 말이에요.

- 아, 아니야. 나도 그런 얘기 들었어. 그 어르신이 내 건강을 못 믿고 계시는 게야.

- 아, 당신 건강이 어때서요? 신경통 정도가 병이에요?

- 이거 큰일로군요.

- 큰일이 아니에요.

- 아니, 그럼. 사모님께선 각하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 흠.

- 국회의장이란 국회의원들이 선거하는 것이니까.

- 저, 하여간에 내가 들어가리다. 미스터 장.

- 예.

- 당분간 이 얘기는 없던 것으로 해주세요. 비밀이에요.

- 그럼요.

(음악)

[개원을 앞두고 흥미에 초점이 되는 것은 역시 누가 의장이 되느냐는 점. 자유당은 114석에다가 무소속을 포섭해서 130여 명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포섭하는 방법.]

- 그러니까 끝내 무소속으로 계시겠다는 얘기군요.

- 무소속이지. 자유당에서도 염치를 좀 알아야 돼.

- 염치요?

- 내가 당선 되는 게 뻔한 일인데, 공천도 안주고, 또 공천을 안했으면 그만이지 제명처분은 뭐야? 그리고 들입다 탄압을 해 놓고 나서, 이제 의석이 모자르니 또 들어오라? 염치를 알아야 돼.

- 아,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 여러말 할 것 없어. 난 하여간에 자유당엔 다신 안들어갈테니까.

- 하하. 김 의원님 좀 앉으시죠.

- 난 바쁘다니까.

- 그럼 할 수 없군요. 선거 소송 판결 좀.

- 뭐? 판결.

-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습니까? 김 의원님이야 정당하게 선거운동 하셨지만, 운동원들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막걸리 한 잔이라도 대접을 했으니, 향흥 아닙니까.

- 그래서. 내 당선을 취소시키겠다는 얘기인가?

- 하하. 글쎄요. 그야 판결이 나야 알겠지만은 선거 운동원들 좀 고생할 것 같습니다.

- 흠.

- 바쁘신데, 가보시죠.

- 이 봐요.

- 가 보세요.

- 흠.

[당선자에게 선거 소송이란 귀찮기 짝이 없는 것. 더군다나 관에서 선거법 위반을 수사한다는데, 어찌하는가.]

- 흠, 고려해 봅시다.

- 고려는 요. 들어오셔야죠. 하루라도 빨리.

- 흠.

[포섭책은 그렇게 치밀했습니다. 조금 강하게 나오는 경우에는 지방민들을 동원합니다.]

- 내 아들 어쨌소, 내 아들.

- 아이고, 흑흑.

-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말씀하세요.

- 여보, 이 의원. 의원 되신거 좋소. 그러나 의원 시키려고 온갖고생 다한 우리아들 무슨 죄 있소.

- 구속 당했습니까?

- 사흘 째, 갇혀서 면회도 안 시킵니다. 소문은 매 맞아 죽었을 거라는데.

- 흑흑.

- 설마, 그럴리야 있습니까.

- 아이고, 남의 일이라고.

- 남의 일입니까. 어디.

- 아, 그럼 뭐요? 내 며느리 끌고 서울에 온 보람이 이건가. 응? 이제, 내 아들은 죽었다. 며늘아. 가자.

- 예.

- 아아, 보세요.

- 흑흑.

- 이렇게 내려가시면 어떻해요. 대책을 세웁시다.

- 대책이라는 게 별 게있나.

- 경찰에서 뭐라고 합니까?

- 이 의원 자유당 반대해서 이런다고 합디다.

- 흠. 역시.

- 이 의원은 국회의원 되서 좋겠소, 자유당이든 무소속이든. 그러나 국회의원 만들어 준 우리 아들은 죽어도 좋고.

- 흑흑흑.

- 아, 흠.

(음악)

[그렇게 해서 하나씩, 하나씩 포섭한 것이 어느 새 130여 석. 당시 신문은.]

- (이 상태로 가면 거의 전 의석을 자유당이 지배할 추세이며.)

[이런 보도까지 했을 정도 였습니다. 자유당이 결정적으로 지배할 국회. 그리고 어느새 이기붕을 중심으로 재재 다사들이 결속된 자유당. 이기붕이 국회의장을 노린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 자유당 결속됐다지만은 이기붕이 의장 모두 찍을까?

- 뭐 찍겠지.

- 아니야. 자유당 의원들 얘기가 의장은 역시 해공 시켜야 되겠다는 거야.

- 나를? 난 전혀 생각이 없는 걸.

- 뭐 생각이 있고 없고, 이기붕씨 의장 노릇을 할 수 있을까?

- 하하. 하면 뭐 못하겠소.

- 흐흐흐. 이기붕씨가 의장이다. 여보, 해공. 우리 운동 합시다. 의장이야 해공이 해야지. 운동하면 가능하겠소.

- 아아아,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유석. 국회의장이 입후보 하는 법도 없어요. 호선으로 뽑는 건데, 운동을 하다니 원.

(문 두드리는 소리)

- 아, 예.

(문 여닫는 소리)

- 안녕하셨습니까.

- 아유, 어서와요. 이철승씨.

- 입당하러 왔겠지?

- 어휴, 아닙니다.

- 뭐, 쇼윈도우 어쩌고 하는 이론을 폈다고?

- 그 말씀 만은 말아주십시오.

- 관두지. 그런데 이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의장 말이야.

- 이기붕씨가 된다면서요?

- 그래서 가만히 있겠나?

- 가만히 있지, 그러면 어쩌나. 하하, 유석, 의장 얘긴 제발 좀.

- 그렇지 않아도 의장 문제 놓고 얘기들이 많은 모양이더군요. 창랑 선생 만났더니 의장하실 마음 있는 모양입니다.

- 뭐? 창랑이?

- 예. 해공 선생께서 포기 상태이시니, 대신 나서시겠다는 뜻이에요.

- 아, 쓸때 없는 소리 말라고 해.

- 자유당이 이미 2/3 이 이상을 차지했대요. 우리가 15석 가지고 아무리 공론해 봤자, 그야말로 공론이에요. 그 부의장은 어찌 된다던가?

- 아, 윤치영 선생을 아마 자유당 쪽에서 부의장으로 옹립하려고 했던 모양이에요.

- 아, 거부했을껄?

- 예.

- 그럼 누가 되나? 자유당에서 부의장 두 자리까지 독점 할 셈인가?

- 그럴 모양이에요.

- 흐흐. 다 차지하고 잘 해보라지.

- 이 사람들 정말 정신을 잃은 모양이야. 숫자만 많으면 제일이라고 그래. 젊은이.

- 예.

- 좀 투쟁을 해야해요. 일당백으로.

- 투지는 있습니다. 독재의 길을 막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음악)

[부의장 문제는 어찌 됐는가. 곽상훈씨의 증언을 들어보겠습니다.]

(음성 녹음)

- 곽 선생.

- 어떻게 여기 까지 오셨습니까.

- 부의장 맡으십시오.

- 뭐라고요?

- 우선은 누구한테도 말씀하시지 마시고, 아무말 말고 맡아 주십시오.

- 날 더러 자유당 들어오란 말씀이시오?

- 아, 아니옳시다. 부의장 한 자리 야당에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아시고, 전 갑니다.

(발소리)

(음악)

(입력일 :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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