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까놓고 얘기 해서 사실 이번 당선된 사람들 수준이 형편 없습니다.
- 학력이 낮단 말이군요.
- 예, 대학 제대로 나온 사람이 없지요.
- 하하. 그런 중에서도 여러분 처럼 제국대학을 나오시고, 일제시대 고문합격들을 하시고. 하하.
- 본인이 고문이기 보다도 너무 수준들이 낮아서요. 우리 자유당을 수준있는 당으로 키워가야 겠는데.
[서대문 경무대는 이제부터 형성 됩니다. 박 마리아와 이기붕을 둘러싼 체제다사. 최승주, 장경근, 한희석, 민태식, 이익훈]
- 하아, 그러니 여러분들이 자유당을 이끌어 나가셔야죠.
- 이 박사와 이기붕 선생님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야죠.
- 허, 그럼 어떻하나. 국회의장은 역시.
- 아, 그거야 이 선생님 하셔야 되고.
- 아하하. 우리 그 이가 자격이 있을까?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조건 의장 맡으시는 거에요. 안 그렇소. 여러분?
- 아, 그렇죠.
- 맡아야죠.
- 여부가 있습니까.
- 아하하하. 고마워요. 여러분.
[제 3대 국회. 자유당이 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 국회. 114명의 당선자를 내고도 만족 못하고 포섭 공작에 나선 자유당.
개헌선인 136명은 최소한도 확보해야 되는 자유당. 우선 당시 무소속으로 인천에서 3대 연속으로 당선된 곽상훈씨가 회고합니다.]
(음성 녹음)
- 자유당이 숫자는 많아도, 사실 질이야 형편 있습니까? 뭐 저도 인정하고, 물론 만송께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보안책을 쓰는 거지요. 서면 선생, 들어오십시오.
- 싫소.
- 아, 안들어 오시면 어떻하겠습니까? 이제 부터는 우리 국회도 정당 정치가 실현되지 않겠어요?
- 정당 정치는 좋지만, 자유당은 싫어.
- 아, 자유당의 수준을 높인다니까요. 서면 선생 같은 분이 들어오셔야 수준이 높아지지 않겠어요?
- 이기붕씨가 시킨다고 했소?
- 아, 예. 그렇지요.
- 이기붕씨가 이번에 의장 맡으신다고?
- 그렇지요.
- 이 박사는 뭐라고 그럽니까?
- 아, 뭐 대통령 각하께서야 그저 이 나라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잘 해나가라고 부탁이시지요.
- 민주주의? 아, 그러면 이 박사가 날 부르게 해지.
- 아, 그래도 자유당 총재가 이 박사시니까 직접 부르시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 이 박사가 나를 불러서. 자네 하자는 대로 하겠네, 각서를 쓰거나 신문에 공고하란 말이다. 그러면 내 입당하련다.
- 그러니까.
- 내 3선 의원으로서 자존심이 있단 말이다.
- 아, 그러니까 이렇게 모셔가고 또 국회 부의장으로 받들려고 그러지요.
- 부의장?
- 입당하시면 그 정도 대우는 해드려야지 저희들이 도리가 아니겠어요?
- 장 의원.
- 예.
- 난 개인 플레이 그만 하련다.
- 그래야지요.
- 여당이 뭐고, 야당이 뭐야. 나랏일 잘 하자고 있는 거 아니오?
- 그렇지요.
- 그런데, 자유당 그게 뭐야? 이 박사는 야당 사람들을 원수로 보고 있지 않느냐 말이오.
- 감정이 나쁘시지요?
- 이 박사와 야당 사람들이 원수진 이유가 뭐냔 말이다. 그 분을 싸고 도는 자유당 아첨배들 아닌가?
-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 아첨배들은 모든 죄 값을 야당에 미루지 않나 말이다.
- 흠. 그러니까 그 측근도 갈아 치워야지요. 이 만송 중심으로 자유당이 개편됐습니다.
- 민주주의를 하려하면, 독점하는 버릇부터 없애야 한다. 국회, 정부 의장은 물론, 분과 위원장 모두 여당이 독점 하려고 하지?
- 아, 그거야 표수 문제 아니겠어요?
- 표가 다인가? 여야가 뭐야? 백지 한장 차이 아닌가.
- 그렇지요. 여당이니 야당이니 족보가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래서 입당하시라는 거에요. 흠, 부의장 드리겠어요.
- 부의장도 그렇지. 나는 필요 없고, 야당사람 하나 시키란 말이오. 분과 위원장도 몇 시키고.
- 하아, 그렇게 하지요. 그럼 입당 하시는 거지요?
- 자유당 안 들어간다니까.
- 아, 그거 참 고집도.
- 나라 위해서 일 잘하시오. 나는 야에 있을 테니.
- 아아. 거 참.
(음악)
[자유당이 포섭 공작을 맹렬히 벌였다면 민국당 측도 마찬가지. 15석 가지고는 원내 교섭단체도 못 만들 형편.]
- 유진산, 윤재수, 이우출, 정상태, 이철승, 곽상훈 모두 우리와 의기투합은 될 껄.
- 아. 그런데 민국당에 들어오라고 하면은 고개를 져요.
- 그러나, 일단 접촉해서 타진해 봅시다.
- 한 가지, 미리 명확하게 해 둘것은 민국당 해체를 각오해야 겠다는 점입니다. 해체해서 신당만들 태세를 갖추고 포섭공작을 벌이라는 거에요.
- 왜, 해체니 신당결성이라고 하는 것은 다음 문제고. 우선은 입당 권고 하라니까.
- 합시다. 그럼. 거, 내가 누구 맡을까? 윤재수, 유진산 맡을까? 곽상훈, 장 면, 박순찬 다 접촉을 해 볼까요?
- 우선, 이번 당선자를 포섭합시다.
(음악)
- 들어와 이 동지.
- 싫습니다.
- 자네가 안들어오면 우리 민국당은 망해.
- 선생님 뜻을 거역하는 것은 괴롭습니다만 저는 순수하고 인기있는 야당을 하고 싶습니다.
- 민국당을 인기있는 당을 만들기 위해서 이철승 의원님을 모시자는 게 아닌가.
- 선생님. 민국당은 내용적으로 훌륭한 분들 많습니다. 언뜻보면 제가 쇼윈도우로 들겠습니다.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들이 있다고 봅시다.
민국당이란 가게가 있습니다.
- 거, 하필 가게로 비유하나.
- 가게 쇼윈도우를 보고 손님들이 들어오는데, 민국당이란 가게는 괜찮아 보이긴 보이는데, 그저 밖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가지,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는 말씀입니다.
- 쇼윈도우가 잘 못 됐다는 말이로군. 그래서 안들어오겠다.
- 예. 재야 세력이 총 집합한 가게를 하나 새로 꾸미고 싶습니다. 저는.
- 말은 역시 잘하는 군. 자네.
- 이제 행동도 보여드리겠습니다.
- 나하고 대결할 셈인가?
- 무슨 말씀을. 언제나 선생님 중심으로 야당은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 왜, 있는 집을 헐고 새 집만을 지으려고 그래. 돈 들고, 힘 들고.
- 그러나 낡은 집을 수리하느니, 차라리 헐어 버리고 새 집을 짓는게 낫습니다.
- 그럴까?
(음악)
- 나, 조병옥이.
- 아, 예.
- 윤 선생님 명성은 익히 들었소이다.
- 제가 진작 찾아뵈야 하는데요.
[윤재수를 찾아간 조병옥. 윤재수는 교육자로 있다가 김제 을구에서 출마, 첫 당선한 의원.]
- 민국당에 입당 시키러 왔소이다.
- 저를 요?
- 예.
- 그렇지 않아도 해공 선생께서 사람을 보내셨더라고요. 제가 거절을 했습니다.
- 왜?
- 민국당은 싫습니다.
- 자유당 가겠소?
- 자유당은 더 싫습니다.
- 들어와.
- 싫습니다. 그냥 무소속 하겠습니다.
- 자유당 개헌 해요. 이 박사 영구집권하는 개헌. 개헌 찬성할 건가. 유 선생?
- 절대 반대지요.
- 우리 민국당은 이 사실, 한 자리가 아쉽소. 들어오시오.
- 좀 더 관망해 봐야 겠습니다.
- 아, 지금은 죽어도 안되고?
- 예.
- 하하하하. 인정이 없으시구만. 남 사정 좀 봐주셔야지.
- 제 사정을 우선 봐주십시오. 저도 정치계에 뛰어 들자는데, 소신껏 한 번 해보겠습니다.
- 예끼, 인정 머리가 없소.
- 하하하. 죄송합니다.
- 술 하시나?
- 예.
- 그럼 한 잔 하러 갑시다.
- 지금요?
- 회유책 쓰자는 게 아니에요. 입당 얘긴 이 걸로 끝내고, 술 한잔 합시다.
- 좋습니다.
- 술 먹여서 강제로 도장을 찍을까보다.
- 하하하하.
- 웃지 말아. 인정 머리 없이.
- 하하하.
- 하하하하.
(음악)
- 두 분은 여기 계시지요.
- 아, 그럽시다.
- 저희들이 빨리 승낙을 받고 나오겠습니다.
- 음.
- 들어갑시다.
(발소리)
- 예.
- 예.
(문 여닫는 소리)
- 각하, 원내 자유당 대표로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 수고가 많아. 국회의장 때문이라지.
- 예.
- 이기붕씨를 시키겠다고?
- 예.
- 부의장은 누구?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최승주, 곽상훈 두 분 옳습니다.
- 곽상훈이 누구야?
- 예. 무소속으로 3선 된 사람 옳습니다.
- 이기붕씨는 안돼.
- 예?
(음악)
(입력일 :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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