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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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33화 - 3대국회의원선거 야당탄압
33화
3대국회의원선거 야당탄압
1970.11.06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누구만큼 나는 돈이 없습니다. 마이크 빌릴 돈이 없어서 이러고 다닙니다. 누구만큼도 힘도 없습니다. 발길로 차면 나가 주고, 때려도 가만히 있습니다. 누구만큼도 부하도 없습니다. 선거 포스터도 저 혼자서 안붙였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저한테는 꼭 한가지 있습니다. 애국심이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죽창에 삿갓쓰고, 지팡이를 지고 다니는 몸일 망정. 애국심 하나는 있습니다.

- 추풍령 고개 넘어오면서 나는 하나님과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너는 된다. 안 되면 어떻하겠느냐. 죽는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 그렇습니다. 이번에 만일 국회에 못 나가면 저는 죽는 수 밖에 없습니다. 죽어요. 이 김 아무개가.

[지금 생각해 보면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선거 전략들. 5.20 선거는 차라리 희극적인 사건이 많았던 선거 였습니다. 오늘은 5.20 선거의 특집. 선거운동 까지의 양상이 그 전번 1,2회 국회의원 선거와 어떻게 달랐느냐 하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5.20 선거는 정당의 공천제가 제일 먼저 나타난 선거 입니다.]

- 같은 당 사람이 여럿이 나와서 서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참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이다. 정당을 가진 몇 개의 정당이 제각기 공인한 후보자를 내새워서 선의의 경쟁을 하여, 의석을 다투는 것이 곧 민주 국회인 것이다.

[대통령 이승만이 총재인 자유당이 먼저 공천 작업을 해서 한 구역에 하나씩 내보내는. 민국당 역시 그 제도를 본따 공인 후보자를 내세웠습니다. 따라서 5.20 선거는 형식적 이나마 정당의 선거 공약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선거법과 달라서 그 때는 정당이 없는 무소속 인사도 입후보 할 수 있었으므로 어떤 구역에서는 20여명이 난립하는 곳도 있었으나, 그래도 1,2대 선거에 비해서는 그 수가 줄었습니다. 사실 1.2대 선거에는 왠만한 사람이면 모두 출마했었습니다. 신통한 직업 없고, 말 좀 잘하면은 다 한번쯤 출마해 봤었습니다. 그런데 정당의 공천제도가 생기면서 5.20 선거에는 그 입후보 난립 현상이 많이 감소된 것입니다.]

(음악)

- 5.20 선거는 다른 선거구에서도 모범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하였거니와.

[모범적인 부정선거라고 조병옥은 그의 회고록에 기록했습니다. 5.20 선거는 이 나라 선거사상 부정선거, 협잡선거라는 말이 적용되기 시작한 최초의 선거였습니다.]

(발소리)

- 아니, 한 명도 안 모였군.

- 예.

- 이 사람들 이건 너무 했군.

[선거 연설장에 한 명도 못나오게 막아버린 경기도 광주는 물론.]

- 경찰! 경찰! 경찰! 경찰 어디갔나! 경찰.

(사람들의 소리짖음)

[전국 곳곳에서 깡패들이 활약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거역사에 가장 큰 오점을 찍은 것은 역시 경찰의 선거 간섭이었습니다. 물론 1,2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도 다소간 경찰의 간섭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좌익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사찰과에서 의식적으로 탄압한 기록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3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경찰이 야당 전반을 탄압한 것입니다.]

- 그러니까, 이 부락에서 유진산이 표 하나가 나오면 이 부락에 공산당 한 명이 있다는 증거여! 유진산이 표 열 표가 나오면, 빨갱이 열 명이 있다는 증거요. 비밀투표라는 말을 다들 믿는 모양인데, 그거 다 쓸때 없는 소리여. 다 아는 수가 있으니까.

[이 정도는 그래도 협박에 그치는 거죠.]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이고, 제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 이 솔가지가 뭐야?

- 예? 불 때는 거 아닙니까?

- 누가 불을 마구 나무로 때랬어? 넌 산림법 위반이야!

- 아.

(수갑 채우는 소리)

- 가, 이 새끼야.

[곳곳에서 야당 운동원을 산림법 위반이다 뭐다 해서 잡아 가두었습니다. 경찰 서장이나 지서 주임들이 선거 계몽을 하러 마을을 다니면서 여당 후보를 지원했습니다. 자유당 공천 후보자가 자기 군 경찰 서장을 지명해서 데리고 내려간 경우도 많지만, 하여간에 경찰 서장은 여당 국회의원의 수족이었습니다. 충성도가 높은 광주의 허 모라는 서장은. 최인규를 위해 힘껏 민중을 탄압하고 나섰고.]

- 하하하하. 광주야 우리집 강아지를 내 보내도 당선은 문제 없지. 하하하.

(음악)

[웃음거리로 듣고 넘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당시의 경찰 문제였습니다. 치안을 담당해서 도둑을 잡아야 할 경찰이. 선거운동에 직접 뛰어든 것입니다. 국회의원 당선이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해도 경찰을 자기 선거운동에 끌어들인 이 역사는 1954년에 자유당이라는 정당의 죄악으로서 기록되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이철승씨의 말대로 5.20 선거는 순진하고 로맨틱한 선거 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운동원의 활약이 경찰에 의해 봉쇄되어 젊은 후보자 이철승은 직접 마이크를 메고 거리를 누비면서.]

- 신념은 굽힐 수 없다. 서른 세살 난 이철승이는 삼 세번째, 기호는 3번. 맑고, 밝고, 바른 선거를 위해 오늘도 여러분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신념은 굽힐 수 없습니다.

[젊음을 불태워 처음으로 당선된 이철승씨에게는 특히 5.20 선거가 로맨틱한 것으로 회상 되겠지만은 지나고 난 지금 생각해 보면은 그 때는 역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입니다.]

(음성 녹음)

- 아니, 늘씬하게 두들겨 맞고 병원에 입원한 대학생들을 소요죄로 되레 잡아 가둬? 매를 맞았으면 그 범인을 잡아야 할 거 아니야? 경찰은 때린 범인은 안 잡고, 매맞은 자들을 가두는 사람인가? 어?

(박수소리)

[순진한 경찰의 탄압에 의분을 토로해서 민중의 박수 갈채를 받을 수 있던 때 입니다.]

(음악)

[입후보자들의 선거 연설 또한 순진하던 때 입니다.]

- 자유당 공천이라 하는 것은 아무나 주는 것이 아니라, 이승만 박사께서 네가 꼭 될 사람이니, 나서 봐라. 등을 미뤄주는 사람입니다. 내 뒤에는 이승만 박사가 있다 이말입니다. 아, 자기 혼자 잘났다고 독불장군 모양으로 나선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단 말입니다.

(박수소리)

(음악)

- 그 사람, 돈 한푼도 없다는 구만.

- 아, 말해 뭣해. 포스터 해 찍을 돈이 없어 신문지로 써 붙였던데?

- 에이, 거 양심적인 사람이구만. 그랴. 찍어줘야 겠어.

- 아무렴.

[5.20 선거는 관권과 폭력은 난무했어도 금권은 별 활약을 못했던 선거 입니다. 물론 일부에서 돈을 뿌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돈을 뿌려 표를 매수하는 분쟁은 없었습니다. 돈 없는 것을 의식적으로 내세워서 양심적인 인물로 보이기 까지 했던 것입니다.]

(음악)

[5.20 선거는 또한 여촌야도는 없었던 선거입니다. 야당이라고 도시에서 유독 인기가 있던 시대는 아닙니다. 특히 민주국민당의 인기는 선거 결과가 증명하듯이 민중의 심금을 파고들기에는 너무나 약했었습니다.]

(음악)

[5.20 선거는 이승만의 자유당이 석권했던 선거. 관권과 폭력이 선거를 좌우했던 선거. 그러나 금권은 아직 힘을 발휘하기 전입니다. 이런 양상을 띄운채 5월 20일은 다가왔고, 투표.]

(입력일 : 200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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