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선거는 막바지에 이르러 5월17일. 이승만 대통령은 최후의 지도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 자유당에서는 모든 당원들이 민국의 복리만을 주장해서 자기들의 득실을 불게하고, 조례와 규칙대로 행하게 됨으로써, 총선거의 제도가 점점 발전되서, 이번 선거운동만 볼 지라도 많은 개량이 되어가는 것을 보며, 전국 자유당 모든 간부들과 당원들에게 전적으로 치하하는 바이다. 아직도 선거 날짜가 몇 일 남았으므로 통괄적으로 말하기는 이르다 하겠으나, 오늘 경과로만 볼 지라도 우선 각 단체에 입후보자의 난립문제가 많이 해결됐으며, 또 입후보자들이 도처에 연회를 열어 술을 먹이며, 오락을 통해서 난잡한 행동을 하는 것이 지금 많이 감소 됐으며, 민심을 사다가 투표를 얻으려는 것이 지금은 많이 감소 되었고.
(종이 넘기는 소리)
- 민심을 돈으로 얻으려는 것도 전 보다는 많이 감삭 되었고.
(종이 넘기는 소리)
- 그래, 그건 옳은 말씀이야. 그러나, 몽둥이를 써서 야당을 때리고, 경찰이 나서서 선거를 하는 것이 신기원을 이루웠고, 알았어?
(음악)
- 네. 딴 얘기는 않고, 꼭 한마디만 하겠소. 뭣이냐. 야당이라는 사람들. 여기 여러분 계시지만 자유당을 대고 막 욕을 하는데, 자유당 총재가 누군가를 알고, 욕을 했으면 좋겠어. 이승만 박사여! 이승만 박사! 그럼, 나는 누구냐. 이승만 박사께서 자네는 국회의원 자격이 있으니, 또 꼭 될만하니, 입후보 해보라. 그래서 공천이란 걸 줘서 나가보라 해서 나온거요. 나 혼자 잘났다고 생각해서 나선 놈 아니요.
(박수소리)
- 그러니까 과대망상증. 나 혼자 잘났다 생각해서 입후보 등록한 놈 아니요. 이 대통령께서 지명해주셨다 이거야!
(박수소리)
[일부 지식층을 빼놓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승만의 인기는 아직 신성불가침 으로 남아 있을 때 입니다. 자유당 입후보자들은 이승만이란 이름을 그렇게 잘 활용했습니다.]
- 헤엠.
- 자, 술. 술들 들으시오.
- 예예.
(사람들의 소란스럼과 술 따르는 소리)
- 거, 누구누구 해도 대한민국에 이승만 박사 빼곤 누가 있는가.
- 암, 인물은 인물이지요.
- 에, 이 박사께서 이 군에서는 자네 밖에 없으니까 나가보게. 하고 우리 신 선생을 밀어주시고 있지 않은가. 그 말이여.
- 아. 그러니까 이 박사가 미는 사람이로구만.
- 아, 여태 그것도 몰랐는가. 그러니까 그 야당 놈들이 나쁘다 이거야. 응? 입은 삐뚫어 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하는 거야. 아, 자유당 공천이 그렇게 쉬운건가? 저희들은 땅 재주 백 번을 넘어보드라고. 어? 자유당 공천 하나 따는 가.
- 아. 그렇겠구만. 그랴.
- 자자자, 술 좀 드시오. 응? 술은 많으니까.
- 예예.
(음악)
- 내 나라가 염려 된다는 것이 다른게 아니고, 이 사람들이 이 박사를 비난하고 있으니, 아, 그러면 어쩌란 말이오. 이 박사는 그래도 반공투쟁의 아버지 아닌가. 이 마을에 좌익이 많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공산당으로 몰릴까. 이 박사 반대하는 놈. 공산당 밖에 더 있나 말이다.
(사람들의 소란스럼)
- 여러 생각할 거 없어. 자유당 찍는 거다. 아, 오명을 씻어야 될거 아니냐. 이 마을에 아직 공산당 있나? 없지? 없다면 그 증거를 보여야지. 도대체가 시끄러운 거 안 싫나? 좋고 나쁘고 없어. 자유당 찍는 거다. 알았나?
- 예예.(여러 사람들의 말)
(음악)
- 하하하. 여긴 한 사람도 안 모였군.
- 운주면이라고, 여기가 제일 심하게 당한 곳입니다.
- 저, 집안에 들은 사람이 살겠지? 마이크 이리 줘. 온 김에 인사나 하고 가야지.
- 예. 도대체 이런. 흠.
(마이크 연결하는 소리)
- 아, 아아. 운주면 유권자 여러분. 신익희 의장께서 오셨습니다.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 이리줘.
(마이크 소리)
-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선거가 내일 모레로 다가 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드리고 있는 중이 옳시다. 아까 오전에는 돌마면에 들렀었는데, 꼭 다섯분이 나오셨습니다. 마침 선거 시찰차 왔던, 유엔 호주대표 한 분이 왠일이냐고 놀라서 물읍디다. 나는 허허 웃고 있었더니, 그 호주 양반은 선거 위원장에게 또 물읍디다. 선거 위원장께서 대답하기를 자기는 알 수가 없다고 그러더군요. 그 호주 양반은 사진을 찍고 갔는데, 여기에 안 온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돌마면에서는 다섯 분의 청중이 모였으니, 다행 아닙니까? 하여간에 온 김에 여러 운주면 주민께 인사나 드리고 가겠습니다. 신익희가 국회의원 안되는 것은 좋습니다. 하나도 섭섭치가 않아요. 그런데, 이거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깨져 나가는 것은 큰 일이로군요. 삼십 년 동안 저는 조국을 떠나서 중국땅을 헤맸습니다. 여러분들 국내에서 고생하신 것 처럼. 저는 별별 고생을 다 했어요. 그 고생을 해 나가면서도 언제고 조국이 독립이 되겠지. 민주정부가 수립이 되겠지. 생각을 하면 고팠던 배도 저절로 불러지는 듯 했어요. 그래, 참. 천만 뜻밖에도 이국땅에 묻히지 않고 돌아왔는데, 남북이 갈려서 북쪽은 공산당이 휘어 잡았고, 남쪽 만이라도 민주국가 건설한다고, 아쉬운대로 기뻐했어요. 공산당 놈들이 쳐내려와서 고생도 많았고, 또 죽은 사람은 좀 많습니까. 그러나 전쟁이 끝났는데, 이 것이 어찌된 영문인지 민주선거를 못하고 있는 거에요. 민주주의란 선거가 공정해야 되는 것인데, 이게 깨질려고 한단 말씀이에요. 철없는 사람들이에요!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나라인데, 민주주의를 깨려고 합니까! 나 오는게 한 숨 뿐이옳시다.
- 아니.
- 옵니다. 와요.
- 의장님.
- 아니.
- 해공 선생님.
(여러 사람들의 말 소리)
- 여러분들, 어찌 하시려고.
- 이런 법이 없습니다. 이런 법이 없어요.
(여러 사람들의 말 소리)
(음악)
(발소리)
- 서장 어디갔나.
- 예. 지금 안계십니다.
- 어디갔어?
- 글쎄.
- 도장 받으러 나갔나? 이 사람들. 경찰이 하는 짓이 이게 뭐야. 왜 투표소를 경찰이 지키느냐 말이야!
[대구. 경찰당국에서는 선거당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투표소 내에 경찰관을 배치하려는 공작을 꾸몄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법 56조에 의해 투표구 선거위원장이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에 요청을 하면은 투표소에 경찰관을 파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거꾸로 경찰서 측에서 각 투표 선거위원장에 요청서를 만들어서 도장을 받고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 국회의원 선거법 56조는 투표소에 질서유지가 어려울 때에 경찰관의 파견을 요청하는 것인데, 아니, 투표가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 벌써 어떻게 알아. 경찰관이 투표소에 눈 딱 뜨고 서 있겠다는 수작이지. 위협하겠다는 수작이 아닌가 말이야.
- 아, 그런 것이 아니라요. 만약에 혼란이 오면, 그 때 대처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 이것 봐요. 서장. 나한테 그런 소리 하면 되나. 경무국장때, 나도 선거 치뤄봤어. 내 지시 받아봤겠지.
- 예. 그 때도 경찰관이었습니다.
- 경찰은 투표소에 얼씬도 못하게 해야 돼. 누가 시켰는지는 모르지만은 나 이 얘기 여론화 하겠어. 즉각 중지 안하면 당신에게 해로워요.
- 저, 제 처지를 이해해 주십시오. 박사님.
- 그리고, 저, 내가 협박하는 게 아닐세. 그러나 이번 일은 즉각 중지를 해요. 알았지?
(음악)
- 잘 부탁합니다. 공사는 내일 부터 시작해 드리리다.
- 아, 아이고 고맙습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
- 자, 가세.
- 예.
(발소리)
- 편히들 들려 가세요.
- 고생들이 많아요.
- 선생님. 이젠 돌아가셔야죠.
- 아니야. 아직 기운이 있어.
- 피난민 들이 아주 좋아하는 군요.
- 저 사람들. 나를 찍을까?
- 찍겠죠. 뭐.
- 흠. 찍을 거 같애. 모두들 억누르고 때려 부수고 하면서 자신을 가지고 있지. 대구에선 굉장한
모양이더구만.
- 네. 야당을 꼼짝 못하게 한다더군요.
- 꼼짝 못해? 훗. 이 선생이나 배 선생. 그 젊잖은 양반들 그런다고 당선 될까? 민중이 탄압 한다고 꼼짝 못할까? 대구는 야당세가 강한 도시인데, 서울은 어떤가? 서울 사람들이 탄합한다고 고분고분 따라올까? 오히려 반발할 껄. 반발. 내가 현명할거야. 고생하더라도 이러는 게 현명할꺼야. 나는 당선될 껄. 당선될 껄.
(음악)
(입력일 :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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