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민중과 접근하는 것을 막습니다.
- 그리고.
- 선거 운동원들은 못 움직이게 하는 겁니다.
- 어떻게.
- 그저 경찰이 트집잡아서 입건해 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 소문이 날 텐데.
- 경찰 아니면 안됩니까?
- 아, 이정재씨. 그러면은 당신들이 맡아 주시겠어요?
- 제 아이들. 어떻게 풀어 봅죠.
- 소문이 안나게 될 수 있을까.
- 그럼요. 누가 시켰는지 모르게 해야죠.
[박 마리아, 최인규, 그리고 이정재.]
- 눈치야 채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그만 아닙니까.
- 요는 경찰이 문제 입죠. 경찰이 협조를 해 줘야 되는 일이 옳습니다.
- 경찰은 염려 말아요. 그러면 이정재씨. 그리고 최인규씨. 그 이를 만나 봅시다. 이 작전을 얘기해 봅시다. 요새는 어떻게 의기소침해 있는지.
- 뭐야?
- 이 두분이 나서 주신다면 일은 아주 간단히 해결될 거에요. 잃어버렸던 용기가 저절로 솟아 오르는 듯 해요.
- 미스터 최는 자기 선거구를 이렇게 떠나 있으면 어떻하나.
- 네. 제 선거보다 선생님께서 우선 당선이 되셔야죠.
- 흠. 광주에는 자신 있고.
- 그야 뭐, 될 겁니다.
- 선거운동을 당신처럼 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전국을 다 둘러봐도 당신처럼 어리숙하게 하는 자유당 입후보자는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완전히 제압을 하는 거에요.
- 옳으신 말씀.
- 그렇습죠. 싸움에선 무엇 보다도 기를 꽉 꺾어 놓는 겁죠. 기를 꺾어 놔야 이길 수 있는 거 옳습니다.
- 아, 그러니까 여기, 내가 구상한 작전이에요.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여기 좀 보세요.
- 아. 난 좀 피곤한 걸.
- 아니, 지금 피곤하시다고 누우시면 어떻하죠?
- 여러분, 미스터 최, 그리고 미스터 리. 고마워요. 뜻은. 그만들 가 줘.
- 아, 여보.
- 내 나중에 다시 연락을 하지.
- 예. 언제든지 부르십시오. 얘들 대기시켜 놓고 있겠습니다.
- 전, 내일 까지 서울에 있겠습니다.
- 가봐요.
- 네. 그럼.
- 네. 그럼.
(문 여닫는 소리)
- 잘 들가요.
- 네. 안녕히.
- 네. 안녕히 계십시오.
- 아휴, 이제 살았다. 여보. 여보! 잠 들었수 벌써? 여보?
- 음.
- 이러다가 당신 떨어져요. 진짜.
- 할 수 없지.
- 아, 이이가 정말 누구 화를 돋구나! 아니, 이 단계에서 주저 앉아요?
- 난, 선거에 소질이 없나봐.
- 아니.
- 우선 연설을 잘 해서 유권자들을 매혹시켜야 하는데, 말이 통 안돼.
- 아, 그럼 말 잘하는 사람만 당선 되나요?
- 그래도 나 처럼 이래서야.
- 그래서, 진짜 주저 앉겠다는 말이오? 이이가 정말 사람 약을 올리네. 이럴꺼 같으면 왜 내가 국회의원 나선다고 했을 때, 막았죠? 남의 앞길 까지 막아 놓고 나서 이러기에요?
- 흠.
- 아.
- 그 서류 좀 줘 보시오.
- 보실려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서류랄 것도 없어요. 최인규, 이정재 그 사람들 얘기 듣고 작전 계획을 대강 세운건데.
- 음.
- 당신 마음이 안내키시죠?
- 응. 아무래도.
- 그럴줄 알았어. 이리줘요.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당신은 가만히 계시오. 피곤한데, 내가 할게요.
- 아, 아니야. 내가 해야지. 그거 줘.
- 마음이 안내킨다며, 피곤하다며요?
- 아, 그래도 내가 해야지. 이리.
- 흠. 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운동원들의 활동을 봉쇄하는 방법. 이정재가 맡아서.
- 때려부수고, 잠적해 버리는 방법이죠.
- 음. 알았어.
(음악)
(물 소리)
- 자 술 들게.
- 괜..괜찮습니다.
- 들어.
- 예.
(술 잔 소리)
- 흠. 자네, 주먹만 가지고 했나?
- 예에예?
- 오늘의 자릴. 주먹만 가지고 차지했어? 깡패 두목, 주먹만 세면 할 수 있나?
- 예. 뭐, 주먹도 주먹이지만 통솔력이 있어야 합죠.
- 주먹만 가지곤 안되지?
- 예.
- 그러면 이군.
- 예.
- 내 선거에 간섭을 말게.
- 예? 제가 언제 간섭을.
- 그러니까, 도와 준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 아, 예. 그런데. 사모님께서 부르셔서.
- 나, 최인규도 자기 선거구에 내려 보냈네. 그 사람은 지독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양이더군.
- 해공이 나가 떨어지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 해공이 질까?
- 아, 손발 다 묶어 놨는데, 그 분이라고 별 수 있습니까?
- 아, 이 사람아. 선거가 싸움인가? 주먹 싸움이야?
- 마찬가지 아닙니까?
- 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자, 술들게. 그리고 우리 마누라 한텐.
- 네네. 사모님께는.
- 현재 맹활약하고 있다고 그래 줘.
- 흠. 네.
(음악)
(사람들 웅성거림)
- 어휴, 애기가 많습니다. 그려.
- 예, 육남매 옳습니다.
- 살기가 어렵죠.
- 예. 그저 뭐.
- 솔직히 말씀 드려요. 하루 한끼도 못 먹는 처지 아니오?
- 아, 저리 비키지 못해? 이 여편네가 재수 없게 시리.
- 네.
- 흠.
- 부인을 아주 잘 다루는 군요.
- 세상일도 안되는데, 여편네까지 짹짹 거리면 살 수 있습니까?
- 흠. 내가 이번에 국회의원 나섰다고 해서가 아니라 우리구에 못사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 판자촌 다 그렇죠. 뭐.
- 잘 살게 해드려야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그것 뿐입니다. 저 우선 공동변소. 내일 부터 시작해 드리겠습니다.
- 아, 고맙습니다.
- 내가 하는 일이 그것 뿐이라니까요. 내가 뭐 연설을 잘 합니까.
- 하하하. 저도 연설하시는 거 뵜는데, 잘 못하시더군요. 그 김산씨는 아주 잘 하시던데. 그러나 뭐 말 잘하면 뭐 합니까?
- 아, 자자 그런 얘기 하는게 아니에요. 그 분도 아주 훌륭한 분이십니다.
- 아, 예.
- 그럼, 공사는 내일부터 시작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예예.
- 아, 저, 기호는 1번인데.
- 아, 이봐.
- 네네.
- 그냥 가.
- 흠.
- 안녕히 계십시오.
- 예. 감사합니다.
(발소리)
- 기호 얘긴 하지 말라니까.
- 그러나.
- 글쎄, 자네.
- 알겠습니다.
- 흠. 변소가 없어서 길이 더러운 저런 마을을 그냥 둘 수는 없어요. 내가 국회의원 안되더라도 저 사람들 생활을 개선시켜 놔야 해. 내 다행히 힘이 있으니, 내일 공사 곧 시작하도록 해.
- 네.
- 다음 갈 데는?
- 네. 저 꼭대깁니다.
- 음. 올라가야지.
(발소리)
- 힘이 드실텐데.
- 매일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는데, 아, 겨울엔 미끄러워서 여자나 노인네들은 힘들겠군.
(발소리)
- 흠.
(음악)
- 오, 마리아.
- 각하. 오랫동안 못 뵜습니다.
- 선거운동이 바빴답니다.
- 마리아까지 선거운동하나?
- 오, 제 남편의 일이니까요.
- 그런데, 참, 미스터 리가 당선은 자신이 있나?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벌써, 이긴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 아니야.
- 예? 파파. 그게 무슨 말씀.
- 각하, 무슨 보고가 올라왔습니까?
- 상대편이 인기를 더 많이 끌고 있다는 보고 같애.
- 그럴리가 있나.
- 아니, 하여간에 미스터 리는 좀 더 노력을 해야해. 마리아도.
- 네. 각하.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습니다.
- 하하하하. 노력을 해야지.
(음악)
- 여보, 여보. 각하께 올리는 보고서는 정확하다고 그러던데, 큰 일 났어요. 큰 일.
- 큰 일은.
- 여보. 당신이 떨어진단 말이야.
- 떨어지긴. 투표를 해봐야 알지.
- 글쎄, 보고서가.
- 아, 당신 작전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 염려 말아요.
- 흠.
- 인기는 곧 만회될거야.
- 정말, 내 계획대로 하고 있소? 그런데, 아직도 김산이의 연설회엔 사람이 메워진답니다.
- 아니야, 요샌 안 그래.
- 아, 돈 필요 하오? 나 한테 천만원 쯤 더 여유 있어요. 갔다가 쓰세요.
- 음. 고맙소.
- 오, 근데. 왜 기운이 없어요? 응?
- 돌아다니느라고 힘이 좀 드는군. 괜찮아. 내가 당선 될거야.
- 어머, 자신을 얻었소. 이젠?
- 응.
- 흠.
[이기붕의 선거전략은 다른 자유당 후보들과 달랐습니다. 폭력을 쓰지 않았습니다. 차근차근히 표를 쥔 유권자들을 포섭해 갔습니다. 그리하여 상대방은 자기의 승리로 알고 방심했습니다.]
- 대세는 이제 움직일 수 없지?
- 아, 그러믄요. 이제 됐습니다. 마음 놓으십시오.
[이런 상대방의 방심을 낳았고, 오히려]
- 하하하하. 문제 없습니다. 최 선생님. 서울에 가 계십시오. 하하하.
- 하하하.
[이렇게 최인규가 방심하고 있는 사이.]
- 민주주의란 것은 토론을 마음대로 하는 제도 옳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마음대로 하고,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장점이에요.
[신익희의 민주주의 해설같은 연설을 숨어서 듣는 광주의 유권자들은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폭력을 난무시켜 분위기를 제압시켰다고 생각한 대구의 이갑성, 배은희의 선거운동.]
- 뭐야? 이게 선거야? 주먹 세면 다야? 아, 그럼 아예 주먹 쓰는 사람끼리 입후보해서 싸움을 해봐요! 거기서 젤 센놈 골라서 국회에 보내라 이거야! 그래서 나라일도 주먹으로 하고, 외교도 주먹으로 하고, 다 해봐! 거 정말 이러는 거 아니에요!
(박수소리)
(음악)
(입력일 : 200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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