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문지 펼치는 소리)
- 어, 이게 무슨 소리야?
- 신문에 뭐 났수?
- 아, 가만있어. 아니 이런.
- 아니 뭔데요? 자유당 민국이 공인한 공산당. 아니 누가 그랬어?
- 이거봐? 바로 자유당 후보가 그랬어.
- 아니 자유당 후보가 자기 당이 공산당이라 그랬어? 아니 그럼 자유당이 공산당인가?
- 그, 그럴리가 있나?
- 아이고 참.
- 아니, 이런.
[자유당은 민국의 공인한 공산당. 충청남도 부여 갑구 자유당 공천 후보자 한광석이 한 발언. 부여군 굴엽면 입후보자들의 합동 정견 발표회장. 기호 1번인 한광석 후보가 맨 먼저 연설하는중.]
- 에, 노동자 농민을 위하는것이 공산당이라 하고 여러분들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 농민을 위한 당이란 공산당 뿐이냐? 자유당이 있다 이 말이에요. 자유당은 노동자 농민을 위해서 만든 당이에요, 공산당과 똑같이 노동자 농민을 위한 당이에요.
(사람들 웅얼소리)
- 여러분, 내 말은 자유당이 여러 노동자 농민의 정당이다 이 말씀이에요.
(사람들 웅얼소리)
(음악)
[그 입후보자는 그러면은 공산당이란 말인가? 아니면은 정신병자였는가? 적어도 얻기 힘든 자유당 공천을 얻어 입후보한 사람.
그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자 신문은 압수되고, 기사를 보낸 지국장은 경찰에 구속까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연설을 들은 일이 없다는 청취서를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삼천여 청중앞에서 공언한 말을 어찌 부인할수만 있는가?
그런 연설을 하게 된 내막을 살펴보면은 또한 우리를 서글프게 해줍니다.
부여군 굴엽면이라면은 좌익 세력이 뿌리 박혀있던 고장입니다. 해방 직후에 철없는 청년들이 공산당으로 나섰었고,
6.25 때에는 부역한자가 제일 많이 나왔고, 빨치산 두목도 굴엽면에 숨어 있다가 체포되었을 정도로 그 고장은 불운한 촌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5.20 선거를 치를 무렵. 굴엽면 소재지에만 100여호의 가구가 있었습니다. 그들도 한표를 가진 유권자.
자유당 공천 후보자 한씨는 부여에서 반공청년단체에 지도자로 있었던 사람. 그래서 굴엽면민의 동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굴엽면의 표를 얻자, 그러려면은 어찌 해야되는가? 한표가 아쉬운 선거 종반기.
그리하여 이 다급한 자유당 공천 후보자는 굴엽면민에게 매혹적인 연설을 한답시고, 그런 망언을 뱉었던 것입니다. 망언.]
(음악)
[자유당이라 해서 조직이 철저했던 정당이 아니었을 때 입니다. 조직력으로 대중에게 파고드는 기술을 아직은 모르고 있을 때입니다.
따라서 경찰조직이 선거에 직접 동원된 선거가 5.20 선거였습니다. 그만큼 어느 의미로는 순진했던 선거였습니다.
아직도 유권자 앞에서의 연설이 표의 향배를 좌우하던 시절. 부여에서의 입후보자가 그런 망언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지만은 그와 비슷한 예로서
서대문 을구도 들수 있습니다. 서대문 을구라면은 자유당의 이기붕과 민국당의 김산 이 대결한 선거구.
여촌야독. 즉 야당이 도시를 무조건 석권하던 때가 아직 아닙니다. 야당인 민국당이라해서 인기가 있던 때 도 아닙니다.
도시에서는 인물본의로 인기가 좌우되었다고도 할 수도 있던 때입니다. 이기붕이라면은 일찍이 서울시장을 지녔고,
국방장관시절에는 국민반의군 사건을 국민이 납득할만큼 석연하게 해결 지었던 인물.
그리고 김산은 원래 경기도 양주가 선거구로서 1대, 2대 모두 거기에서 낙선되고 이제 서대문 을구에 처음 나선 인물.
안산 국민학교에서의 합동 정견발표회. 기호는 이기붕이 1번, 김산이 3번.]
- 나는 평생에 남의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 옳습니다만,
에 여기 계시는 민국당 김산 씨가 말씀하시기를 이 나라에 애국자가 하나도 없다,
이러셨다는 말씀이에요. 대한민국에 애국자가 없다니,
애국자는 그럼 어디 있습니까? 북쪽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왜 애국자가 대한민국에 없습니까?
(사람들 환호소리)
- 다른 분 예를 들거없이, 제가 존경하고 모시는 이승만 대통령도 그럼 애국자가 아니란 말씀인가요? 그 분이야 말로 평생 애국하는 데에 바쳐오신 분 아닙니까?
(사람들 환호소리)
[우선 당사자인 김산 씨의 증언을 들어보십시다.]
(음성 녹음)
- 이기붕씨께서 지금 제 얘기를 하신거 같은데, 그게 무슨 말씀인지 우선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대한민국에는 애국자가 없다고 얘기했다 이 말씀인데.
나는 김구선생, 신익희 선생을 애국자라고 늘 얘기하는 사람 옳시다. 이승만 박사도 그래요.
나도 이승만 박사 애국자라고 늘 얘기해요. 애국자에요. 이 박사도.
그리고 여기 계신 이기붕씨도 애국자라고 스스로 생각하셨으니까 나라 일을 맡겠다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것 아닙니까?
저도 그래요, 내 나름대로는 스스로 애국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여러분께 표 찍어달라고 부탁드리는것 아닙니까?
아니, 대한민국 국민치고 나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남한 인구만 해도 삼천만이 가까운데,
그러면은 삼천만 가까운 인구가 모두 이완용이라는 말입니까?
(사람들 박수소리)
- 죄송한 얘기 옳습니다만, 이기붕씨가 무슨 마음을 먹고 그런 터무니없는 중상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이기붕씨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박수소리)
- 도대체 달방 사람들, 요새 선거하는 꼬락서니가 대먹지 않았어요. 자기 반대파 야당이면 무조건 공산당으로 모는 것이 요새 애용하는 수법인데, 아니 이 서울 한복판에서 그 따위 짓 해볼려고 그래.
(사람들 환호소리)
- 사람을 충성하는데에도 똑바로 좀 해야돼. 뭐야? 생 사람을 잡아도 유만부득이지.
(사람들 환호소리)
- 이기붕씨 점 잖은 사람이라 그래도 조금은 나을 줄 알았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를 차라리 공산당이라고 그래, 차라리. 나도 이 박사 밑에서 반공치례를 한 사람이야.
(사람들 환호소리)
(음성 녹음)
(음악)
- 누구야? 응? 누가 그런 연설을 하라 그랬어? 대답을 해봐요?
- 사모님? 저희들도 정말 모르는 일이 옳습니다. 선생님께서 즉흥적으로 하셨는지.
- 아니, 그 양반이 언제부터 연설을 즉흥적으로 했어? 응? 사람들 앞에 나서면은 떨기부터 하는 양반 아니냐는 말이야? 너희들, 밑에서 떠 받들고 있다는 자들이 이 모양이니? 원.
- 여보?
- 가만좀 계세요.
- 이 사람들 책임이 없어요.
- 네? 아니, 당신 지금 밑에 사람 감쌀 때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고 들어가야겠어요.
- 내 책임이라니까. 아 이봐, 나가들 봐.
- 안돼. 못 나가.
- 아이 여보? 제발. 나 피곤해서 쓰러지는 꼴 보고싶소?
- 이이가? 아휴.
- 나가줘 들, 슬그머니.
- 나가.
- 예.
- 인기가 다 김산 이 쪽으로 쏠렸다면서요?
- 모르겠어.
- 여보? 그렇다고 한 숨만 쉬고 있을 수 있어요? 김산이라는자가 그렇게 독설가라면서요?
- 그 입을 틀어막아야겠어요. 입을 봉쇄해버리라는 말이에요!
- 쓸데 없는 소리.
- 아니 쓸데 없다니요? 당신이 낙선이 되었는데도 가만히 있어요?
- 낙선될 때 되더라도.
- 아니 이이가, 누가 죽는 꼴 보고싶소? 가만 있어요, 그러면 당신은. 내가 할께요, 내가요.
(음악)
- 아, 아니 아니 예자가 아니 징용을?
- 아니, 예 이 사람들아? 이거 클나구만.
- 징용바람을 또 불 판이요.
(입력일 : 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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