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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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29화 - 야당선거 탄압
29화
야당선거 탄압
1970.11.02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우리 신성한 국민들의 애국 성심으로 결점 없는 총선거가 되도록 하려는 것을 치하하여, 마지 않는 바이다. 이번 총선거의 대하여 한 마디 더 하고자 하는 것은 일반 유권 남여 동포들이 각각 정성스런 마음으로 서로 나라를 위해서 민족을 도와서 자기 직책을 행하고도 하늘이 부끄럽지 않게 하자는 이러한 정신으로 사람 하나를 투표할 적에 열번 생각해서 이 사람이 그리 해야만 우리 민주 국가의 신성한 국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임으로, 이 점을 생각해서 투표해 주기 바라는 바이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아, 이 영감님이 또 지도 담화를 발표 했고만, 이 선거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아는가? 이 영감.

[지도 담화. 5.20 선거를 치르는 동안 대통령 이승만은 늙은 선생이 아동에게 가르쳐 주듯 하는 내용의 담화문만 계속 발표했습니다. 참으로 이승만은 선거가 어찌 되가는지 알고나 있었는지.]

(음악)

- 여보, 치안국장. 나하고 무슨 원수 졌소?

- 박 선생, 앉으시오.

- 치안국장, 이런 법이 어딨소! 어?

[박용만. 치안국 경무국장 최치한의 의해 강제로 입후보를 사퇴당한 박용만. 명령한 자가 바로 치안국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는 서울에 올라오는 길로 치안국장 김장홍을 만났습니다. 둘은 그 전에 경무대에 같이 있던 사이.]

- 치안국장. 언제부터 당신이 나와 원수를 졌소! 응? 날 왜 죽였소!

- 박 형, 미안하오. 내가 왜 박 형하고 원수를 졌겠소. 정말 나도 괴롭소. 박 형일 때문에 난 몇일 동안 잠도 못 잤소. 개인적인 원한이라니, 내가 박 형을 미워한다면은 처음부터 김윤쾌 서장을 발령 냈을리가 있소. 박 형 부탁받고 즉시로 발령 내지 않았습니까.

- 발령만 내면 뭐하죠? 부임을 했어야죠.

- 내 사정이 정말 그렇게 됐소. 내가 물러나느냐, 박 형을 사퇴 시키느냐. 양자택일을 해야 될 입장에 놓였어요.

- 그럼 누구 압력이란 말이오.

- 쩝, 그 얘긴 그만 합시다.

- 날 죽이라고 한 최고 책임자가 누구에요!

- 박 형! 다 내가 못난 탓이오.

- 누구에요!

- 아.

[누구였을까. 박용만은 자유당 내에 노장파 배은희, 이갑성 계열의 압력일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진상은 박용만씨가 직접 증언 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정권의 쟁탈전. 옛날로 식으로 말하면은 천하 대권을 놓고 싸우는 관계. 그래서 정치는 복잡합니다. 당파 싸움에 전통을 이어 받은 우리나라의 정치인 들이라서 적을 죽이는 방법이 교묘했던가. 정적이 어디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복병에게 암살되듯 죽어가야 하는 정치 현실이었습니다.]

- 하하하하. 모의투표?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요. 미스터 최.

- 다급하니까 짜낸 아이디어 옳습니다. 사모님.

- 아하하하. 미스터 최의 그 젊음이 승리하는 순간이로군요.

-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사모님.

- 하하하.

- 아, 선생님께서.

- 벌써 오시나.

(문 여닫는 소리)

- 아, 이제 오세요.

- 음.

- 선생님.

- 아, 오셨소.

- 여보, 최인규씨에요.

- 내가 모를리가 있나. 난 좀 피곤해서. 그만 실례했나 보오.

- 아휴, 그렇게 피곤해서 어떻하죠.

- 김 산이라는 자가 여간내기가 아니더군.

- 당신 인신공격을 막 한다면서요?

- 모르겠어.

- 선생님.

- 으응?

- 너무 젊잖게 대하시는 거 같습니다.

- 응?

- 상대편에게 너무 젊잖게 대해 주시니까. 그 놈이 날 뛰는거 옳습니다.

- 맞아요. 미스터 최는 신익희를 이겨냈어요.

- 이겼어?

- 이긴거나 마찬가지죠. 모의 투표결과 99%가 미스터 최 지지였다니까요.

- 으음. 그래?

- 아휴, 당신은 그까짓 무명인사 하나, 하고 그렇게 고전을 하세요? 적어도 신익희를 눌러버린 이 젊은 패기를 본 받으셔야 겠수.

- 미스터 최는 당선 자신 있소?

- 당선 된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 아, 선거를 어떻게 예측하나.

- 투세라는게 있잖아요. 흐름이죠. 당신은 하여간에 미스터 최를 고맙게 생각해야 해요. 신익희를 떨어뜨려야, 당신 국회의장을 쉽게 할 수 있는 거에요.

- 그래, 해공은 가만히 당하고 있나?

- 글쎄 옳습니다. 유권자도 안 보이는 연설장에서 민주주의 해설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먹혀들어가지가 않습니다.

- 흠.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껄.

- 당신은 왠 의심이 그렇게 많으세요?

- 모르겠어. 흠. 하여간에 해공의 기반이라는 것. 그리고 명망이라는 것. 그렇게 무시할 수 있을까.

- 으이구, 당신은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

(음악)

- 의장님.

- 아우.

- 전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 흠. 고맙소.

- 여기 다녀간 것을 알면, 당장에 유치장에 들어갈 겁니다. 각오는 돼 있습니다.

- 그러면 이런델 찾아오지 않았어야지.

- 아닙니다. 의장님. 전 진실을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지금 표면적으론 최인규한테 눌려서 유권자들이 꼼짝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안 그렇습니다. 90% 이상이 의장님 지지입니다.

- 호오, 그래!

- 혹시라도 의장님께서 실망을 하고 계실까봐서.

- 나는 실망은 안해요.

- 하, 그러시다면 얼마나 다행인지요. 전 사실, 그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 고맙소.

(음악)

- 어저께, 서울서 신문기자가 여기 대구에 왔습니다. 이 대구가 하도 험악해서 야당 후보들이 한 명도 당선 못 되는 게 아니냐, 취재를 하러 왔다는 거에요. 나는 그 신문기자 한테 얘기 했습니다. 여긴 염려 말고 올라가라고. 갑구 서동진, 을구 조병옥이 병구 이우철, 다 문제 없고, 달성 조재천씨 까지 문제 없다고. 다른 구역에 가보라고 그랬어요. 진짜 큰일 난 구역이 많으니까, 거기 좀 가보라고. 여러분. 내가 글렀습니까? 알았죠?

(사람들의 환호소리)

- 대구 일면은 걱정 없어! 깡패, 경찰이 다 나서서 야단 해도 대구 시내는 끄덕 없어요!

(사람들의 환호소리)

(음악)

(사람들의 소란스러움)

- 아, 이제 오세요?

- 아, 다 모였나?

- 예. 아저, 조용히들 해. 조용히 들.

- 흠.

- 아, 조용히! 자, 지서장님께서 여러분께 하실 말이 있으시다니까 잘들 들어.

- 흠. 내가 하겠다는 얘기는 별 것이 아니오. 이 부락은 야당 부락이란 소문을 듣고 왔소.

(사람들의 소란스럼)

- 내 말이 맞았구만.

- 흠.

- 다른 데서는 야당 부락이라고 하면은 쑥밭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겠지. 그런데 나는 왜 이 부락에 손을 안댔느냐. 여기 유치장 신세 진 사람 하나도 없지? 없을껴. 아니, 그렇다고 안심들하고 야당 노릇을 할 생각이여? 내가 순해 보이니까 안심들 했어? 사람 그렇게 쉽게 보는 거 아니여! 하여간에 이번에 모두 여당 찍을테면 찍어. 난 말리지 않을테니까. 자유선거, 공명선거니까. 그러면 선거 뒤에 어떻게 되느냐.야당 모두 찍은 사람. 여기 일제 때, 징용가 본 사람 있지?

- 예. 못 돌아온 사람 빼고, 대 여섯 되는 데요.

- 징용가서 못 돌아온 사람은 몇 이여?

- 여섯 명이죠.

- 아니, 징용은 일제 때만 있나? 응? 야당 지지하는 빨갱이 같은 놈들이 다리 뻗고 제 집에서 편히 잘 셈이여! 사람이란 염치가 있어야지. 알았어! 염치! 거 한마디만 하겠어. 이만.

- 편히 가세요.

- 안녕히 가세요.

(사람들의 소란스럼)

- 아니, 이제 징용을?

- 이 사람들아, 이거 큰일 났구만.

- 응?

- 징용바람이 또 불판이야.

(음악)

(입력일 : 200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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