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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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27화 - 이철승 선거탄압
27화
이철승 선거탄압
1970.10.31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저 이철승이 아니여?

- 아, 이철승아녀?

[전주. 리어커에 마이크를 싣고 다니는 청년.]

- 아이고, 불쌍하네. 쯧쯧쯧.

- (신념은 굽힐 수 없다. 제 가슴의 불을 제 뛰는 가슴을 여러분은 보십니까? 이철승이는 신념을 굽힐 수 없습니다. 제 선거운동을 해주던 동지들이 모두 탄압을 받고 발이 묶였습니다.

그러나 이철승이는 젊은 기운을 차려서 홑 몸이로나마 여러 유권자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다 붙잡혀갔습니다. 제 선거 사무소 앞에는 사람이 얼씬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철승이는 오늘도 밝고, 맑고, 바른 선거를 위하여 투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탄압이 거세고 폭력이 악랄해도 이 이철승이는 시념을 굽힐 수 없습니다. 신념을 굽힐 수가 없습니다.)

[이철승의 선거 사무소 앞에는 사람이 얼씬도 못했습니다. 형사들만 왔다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사람이 나타날 경우.]

(발소리)

- 어이, 이봐.

- 예?

- 어디가.

- 저그.

- 저기?

- 예. 이철승씨 어떻게 생겼나, 조께 보러 왔구만요.

- 으응?

- 안되는 가요?

- 도민증좀 내놔.

- 예?

- 내놓으라면 내놔.

- 예.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저.

- 나 좀 따라와.

- 예? 아니, 제가 무슨 죄가 있당가요?

- 잔말 말고 따라와! 임마.

- 아이쿠. 아이고.

- 이 자식이!

- 전 죄가 없는데요. 아무 죄도 없더라고.

- 이 자식이!

[그 당시 이철승 후보의 선거 사무장이었던 강희천씨가 회고 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전주구의 자유당 후보자는 이우식. 일찍이 전주에서 법관과 변호사, 그리고 전주 지방 법원장까지 지낸 쉰 두살에 이우식은 덕망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 맞선 이철승은 서른 세살의 청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때, 스물 여섯살의 나이로 입후보했다가 900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됐고, 2대 국회의원때 역시 900여표로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 이제 세번째. 해방직후 학생운동에 앞장 섰던 투사인 이 젊은이는 세번째 나선 5.20 선거에서는 필사적인 태세로 임했습니다.]

- (서른 세살난 이철승이는 세번째로 제 3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 했습니다. 삼천리 강산에 삼천만 동포앞에 나섰습니다. 기호는 3번. 이철승이에게는 삼시 세판 입니다.)

(박수소리)

[삼시 세판. 이번에도 안되면은 활복 자살하리라는 결의아래 나섰습니다. 입후보 하기 전. 민국당 위원장 신익희가 불러서 권유했습니다.]

- 이군, 이번에 우리당 공천 받아야지?

- 흠.

- 왜? 마음에 안내키나? 설마, 여당으로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겠지?

- 무소속입니다. 전.

- 우리당에 들어와. 자유당이 저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오는데, 우리 민국당으로선 대처할 방법이 없어요. 이 동지 같은 유능한 인재를 포섭해서 대결에 나아가는 수 밖엔 없소. 공천을 받아. 내가 책임지고 해줄테니.

- 고마운 말씀입니다만 전 사양하겠습니다.

- 왜.

- 누차 말씀 드렸습니다만 민국당의 보수적인 체질을 개선해야 될 줄 믿습니다.

-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에 들어와야지. 들어와야 체질개선도 이루어지지.

- 선생님 말씀대로 자유당은 기세등등 합니다. 이 박사를 정점으로 해서 조직을 재점검 했고 힘이 센 관권을 뒷받침을 받고 있습니다. 그 자유당이란 세력에 대결하기 위해선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민국당 가지곤 너무 약합니다. 민국당은 체질개선을 해야 하고, 문호를 개방해야 됩니다.

- 그러니까. 이 동지더러 들어오라는 게 아닌가.

- 선생님. 자꾸 외람된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만.

- 얘길 해봐.

- 저는 보수적인 노인들 밑에 가서 심부름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그러면 우리당으로서 다른 사람을 공천하네. 전주에.

- 그거야 제가 막을 도리가 없죠.

- 전주에도 우리 지구당 조직이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 예. 알고 있습니다.

- 공천 후보를 내 놓으면 어찌 되지?

- 야당끼리 표를 깎아먹게 되니까 제게도 타격이 오겠죠.

- 그러면 자유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게 될텐데.

-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도 공천이 싫어?

- 예. 현재로서는 싫습니다.

- 좋아. 그러면 이 동지. 전주는 무공천 지구로 놔두겠소.

-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음악)

[그리하여 전주는 민국당 무공천 지구. 그리고 자유당 공천을 받았던 박정근이 공천을 포기하고 완주 갑구로 가고, 내형적인 자유당 후보로 이우식이 지명됐던 것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소속끼리의 대결이었지만은 내형적으로는 하나는 자유당 후보요, 또 하나는 민국당 후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5.20 선거는 경찰이 맡아 치르다시피한 선거입니다. 따라서 주역인 경찰은 이우식의 당선을 위해 힘을 썼던 것입니다. 다시 강희천씨의 증언입니다.]

(음성 녹음)

- 어머.

- 으응?

- 저기봐.

(호루라기 부는 소리)

- 나쁜 자식들. 저기도 지키고 있네.

- 그냥 돌아갑시다. 잡혀가면 어쩔라고 이런데야.

- 으이구, 그래도 연설 한바탕 듣고 싶은디.

- 아, 길목마다 지키고 있는디 어떻게 들어간디야?

- 으이구. 경찰은 도둑놈 잡을 생각이나 하지, 길목은 왜 지킨디야?

- 내일 모레 내곡도에서 연설이 있다고 하던디? 벌판을 둘러싸진 못할테니, 우리 모레 구경 갑시다.

- 에이, 그래야지 할 수 있나.

(음악)

- (여러분들. 저 조병옥이는 왜 자기 선거운동할 생각은 없고, 남의 선거 연설만 해주고 다니느냐, 이상하시게들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이상하게 생각할 거 하나도 없어요.

나하고 맞붙은 자유당 서씨는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날 때려서 피흘리게는 안해요. 그런데, 여기 병구에 자유당 이씨는 워낙 거물급이라 그런지 몰라도 우리 이우철 후보를 자꾸 때려 눕히게 한단 이 말씀입니다. 아, 그야. 젊잖은 분이 직접 시켰으리라고 생각은 안해요! 아, 그런데 하여간에 이우철씨 몸이 성할 때가 없으니, 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말이야. 누가 때렸어! 누가 피를 흘리게 했어! 이 이우철씨 좀 봐요! 이거.)

(박수 소리)

- (그래그래, 이 내가 이우철씨 선거 연설 대신해서 할 수 있느냐 이 말씀이에요! 여러분들

내가 새삼 부탁할 필요도 없지만은 이우철씨! 무조건 찍어줘야 해요.)

(박수 소리)

- (주먹, 돌맹이에 몽둥이, 폭탄 다 필요가 없어! 선거는 표 찍는게 제일이야! 전쟁 때는 찍소리도 못하고 부산부두에서 일본이나 건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선거 때 폭탄을 던져! 그 힘, 그 용기 가지고 왜 전쟁 때 공산군에게 돌맹이 하나 더 던지지 못했느냐 이 말이야!)

(박수 소리)

- (왜 선거때 폭탄을 던지냐 이 말이야!)

(박수 소리)

(음악)

(기차 소리)

- 여기가 어딘가?

- 예. 정읍 올습니다.

- 정읍.

(사람들의 웅성거림)

- 음. 뭔가.

- 아, 이 고장 유지들인 올습니다.

- 그.. 그래. 창문 좀 열어봐.

- 예.

- 아, 각하.

- 각하.

- 음. 수고 많소. 선거는 공명하게 진행되고 있나.

- 예. 각하. 저희들 자유당은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당 입후보가 저희 자유당과 심지어는 각하까지 비방을 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 야당, 후보가 누구야.

- 나 용균이란 사람 올습니다.

- 나용균? 사람들 모였나?

- 예. 각하.

- 저, 각하께서 통과하신단 소식을 듣고 전 시민이 지금.

- 나 좀 내려가지.

(음악)

(입력일 : 200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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