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포탄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소리침)
[폭탄 터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났던 대구.]
- 이젠 폭탄까지 던지는 군요.
- 못되먹은 자식들 같으니라고, 대구 시내가 이럴때야 달성은 어떻겠나. 이 조재천씨 고생 많겠어.
- 굉장하답니다.
- 아, 선거가 전쟁인가. 이게 전쟁이지. 어디 선거인가.
- 큰일 입니다.
- 그러나 괜찮아.
- 아, 참 서울서 고려대학생 30여명 내려왔습니다. 우릴 도와주겠다고요.
- 응. 그거 잘 됐구만. 난 괜찮으니, 그 사람들 달성으로 보내. 조재천씨 좀 보호하게.
[대학생 30명을 달성으로 보낸 결과. 조병옥의 운동원이었고, 현재 증권 거래소 상무로 있는 조승만씨가 다시 증언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 여러분들. 소문 들어서 아시겠죠. 서울서 대학생 30여명이 대구에 출마한 조병옥이를 도우러 내려왔어요. 이 대학생들 말이 대구사수를 하던 그 기억을 되살려서 대구에서 부정선거를 막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에요. 나는 괜찮으니까. 그럼 그 뜻을 가지고 이웃인 달성에 가서 조재천씨 좀 보호하라고 내가 그 대학생들을 달성에 보냈지. 갔더니, 어떻게 되었는가. 여러분들 소식 들으셨죠. 다리목에서 누구한테 맞았는지 이 30여명 대학생들이 아주 늘어져 있었어요. 누가 때렸나. 이 근처에 공비라도 있어서 학생들을 때려 눕혔나?
아! 이러는게 아니올시다. 이거! 공산당이 탱크를 몰고 왔는데도 우리가 함께 뭉쳐서 사수했던 대구에요!
(박수소리)
- 여기에 사복 정보 경찰관들 있지? 경찰관 생활 얼마나 했어? 제헌 국회 선거때 부터 경찰관 하던 사람들 혹시 있나? 제헌때 내가 경무부장 했어. 자네들 최고 상관이었어. 그때 내가 내렸던 지시 기억나나? 공문도 자주 내려 보냈어. 경찰관은 선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지시를 했어. 기억들 나나? 투표할 때는 투표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지시를 했어.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여러분 경찰관. 무슨 명령 받았나? 야당 운동원을 마구 매를 맞고 쓰러져도 못 본체 하고 조금만 까불어도 잡아 넣고, 이따위 지시를 받았나? 나 이거 대학생들 얘기 다시하지. 매를 맞고 늘어진 대학생들을 자동차로 실어다가 치료를 시켰어. 그랬더니, 경찰에서 그 이튿날 어떻게 했나? 그 대학생들을 잡아 넣지. 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매 맞은 대학생들을 잡아가? 이거봐! 경찰관들. 이러면 안돼요! 아. 이런다고 조병옥이가 선거에 질 줄 아나? 자네들 경찰이 결국은 내 선거운동을 해주고 있는거야! 알아들어?
(박수소리)
- 내 운동 해주는 것은 좋은데, 이거 동족끼리 자꾸 다치는게 안됐더라 이말씀이야. 자네들 경찰관은 그리고 자유당 사람들은 우리민족이 아닌가? 왜 놈이야? 소련 놈이야? 동족이라는 생각을 해요. 단일민족이니, 배달민족이니 하는 얘기가 달리 필요한게 아니야. 우리는 동족이란 생각을 뼈저리게 해야 돼! 선거가 뭐야. 국회의원이 뭐야? 그래 그것 때문에 우리가 피를 흘려야 되나?
(박수소리)
(음악)
(사람들의 외침소리)
- 조용들 해. 이게 뭐냐. 이게.
- 하지마!
(사람들의 외침소리)
[경상남도 창원 을구. 자유당 공천 후보자 이영범과 무소속 김봉제의 대결장. 합동 강연회에서 김봉제는 연설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 온 깡패들인지 수십명이 강연장에 나타나서 김 후보가 올라만 가면은 저렇게 소란을 피웠기 때문.]
(사람들의 소리침)
- 여기, 경찰관도 없습니까? 저 사람들 제지 못합니까?
- 웃기지 마!
- 경찰관. 경찰관.. 경찰관..
(사람들의 외침소리 및 노래)
- 이보시오들. 이보시오들!
- 누구야? 누구시요?
- 경찰이요!
(노래소리)
(음악)
[경기도 광주. 신익희와 최인규의 대결장. 신익희 측은 전혀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는 상
태.]
- 에헤. 뭐 이래서야.
- 왜요?
-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최인규를 직접 만나서 담판을 해볼까요?
- 하하하. 얘기 한다고 들을 사람인가? 그러나 저러나 그 사람은 왜 나타나지도 않는가?
- 제 놈이 염치가 있어야 나타나죠.
- 요샌 그 부친도 안보여.
- 마찬가지겠죠.
- 참. 하하하하. 결국은 내가 최인규 군에게 지고 말겠군. 하하하.
[속수무책인가. 해공의 비서였던 신창현이 궁리끝에 기발한 생각을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 조선공사 상임 감사로 있는 신창현씨가 직접 회고 합니다.]
(음성 녹음)
[이거 피가진 사람 어디 살겠소. 하던. 군인 이형근과 찬피 가진 사람이나 살 수 있지. 뜨거운 피가진 사람은 살 수 없다던 신창현의 얘기. 결국 1954년에 이 날은 냉혈한들만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인가.]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각하.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응. 왔나?
- 예.
- 선거 운동 바쁠텐데, 뭣하러 들어왔어.
- 각하. 기쁜 소식 아뢰러 들어왔습니다.
- 기쁜 소식을. 득남이라도 했나? 자네.
- 아니올시다. 여기.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뭐야.
- 선거 중간 조사 결과 올습니다.
- 중간 조사.
- 예. 저희 자유당 후보가 148명 당선 되리라는 보고 올습니다.
- 어떻게.
- 여론조사를 한 결과 올습니다. 아주 정확한 데이타 올습니다.
- 정확해?
- 예.
- 그러니까, 자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 얘기로구먼. 선거가 공명하게 진행 되고 있다고 자네는 자신하고 있나.
- 아, 각하. 현재 선거는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공명 선거라고 평판이 내렸습니다.
- 국무회의에서 그러더구만. 현재까지 공명했다 해도 앞으로 종반에 가서 추태를 부리면 못쓰네.
- 예.
- 잘 해봐.
- 저희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사오니, 각하께서도 비서들을 시켜서 시찰을 해주십시오.
- 시찰?
- 예.
- 그러지 않아도 내가 직접 한번 돌아볼 참이야.
- 예?.. 아. 예.
- 자유당 후보들을 지원해 줘야지 내가.
- 아. 예. 그래 주신다면 저희당의 당선율은 더욱 높아져서 100% 당선될 줄 믿습니다.
- 나쁜 사람들은 떨어지고 진정한 민의에 의해 당선이 되도록 내가 연설을 해줄 참이야.
(음악)
(입력일 : 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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