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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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25화 - 박용만 자유당 공천 탈락 전말
25화
박용만 자유당 공천 탈락 전말
1970.10.29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큰 박수소리)

- 아, 자유당 공천 후보자 김성도 선생의 정견 발표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민국당 공

천 임문석 선생의 차례입니다.

[경상북도 영천 갑 구.]

(발소리 및 작은 박수소리)

- 아, 여러분 박수치지 마시소. 아, 제발 여러분. 박수는 치지 마시소. 아, 지를 지

지해 주는 여러분 중에서 지를 지지했다고 해서 봉변을 당한 분이 많습니더. 누가 박

수를 치나 조사하고 있는 사람이 지금 이자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에, 지를 지지해 주시는 여러분. 박수는 삼가시고, 조용히 듣기만 하시소.

[아닌게 아니라, 연단 뒤쪽에는 건장하고 인상이 험악한 청년 여럿이 청중을 노려보

고 있습니다. 야당 입후보자에게 박수를 쳤다가는 집에 무사히 돌아가기 어려운 사태

선거. 5.20 선거.]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 이 반장. 김돌석이 왔는가?

- 예.

- 아, 그럼 다 모였습니다.

- 어험. 흠.

[전라북도 금산. 현의원 이명신과 야당의 유진산. 그리고 자유당 공천은 없고, 저마

다 자유당을 내세운 정준영, 오승근, 박명직 등이 난립한 고장. 경찰서장 이하 간부

들이 모두 출동해서 부락 반장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선거 계몽 회의.]

- 흠. 여러분들은 여당이 뭔지 야당이 뭔지. 처음듣는 말이라고 그러던데? 내가 해설

해 드리것소. 한마디로 말해서 여당이란,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오. 이 대통령 각하

의 뜻을 받들어 공산 오랑캐를 쳐부수자는 당이 여당이오. 그러면 야당이라는 것은

뭐냐. 한마디로 말해서 반 정부 당이오.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그것이오. 이 대

통령이 이끌어 가시는 이 나라를 반대한다. 이거요.

- 아이, 저 그러니께. 서장님 말씀은 야당이란 공산당이라 마찬가지다 그 말씀이여?

- 아, 공산당이라 꼭 같은 건 아니에요.

- 아유, 아아. 그런가요? 그 하여간에 야당이란 나쁜 사람들이여.

- 공산당 보다 더 나쁘제.

- 이장 말씀대로 공산당 보다 더 나쁜 사람이 야당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여러

분들. 누구를 찍것소.

- 유진산이는 야당이라 이 말씀이오. 공산당 보다 더 나쁜 사람 이 유진산이요.

- 그러니, 그런 사람한테 표를 찍는다 할 것 같으면 그러면 이 부락은 뭐냐. 공산당

소굴이 아니냐.

- 아유, 어르신. 됐습니다요.

- 에, 이 부락표를 세어봤더니, 120표 더구만요. 이 120표 중에서 유씨 표가 한장 나

오면 공산당 한 명이 이 부락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겁니다. 유진산이 표가 10

장이 나오면 이 부락에 공산당원 10명이 있는 거요. 내 말 잘들 들으시오.

(사람들의 헛기침 소리)

- 아, 그러니께 서장님 말씀은 우리 부락엔 공산당이 한 놈도 없다는 증거를 이 기

회에 해 놓으란 이거여.

- 아. 참말로 우리 부락에 공산당 있당가? 응? 없재. 아 6.25때 다 죽었어.

- 그러고 한가지 더. 비밀투표, 비밀투표 하지만은 이 부락표가 어떤 건지 모를 것

같아도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다 아는 수가 있어요.

- 아이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 흠. 그러면 잘 생각들 해서 표 들을 찍으시오.

- 하아, 서장님. 우리 부락엔 빨갱이 없습니다.

- 흐음. 그려. 서장님께서 하신 말씀 잘 들은건 좋은데, 이 안에 입이 빠른 사람있지

? 이러쿵 저러쿵 다니면서 얘기할 꺼란 말이지. 서장님이 오셔서 이러저러한 말씀하

셨다.

- 아, 아닙니다.

- 누가 알아? 이 중에 빨갱이가 있어가지고 헛소문 퍼뜨릴지. 소문 퍼뜨릴 사람. 누

구야! 여기 있겠지.

- 아이고, 없어라우.

- 뭘. 있을텐데. 있지?

- 아, 이 사람들아 없다고 대답을 혀. 없제? 말 퍼뜨릴 사람 없제?

(없어라우.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

- 하여간에 말 많은 놈은 빨갱이가 틀림 없으니까.

[6.25 사변이 끝난지 1년도 채 안되었을 즈음. 아직 일부 산악지대에는 공비가 남아

있을 때입니다. 그 때 공산당으로 몰린다는 것은 가장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농민들

의 그 약점을 찌르고 들어가는 수법.]

(음악)

[5.20 선거에서 경찰이 선거를 주관하다 시피했다는 것은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습

니다. 경상북도 영주. 자유당 조직부장, 그리고 선전부장을 지낸 박용만이 개헌안 부

인 성명을 해서 공천을 못 받았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했습니다. 박용만씨는 5.20 선

거를 치룬 일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 기록을 쫒아가 봅시다.]

- (만송께 영주에서의 상황을 자세히 말하고 무공천으로 출마하겠다는 결심을 말했

더니)

- 출마 해야지. 내가 뭐랬어. 영주는 무공천 지구니까 당 조직에 있는 박 동지가 공

천 후보자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 네. 힘껏 해보겠습니다.

- 어, 그런데. 서장을 데리고 내려가야지. 누구 맘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 봐.

[경찰 서장과 선거와의 관계를 이기붕은 잘 알고 있습니다.]

- 생각해 봤겠지? 누가 있나?

- 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인데.

- 음. 누구?

- 치안국 정보과에 있는 김윤쾌 경감이라고 있습니다.

- 음. 김윤쾌 경감.

- (며칠 후 김윤쾌씨는 영주 경찰 서장으로 정식 발령이 났다. 이 때 나는 김씨를

치안국에서 만났는데)

- 오늘 준비해서 내일 영주로 내려가겠습니다.

- (나는 김씨의 정식 발령이 난 걸 보고 그 날로 영주에 내려가서 본격적인 선거운동

을 전개했다. 그런데 영주 서장 발령을 받은 김씨가 내일 영주로 가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시급 부인 바람 이라는 전보를 여러번 김씨

에게 보냈는데도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또 인편에 기별조차 없었다.)

- 흠. 이거 무슨 일이 생겼군. 경찰 서장 없이 선거를 치룰 형편이니 이럴수가 있나.

무슨 큰일이 생겼군.

- (그러나 김씨는 끝내 오지 않고 선거는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영주에서 입후보자는

황호영씨, 이정희씨, 그리고 필자 셋이었는데 투표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난데없이

자유당 공천을 무소속 입후보자 이정희가 받았다는 놀라운 뉴스가 들려오더니.)

- 아이고, 아이고.

- 왜 그러나?

- 아이고, 말씀 마소.

- 왜?

- 이리 줘봐.

- 저거, 저것 좀 보소. 저 벽보. 에?

- 뭐? 자유당 공천 이정희?

- 이게 우찌된 영문입니까? 예?

-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이정희씨가 언제 자유당원이 됐는가.

- (내 동지들은 모두 격분했다. 투표일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 아, 박 선생.

- 아, 김 형사. 왠일이야?

- 저 치안국에서 최치환 경무과장님께서 오셨습니다.

- 최치환 과장이? 아니 김윤쾌 서장은.

- 최지환 과장님께서 급히 박 선생을 만나자고 하십니다.

(음악)

- (최지환 경무과장하고는 전부터 잘 아는 사이인데, 그는 나를 보자 어색하게 인사

를 하면서 대뜸 하는 말이)

- 여보, 박 선생님. 입후보를 사퇴하라는데, 왜 안하시오?

- 뭐요?

- 오늘 중으로 입후보를 사퇴하시오. 사퇴하라는데 안해서 내가 여기까지 온게 아니

오. 당신이 입후보 사퇴하는 걸 확인해야만 내가 돌아가겠으니, 빨리 사퇴하시오.

빨리!

- 아니.

- 지금 당장 사퇴서 쓰시오.

- 여보, 최 과장.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날 더러 사퇴하는 거요? 누구의 명령으로 입

후보자를 두고 사퇴하라는 거요? 당신이 경무과장이면 경무과장이지 여보, 내가 살인

범이오? 강도범이요?

- 박 선생. 진정하시오.

- 내가 진정하게 됐소?

- 내야 명령대로 움직이는 사람 아니오. 명령이 이렇게 떨어졌어요. 박 선생이 오늘

중에 사퇴를 안하면 구속해서 나와 같이 비행기로 압송하라는 거요. 그러니 박 선생

이 취할 길은 입후보를 사퇴하던지, 아니면 나하고 같이 서울로 구속되어 가든지.

- 여보, 누가, 누가 그런 명령을 합디까? 당신에게 직접 명령한 사람이 누구에요?

- 그거야 뭘.

- 누구에요?

- 명령이야 직속 상관한테 듣는 법 아니요.

- 아니, 누구에요? 그게.

- 치안 국장님이시죠.

- 뭐? 치안 국장이면, 김장운씨. 아니, 김장운씨가.

- 경무대에 같이 계셨다면서요.

- 진짜. 김장운씨가 그럽디까?

- 아니, 지금이 어느 때라고 내가 거짓말을 하겠소?

- 그럴리가.

- 하여간에 구속되면 당선되도 쓸때 없습니다. 차라리 사퇴를 하시오.

- 김윤쾌 서장은 왜 여태 부임안했죠?

- 박 선생이 사퇴를 해야 김 서장도 부임해 올 수 있어요. 여태까지 서장 없이 선거

를 하고 있으니 경찰의 의지는 뭐요. 박 선생 때문에 김 서장이 발령 받은지 20일이

지나도록 못 오고 있어요. 빨리 사퇴하시오.

- 여보, 최 과장. 날 사퇴나 구속하는 이유가 뭐요? 솔직히 얘기 좀 해주시오.

- 나로선 모릅니다. 그저 명령만 받은 것 뿐입니다.

- 정말이오?

- 정말이에요. 전 몰라요. 빨리 사퇴 하시지.

- 흑흑흑. 날 죽여 주지. 날 죽여. 날 죽여. 흑흑흑.

- 여보, 박 선생.

- 으아아아. 흑흑.

(음악)

[이렇게 해서 박용만은 입후보를 사퇴했습니다. 5.20 선거에서의 경찰의 활약이 어

땠는가 알 수 있는 하나의 예였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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