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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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23화 - 신창현 (신익희 사건)
23화
신창현 (신익희 사건)
1970.10.27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에에이익. 에잇.

각하는 무엇 때문에 화를 내시는가. 이기붕은 몸이 떨린다. 어떤 작자가 또 각하께 모

함을 했는가. 뭐라고 모함 했는가. 말씀이나 좀 해주소서 각하. 선거운동 때문에 제 몸

은 말이 아니올시다 각하. 말씀을 해 주소서. 그러나 물론 이기붕은 질문을 못 던진다.

어른께 감히 질문을 던지는가.

- 협작 선거를 한다지.

- 예?

아, 그 얘긴가. 이기붕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 얘기라면.

- 선거엘 협작을 했지. 대답을 해봐.

- 흐흐흑. 흐흑.

- 왜 울어.

- 각하. 흐흐흐흑.

- 왜 우나. 왜!

- 흐흐흐흑. 흐흑.

(음악)

- 흐흐흐흑흑흑.

- 울지마라.

- 흑흑흑.

- 아, 울지 말라니까.

- 예. 흐흐흑. 각..하. 흐흐흑.

강자는 눈물에 약하다. 이승만은 그래도 부하의 눈물에는 감동된다. 자주 써먹으면 물론

역효과가 날련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혹 이렇게 간혹은 눈물을 흘려주어야 한다. 눈물만

자주 흘려가지고 장관자리를 오래 버틴자도 있지 않은가.

- 운 이유가 뭐야.

- 각하, 각하께선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선거를 공명히 하라는 유시를 내리셨습니다.

- 그러니까 내가 하는 얘기야. 내가 아무리 공명선거를 부르짖으면 뭘 하나. 자네들이

내 말같은 것은 귓전으로 흘려 버리면서.

- 각하. 저는 담화문에 귀절까지 외우고 있습니다. 제 선거 사무실 벽에다 써 붙이고 모

두들 외우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때에 조그마한 흠이 있을 지라도 이 것을 확

대해서 문제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므로 정부 관리들과 경찰은 조심해서 오해를

일으키지 말도록 할 것이오.

- 에잇. 글자만 외우고 있으면 뭘 하나.

- 그만큼 전 각하의 유시에 온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 국회의장이 되겠다지?

- 예?

- 새 국회가 열리면 게 누구야. 신익희를 떨어뜨리고 자네가 국회의장 하겠다지.

- 각하. 각하께서 말씀이 없으신데, 제가 그런자리를 꿈엔들 꾸겠습니까.

- 자네, 많이 늘었구먼.

- 예?

- 말솜씨가 늘었다고.

- 진심을 털어놓고 있을 뿐입니다.

- 국회의장 생각 안했어?

- 제가 생각한다고 되는 일입니까? 각하께서 시켜주신다면 또 몰라도.

- 그런데 왜 신익희를 이번 선거에서 떨어 트리려고 그래.

- 아, 저는 금시초문이 옳습니다.

- 신익희하고 맞붙은 우리 자유당 후보가 누구야.

- 글쎄 옳습니다. 거기가 경기도 광주쪽. 어.. 최.. 최..

- 인규!

- 아, 그렇습니다. 최인규 옳습니다. 각하께서 어찌 그렇게.

- 내 손으로 공천 재가를 했는데, 모를리가 있나. 최인규는 젊은 사람이라지.

- 아, 예.

- 젊은 혈기에 꼭 당선 되고 싶어서 그러는 모양인데, 너무 그러는 것이 아니야.

- 예. 제가 불러서 꼭 타이르겠습니다.

- 부르기는 왜 불러. 선거운동에 바쁜 사람을.

- 그럼 편지로.

- 굳이 타이르라는 것이 아니라. 듣자하니 그렇다는 말이야. 선거가 끝나거든 최인규를

나한테 데리고 와.

- 예.

- 자네 또 땀을 흘리는 구먼.

- 예. 날씨가 더워지는 모양입니다.

- 덥기는. 자넨 몸이 너무 약해.

(음악)

(차소리)

- 하하하하. 하하하하. 최인규 얘기에요?

- 응. 누가 최인규 얘기를 했지. 신익희 쪽에서 줄이 있나.

- 뭐라고 그럽디까. 최인규를 혼내주랍디까?

- 아니, 그런 뜻은 아닌거 같아. 선거 끝날 때까진 내버려 두라고 하시더군.

- 하하하하하하.

- 왜 자꾸 웃어!

- 아, 하하. 최인규 얘긴 제가 프란체스카 사모님께 했어요.

- 뭐야?

- 똑똑한 청년이라고. 하하. 재밌게 얘길 했더니, 그게 각하 귀에 들어간 모양이죠.

- 선거 협작한다는 얘기도 했나?

- 선거운동 열심히 한다는 얘기는 했어요. 이번에 신익희씨가 떨어지고 그 젊은이가 당

선 될꺼라고.

- 흠. 쓸때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괜히 나만.

- 당신이 그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수?

- 흠.

- 당신. 최인규씨 싫우?

- 싫다니.

- 그 사람 데려다가 쓰세요. 머리 좋고, 충성도가 높고, 당신하고 달라서 야심이 있어

요. 매력있잖아요.

- 흠.

(음악)

- (여러분 제가 유지 아닙니까. 오늘 오래간만에 참 오래간만에 말 한마디 하게 되서 영

광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는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어도 못드리는 처지 옳습니다. 연

설회는 그만 두고라도 길거리에 나다니지도 못하는 처지 아닙니까. 그래도 합동 경연 발

표회가 있어서 지도 한 자리 끼었습니다. 지는 요새 참말로 이 사람들 어쩔라고 그러는

가 싶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 우짤라고 이라노. 선거를 할라카는 건지

두들겨 패버리려고 하는 건지.)

- (으아악아악 - 사람들의 외침소리)

- (조용 하시소. 참말로 이 이우철이도 입을 가졌으니까 말 한마디 하게 내버려 두시소.)

- (으아아악으아악 - 사람들의 외침.)

- (이 놈들아! 잡아라! 경찰은 어디있노. 경찰! 경찰 어디있노! 경찰! 경찰..!)

(사람들 외침소리와 싸우는 소리)

합동 정견 발표회에서 매를 맞고 피를 흘리는 후보자. 피를 흘리고 외쳐도 경찰이 안나

타났습니다.

(음악)

- 경찰 있어. 없어. 대구에는 경찰 없어? 깡패는 있고? 내 오늘은 이우철씨 대신 나왔

소이다. 깡패있냐? 나 지금 매맞을 각오 하고 나왔는데. 한 번 때려봐. 때려봐! 깡패들

어디갔어. 어딨어! 여러분. 대구 시민 여러분. 이런 선거 어떻게 합니까! 이러니 나라가

됩니까?

(사람들의 환호소리)

- 여러 말 안하겠습니다. 투표날 정신들 차리세요. 정신 차려서 잘 찍기만 하세요.

(사람들의 환호소리)

(음악)

경기도 광주. 신익희와 최인규의 대결장을 살펴보면은 또한 가관입니다. 우선 해공의 비

서로 당시 선거 참모였던 신창현씨의 증언을 들어봅시다.

(음성 녹음)

선거운동 자체를 아예 봉쇄해 버리는 작전 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깊숙히 관여해서

마음대로 선거를 해보려는 작전.

- 완전 무결합니다. 선생님. 완전.

- 아직도 선거운동원들이 침투한다는 얘기던데.

- 그럴리가 있습니까.

- 서장도 모르는 일이에요. 그쪽 기호패들이 나돌고 있어요.

- 아, 그거야 일부겠죠. 지극히 일부지요.

- 잘해야지 잘.

- 하하하하. 모든 것은 저에게 맡기시고 안심하십시오.

이 광주경찰 서장 허 모는 자신만만 했습니다.

- 광주야 뭐 우리집 개를 입후보 시켜도 당선될 정도 입니다. 하하하하하.

이런 끔찍스런 자신을 가지고 최인규 당선에 전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해공

신익희 마저 낙선에 고배를 마시는가.

(음악)

(입력일 : 2009.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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