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21화 - 자유당 공천
21화
자유당 공천
1970.10.25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내빈 여러분. 그리고 우리 국회의원 동지 여러분. 오늘은 제 2대 국회의 폐회식을 거행하는

날입니다.


5월 1일. 파란만장의 역사를 기록한 제 2대 국회가 폐회되는 날. 의장 신익희는 감개어린 폐회

사를 통해.


- 앞으로 우리가 또 한 자리에 모일련지 이 자리에서 만나는 것이 마지막일련지는 모르지만은

다만 저로서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오직 살 길은 민주주의.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해서

자못 침범이나 불평 모순이 없이 공존 공영해 나아가는 우리의 살길은 오직 민주주의 라는 것

입니다. 우리의 국호. 우리의 국책이, 우리의 국헌이 민주주의로 되있는 만큼. 모든 가지 일

체는 오직 민주주의 노선으로 가야 된단 말은 다시 말씀 드릴 필요가 없을 줄 믿습니다.

(음악)

제 2대 국회. 1950년 6월 19일에 문을 열었던 제 2대 국회.

(전쟁 포탄 소리)

문을 연지 엿새만에 6.25 사변이 터졌고, 이 잔인한 전쟁은 국회에도 상처를 입혀 북으로 납

치된 의원이 27명. 피난 국회. 그 거셌던 정치파동.

(음악)

이승만 대통령과의 극심한 대립으로 2대 국회는 투쟁하다 총 칼앞에 굴복 했었고, 민주주의의

장송곡이라고 통탄해야 했던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킨 제 2대 국회.


- 그 헌법에 규정된 구성에 대한 작정은 누가 하는 것이야. 대통령이 하는 것이야. 도대체 이

나라에 이러한 국회는 내 하늘 밑에서 처음 봐.


이승만에 의해 하늘 아래 처음 보는 국회라고 평가된 제 2대 국회.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이

승만 1인 독재에 기틀을 스스로 마련해준 제 2대 국회. 내각 책임제 개헌과 발췌개헌. 그리고

경제조항 개헌안까지 세차례의 개헌파동을 겪었던 제 2대 국회. 전쟁과 파동과 정쟁의 연속.

제 2대 국회는 상처투성의 국회였슴에 틀림이 없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림)

- 그동안 수고 많았소이다. 죽산.

- 저야. 뭐


의장 신익희와 부의장 조봉암. 폐회식 뒤에 있는 전별연 자리엔 불과 40여명 밖에 안 모였습니

다. 20일 뒤에 다가온 제 3대 국회의원 선거에 정신을 빼앗겨 있었기 때문 입니다.


- 광주는 어떻습니까.

- 아 참. 죽산. 입후보 등록 어찌 됐소?

- 힘들것 같습니다.

- 왜?

- 하하하. 그걸 왜 묻습니까.

- 아, 등록 못하게 되오. 그럼?

- 추천서에 도장 찍었던 사람들이 자꾸 취소를 해 오는 구만요.

- 왜?

- 또, 어리석은 질문. 내가 빨갱이라는 거죠. 하하하하.

- 에이. 이기붕씨 거 못쓸 사람이로군. 정정당당하게 겨룰 일이지.

- 술이나 듭시다.

- 예.

(술 따르는 소리)

악취미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죽산 조봉암은 다가오는 선거에 서대문 을구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서대문 을구는 이기붕이 잡아놓은 터. 거기 도전하겠다고 공언 했으니, 우

선 탄압이 강했던 것은 당연한 일.

- 그러나 저러나 죽산.

- 네.

- 그 반골정신 좀 죽이셔야지.

- 흐흐흐흐. 그것 빼 놓고야 제가 뭐 있습니까?

- 하하하. 의사봉 맡기면서 난 사실 겁이 좀 났드랬죠.

- 흐흐흐. 제가 의장석에 앉아서 싸움할 까봐요?

- 아, 그런데 잘해나갑디다.

- 아직 멀었죠.

- 언제고, 우리 뭉쳐 일해 봅시다.

- 민국당에서 절 받아 주시겠습니까? 이 빨갱이를.

- 어허.

- 흐흐흐.

(음악)

- 아, 이별이로군. 자, 여러 의원 동지들. 우리 재회를 기약하면서 마지막 잔 듭시다.

(사람들 웅성거림과 잔 부딪치는 소리)

- 이 나라에 민주주의를 위하여.

(음악)

- 기호는 3번. 기호는 3번. 우리의 애국자 김창오 동지를 국회로 보냅시다. 기호는 3번. 기호

는 3번. 우리의 애국자..

(박수소리)

-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이거에요. 나는 싸워요. 싸우겠어요.

(사람들의 외침소리)


열띤 선거전의 시작.


- (대구. 대구. 여기는 대구역 입니다. 여기는 대구역 입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정해진 집찰

구를 통해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열차 기장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

- (잊으신 물건 없이 정해진 집찰구를 통해 안녕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다왔나?

- 네. 대굽니다.

- 내리지 그럼. 흠.

(발소리)

- 어, 조박사님 요.

- 어. 나왔나?

- 이쪽으로 오시소.

- 아. 왜? 집찰구가 어딘가?

-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 무슨 일이야? 누가 날 잡아간대?

- 말씀 마이소. 지금 대구는 영 개판입니더.

- 무슨 소리야? 그게.

- 자유당 이 노마들이 정신 없이 안 날뜁니까.

- 날 뛰어?

- 말씀 마시소. 깡패가 날 뛰지 않습니까. 돌맹이고 뭐고 막 던지는 판입니더.

- 아, 내가 위험할까봐서? 아, 괜찮아.

- 저, 조박사님 요.

- 박사님.

- 아, 빨리와요.

- 저, 큰일 입니다.

- 괜찮아요. 박사님께서 돌맹이 무서워할 분은 아니니까. 자 갑시다.

- 아, 참말로.

- 아, 안와 이사람아.

- 아. 네. 갑니다. 자, 빨리 갑시다.

- 예.

(발소리와 사람 웅성거리는 소리)


대구에 내려온 조병옥. 살벌한 분위기가 대구 시내를 감돌고 있었습니다.


(발소리와 사람들 소리)

- 조 박사다. 조병옥 박사야.

- 야, 참말로 호랑이 상이네.

- 참말로 저렇게 차타고 안가시고.

- 괜찮아요.

- 아, 나쁜 녀석들. 거 내 포스터는 다 찢었구만.

- 예, 매일 붙여도 못 당합니다. 암만 찍어놔도 저 모양 아입니꺼.

- 거 고생들 많소이다. 여러분. 나 조병옥이오.

(사람들의 환호소리)

(음악)

(차소리)

- 어찌된 일인가.

- 예. 저.

- 사람이. 한명도 안 모였어. 이 시간이 잘 못 됐나?

- 아닙니다. 저 무서워서들.

- 뭐?

- 의장님 연설장에는 못나오게 탄압을 하는 겁니다.

- 이런 녀석들. 맹랑하군. 이렇게 까지 할 게 뭐 있나. 할 수 없지. 저 집에 사람들은 살고

있겠지.

- 그러믄요. 겁이나서 나오지들만 못하고 있는 거지요.

- 마이크 이리줘.

- 네.

(마이크 연결하는 소리)

- 나, 신익희 올시다. 여러 유권자들께 인사도 할겸, 얘기도 할 겸 찾아왔는데, 뵐 수가 없어

이렇게 목소리만 전하겠습니다. 여러분들 께서도 신문보셔서 알겠지만은 이승만 대통령께서 이

번 선거는 아주 민주적으로 공명하게 하라고 자유당 사람들에게 명령을 했는데, 우리 고향은

대통령 계신데가 멀지도 않은데, 잘 전달이 안된 모양이올시다. 이 박사한테 따져야 겠습니다.

이렇게 명령 계통이 안되서야 어찌 대통령 자리에 앉으셔서 정치를 하겠느냐. 여러분. 그러나

실망 마세요.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요. 몇몇 나쁜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

(음악)

- 아하하하하. 재밌어. 재밌어. 하하하하.

- 흠.

- 하하. 전 오로지 젊은 기분 하나로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늙은 권위주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자신 있습니다.

-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이번에 꼭 신익희를 짓눌러 버리세요. 미스터 최.

- 계속 지도편달을 바라겠습니다. 사모님.

- 흠.

- 중앙당에서도 최대 지원을 할 작정이니까 굴하지 말고 힘껏 싸우시오.

- 제 젊은 피가 용솟음 치고 있습니다.


최인득. 이 당돌한 사나이. 신익희의 아성인 경기도 광주에서 싸우고 있는 젊은이.


- 하하하하. 젊음과 늙음의 대결. 젊음이 이겨야지.

- 네. 필승을 다짐하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제 정력이 다할때 까지.

- 여보.

- 응?

- 미스터 최를 전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 아, 물론이지. 현재도 지원하고 있어요. 경찰은 말 잘듣고 있겠지.

- 네. 대단히 협조적입니다.

- 흠. 신익희의 아성을 정복한 젊음. 이기면 아마 역사에 남을 거에요. 미스터 최는. 언제 각

하께 같이 들어갑시다. 소개시켜 드려야 겠어요. 흠. 아마 각하께서도 대단히 즐거워 하실껄.

- 아, 고맙습니다. 사모님.

- 흐흐흐.

(음악)

(입력일 : 200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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