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현 국회에는 나라를 위하여 힘쓰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이승만 대통령은 계속 현 국회를 공격했습니다. 그 뜻은 자유당 공천을 앞두고 현역 의원
들을 공천 대상에서 대다수 제외되리라는 것. 그러나 국회 전체를 부인하고 나서는 것은
심하지 않으냐. 신익희 국회의장은 이승만에게 처음으로 공격하는 담화를 발표.
- 물론 게 중에는 일학학습격으로 사리사욕을 도모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대
다수 선량, 국사를 위하여 진력하고, 국리민복을 위하여 노력하였는데, 이 문제는 어떤 개
인의 비난 공격으로서 판정되는 것이 아니고 현명한 국민들이 주권행사로서 공개를 심판
할 문제인 것이다.
온건한 태도를 늘 지켜오던 신익희로서는 놀랄만한 정면공격. 바야흐로 여야 대결의 순간
이 가까운 때문인가.
(음악)
- 하하하하하. 그거 참. 현역 자유당 의원중엔 박군 하나 밖에 공천 받을 희망이 없다는
군.
- 그럼. 우린 다 관둬야 되는군.
- 그렇대요. 하하하하.
- 거 참.
한 명밖에 공천 못 받는 다는 소문은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단순한 농담으로 들리지 않
는 얘기 였습니다. 공천작업에 몰두해 있던 이기붕등 당 간부들이 난처해 지는 소문이었
습니다.
- 어떻게 된 일이요? 도대체.
- 예?
- 현역 의원중에는 공천 받을 사람이 한 명뿐이라니. 그럼, 나도 공천을 못 받는게요?
- 무슨 말씀이십니까?
- 아, 실세가 그렇다지 않소!
- 나나, 배은희씨도 공천 못 받는게요?
- 그럴리가 없습니다.
- 도대체 각하께서는 뭐라고 합디까?
- 전 그런 말씀 하시는거 전혀 못 들었습니다. 이 선생님께서 들으셨습니까?
- 나야 현역의원 아닌가.
-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 어, 박부장.
- 공천의 최후 결정권은 총재 각하께 있습니다.
- 그래서.
- 그걸 뻔히 아시면서 이 선생님 같은 당 간부가 그런 소문에 현혹되신 것은..
- 이이..
-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 아니, 뭐? 현혹이 돼? 아니, 그 말버릇이 뭔가?
- 헛소문에 괜히 들떠 있다는 뜻입니다.
- 들떠 있어! 아니, 이사람 이거. 높은 자리 앉더니 보이는 것이 없구만 그래. 응?
- 유언비어가 떠도는게 누구 때문인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 아니, 그럼. 내가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다닌단 말인가. 에?
- 아, 이 선생님. 참으십시오. 박부장. 어느모로 보나. 이 선생님에겐 예의를 차려야 할
거 아니오.
- 예의는 저도 있습니다. 그러나.
- 이 봐요.
- 알겠습니다.
- 아니, 참. 나더러 늙은이라고 욕을 하는 겐가?
- 아, 이 선생님. 무슨 그런 말씀을.
- 이봐! 나도 자네보다 더 젊었을 때, 기미 만세운동에서 주동이 됐더랬어. 젊은게 제일
이 아니야.
- 그만 하면 알아 들었을 줄로 믿습니다.
- 하여간에 만송.
- 예.
- 각하께 들어가서 명확하게 알아보시오. 현역의원 한 명도 공천안하신다는 게 각하의 참
뜻인가 아닌가.
- 글쎄요. 이 선생님께서 직접 여쭤보시죠.
- 나..? 내가 어떻게.
- 그렇다고,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을 여쭤봅니까. 국사다망하신 어른께 그런 얘기 여쭈어
봤다간 당장에 호통이 떨어질겁니다.
- 아니, 당신이 공천 책임을 맡았다면서.
- 제가 어디 책임을 맡았습니까. 이 선생님이나, 배 선생님. 그리고 당 부차장 전체의 의
결로 우선 결정되는 걸로.
- 아. 그리고도 또 각하의 재가가 내려야 결정이 된다고?
- 물론이죠.
- 하여간에 이거 얼마 안남은 국회지만 끌어나갈 수가 없어요. 의원들이 전부 동요 돼있
으니.
(음악)
(차소리)
- 늙은이들 등쌀에 정말 못해먹겠습니다.
- 참아야지.
- 참는 것도 한도가 있죠. 이래서야 당을 해나갈 수가 있습니까? 선생님 어떻게 하시겠습
니까? 이대로 노장파들을 내버려 두시겠습니까?
- 음..
(자동차 경적소리)
- 으음. 벌써.
- 우리집에 들렀다 가지.
- 그럴까요?
(차내리는 소리와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 이 이자식아 니가 혈서를 쓴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줄 아니? 오, 이자식아.
- 아니. 사모님께서 왜.
- 음.
- 전 가보겠습니다.
- 아. 아니야. 들어와.
(발소리)
- 난 이거 해, 누가 뭐라고 해도 해.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여보.
- 아, 오셨구려. 아니 그래. 당신이 어떻게 가르쳤길래 얘가.
- 여보. 박 부장도 왔어요.
- 네? 오. 박 부장 잘 오셨수. 하아. 우리 한 식구 같아서 내가 얘기 하겠어요. 내가 이
날 이때까지 이 양반 출세길 닦아온 거 아시죠? 그런데, 오늘날 이지경으로 무시를 당해야
옳겠수? 강석이 까지도 이 에미를 우습게 알고.
- 어머니.
- 원..
- 제가 언제 어머니를 우습게 알았어요? 네?
- 야, 이 자식이 울긴. 네 놈이 기고만장해서 혈서를 쓸 적은 언제고.
- 아니. 혈서를 요?
- 아휴.
- 박 부장. 밖에서나 안에서나 왜 이지경들이지? 공천이 뭐야? 도대체.
- 흐응. 공천권 하나 가졌다고 너무 그러는게 아니에요.
- 너무 그렇다니.
- 너무 안했어요?
- 아버지! 제발. 어머니 공천해 드리세요. 국회의원 시켜 드리세요.
- 아니.
- 진심이냐.
- 진심이에요. 그럼 어떻합니까? 아무리 애원을 해도 안되죠. 혈서를 써도 안되죠. 아마
제가 목을 잘라도 어머니 마음은 꺾지 못할 거에요. 좋습니다. 국회의원 시켜 드리세요.
- 시키다니!
- 문제는 국회의원 아닙니까?
- 원.
- 어머니. 국회의원 꼭 하세요!
(문 닫는 소리)
- 아니, 저 녀석이. 야!
- 아, 여보.
- 아휴, 그래. 당신이 잘나서 오늘 날 이렇게 출세를 하셨죠? 저 녀석도 당신 잘난 덕이
호강을 하죠. 아..
- 다 당신 덕이요. 마누라 잘 두고 에미 잘 둔 덕이요.
- 아니, 이이가 누굴 놀리나?
- 당신 잘났어. 그래.
- 아이.
- 당신 같은 똑똑한 여자 덕택에 내가 출세를 했어. 경무대에 무상 출입하면서 당신이 내
출세길을 닦았어.
- 아니, 이이가.
- 그러나 똑똑히 들어둬. 암탉이 울면 집안이 어떻게 되지? 응?
- 어휴.
- 그 속담이 괜히 생긴 줄 알아. 당신이 존경하는 프란치스카 여사도 그래. 그 분이 국회
의원 하겠다고 그래? 내조라는 게 뭐야.
- 그 분하고 저야 처지가 다르죠.
- 다르다 마다. 여보 박 부장. 며칠째 집안이 이 모양이오. 강석이가 혈서 까지 썼지.
- 그래요. 박 부장. 내가 뭐가 모자라요. 내가 학식이 못하오, 역량이나 식견이 못하오.
여성운동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난 출마하겠다는 거에요. 국회의원 100명이면 100명 다
남자들이 차지하면은 여성운동은 누가하오?
- 여성운동은 꼭 국회의원만 하는게 아니야.
- 가만 좀 계세요.
- 가정이 어떻고 하지만, 내가 국회의원 되면 가정은 꼭 버려야 되는 거요? 박 부장 내
한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나라가 망하오?
- 여보! 나라까진 들출 것은 없어.
- 이이가 정말.
- 박 부장. 여기서 판결 좀 내려줘요. 내가 정계에 들어서 있는 판에 이 여자까지 국회의
원을 해야겠소. 안해야겠소.
- 아니.
- 글쎄 옳습니다.
- 대답을 해 줘.
- 말씀을 하세요. 공정히.
- 제가 말씀을 드린다는 것은 외람된 일입니다만, 사모님. 옛날부터 훌륭한 인물 뒤에는
반드시 내조의 공을 세운 부인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그래서.
- 사모님도 이 때까지는 그런 부인이셨습니다.
- 그래서.
- 사모님께서 내조의 공을 세우신 걸 세상이 다 알지 않습니까.
- 아, 아는 사람이 많지.
- 그런데 이제 와서 사모님께서 직접 국회의원에 나서신다면 세상에서 좋게는 얘기 안할
것 같습니다.
- 뭐. 뭐요?
- 사모님. 이번에는 국회의원에 안 나서시는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 뭐야?
- 지금 선생님 께서는 공천 때문에 바깥에서 사면초가가 되있다시피 합니다.
- 아.. 흠.
- 이럴 때, 사모님을 공천후보로 올려 놓을 수 없습니다.
- 알았어. 박 부장도 남자라고. 흠.. 어쩜 남자들은 모두 이모양이지? 다 해먹어! 사내들
끼리 다 해먹으란 말이야.
(문 여닫는 소리)
- 흠.
- 흠..
- 얘기 잘 해줬어.
- 그동안 고민이 크셨겠습니다.
- 공천이 뭔지 안에서는 마누라 등쌀. 밖에서는 늙은이들 등쌀.
참으로 공천이라는게 뭔지. 이 나라에서 처음 해보는 국회의원 공천. 처음이기 때문에 그
고충도 컸을 것입니다. 이제학씨도 자기의 공천 경험을 얘기 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입력일 : 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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