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자유당 공천이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 3대째 처음 공천 제도라는
것이 나타났습니다. 이제학씨가 설명 합니다.
(음성 녹음)
- 공천이라는게 뭔가? 도대체.
- 처음듣는 얘기지?
- 응, 여태까진 없는 것이었구만.
- 자유당에서 말이지. 이 사람이 우리당에서 공인된 후보자니까, 찍어라 하고 추천하는 거지.
- 자유당에서? 자유당이 추천한다고 당선 되나?
- 아이, 이 사람아. 자유당 총재가 누군가.
- 그야, 이박사 아닌가.
- 그러니까 공천이란, 이박사 추천따는 거 아닌가.
- 뭐? 이박사 추천? 대통령 각하의 추천 받는 거 말이지?
- 말해 뭣해?
- 아이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로군. 뭔지 모르고 난 가만히 있었지. 공천 따야겠구만.
(발소리)
(음악)
- 행정구역과 선거구역을 구분해서 지방당국을 조직하자는 원칙은 먼저번에 통과가 됐고요.
공천요강을 제가 마련해 봤습니다.
(사람들 웅성거림과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유인물 보시고.
- 박부장이 설명하시오.
- 예.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아, 자유당원이면 누구나 다 공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의원에 출마할 당원은
지구당에 공천 신청서를 내고, 공천 대회에 입후보를 합니다. 공천 대회에서는 대의원들이 투
표를 합니다.
- 아..
(사람들의 웅성거림)
- 그 투표함을 열지 않고, 직접 도당부로 보냅니다. 그러면 도당부에서는..
(음악)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그러면 도당부에서는 함을 열고 득표수를 계산해서 중앙당에 보고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 그러니까, 각 부락에서 대표를 뽑는다. 그러한 말인가?
- 예, 각하. 대의원들은 순전히 민의에 의해 뽑게 돼있습니다.
- 암. 그래야지. 민중이 지지하는 사람을 국회에 보내야 돼.
- 그렇게 해서 저희들이 일단 공천 후보자를 뽑아서, 각하께 상심하겠습니다. 최종결정은 역
시 각하께서 내려주셔야 될 줄 믿습니다.
- 그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지시를 내려.
- 예, 예.
- 민주적이야.
- 예, 예.
(음악)
- 그래서 평점제를 생각해 봤습니다.
- 평점제라니?
- 백 점을 만점으로 해서 선거 지구당의 의견서에 40점, 그리고 도당부의 의견서에는 20점.
- 그리고 나머지 40점은?
- 중앙당 부차장 회의의 의견을 40점으로 잡았습니다.
- 흠. 중앙당의 의견비중이 크구만.
- 결정권은 우리가 쥐고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 최종 결정권이야, 각하께 드려야지.
- 아, 그야 그렇죠.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
(문 여닫는 소리)
- 안 선생이라는 분.
- 예, 접니다.
- 이리 오세요.
- 예. 예.
(발소리)
- 왠 방문객이 그렇게 많은지, 게 정말 죽겠군.
- 하하. 그러실 테지요.
- 아, 이쪽으로.
- 예. 예.
(똑똑똑 - 문 두드리는 소리)
- yes. coming
(문 여닫는 소리)
- 들어가세요.
- 예, 예.
- 아이고, 사모님.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저, 절 받으십시오.
- 흠. 어, 공천 때문에 올라오셨다고?
- 흑흑.
- 아, 왜 그러세요?
- 사모님을 뵈니 눈물이 앞서는 구만요. 글쎄, 제가 우리 고장에서 국회의원 나서면 꼭 당선
됩니다. 그건 세살 난 아이까지 다 아는 사실 입니다.
- 흠..
- 그런데, 지구당 공천 대회인가 뭔가, 그런 못 된 놈들이 저를 떨어 트렸구만요. 그래서 이
생각 저 생각 다 했습니다. 아예 죽어 버릴까.
- 아. 지구당 공천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요?
- 예?
- 에, 지구당에 공천한다고 결정이 나는 건 아닐거에요.
- 아, 그렇죠.
- 그이 한테 제가 얘기를 해 드리죠.
- 아, 사모님. 사모님.
- 과히 염려 마세요.
- 아이고, 이 하애와 같으신 은혜. 결초보은 하겠습니다. 사모님. 사모님.
(음악)
- 아, 어이고 조직부장님이요. 수고가 많으시지예.
- 뭘요.
- 아, 지는 아, 고향이 김천 아입니까.
- 그러시죠.
- 부장님도 김천고보 나오셨다카데요.
- 예.
- 하하. 아이고, 잘 됐구만. 제 발바닥 한 번 보실랍니까.
- 예?
- 보시소. 이거. 이 발바닥 좀 보시이소. 온통 부풀었심더. 이제는 걸음도 더 못걷겠심더. 이
고생해서 국회의원 한 자리 하려는 건데, 저, 박부장님요. 내 참말로 뭐라해야 할지 일일이 다
말 못하겠심다. 공천 제게 주시소. 부장님요. 동양여자 하나 살려주시소. 야?
- 금릉군 땅입니까?
- 예. 그.. 그런데예.
- 예씨가 지구당 공천으로 올라왔죠?
- 예. 아이고, 그런데 지는 참말로 억울합니다. 군내에 각 마을을 세 번이상을 다 다녔습니다.
운동화에 바지 입고, 발바닥이 이지경이 되도록 안돌아다녔습니까. 공천 못되면 죽어버리는 수
밖에 없습니더. 부장님요. 저, 홍일점 국회의원 하나 탄생시켜 주시소. 야? 제발로 저.
(음악)
정치에는 희극적 요소가 다분히 있습니다. 희극적인 인간들이 꽤 많이 정치에 투신하고 있습
니다.
- 대통령 말씀이 지금 국회의원들은 모두 못 쓴다는 게야.
- 아니, 못 쓰다니?
- 아이, 이 사람아 신문도 못 봐? 거 대통령께서 이번 국회의원들은 민중속에서 나와야 된다
는 이거야.
- 응?
- 그 국회의원이 귀족이 아니거든. 민중의 지지. 알았어? 민의. 이럴테면 나 같은 사람.
- 거, 사람. 하하하하.
하하하하. 민주주의에 참된 실현이라고 얘기 할 수도 있겠죠. 하여간에 1954년 5월 20일에 실
시된 제 3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다양성 있는 성격의 인물들이 입후보 했던게 사실입니다. 자
유당 공천에 권한이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은 이기붕의 집안에 손님이 꿰어들기 시작했고, 그
집안의 모습은 옛날 지방 현령 한 자리씩 얻으려 세도가에 밀려 닥치던 역관배들의 모습. 그
대로였습니다.
(음악)
- 하하하. 이번엔 대구야.
- 하하하하.
- 하하하.
- 생과부를 장차 못하로는 팔자로군.
- 아, 떠드는 거지 뭐. 하하하.
- 하하하하.
신익희와 조병옥. 민국당의 두 지도자들의 웃음이 쓸쓸하다.
- 자유당에서 이번엔 굉장히 나올 모양이에요.
- 제깐 녀석들이 나오면 어떻게 나오겠어.
- 공천이다. 민의다. 선거가 험악해질거래.
- 거참, 이기붕이가 국회의장을 하겠다구만.
- 하하하하.
- 웃을 일이 아니에요. 해공, 국회의장도 이번이 마지막이야.
- 그깟 국회의장이야, 뭐 어떤가. 아 이기붕이 하래지. 듣자니 나를 떨어 뜨리려고 작전들을
짠다더구만.
- 이기붕이가?
- 글쎄.
- 그 사람. 그 양순한 사람 아닌가.
- 권력욕이 성격을 버리는 수가 많지.
- 음. 글쎄.
- 아, 그러나 저러나 우리 당은 어떻게 한다.
- 싸우는 게. 내 대구를 맡을 테니까, 해공은 서울 일대를 맡아요.
- 정치한다는 자들이 날이 갈 수록 유치해 지니. 유치해 나보다.
- 그러나 어떻하나. 그런 녀석들하고 싸워서 이겨야지. 이깁시다 해공.
- 이겨야지요.
(음악)
(입력일 :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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