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드시오 박 부장.

- 네.

[이정재와 박용만. 이기붕을 서울시 당 위원장으로 추대해야할 임무를 지니고 고민하던 박용만에게 이정재는 용기를 주었다.

이정재, 씨름꾼으로 출발해서 그 건장한 육체의 힘으로 험악한 동대문 시장을 석권한 사나이 그리고 이제 정계에 뛰어든 사나이.]

- 박 부장?

- 네.

- 나야 뭐 있습니까? 무식하죠? 근데 힘이 조금 있지 않습니까?

- 이 선생님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 이기붕 선생 좋아합니다. 참하시는 어른이더군요.

- 그렇습니다.

- 내가 힘은 있는데 내일 대회에서 의장은 누가 봅니까?

- 의장이요?

- 박 부장이 맡을 수 있오?

- 그야 임시 의장이니까 맡을려면 맡을 수도 있겠지요.

- 음, 그럼 됐오.

(술잔 따르는 소리)

- 드시오.

- 네.

- 의장 맡으셔서 내가 소리를 지르거든 얘기 좀 하게 해주시오.

- 발언권을 달라는 말이지요?

- 예, 내가 앞 좌석에 앉았다가 손 번쩍 들면서 의장 할테니까.

(음악)

(사람들 웅얼소리)

- 다음은 순서에 따라 위원장 선거가 있겠습니다.

- 의장?

- 아, 발언권을 요구하십니까?

- 예.

(발소리)

- 종로구당 대표 이정재 동지를 소개합니다.

(사람들 환호소리)

- 아, 아아아아 지금 위원장 선건데 내가 한마디 하겠오.

(박수소리)

- 조용해요. 뭐 복잡하게 절차를 밟을것 없이 간단히 합시다. 내가 동의를 할테니 여러분께서는 많은 박수를 쳐 주십시오.

음음. 누군가하니 이기붕씨를 만장일치로 추대합시다.

- 옳소.

(박수소리)

- 박수안쳐? 안쳐? 박수.

(박수소리)

- 에, 이정재 동지의 동의에 아무 이의도 없는듯 하니 만장일치로 가결된 것을 선포합니다.

(사람들 웅얼소리)

- 에. 다음은 순서에 따라서 부 위원장 선거로 들아갑니다.

- 이의 있소, 이의 있소!

(사람들 웅얼소리)

- 아아, 부 위원장 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

(음악)

- 이 동지.

- 네?

- 수고했어, 오늘.

- 아닙니다. 제가 뭘 했나요?

- 이 동지 덕분에 일이 간단히 되었으니.

- 잘된거지요 뭐, 올바르게 되었습니다.

- 하하하하하. 이 동지가 단상에서 눈을 부라리니까 꼼짝들 못하더구만.

- 허허허허허. 뭐 보통입니다.

[누가 만송 이기붕을 연약한 인물이라 했는가 적어도 민주 정당이라고 하는 자유당 대회에서 날치기식 회의를 강행했고 그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붕은 단상에서 얼굴하나 지뿌리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여간에 이기붕은 서울시 당 위원장에

당선되었습니다. 공개적인 회의에서의 첫 승리였습니다.]

- 이 동지, 정계에 나서면 성공하겠어.

- 허허, 음 모르죠. 한번 해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만, 잘 봐주십시오 선생님.

(음악)

[3월 10일 시공관에서는 570 여명의 전국 대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당 전당 혁신 강화대회가 열렸습니다. 우렁찬 주확이 기세

를 올린 이 혁신 강화대회. 이기붕이 단상에서 개회사를 했습니다.]

- 정내에 모든 정당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취해왔으나 우리 자유당만은 상호 협조의 정신 밑에서 권력과 세력을 배격하는 양심

정치를 실현할 것을 목표로 해야할 것입니다.

(사람들 박수소리)

[당 총재에 이승만은 대회에 유시를 보내어]

- 국회안에 나라를 위하여 싸울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번도 못 들었으니 새로운 국회에는 제 각기 당선될 생각 말고 나라와 민족을

생명보다도 더 중히 여기는 유명한 인재를 선택하도록 나는 부탁하는 바입니다.

[현재의 제 2대 국회의원들은 공공연히 공천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현역 의원들은 등골이 오싹했을것이지만은

오매불망 국회의원 한자리를 꿈꾸는 지방 대의원들에게는 달콤하기 이를때없는 이승만의 유시었습니다.]

(음악)

[기세도 등등하게 전당 대회는 진행되었습니다. 눈 앞에 다가온 선거에 압도적인 승리를 다짐하는 듯, 기세 등등한 모습을 자유

당은 보여주었습니다.]

(음악)

- 흠. 에헤 우리도 공천을 하는게 좋긴 좋겠습니다만, 원래 민주국가에서는 정당 공천이 꼭 있지 않습니까?

- 그렇지요.

[계동 인촌의 사랑방 김성수와 신익희]

- 공천을 하는것은 좋소만 그냥 공천만 하면 뭘하나요? 선거 자금도 내 주어야 하잖아요?

- 그야 그렇지만은 조직이 안돼요. 지방당이 많은 것도 문제옳시다.

- 이러고 있다가는 자유당에게 압도 당하고 말겠구만. 개헌 선언 저지해야 하지않겠소. 해공.

- 저지해야지요.

[민국당은 결국 자유당에 기세에 압도되고 마는가.]

(음악)

- 아아 난 정치 안한다니까.

- 아, 그러나 박사님이요, 나라는 어찌됩니까?

- 나라? 아, 이 박사있잖아.

- 박사님이요? 이 박사가 종신 집권 안한다고는 안합니까? 개헌 안할듯 싶습니까?

- 개헌?

- 아, 종신 대통령 해먹겠다는 개헌?

- 그, 그래서 개헌 선언 막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한 사람이라도 우리 당에서 많이 당선되야 개헌이 막아집니다.

- 맞습니다. 조 박사님께서 대구에 출마하시면 무 투표 당선이나 마찬가지 될겁니다.

- 때는 당상 아닙니까?

- 아아 이사람들아? 누가 국회의원 한다했어? 거참.

- 나라를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 그러니까 박사님이요 입후보 한다고 도장만 하나만 찍어주시소. 내려오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희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마

도장하나만 찍어 주시지요.

- 대구에서 조박사님이라하면 모두들 눈 감고 찍습니다.

- 아니 내가 선거기반 닦을려고 대구를 사수했나? 거참.

- 아, 그러면 이 박사 종신집권해도 박사님은 유유자적 하고 계실겁니까? 참말로 이러고 계실겁니까?

- 아, 이러고 있지, 그럼 어떡해?

- 아이고 참말로, 좋습니다. 우리도 여기 그냥 있을 기고만.

- 아, 그러면 있어야지 승낙하실때까지 앉아 있는거야.

- 아아아, 이 사람들 잠깐.

- 인생은 도탄에 빠지고 도리는 타락되고 있습니다 천하의 사기꾼들이 다 나서서 나라를 좀 먹고 있습니다. 박사님이 안 나서면

누가 나설겁니까? 대답좀 해보시소.

- 저희는 모 박사님 당선시키고 한자리 얻을라고 이러는 줄 아십니까? 나라를 보십시오 나라를 대한민국을.

- 나, 나 대한민국?

- 박사님은 어디 다른 나라 사람입니까? 저희는 뭐 미쳤다고 야당하면서 이 고생 하시는줄 알겠습니까? 자유당 하면 돈 번다합

니다.

- 아, 나 거참나 거.

- 어디 가십니까?

- 가긴 어딜 가?

- 박사님이요.

- 박사님이요.

- 그래, 그래 나서지 나서겠어.

- 예? 예? 예?

- 만세

- 조병옥 위원장 만세.

- 대한민국 만세를 불러 이 사람들아.

- 예, 예 예.

- 대한민국 만세 만세.

(음악)

(입력일 : 2009.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