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 그러면 제 3 국회는 이로서 약하고 자구수정에 대해서는 법제 사법 위원회에 일임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없어요?
- 이의 없습니다.
(사람들의 외침소리)
1954년 1월 23일. 민의원 의사당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안에 제의독회가 있었습니
다. 저녁 6시 거의 다 되서. 그 날 의회는 사례들이라 믿고 의원들은 일어서고 있었습
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 지금 보고 사항이 잠깐 있습니다. 보고 사항 끝내고 곧 사례하겠어요.
- 1월 23일 자로 대통령 이승만 각하께서 각 국무의원의 연서를 얻어서 헌법 개정을 제
출해 왔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그 내용은 헌법 제 85조, 제 87조, 제 88조, 제 89조에 관한 개정입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
- 경제 조항이군.
- 아, 이거 의원소환이 아니군.
- 헌법 개정의 제의. 헌법 제 98조에 의하여 헌법의 개정을 다음과 같이 제의 하나이다.
대통령 이승만.
(음악)
- 정부에서 헌법 중 경제조항에 대한 개헌을 국회에 제의 했습니다. 여기에 국회의원
여러 선생 앞에서 개헌에 대한 대체적인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국무총리로서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에게 제가 헌법에 대한 설명을 한다고 할꺼 같으
면은 잘 모르는 사람이 긴 얘기를 한다고 혹 시비를 하실련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대체로
우리나라 헌법은 20세기 초엽 제 1차 대전후에 자본주의를 시정해야 된다는 소리가 높을
적에 다시 말하면은 제 1차 대전을 계기로 해가지고 전쟁에 투입됐던 모든 산업이 강대
한 발언권을 가지고, 또 때를 같이 해서 난숙했다고 말하면은 좀 과하다고 할지 모르겠습
니다만은 자본주의를 수정해야 겠다고 하는 소리가 높을 적에..
개헌. 1954년 당시에도 개헌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섬짓할 때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납벌대, 백골단의 동원아래 강행된 발췌개헌이 있고 나서,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
았을 때, 그 개헌을 치룬 제 2대 민의원 의원들 앞에 다시 던져진 개헌안.
그러나 다행이라고 할까. 개헌 조항은 경제 부분 뿐이었습니다. 광물, 기타 중요한 지하
자원, 수산자원, 그리고 수렵등 경제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자연력을 국유로만 할 것이
아니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그 자연력의 사유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제 85조의 개정
을 비롯해서 87,88,89조를 개정하자는 안이었습니다. 1954년 1월 23일. 이제 제 2대 국
회 임기가 거의 끝나고 의원들은 저마다 다음 선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즈음 입
니다.
- 헌법 개정안이 나와 있어서 여기에 대해서 가부 판단을 얻기 위해서 끝까지 물어 볼
말씀이 있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제일 첫째 문제. 말씀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주의 경
제체제로 나간 그러한 헌법으로 되 가지고 있는 국가에서도..
- 국무총리의 개헌 설명중에 개헌하는 목적이 첫째로는 국영경영으로서는 능률이 안 올
라간다. 생산력을 올릴 수 없다 하는 것이 하나의 이유요.
헌법 개정인 만큼 의원들은 열을 올려 질문전부터 전개해서 토론, 공천회로 돌입 되었
습니다.
- 대체 토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진한 의원 말씀하세요.
(발소리)
- 나는 이 개헌안에 반대하는 사람 올시다. 금번 개헌 조문을 볼 때, 현행 헌법 조문과
비하여..
- 다음은 박상훈 의원 말씀하세요.
- 대단히 중대한 문제 입니다. 그러나 나는 정부에서 제안한 취지와 또 그 정신에 찬의
를 가지고 있소.
- 나는 이 경제조항 개헌안을 반대할 사람이올시다.
- 본 의원은 헌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의견을 피력 하려고 합니다.
(음악)
1월 23일에 제안되어 홍보기간 1개월을 지나는 동안 그리고 3월에 들어서도 계속 개헌
안에 대한 토론회,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찬반 양론 반반인듯한 인상이었습
니다. 야당의원들 중에서도 찬성을 표시하는 의원이 있었고, 여당의원이 오히려 반대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토론이 전개되어 가면서 이상한 부작용이 생겼습니
다. 서대문 이기붕의 집을 잠시 들여다 봅시다.
- 뭐요?
- 그러길래 정부에서 개헌안을 제의할 게 아니었습니다.
- 아니, 그렇다고 각하께서 제안하신건데 개헌안을 가지고 빠타를 하겠다니.
- 공천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게야 물시록이 아닙니까.
- 나쁜 사람들.
- 꼭 나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공천에 눈이 어두운 여당의원들, 자유당 의원들. 그들은 개헌안을 통과시켜주는 조건
으로 공천을 보장 받으려고 했습니다. 개헌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과 공천을 교환조
건으로 하자.
(음악)
- 아무래도 각하.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정부에서 제의한 개헌안이 부결될 것 같은가.
- 글쎄 올습니다. 전 원대에 있지 않아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 몰라?
- 예.
- 나는 알아. 다 알아. 그러길래 내 하늘아래 처음 보는 국회라고 했어. 빠타 하겠다지.
- 예.
- 몰지각한 의원들이 자기 선거 공천과 개헌안 통과를 빠타하겠다는 거 아닌가.
- 전부가 그런것은 아니올시다만.
- 전부야. 나는 다 알아.
- 황송합니다.
- 기봉이.
- 예.
- 공천은 원칙대로 진행해.
- 그러면.
- 애초에 정한 원칙대로 해 나가. 내가 보기에는 현역의원중에서 차기 공천 받을 사람은
몇 명 없으리라고 보는데, 국민들의 지지가 없는 자들 뿐이야.
- 그러나.
- 예정대로 해 나가라니까.
- 예예.
- 그 몹쓸 놈들. 나라를 위해서 국회의원 하는게야. 국회의원 하기 위해서 나라가 있는
게야. 빠타를 제의해 온 국회의원들이 누구누구야.
- 예. 그건 확실히.
- 조사해서 그 자들은 공천 대상에서 일체 제외해.
(음악)
- 아, 큰일이로군.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어쩐다. 흠..
- 왜 안주무세요. 여태?
- 어. 일이.
- 흠. 하하하하하.
- 왜.
- 각하의 호령때문에 그러시죠? 아니, 당신 도대체 그 어른을 어떻게 보세요?
- 흠.
- 그 어른 말씀을 거역하시겠어요?
- 아이, 거역은.
- 그럼 명령대로 하시면 되잖아요.
- 아, 글쎄. 그걸 누가 모르나. 현역의원이면 무조건 공천대상에서 제외하라니, 그러
다간 진짜 개헌안이 부결되지. 부결되면 체면이 뭐가 되겠소.
- 흠. 당신은 각하를 어떻게 보세요. 대책이 있어요. 하핫. 그 분이 어떤 분인데. 별
걱정을 다하고 있어. 당신은 그저 각하 분부대로 움직이세요.
(음악)
- 좌석 정돈해 주세요. 제 32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의 소란스러움)
3월 9일. 개헌안이 제의된지 한달하고 열 엿새 되던 날.
- 다음은 보고 사항입니다.
- 대통령 이승만 박사께서 3월 9일자로 각 국무위원의 연설을 얻어서 헌법 개정 제안에
철회요청이 다음과 같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헌법 개정 제의의 철회에 관한 건. 단기 4723년 1월 23일. 귀 원에 제의한 헌법개정
안은 차기 국회에 다시 제의할 작정으로 금번은 이를 철회코저 하오니 선처하여 주심을
경망하나이다. 대통령 이승만.
(음악)
개헌안 철회. 이승만과 전 국무위원 연서로 국회에 제출했던 개헌안을 스스로 철회한다는
통고문. 열띤 토론으로 또는 공천이란 달콤한 교환 조건으로 들떠 있던 국회의원들은 한
동안 멍해 있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