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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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실록구성 다큐멘터리 정계야화
9화 - 박마리아
9화
박마리아
1970.10.13 방송
70년 10월 5일 밤 10시 5분부터 방송을 시작한 ‘정계야화’는 동명의 대담프로그램을 드라마 타이틀로 부활시킨 20분짜리 실록구성물로 6·25이후 한국정치사의 이면에 갇혔던 뒷얘기를 캐내 대단한 청취율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73년 1월 당국의 규제조치에 따라 폐쇄되었으며, 80년 4월에 부활될 때까지 7년 동안을 동면해야 했다.
(음악)

- 내일은 시간을 지키셔야 겠습니다.

- 그렇게 해야지요.

- 아, 그래야죠.

(발소리)

- 아이, 벌써들 끝나셨어요?

- 아, 예예.

- 아이, 좀 앉았다가들 가시지 않고

- 아닙니다. 커피에 과자에 너무 폐만 끼쳐서요. 내일은 당에서 비용을 내가지고

오겠습니다.

- 아유~ 아까 얘기는 농담인데. 하하하. 아이, 그 보다도 제 공천이나 잘 봐주세요.

- 여보.

- 뭐 어때요?

- 자, 편히들 가시지요.

- 예, 안녕히..

- 안녕히 계십시오. 사모님도 안녕히 계십시오.

- 굿나잇, 에브리 바디.

(차소리)

(음악)

- 아하하하. 정치가들 치고는 모두들 순진하셔. 부장들 확실히 잘 뽑으셨어.

- 들어갑시다.

- 내 공천 확실히 결정 됐어요?

- 뭘.

- 나, 진담이라니까요. 공천. 나도 국회의원 합시다.

- 말 같지 않은 소리.

- 네? 뭐가 말 같지 않아요? 여성운동은 누가해요? 국회의원 전부가 남자라면.

- 자,자자, 들어갑시다. 흠.

- 아무래도 내 말 열심히 안들으시는데, 나 국회의원 하고 싶어요.

- 가정하고 학교는 어떻게 하고.

- 학교는 할 사람들이 많잖아요.

- 정치할 여자도 많아. 들어가요.

- 아, 여보.

- 흐음. 아니 왜그래.

- 당신, 날 그렇게 무시할 수가 있어요?

- 무시하긴..

- 내가 국회의원할 자격이 없어요? 흠. 당신이 정 날 무시하면 난 경무대에 직접

가서 공천을 받겠어요.

- 아니, 국회의원 하겠다는게 진담이요?

- 내가 왜 거짓말을 해요?

- 안돼!

- 아니, 이이가.

- 내가 안시키겠어. 흠.

(발소리)

- 흠.. 저이가 미쳤나. 왜저러지? 내말이 뭐가 틀렸다고. 나 참.

마리아. 박 마리아. 여인은 들떠 있었습니다. 권력의 문턱안에 들어서는 순간

여인의 마음은 한없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 저이가 정말. 날 무시해도 분수가 있지. 흠. 내가 국회의원하겠다는게 왜 자꾸

막아. 흐음..

(발소리)

- 여보!

(문소리)

- 여보! 응? 아니.

(문소리)

- 여보.

- 아이, 애들 자는데.

- 아니에요.

(문소리)

- 흐음. 얘기좀 합시다. 정치는 당신만 하라는 법이 없잖아요.

- 여보.

- 내가 자격이 없어요?

- 자격이 있지. 외관으론 훌륭한 국회의원 감이지.

- 그럼 됐잖아요.

- 그러나, 내 사정좀 봐줘.

- 하아, 사정이 어떤데요?

- 내 길을 당신 막으려는 건 아니지?

- 이 이가.

- 내 얘길 들어. 당신이 나서서 날 이만큼 만들어 줬다는 거 알아. 부부동체인데,

내가 출세하는게, 권력을 잡는게, 곧 당신이 권력 잡는거나 마찬가지라고 했잖아.

- 그래서요.

- 정치는 나한테 맡겨.

- 당신도 오만해 지는군요. 남자들이란 할 수 없어. 어른께서 당신을 인정해서

오늘날 권력을 주신줄 알아요?

- 알아.

- 어른께선 당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해요.

- 안다니까.

- 당신 얘길 할때,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요?

(음악)

- 하하하. 마리아는 기억력이 훌륭하군.

- 마리아는 여러모로 총명하죠.

- 흐흐흐. 기억력이 좋아.

- 아이, 너무 과찬하시면 두렵습니다.

- 흐흐흐흐흐. 미스터 리 생각이 나서 그래. 젊은 사람이 기억력이 나빠요.

내 비서할 때, 생각이 나는군. 이 사람 자꾸 잊어먹길 잘하는 구먼.

- 하하하하. 그래요. 디너 파티 약속 늘 잊어먹어서 파파의 분노를 터트리게 했죠.

- 네. 간혹. 그럴 때가.

- 맹초라는 말이있지?

- 네? 맹초라니요?

-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가르켜 하는 한국말입니다.

- 흐음. 맹초. 미스터 리가 맹초. 하하하.

(음악)

- 맹초. 아세요?

- 듣기 싫어.

- 그 어른께서 그렇게 생각을 한다니까요.

- 그래, 난 맹초지.

- 내가 그걸 변명하느라고 얼마나 애쓴지 아세요? 당신. 흐음. 기억력 없는 것은

내가 보좌할테니 염려 마십시오. 각하, 미스터 리의 마음씨를 보십시오. 배신만은

모르는 인간입니다. 각하께 반역할 인물은 아닙니다. 각하의 뜻을 계승하고, 평생

을 각하께 바치면서 살아갈 사람입니다. 각하, 미스터 리를 믿으십시오.

(음악)

이기붕이 이승만의 신임을 얻는데, 박마리아가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가난하게

자라온 여인. 너무나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난 여인. 마리아의 어머니는 가난 때문

에 서양 선교사집 식모살이를 했고, 어린 마리아는 어머니를 따라 심부름을 하면

서 학교를 다녔다. 개성 호스턴 여학교 때에도 교장선생의 양말이나 내의를 기워주

면서 학비를 벌어 공부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총명한 이 아이는 어른에 눈에 들어

전교에서 모범생 노릇을 했고, 학생회 회장을 지냈다. 이화전문 때에도 그랬다.

모범생이요 학생회 회장이었다. 이 때에도 교장에 눈에 들어 졸업하자 마자 그 학

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미국 유학까지 했다. 그 찢어지게 가난하던 환경을 박마리

아는 자기의 총명한 지혜와 두뇌로 극복하는 것입니다. 그 여인이 이제는 권력을

손아귀에 쥐게 되는 것. 한 나라를 쥐고 흔들 그 권력. 해방 뒤 이승만이 이화전에

머물렀을 적 부터 박마리아는 소박한 여인처럼 차를 끓여 대령하는 일을 성심껏 해

왔습니다. 더 없이 수줍고 순박한 여인처럼 이승만과 프란체스카를 모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야심있는 박 마리아는 남편을 이승만에 눈에 들게 하려고 틈틈이 애를

썼습니다. 그것은 한 여인의 끈질긴 노력. 그 노력의 열매를 이제야 따게되는 것.

(음악)

- 마담, 오래간만에 뵙겠습니다.

- 오오. 마리아. 왜 그동안 소식이 없었어.

- 네. 집안일이 좀 바빠서.

- 아이, 자 앉아요. 집안 일이라면 미스터 리? 요샌 뭘 하나?

- 아.. 놀고 있습니다.

- 저런, 그럼 수입이 없겠네?

- 제가 학교에서 받는 월급이 있으니까.

- 아, 그럼 아내 수입으로 남편이 살아가나?

- 그 사람은 원래 돈을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 그러나, 생활비는 벌어야지. 파파한테 내 말씀 드려야 겠는걸. 장관 한자리 맡

아야지.

- 아이.. 그렇게 까지 해주시면.

- 아니에요. 마리아 때문이야. 난 마리아가 좋아요. 나에게 와서 아부하는 여자들

참 많지만, 모두들 욕심 꾸러기에요. 난 오로지 마리아만을 믿기로 결심했어.

- 아, 마담.

- 마리아, 왜.

- 감격해서 그만. 저도 모르게.

- 흐음. 고생을 많이 했구만.

- 흐흑.

- 날 믿어요. 내 틀림없이 파파께 말씀 드리겠어. 파파도 그렇죠. 사실 누구 믿

을 사람 있습니까. 미스터 리 처럼 말 잘듣고, 충실한 사람을 밑에 써야죠.

- 돈은 상관 없습니다. 마담, 남자가 아무일도 안하고 집에 있으면 더군다나 나

라일이 지금처럼 시급할 때, 각하를 보좌해서 일을 하게 하는 것이.

- 으음. 알았어요. 그만, 울음을 거두어요.

- 네.

(음악)

- 이기붕. 너무 약합니다.

- 그러나 충실하지 않습니까?

- 너무 약해서 당을 이끌어 나갈 자격이 없소.

- 약한지 안 약한지 시켜보셔야죠. 믿을 사람없어 파파는 늘 고민하시면서 왜 이

런 때 미스터 리 안시키세요? 믿을 수 있잖아요.

- 믿고 안믿고는.

- 파파. 왜 자꾸 제 얘기 피하세요?

- 피하는 것이 아니라.

- 시켜 보세요. 제발.

- 그래, 그렇다면 생각을.

(음악)

프란체스카는 집요한 여인. 이승만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여인. 박 마리

아는 프란체스카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승만으

로 부터 프란체스카 그리고 박마리아에 이르는 권력의 줄이 가느다랗게 나마 이어

졌던 것입니다. 권력의 줄이 있다면은 어느새 파리떼 처럼 모여드는 정상배들입니

다. 권력의 가느다란 줄을 한가닥이라도 잡고 있는 한 이 나라에서는 영화를 누리

는 길이 저절로 열리는 법. 박마리아의 앞길이 그 결과적으로 불행했던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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