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다음은 당헌 개정에 관한 심의로 들어가겠는데, 우선 최두선씨의 제안설명이 있겠
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1953년 11월 22일. 중앙 중고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민주 국민당 제 4회 전국 대의원 대회.
이번 대회에 관심과 주목을 끌어 온 당헌 개정은 무엇인가. 최두선이 등단했습니다.
- 에. 이번 당헌 개정안에 심의함에 있어서 어떤 원칙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는가를 말씀드
리겠습니다. 아, 첫째, 종래의 최고위원제와 소위원제를 폐지하고, 위원장 제도로 하자는
것이올시다. 동시에, 전 최고위원과 당의 공로자는 고문으로 추대하여 중요한 결정에 있어
서는 위원장은 고문의 동의를 구하게 되는것 올시다. 또한 중앙집행 위원회와 상무집행위원회
의 명칭을 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로 수정하는 것 및 당적부를 1년에 1회씩 정리하여, 당
비 징수를 위한 당의 운영을...
(음악)
민국당의 개편. 갈수록 쇠퇴해 가는 유일한 야당 민국당으로서는 하나의 몸부림이었습니다.
한 때는 당 해체 즉, 자폭을 하자는 의견이 당 내부에서 나오는 민국당. 민국당은 김성수,
신익희, 이청천 등 최고위원들에 운영되는 이른바 집단 지도 체제 였습니다. 자유당이 이승
만이라는 총재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뭉쳐진 당이라면은 민국당은 그 일사분란한 단결이
없었던 당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미묘한 파벌 의식이 잠재해 있었습니다. 김성수, 조병옥,
김도연, 백남훈 등 한민당 계열의 인물과 해공 신익희라는 대한 국민당 출신의 인물. 민국
당은 한국 민주당과 대한 국민당의 합작이라 하지만, 실제 안을 들여다 보면은 한민당 계열
이 주도권을 잡은 것에 신익희라는 인물하나가 끼어 있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여기 있었습니다. 11월 전당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쯤. 인촌 김성수의 사랑방.
- 그럴리가 있소? 하하하하하.
- 아닙니다. 그냥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에요.
- 인촌. 해공이 신당 운동을 한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닙니다.
- 해공. 그 분이 그럴리가 없어요. 신당 운동을 하다니. 귀를 씻어야 겠소이다.
- 인촌! 사실이 그런데 귀를 씻는다고 해공이 신당 안합니까?
- 모를소리. 믿어지지 않는 얘기야.
- 하아.. 믿어지지 않지요. 그러나 사실인 걸 어쩝니까. 사실이에요.
해공 신익희가 신당 운동을 한다. 찌들어 가는 민국당을 버리고 해공은 새로운 야당을 만들
고 있다. 병석에 누워있는 인촌으로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얘기.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면
어쩌련가.
(음악)
그 몇일 뒤.
- 아, 병세가 어떻소이까? 인촌.
- 으으음..흠..
병석에 든 일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인촌은 해공의 방문을 받고, 온화한 인사를 못한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들어서는 해공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 아니, 인촌. 왜그러시요?
- 흐..흠.. 해공.
- 예.
- 첫 인사가 안됐소만, 해공 신당설 사실이오?
- 예?
- 해공이 우리당 버리고 신당을 한다면서?
- 아..
- 왜 대답을 안하오? 민국당에서 당신 대통령 후보 안시킵답니까? 대통령 후보가 그렇게도
중요하오?
- 으으흠.. 난 가오.
- 해공! 왜 가! 왜!
(문 여닫는 소리)
- 이.. 비열한 사람. 왜 가! 왜 가! 하암..
- 여보..
- 왜 가! 왜.
- 진정하세요. 제발..
- 이... 나쁜 사람.
- 제발 좀..
- 나라가 큰일이야.
(음악)
(차 소리)
- 흐음..
- 어디로 모실까요?
- 어딘 어디야. 아무대나 가. 에이~ 미쳤구만, 미쳤어. 그 사람. 유석. 유석은..
(음악)
- 말씀을 하실 일이 있으시면 차근차근히 따지실 일이죠.
- 으음.. 밖에서 들었소?
- 네.. 문병 온 양반한테 다짜고짜 하고 싸움하겠다 드니..
- 내가 너무했지?
- 신경이 그렇게 날카로워서 어떻게 합니까.
-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해공 얼굴이 보이자, 가슴이 떨리더구만. 지금이 어떤 때
인데 분당을 해.
- 분당을 하는지 안하는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 안하면 안한다고 왜 대답을 못하나.
- 대답하실 틈이나 있었어요. 어디.
- 내가 너무 했지. 내 덕이 부족한 탓이지.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
- 아, 해공. 어서와요.
- 다 나았구만, 유석.
- 낫지.
- 유석.
- 에?
- 대통령 해 보겠나?
- 뭐야?
- 자네도 날 대통령이나 꿈꾸는 정상배로 보나?
- 아유~ 정치얘기 하지 말어. 누가 정치한대? 출에 불사출인데..
- 이 사람아. 가을일세 지금은.
- 가을? 지금 무슨 날인데?
- 10월.
- 10월? 3월이 아니고? 가만있자.. 달력이..
- 에이.. 한 잔 마시고 툭 터 놓고 싶었는데..
- 뭐라고?
- 아닐세. 우리가 이중에서 내부까지 치뤄야 하나? 인촌 혼자 생각이 아니지 않느냐 말이야.
- 뭘 자꾸. 혼자 중얼대?
- 아니야.
- 흐흐흐흐흐. 가을이로구만, 천고마비의 계절이로구만. 하하하하.
- 하아..
(음악)
전 국회 부의장 나영균씨가 해공의 신당설에 관해서 증언합니다.
(음성 녹음)
민국당 전당대회를 사흘 앞 둔 날에 계동.
- 해공. 전 번엔 내가 잘 못 했소.
- 하하. 무슨 말씀을.. 내 아량이 부족했던 탓이올시다. 하하.
- 해공. 난 이제 폐인이오. 신경까지 그 모양이 됐소. 그랴.
- 어서 재기 하셔야죠. 나라를 위해서..
- 해공. 내 그동안 여러사람 만나서 의논을 했어요. 11월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열어야겠죠.
- 그렇게 의논들이 돌아가는 모양이더군요.
- 당을 개편해야 겠어요. 내년 선거에 임하려면 우리도 전열을 가다듬어 야지요. 이 박사는
끝내 3선 개헌해서 영구집권 하려드는 모양입니다.
- 모두가 추측하는 대로 겠죠.
- 우리당. 집단 지도 체제를 고쳐야 겠습니다. 우리도 위원장 제도로 고치십시다.
- 아..
- 해공. 당신 중심으로 당을 개편합시다.
- 나...날 중심으로..
- 여당이 일사분란하게 나간다면 우리도 대비를 해야죠. 해공 중심으로 당을 개편합시다.
간부들 접촉해서 동의를 구했습니다. 당 위원장 맡아주세요.
- 으음..
- 3년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 까지 대비해서..
- 아니, 대통령 선거까지는 인촌이 일어나셔야죠.
- 아.. 난 글렀어요. 해공. 앞으로는 나에 대해서 신경쓰지 마시오. 추후 중인이 될 간부
앞에서 정식으로 얘기 하겠소만 나는 대통령 후보 생각 안하겠소.
- 그러나. 국민의 여망이..
- 해공. 그 문제는 나한테 맡기시오. 오는 전당대회 얘기나 하십시다. 위원장 맡으시는 거
에요.
(음악)
- 개표 결과를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재석 374인 중에서 가가 358. 부가 1표. 기권 15표로
당헌 개정안은 통과되었습니다.
(박수)
- 우리의 당헌이 새로 개정되었습니다.
- 에, 다음은 개정된 당헌에 의해 당 위원장 선출이 있겠습니다.
11월 22일에 열린 민국당 제 4차 전국 대위원 대회는 당 간부들의 계획대로 진행 되어 갔
습니다. 당헌이 위원장 제도로 고쳐졌고 위원장에는 신익희가 당선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 위
원장에 김도연, 최두선 또한 김성수, 백남훈, 서상일, 조병옥이 당 고문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이승만의 독재정치에 정면으로 대결 할 야당으로서의 전열을 민국당은 일단 가담듬은 것입
니다. 자유당은 족청계의 거세로 제정비. 민국당은 당헌 개정과 신익희 중심으로 개편. 그
리고 1953년은 저물어 갔습니다.
1954년.
(음악)
민의원 선거라는 하나의 결전이 있는 1954년.
- 언론 자유는 민주국가의 기본입니다. 공정한 언론을 압박하는 경찰이나 군인이나, 기타
취재기관, 또는 세력을 가진 자들이 있으면은 여러분들이 즉시 보고해 주기 바랍니다. 나는
평생을 언론 자유를 위해서 싸워왔는데, 이 민주 법치국가에서 공정한 언론에 간섭할 일이
있다면 철저히 단속할 방침인 것입니다.
새해 16일에 이승만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유만만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론 자
유를 보장한다. 기자회견은 계속 됩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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