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육성녹음-조병옥)
(육성녹음-노정명)
[포로당한 조병옥. 그 미망인 노정명 여사는 오늘 그 때 일을 회상합니다.]
(육성녹음-노정명)
(음악)
[조병옥은 훗날 그의 회고록에서 당시의 일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 그 후 나의 봉변당한 사태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본 즉슨 괴한들이 나를 강타한 것은
쇠뭉치였다는 것이며, 만약 그 것이 쇠뭉치가 아니고, 권총이었더라면은 나는 여지없
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소식을 들은 즉슨 집은 폭도들에 의해서 파괴
되었으며, 28개나 되는 문짝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집을 수리할 때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 폭도들은 미련했다. 집에 문짝을 부수려고 하지 말고, 동쪽과 서쪽의 기둥을 도끼로
찍었던 들 집 전체가 간단히 무서지고 말았을 것이 아니냐. 그 이튿날은 6.25 동난 기
념일이었으므로 기념 행사에 참가했던 난포들이 혹시나 끼어 있어서 또다시 나를 습격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미리 김우평씨와 함께 수원에 있는 친지네 집으로 피신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날 오후 4시경, 헌병장교 한 사람이 7,8명의 수하들을 끌고 수원으
로 찾아와서 나와 김우평씨를 체포했다. 헌병사령부에 예치한 후에 그 날 저녁, 서대
문 육군 형무소에 유치 감금했던 것이다.
(음악)
[이승만의 반공 포로 석방을 반대 했다 해서 받는 수하, 테러를 맞고 피투성이가 된
조병옥은 치료도 받기 전에 다시 육군 형무소에 감금 당한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곽상훈씨의 회고담을 들어 보십시다.]
[국회 국방위원이었던 곽상훈은 조병옥이 테러 당했다는 소식을 부산에서 듣고 바로
달려왔었습니다. 아직 환도가 안된 서울.]
(육성녹음-곽상훈)
(발소리)
- 자, 이제 시찰하실 곳은 다 했습니다.
- 다요?
- 네, 그렇습니다.
(육성녹음-곽상훈)
(발소리)
- 아, 저 의원님. 거기는 안됩니다.
(발소리)
- 좀 봅시다.
(발소리)
(철창 문 열리는 소리)
- 아, 여보. 여보. 유석
- 왠일이야? 삼연.
- 유석, 얼마나 괴롭노.
- 어.. 좀 괴로운걸.
- 어디좀 봅시다.
- 아.. 괜찮아. 괜찮아.
- 이럴수가. 니가 무슨 죄가 있나?
- 곧 나올기다. 고생 많이 했제?
- 일정이래 감옥살이 했지. 어 거야 각오했던 거니까 하하하. 아 이사람들 나를 빨갱
이로 모는 구만. 화가 나더구만 그래.
- 우라질 놈들..
(음악)
[조병옥은 그렇게 27일 동안 육군 형무소에 있었습니다.]
(발소리)
(철창 열리는 소리)
- 이보래요.
- 나?
- 나와.
- 음..
(발소리)
- 누군가?
- 이리로.
(문소리)
- 소장실인가?
- 아, 들어오시죠. 조박사님 죄송합니다.
- 뭐가?
- 앉으십시오.
- 으음..
육군 형무소 소장실에는 내무장관, 법무장관, 그리고 원영덕 헌병사령관이 있었습니다.
- 담배 태우시죠.
(부스럭 소리)
- 아니야, 아니야.
- 에, 또 이대통령 각하께서는 두 번이나 석방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 이박사가 나를?
- 예. 각하께선 그렇게 명령 하셨지만, 저희들이 합의를 보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시일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네. 불기소 처분이 내려서 오늘 석방하겠습니다. 그 동안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음악)
- 아..아..아..
(발소리)
- 나 이거, 왜.. 왜이러지? 똑바로 걸을 수가 없으니 말이야.
- 두부의 상처는 아물었습니다.
- 아.. 그런데 왜이래? 김박사, 나 병신된거 아냐? 나?
- 아닙니다. 심한 타격때문에 말초신경이 조금 다친 모양입니다. 제게 맡기고 치료를
받으십시오.
- 아, 받아야지. 고얀놈들.. 폭도들은 한 놈도 체포하지 못했다지? 아니, 고얀..내가
왜이래? 머리가 좀 아파.
- 진정 하십시오.
- 아이.. 아. 나..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 예.
(문 열고 닫는 소리)
- 여보.
- 아.. 마누라. 집수리는 끝났나?
- 네, 지금 하는 중이에요.
- 여보.
- 네.
- 아, 나 이거 병신 됐나봐.
- 아, 무슨 말씀을..
- 내가 이렇게 만든 놈들 거 하나도 체포 못했다지? 안했지?
- 흠...
- 나 이거 정치 안해. 여보, 정치 그만 두고 우리도 좀 편하게 살아 봅시다. 고얀
녀석들 같으니라고.
(음악)
[민주 국민당은 조병옥이 병환에 든것 처럼 쇠퇴해 있었습니다. 해공 신익희는 초당적
인 입장에 있어야 하는 민의원 의장. 인촌 김성수는 병환의 몸으로 안타까운 나날을
보냈고, 조병옥은 폐인처럼 되어 있고, 민의원에 겨우 23석 밖에 차지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한편, 이승만을 업고 있는 자유당은 103석. 그리고 이승만이 직접 훈령을
내려 족청계 숙청을 단행하고 있었습니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이범석, 이재형, 진흥식, 신태환, 원상남 이들이 전부인가?
- 예. 각하.
- 이것으로서 족청계는 끝인가?
- 예. 지도급 인물들은 그 16명 중에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 또 없나 찾아봐야지. 하나라도 남아 있어서 우리의 단결을 해치면 안된단 말이야.
- 예. 저희들이 조사한 바로는 16명이 올시다.
- 일사불란한 태세가 필요해. 국민 전체가 지지하는 당이 자유당인 것이야. 잘 해
나가. 잘.
- 그럼 이대로 내일 부장회의를 열겠습니다. 각하.
- 잘 해봐.
(음악)
[이승만의 뜻대로 자유당은 개편되었다. 상대적으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야당인 민
국당이 어찌 상대나 해 볼 수 있겠는가. 일당 독재의 길은 훤히 뚫려 있어 보이는
시절. 1953년 말 그리고 54년 초의 정치 판도 입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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