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방송)

이 것은 제 2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승만이 한 연설입니다. 소위 발췌 개헌에 의해 대통령 직선제가

되고 이승만은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당선되었던 것입니다.

백골단이라 땁벌대라 해서 폭력단을 난무시켜 임시수도 부산에 정국을 뒤흔들어 놓고, 최고 권력의

자리를 차지한 노인. 이 노인 대통령의 격앙된 목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녹음 방송)

(음악)

뜻 있는 사람들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파괴를 통탄하고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으나, 하여간의 이승만은

국민대다수, 총 투표자수 7백 3만명 중에서 523만표를 얻어 제2대 대통령에 취임했던 것입니다.

전쟁이 아직 계속 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리고 1953년 7월 27일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승만은 휴전조인이 끝난 두시간 뒤에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목소리 - 나는 정전이라는 것이 결코 싸움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게 고난과 파괴를 가져

오는 전쟁 파괴적 행동으로 공산측이 더욱 전진하여 오게 되는 서곡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

하였기 때문에 정전 조인을 반대하여 왔던 겁니다. 그러나 이제 정전이 조인 되었음에 나는 정전의

결과에 대한 나의 그동안 판단이 옳지 않았던 것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의 해방과 통일 문제를 평화

리에 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시간, 정세회담이 개최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정전을 방해치 않이 할

것이다.]

그 열띤 정전 반대 운동도 비로소 끝났습니다. 노 정치가는 이북 동포들에게도 막연하나마 용기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목소리 - 동포여! 희망을 버리지 마시오. 우리는 여러분을 잊지 않을 것이며, 모르는 체도 하지 않

을 것입니다. 한국민족의 기본 목표. 즉 북쪽에 있는 우리의 강토와 동포를 다시 찾고, 구해 내자는

목표는 계속 남아 있으며, 결국 성취되고 말 것입니다. 유엔은 이 목표를 협조하겠다는 것을 확약한

것입니다.]

(음악)

- 각하, 이기붕씨 들어오셨습니다.

- 어. 왔어? 음..

- 오. 선생님.

- 음.. 오랫동안 격조했었군.

- 네.

- 그동안 부산에 있었다지?

- 네..

- 국회가 아직 부산에 있다지?

- 네.. 조만간에 국회도 환도할 것이라고 준비중인 모양입니다.

- 자유당도 아직 부산에 있나?

- 네.

- 족청계라는 것은 뭔가?

- 네.

- 민족청년단 계열을 말하는 거지?

- 하아..

- 이범석이가 보스라지?

- 음..

- 민의원 선거가 언제야? 내년이지?

- 네.

- 현재 민의원 의장이 신익희지?

- 현재 외유 중입니다.

- 알아. 참전 16개국 순방 아닌가. 9월에 귀국할 껄. 자유당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 각하께서는 민주정당 하나를 키우는 것이 소원이라 하셔서..

- 현재의 자유당이 민주정당인가?

- 흠..

- 서울 거리 구경했나?

- 아. 네. 물론.

- 초토화 했지.

- 네.

- 전쟁은 끝났어.

- 네. 통일의 비원을 성취 못한 채.

- 언제까지나 비통만 하고 있겠나. 잡초를 뽑고, 새 화초를 심어야지. 재건을 해야 해. 점심 했나?

- 네. 먹고 들어왔습니다.

- 이리좀 나와 봐..

- 흠...

- 머지 않아 가을이 오고..

- 네.

노 대통령은 무슨 뜻으로 이기붕을 불렀는가. 전쟁은 끝났으니 이제 내치에 주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까. 그런데 자유당의 안부를 자꾸 묻는다.

자유당. 원내 자유당이다, 원외 자유당이다 해서 분란이 있었고, 지금은 족청 계열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당. 이기붕은 일찍이 이승만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지난번에는 국방장관을 지내고 사직. 현재는

전혀 야인처럼 피난지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불리웠다. 이 최고 통치자에게.

(발소리)

- 암이지?.

- 네?

- 족청계가 암적인 존재라지?

(음악)

80 노인 심중을 누가 청탁이라도 했는가. 그 해 9월 2일 이승만은 순박한 노인처럼 다음과 같은 담화문

을 발표했습니다.

[방송 - 민국의 천만가지 사업이 날로 진전하는 때에 정부의 모든 사업이나 민간 각종 발전에 할 일이

많고, 또 재정도 상당히 얻게되는 이 때에 제일 곤란한 것이 사람문제인데, 적어도 이남에 2천만명이나

하는 그중에 일할 사람이 없다 하면 말이 아니되며, 모든 우리 사람들이 하는 것은 뭐든지 일하는 것에

칭찬을 들을 만 한데, 뭐든지 사람이 없어서 일이 아니된다는 것은 말이 아니며, 우리가 구해서 그 사람

을 못쓰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들을 몰라서 못쓰는 것이니..]

정부에 인재가 없음을 통탄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초야에 묻혀 있는 인재를 천거해 달라는 겁니다.

[방송 - 생각도 못해서 지금 중앙청 앞에다가 상자를 놓을 터이니 누구든지 나라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각각 자기 있는 곳에나 다처에서나 가장 그 자격과 기능이 상당한 사람들을

천거해서 여기다 넣으면 대통령은 이 상자를 친히 열어서 이 것을 볼 수 있을 것인데..]

중앙청 앞에다 상자를 놓아 둘테니 인물을 추천하라.

[방송 - 인물을 천거할 사람은 직접이나 혹은 우편으로 서울 중앙청 앞 인물 천거함 귀중으로 보내어

주기 바라는 바이다.]

아무리 정신이 올바른 사람이라 해도 한번 쯤은 흥분해 볼 만한 담화문이었습니다.

서울 중앙청 앞 인물 천거함 앞으로 편지만 띄우면은 대통령이 직접 뜯어보고 기용하겠다는 것. 바야

흐로 태평성대가 시작되는 가. 초야에 묻힌 인재들. 이를테면 제갈공명 같은 능력의 소유자라도 나타

날듯 싶은 얘기.

(음악)

그리고 그 열흘 뒤인 9월 10일. 폭탄같은 담화문이 발표 되었습니다.

[방송 - 소위 민족 청년단이라는 분자들이 아무아무를 지지한다는 명의로 청년의 분열을 꾀하게 된 고로..]

민족 청년단. 자유당의 줄이요. 이 나라 정계를 뒤흔드는 세력인 족청계에게 쇠뭉치를 내려친 것입니다.

[방송 - 자유당안에 민족청년 세력 부세게 모모 인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부식하는 중에서 내가 주장하는

의도와 대립되어 필경은 자유당 자체가 분규 사태에 이르러 지금은 더 허용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들 족

청계들은 잘라내야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단행을 더 지체할 수 없는 것이니, 이번 선거에는 이 사람

들은 다 당선되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다.]

(음악)

족청계라면 이승만 계속 집권에 기여했던 세력. 그 양양하던 세력이 하루아침에 철퇴를 맞고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 족청? 나는 족청의 족자도 모르는 사람이야.

- 아. 사람. 그러면 쓰나.

- 어? 어 글쎄. 나는 족청계가 아니라고! 아니 언제 내가 족청계야. 입은 삐뚫어 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하는 것이오.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니 이건 누가 할 소리여? 아니, 자네 정말 나를 매장할 작정으로 나섰나?

- 뭐이? 아이!

- 아이, 사람이 왜 쳐!

자유당 지방당에서는 곳곳에서 이런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족청파라 해서 명백한 선이 그어

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민족청년 단원들과 그 세력에 붙어 있던 사람들을 조금 막연하게 부르던 말이 족

청계였는데, 사태가 이렇게 되자. 너도 나도 족청계 아니라는 변명만 하는데, 여념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여기서는 족청의 계보를 따지거나 역사의 서술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담화문이 발표되

면서 족청계는 와르르 무너졌고, 이 나라 정계의 판도는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만 알고 넘어가십시다.

이승만을 정상으로 개편되어 가는 정계. 이기붕이라는 연약해 보이는 인물의 대두를 여러분께서는 내일

부터 들으시게됩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