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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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향토무대
- 사육신 ( 유흑렬 편극)

사육신 ( 유흑렬 편극)
1967.12.22 방송
(음악)

순도와 함량이 약효를 보증하는 한일약품 제공 항토무대.

(광고)

(음악)

향토무대 여섯 번째 시간. 구석봉 편극, 사육신. 안평선 연출로 보내 드립니다.

(음악)

(고통스런 비명 소리)

- 으으으... 으아...

-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이놈들!! 너희들은 뭣 때문에 나를 배반하려 하느냐?!

- 일편단심, 선왕 단종 상감을 다시 모시기 위함뿐이지 배반이 아니오.

- 이... 무슨 소리냐, 이놈!!

- 우리의 마음은 모든 백성이 다 알고 있소. 나리는 우리가 어째서 이런 마음을 갖게 됐는지 모른단 말이오?!

- 이놈!! 누구 앞에서 감히 나리라 부르느냐?!!

- 나리는 남의 나라를 강탈한 사람이 인신의 몸으로 임금이 망하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겠소!!

- 뭣이라고?!! 저놈이 그래도 여전히 나리라고 부르는구나! 여봐라!!

- 예.

- 성삼문의 주둥아리에서 나리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불 인두로 지지도록 하여라!!

(음악)

천하의 권력을 한 몸에 지니고 있던 영의정부사 수양은 일찍부터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정인지를 좌의정으로, 한확을 우의정으로 임명하는 한편, 권람을 시켜 집현전 선비들로 하여금

수양대군을 찬양하는 교서를 짓게 하고 이것을 왕의 이름으로 받았다. 수양대군의 위세와 권위가

여간하지 않으므로 그대로 임금의 자리만 지키고 있어야 무슨 묘책이 생길 것 같지 않던 단종은

단종 즉위 3년, 그의 나이 열네 살 때. 곧 서기 1455년, 을해 6월 11일에 눈물을 머금고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내주고 말았다.

- 흐흑... 상감. 한 나라의 사직이 기어코 허물어지고 마는구려.

(흐느껴 우는 소리)

- 단종이 임금의 자리를 세조에게 내주었을 때, 좌우에 있던 신화 중에서 입을 열고 단종을 위하여

시와 비를 가려 말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예방승지로 있던 성삼문은 국새를 안고 크게

소리를 내어 통곡하였고, 또 박팽년은 경회루로 나가 자살하려 했다. 이때 성삼문은 이것을 발견하고

굳이 만류했다.

- 아, 지금 왕위가 옮겨가고, 국새가 정해졌지만 전왕이 아직 상왕으로 계시니 죽지 말고 때를 기다려 봅시다.

- 쓸데없는 소리. 모두 다 쓸데없는 소리요. 수양이 직접 임운이 놈을 시켜서 철퇴를 김종서 대감을

살해하고 나서 어전에 나가 뭐라고 한 줄 아시오?!

- 알고 있소. 그 일만은 나도 알고 있소.

- ‘김종서가 음험하게 모반하므로 살해했습니다. 일이 너무나 절박해서 사전에 아뢰지 못했나이다.’

하!! 매사에 수양은 이런 식이었어. 앞으로 그자가 우리를 그런 식으로 죽이지 않겠다고 누가 장담하겠소?!

- 수양에게 죽임을 당할 땐 당하더라도 지금은 내 손으로 명을 버릴 때가 아니라고 보오.

참으면 덕이오, 겨루면 같은 이라는 옛말도 있지 않소. 어서 칼을 거두시오.

(칼 떨어뜨리는 소리)

- 으으으으으흑... 흐흐흐흑...

- 이 나라의 사직이 장차 어이 될 것인지...

- 으으으흑...

(음악)

수양에게 왕위를 강탈당한 어린 단종 상왕은 수강궁에 들어앉아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집현전 학사 성삼문은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그리고 전에 절제사를 지냈던 유응부,

삼문의 아버지 성승 어른, 단종 상왕의 장인 등과 손을 잡고 단종 복위 계획을 은밀하게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좀체 오질 않았다.

달빛이 교교한 야삼경. 그날 밤에도 삼문의 후원 별당에는 황 촛불 아래 대여섯 명의 집현전 학사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는데-.

(문 여는 소리)

- 누구요?

- 절제사 유 공일세.

- 아이고, 늦으셨습니다. 영감님.

- 다들 모였나.

- 예, 지금 모두들 별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음... 어느 놈이 기웃거리지 않나 조심하게.

- 예, 염려 맙쇼. 어른.

- 아아, 음...

- 아이고, 늦으셨습니다. 절제사 어른.

- 늦었소. 좋은 기별을 가지고 오느라고 늦었소이다.

- 좋은 기별이라니, 우리 거사에 도움이 되는 소식입니까?

- 쉿! 말소리가 너무 크오.

- 다들 귀를 모으시오.

- 음음...

- 좋은 기회가 왔소이다.

- 어서 운을 떼시오, 영감.

- 오늘 해질녘에, 해질녘에 말이오.

- 아, 답답하오.

- 어서 말머리를 꺼내지 않고 뭘 그렇게 우물거리는 게요?

- 명나라 사절들이 도착했다지 않소.

- 명나라 사절...

- 그렇소! 지금 태평관에서 여장을 풀고 있는데 세조는 일정한 시일을 정해서

상왕 단종과 함께 대연을 베풀기로 했다는구려.

- 명나라 사절을 위해 연회를...

- 그렇소!

- 좋은 기회구나!

- 우린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소.

- 아암, 천재일우의 때가 왔소이다.

- 세조가 대 연회를 베풀 때 성승 어른과 유응부 영감을 운검으로 내세우는 게 어떻겠소.

- 나도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오. 연회에 이르러 거사할 때 수양의 오른팔들을 모조리

제거해버린다면 상왕복위는 누워서 떡먹기가 아니겠소?

- 음...

- 아버지, 이 어려운 일은 기어코 아버지가 성사시켜줘야겠습니다.

- 알았다. 내 안으로 들어가 운검을 다시 갈아놓고 나오리다.

(음악)

이윽고, 연회의 날이 다가왔다. 명나라 사절을 맞은 창덕궁은 아침부터 악사들의 손으로

궁악이 울려지고 세조는 상왕 단종과 세자를 데리고 명나라 사절을 맞을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는 밤이었다.

이때, 단종을 몰아내고 수양을 왕위에 오르게 하는 데 공이 컸던 한명회가 세조에게 나가 진언하기를,

- 전하, 연회장으론 창덕궁이 적은 것 같고, 또 어둡습니다. 그리고 세자의 참석도, 의장에 사용하는

운검의 입장도 필요치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그래? 경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칼을 찬 운검의 입장을 금하도록 하오.

세조는 한명회의 빈틈없는 머리에 탄복하면서 운검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침 성승이 유응부와

함께 운검을 차고 연회장으로 들어서려 하자 한명회는-.

- 성 공, 거기 멎으시오.

- 귀빈을 맞으러 연회장을 가는 사람을 왜 막느냐.

- 운검을 차고선 못 들어가게 돼 있소. 성 공도 칼을 차고선 연회장에 들어갈 수 없소.

- 비켜라!! 이놈.

- 왜 이러시오. 성 공.

- 비키지 않으면 이 칼로 네 목을 자르겠다! 어서!! 이래도 비키지 못할까?!

- 아버지!!

- 아무래도 너희 부자가 무슨 계략이 있는 게로구나. 어디 두고 보자.

- 으음... 왜 막느냐, 넌?!

- 아버지, 아직 세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한명회쯤을 죽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무슨 소리야?! 저 한명회 놈을 죽이면 수양대군의 바른팔을 자르는 것보다 더 맥을 못 출 텐데.

음, 분한지고!!

- 아니올시다, 영감. 지금 세자가 본궁에 있고 세조도 아직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다가 또 운검의 입장도 불허하니 어찌한단 말이오? 만약 억지로 일을 일으키면

세자는 경복궁을 중심으로 대항할 것이 틀림없소. 그러니 다른 날, 수양과 세자가 같이

있을 때를 엿봐서 거사를 하도록 합시다.

-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 음... 유 공... 운검을 거둡시다.

- 크윽!!! 안 될 소리요! 모두! 이런 일은 신속히 끝을 내야 하는 것이오! 만약 딴 날로 연기하면

사전에 일이 누설되고 마는 법. 지금 세자가 본궁에 있다 하지만 권모술수를 쓰는 책사들이

모두 수양에게 붙어 있지 않소?! 오늘 이 무리들을 깡그리 도륙하고 상왕 단종 마마를 복위케 함이

호령을 내려 무사로 하여금 한 무리의 군사를 거느리고 경복궁에 들어가게 하면 세자가 도망갈

곳이 어디며 수양의 자리도 허물어질 것이 아니겠소!! 때가 왔소! 천재일우의 좋은 때가 온 것이오!!

그래도 성삼문과 박팽년은 여전히 호기가 아니라고 고집을 부렸다. 이때, 삼문, 팽년의 동무자의

한 사람인 김질은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재빨리 장인 정창손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 우리가 계획한 상왕 복위 운동이 뜻대로 될 것 같지 않사온데 제 태도를 어떻게 갖는 게 좋을까요? 빙장어른.

- 일이 뜻대로 안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

- 죽다뇨?! 전, 전 죽기 싫습니다. 죽기 싫어요!

- 사전에 밀고를 하면 그 공으로 부귀를 누릴 것 같기도 한데... 어떤가? 한명회를 통해서

성삼문 일당이 거사를 꾸미고 있다고 밀고를 해보겠나?

- 아... 그럼 제 목숨만은 건질 수 있는 거죠? 빙장어른.

- 여부가 있겠나? 큼직한 강토 하나가 얹어질런지도 모를 일일세.

- 그럼, 저 지금 곧 한명회한테 가서 자초지종을 죄다 털어놓고 오겠습니다.

(음악)

- 이놈!! 니가 나한테 잘못을 깨닫고 계획한 것을 솔직히 고백하면 살려줄 것이로되,

그렇지 않을 시엔 국문을 면치 못할 줄 알아라!

- 으으으흐흐흐흐.

- 내 평소에 너의 재주를 아깝다 여기고 있던 차라 특별히 기회를 주는 것이니 어서 이실직고 하렸다.

- 나리, 나리께선 무슨 말씀을 들었기에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는 거요?!

- 이놈!! 누구 앞이라고 감히 나리라 부르느냐?!! 나는 어엿한 이 나라의 상감이니라!!

- 상왕을 강제로 퇴위케 하고 모신 적자들을 시켜 국새를 임의로 빼앗아 간 자를 내 어찌 상감이라

부르겠소이까, 나리.

- 뭣이?!! 여봐라!!

- 예.

- 박팽년의 주둥아리를 날격하렸다!!

- 예.

(때리는 소리)

- 윽!! 윽!! 윽!!

아하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 에이...!! 너는 벌써부터 신이라 칭하면서 내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는 몸. 니가 지금에 와서

굳이 신이라 칭하지 않는다 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다!

- 아하하하하하하... 상왕 단종 마마의 신이 되어 충청감사로 있을 때 신이라 글을 써서 올린

일은 있어도 나리에게는 한 번도 신이라 불러본 일이 없소이다!

이렇게 김질의 밀고로 걸려든 박팽년은 세조를 상감이라 부르지 않고 나리라 불러서 세조를

대노케 하더니 뒤미쳐 끌려온 성삼문도 만만히 굽혀들지를 않았다.

- 윽... 너희들이 대체 무엇 때문에 나를 배반하려 하는지 그게 듣고 싶구나.

- 일편단심 선왕 단종 마마를 다시 모시기 위함이었소.

- 윽, 단종이라구?

- 그렇소이다, 나리는 우리가 어째서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인지 잘 모르시겠소?

나리는 곧 남의 나라를 강탈한 사람이오. 신하의 몸으로 임금이 망하는 것을 어찌

보고만 있을 수가 있단 말이오?! 그래서 우리가 일어난 것이오!

- 선왕이 왕위를 나한테 선양할 때 받지 말도록 할 일이지 지금에 와서 이 말 저 말 별 말을 다하면서

배반하려 하니 그게 무슨 심사냐?!

- 하, 나리 야심의 전부가 왕위찬탈에 있었는데 우리가 말린다고 들어주시겠소?

그런 말씀은 어린애한테나 하시는 게 좋겠소이다.

- 에이!! 망칙한!!! 여봐라!!!

- 예.

- 국록을 먹고도 신을 신이라 부르지 않고 상감을 상감이라 부르지 않는 저자의 얼굴에다가

불침을 놓도록 하여라!!!

(음악)

세조는 무사를 불러 세우고 철봉을 불속에 넣어 달군 후에 그것으로 성삼문의 다리와 팔꿈치를

사정없이 지지게 하였다. 한명회와 신숙주가 형을 지키고 서있었지만, 그러나 성삼문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 아... 나리, 나리. 너무 심하지 않소? 나리의 형은 참혹하구려.

- 으...

- 신숙주, 이놈. 지난날에 너도 집현전의 한 사람으로 있었지. 영묘 세종 마마께서는 원손 단종을

품에 안으시고 뜰을 거니시다가 우리들에게 부탁하셨지. 과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라도 경 등은

모름지기 예를 염두에 두고 잘 수호해 달라고. 천탁, 만탁하시지 않았느냔 말이다. 그때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쟁쟁한데... 으... 신숙주, 너는! 으... 하루아침에... 크... 그 어른의 부탁을 잊고 말았구나!!

으으으으으으으... 으으...

(수레 끄는 소리)

국문은 다 받은 성삼문은 궁을 나올 때 좌우에 늘어선 신료들에게 말한다.

- 너희들은 어진 임금을 도와 태평을 누려라. 삼문, 나는 지하로 돌아가 옛 주인 세종 마마를 봬오리.

성삼문은 수레에 실려 새남터 참형장으로 끌려갔다. 때는 가을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 무렵.

성삼문의 입에서는 절로 시 한 수가 읊어져 나온다.

(북 소리 및 수레 끄는 소리)

- 가을바람 소슬하고 해는 저물려 하는데 북을 치며 날 죽이라 재촉하네.

저승엔 객주집이 없다는데 오늘 이 밤을 뉘 집에서 새울고.

- 이야! 이야!

(북 소리 및 수레 끄는 소리)

-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곤건 할제 독야청청하리라. 흐흑...

(수레 끄는 소리)

(음악)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을 다시 복위케 하려다가 무참하게 참형을 당한 성삼문의 뒤를 따라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다섯 중신도 새남터 형장에서 이슬로 사라졌다.

후세 사람들은 이 여섯 충신의 넋을 추모하여 사육신이라 부르고 지금도 서울 노량진, 짙푸른 한강이

눈 아래 굽어보이는 언덕에 그들의 혼령은 묻혀 있어서 지나는 길손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음악)

출연. 김영배, 홍계일, 박웅, 이완호, 조명남, 안종국, 김태연, 이광세, 박상규, 장건일. 해설 김영식.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기술 이회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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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순도와 함량이 약효를 보증하는 한일약품 제공. 항토무대.

구석봉 편극, 사육신. 안평선 연출로 보내 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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