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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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향토무대
- 사도세자 (김중희 편극)

사도세자 (김중희 편극)
1967.11.24 방송
(음악)

순도 함양의 약효를 보증하는 한일약품 제공 향토무대.

(광고)

(음악)

항토무대. 김중희 편극, 사도세자. 안평선 연출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음악)

(말발굽 소리)

- 아유, 깜짝이야.

- 아이, 저저, 저 양반 큰일났군.

- 아, 누구유?

- 아, 누군 누구유, 동궁마마시지.

- 어머, 저, 저이가 동궁마마시오? 음, 어쩐지 좀 다르다 했지.

아, 근데 뭐가 큰일이유?

- 아, 그럼 큰일이 아니란 말유? 지존의 몸이신데 밤낮 저렇게 활통이나 매고

말을 달리심 정사는 언제 보고 나랏일은 어느 겨를에 생각하겠수?! 그렇잖아도

간특한 무리들이 이러쿵저러쿵 뒷공론이 많은 요즈막인데.

- 그러고 보니 요즘 갑작스레 화기가 치밀어 범상치가 않다더니 헛소문은 아니구먼. 으이구, 가엾으시지.

이제 겨우 갓 스물을 넘으셨는데 그럼 어떡하죠?

- 에이, 높으신 어른이라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만 제발 좀 이 태평연대나 고이 넘겨줬으면 좋겠수.

- 아유, 그러게 말이에요. 으유, 또 오세요. 또!

- 뭐가? 아, 저저저.

(말발굽 소리)

(음악)

때는 이조 21대 영조왕 38년의 일이다.

(음악)

영조의 둘째 아드님으로 태어난 장헌세자 서는 이복형인 효장세자가 일찍이 세상을 뜨자

곧 세자로 책봉되어 영조 25년엔 부왕 영조를 대신하여 정치를 돌보게 되었다. 그러나 동궁 창헌,

즉 사도세자는 어찌된 일인지 2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성미가 괴팍하고 방종해지기 시작했다.

일설에는 이는 세자를 모해하려든 노론일파가 어릴 때 몸이 허약하다 핑계하고 열약을 들일 때문에

그 약독으로 인한 발작이라고도 하나 아무튼 그의 언행은 범상한 것은 아니었다.

(문 여는 소리)

- 게 아무도 없느냐!!

- 예. 마마. 무슨 분부시온지...

- 이놈, 마구간을 말짱히 치우랬는데 선지 뭣들 하고 있느냐?!

- 거, 벌써 말끔히 치웠삽니다.

- 치웠어??

- 네네.

- 그럼 왜 잠자코 있느냐! 치웠으면 치웠다고 아뢔야 할 게 아니냐?! 이놈, 왜 벌벌 떨기만 하고 말이 없느냐!

- 죄송하옵니다. 소인은 분부대로 거행만 하오면 되는 줄 알고 그저...

- 이놈!! 그런 말 따위가 어디 있느냐?! 무엄하도다. 내 이 칼로 네 목을 보일 터이니 거기 꿇어앉아라.

- 동궁마마. 소인이 지은 죄, 백 번 죽어도 무슨 한이 있으리까만 어찌 지존의 손으로

이 미천한 놈의 목을 친히 보인다 하옵니까. 죽어 마땅하다면 스스로 이승을 하직하게 해주십쇼.

하지만 부탁이올습니다. 동궁마마.

- 하하하하하하하! 그 말 한마딘 잘했다. 하하하하하하하! 아니 죽일 테다. 물러가라.

- 아... 고맙습니다.

- 아... 이, 이 어찌된 일일까. 전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성미가 강퍅해지는군.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 아뢰오...

- 뭐냐?

- 창의궁에서 곧 듭시라는 분부시오.

- 창의궁에서?

- 예.

- 알았다! 곧 간다고 일러라!

- 예.

- 무슨 일로 창의궁에서 부를까? 에이, 시끄럽구나!

- 마마, 그대로는 못 가십니다.

- 그대로 못 가? 왜 이대로 가면 안 된단 말이냐? 별 소리 다하는구나.

- 마마는 동궁전하십니다. 의장을 갖추셔야 됩니다. 만약 그대로 행차하신다면 뒷날 자심한 공론을 듣게 됩니다.

- 허! 누가 날 흉본단 말이냐?! 걱정 마라. 난 이렇게 가는 게 편하고 좋다. 전번에도 부어교에

다다라 수레를 버리고 걸어서 훨훨 들어갔다! 그러는 게 더 기분이 좋더라!

- 그래도 아니 됩니다. 의장은 엄히 갖추셔야 됩니다.

- 듣기 싫다!! 계집년이 무슨 잔소리가 그렇게 많으냐!!

- 마마!!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음악)

본래 사도세자는 어진 사람이었다. 그러하던 그가 행동에 정상을 잃고 정신마저 이상해지자

당시 세도가 영상 김상로, 홍계희 등은 그렇잖아도 세자를 모해할 계책만 찾고 있던 중

드디어 세자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의 비위를 들추기에 급급했다. 뿐만 아니라 세자를 미워하고

모해하는 무리는 또 있었다. 영조의 총애를 받는 시비 문소의. 그리고 세자의 이복누이 화완옹주.

이 두 여자도 사사건건 세자를 모함하고 해치려고 무진 애를 썼다.

- 아니, 이건?! 동궁이 지은 송태종의 부역론이 아니오?

- 그러하옵니다. 칠남하시오면 스스로 밝혀질 것이오나 이 부역론은 김일경 금정첩혈의 여론을

다시 불러일으키자는 저의가 역력한 것이옵니다. 김일경은 이미 죄 짓고 파직당한 자이옵니다.

그러니 그런 죄인을 다시 불러들이자 하는 동궁의 마음이 심히 온당치 않을 뿐더러 이는 전하의 어명을

거슬리고자 하는 행위라 매우 유감된 일이옵니다.

- 음... 믿을 수 없는 일이로다.

- 밝히 살피시와 하루속히 화근을 뽑아버림이 마땅한 줄로 압니다.

- 으흠.

- 더구나 근자 동궁께선 행동거지에 신분을 어기는 일이 많습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린가?

- 전번 동궁께선 창의궁에 행차하신 일이 있사옵니다.

- 그래서?

- 그런데 행차하실 때 의장을 갖추지 아니 하시고 더구나 부어교에 다다라서는 수레까지 버리시고 가셨다 하옵니다.

- 음... 망측한지고! 참말 동궁이 그랬단 말이오? 응? 동궁이!

- 두 눈으로 지켜본 자가 아뢰었사옵니다.

- 동궁이.. 동궁... 하... 참으로 모를 일이로다.

- 그리고...

- 또 있나?

- 예.

- 어서 말해보오.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동궁께선 시정 무뢰배와 작당하여 색주가에 드나든다는 소문이옵고

심화가 심히 불편하다는 핑계로 까닭 없이 궁을 비우고 말 달리기, 활쏘기로 연일이 없다 하옵니다.

이 또한 귀하신 몸으로 감히 있을 수 없는 행동거지올습니다.

- 음... 아... 알았소. 내 알아서 할 터이니 더 이상 추논치 마오.

- 황공하여이다.

- 게 소의 없느냐?

- 예. 상감마마. 부르셨나이까.

(흐느껴 우는 소리)

- 응? 아니, 너는 왜 우느냐? 무슨 곡절이 있는 게로구나.

- 상감마마, 이 일을 어찌함 좋습니까. 내 이런 망측한 일이...

- 망측한 일이라니? 무슨 일로 그러느냐. 어서 말해봐라.

- 황공하오나 이 글발을 살피십시오.

(종이 만지작거리는 소리)

- 응? 아아아, 아니? 이건 동궁의 글씨가 아니냐?

- 그러하옵니다. 동궁께서 소첩에게 보내신 글이옵니다.

- 응?

- 어쩌면 이런 망측한 일이 있습니까. 소첩으로 말하면 비록 비천한 몸이오나

상전마마를 모시는 첩이 아니오니까. 그런데... 불측도 유만부득이지 부왕을 모시는 첩을

후려내려는 이런 해괴한 짓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흐흑... 전 그저 분하고 원통해서... 흐흐흑...

(흐느껴 우는 소리)

- 차라리 약을 주시고 이 몸을 영영 저승으로 보내주시면 한이 없겠습니다. 흐윽...

- 이이이이, 고약하구나!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세상에 아비가 지밀에 데리고 있는 계집을

후려내다니! 언어도단이로다. 여봐라!

- 예.

- 오늘로서 동궁을 서궁으로 옮기도록 하되 명령이 없이는 아무데도 못 가도록 전하여라!

- 어명대로 거행하겠나이다.

- 소의야, 내 니 억울함을 풀어 줄 터이니 너무 서러워 마라.

- 아... 황공하옵니다.

(음악)

(새 지저귀는 소리)

- 아... 오늘도 화창하구나.

- 아바마마.

- 오, 너 왔느냐. 이리 온.

- 아바마마. 서경 갔다 온 얘기 들려주세요. 서경은 멀리멀리 서쪽에 있다죠?

- 그렇다. 여기서 저기 저 무악재를 넘어 북으로 가면 있단다. 아주 경치가 좋고, 물이 맑고

아버지하고 한 번 갈 날도 있을 게다.

(종소리)

- 동궁마마.

- 왜 이리 떠드느냐.

- 어명입니다. 곧 입궐하라시는 지엄한 분부십니다.

- 나를?

- 예.

(음악)

- 아바마마, 이 어찌된 일이오니까.

- 선전관. 칼을 빼들라!

- 예.

- 아바마마!

- 네 이놈! 한 죄가 있을 터이니 아무 소리 말고 칼을 받아라! 선전관! 어서 목을 베라!!

- 우의정 조재호 아뢰오. 동궁께선 억울한 죄를 입었사오니 밝히 살피셔서 무고한 자부터

처치하심이 지당한 줄로 아뢰오.

- 뭣이?!

- 소인배의 간사한 말을 믿으시고 큰일을 그르치심은 다시 씻을 수 없는 잘못이오니 잘 밝히십쇼.

- 무슨 소린가! 여봐라! 우상을 잡아 가두어라!!

- 예.

- 아아아... 상감마마. 마지막으로 한마디 아뢰옵고 하직하겠나이다.

- 놔둬라.

- 예.

- 세자께서 반하였다 하는 우변은 고변자 나경언의 무고인 줄로 아옵니다.

나경언으로 말하면 동궁을 모시고 있는 하인이옵고 그가 감히 그런 고변을 자의로 했을 리 없습니다.

그런 즉 나경언을 충동한 무리가 반드시 배후에 있을 것이오니 나경언을 다시 친국하시와

흑백을 가리심이 마땅한 줄로 아옵니다.

- 아니옵니다. 우상의 말이야말로 남을 모해하려는 독기 서린 궤변이올시다. 나경언의 고변은

틀림없는 진실인 줄로 아뢰오.

- 우상은 종성으로 귀향을 보내고 동궁은 내가 처치하리라.

왕의 진노는 대단했다. 왕은 차마 목을 보이지 못하는 선전관에서 칼을 뺏어 들고 동궁에게 호령했다.

- 네 이놈! 니가 저지른 죄과를 아느냐 모르느냐!

- 아바마마, 전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 그럼 일러주마. 넌 왕세손의 생모를 박살했으며 내 몰래 서행을 했고 내 윤허 없이 동교에 집을 지었고

마침내는 역적도모까지 했다. 그래도 모른다 우기겠는고?!

- 아바마마. 금수도 이 나라의 우로를 먹으면 성은에 감사한다 하옵니다. 소자가 어찌 망극하게도

그런 불측과 불충을 저지르려 하겠습니까? 서행한 것은 사실이오나 그것은 화완옹주의 권유였고

나경언의 고변은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

-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인고?! 잘 들어라. 니가 만약 스스로 자결하면 조선 왕세자란 이름은

그대로 보존될 것이오. 그렇지 않을진대 너는 영원한 죄인이니라. 그 대신 내가 죽으면

300년 종사가 망한다. 그러니 내가 너 하나를 베이지 못해 300년 종사를 망하게 하겠느냐.

그러니 어서 죽어라. 어서!!

- 아...바마마! 아아으으으...

- 크흐흑...

(음악)

세자는 용포를 벗고 엎드렸다. 왕세손도 할아버지인 영조에게 빌었다.

- 할아버지, 아바마마를 살려주세요. 흐흑... 아바마마는 아무 잘못한 일이 없어요. 네? 할아버지.

흐흐흑... 제발 아바마마를 살려주세요. 흐흐흑...

- 아... 아가...

- 흐흐흑...!

(흐느껴 우는 소리)

- 넌, 넌 나가 있거라.

(흐느껴 우는 소리)

- 아바마마! 흐흐흑...! 아바마마!!

- 아가... 아가!! 흐윽... 아...아바마마!! 아아으으으...!

- 여봐라.

- 예.

- 거기 뒤주를 내오너라.

- 예. 뒤주를 냉큼 내오랍신다.

이윽고 커다란 쌀뒤주가 마당 한가운데로 들려나왔다.

- 이놈. 잘 듣거라. 넌 오늘로서 폐세자 하고 이 뒤주 속에 잡아 가둘 테니 그리 알아라.

그 뒤주 속으로 들어가.

- 아버님, 한 번만 살려주십쇼. 지, 지난 잘못은 백 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그러나 다시는 방종한

일을 아니 하고 아버님 시키시는 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절 살려주십쇼. 아바마마.

- 어서 들어가! 어서!!

(뒤주 여는 소리)

- 너 같은 놈은 햇빛을 볼 위인이 못 된다. 어서!

- 아버님, 살려주십쇼. 아버님!

- 어서!!!

(흐느껴 우는 소리)

마침내 세자는 울며 흐느끼며 뒤주 속으로 들어갔다. 세자가 뒤주 속에 들어가자 왕은 친히 쇠를 잠그고

그래도 부족했던지 널빤지와 큰 못으로 겹겹이 봉한 다음 새끼로 칭칭 얽어매기까지 했다.

(음악)

그런데 누가 언제 뚫었는지 뒤주엔 조그만 구멍이 뚫어져 있고 그 구멍으로 누군가가 음식과 약을

밀어주었다.

- 동궁마마, 동궁마마. 이걸 잡수십쇼.

- 오... 누가 왔소.

- 동궁마마, 여기 냉수가 있습니다. 냉수, 그리고 약도 있습니다.

- 그만두시오.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 여보쇼. 물도 음식도 필요 없고 그 대신 아기나 한 번 보게 해주오.

아기... 내 아기 말이오. 아아아... 부탁이오. 죽기 전에 한 번만 보고 싶소.

- 예, 애써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꼭 모셔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살아계셔야 합니다.

동궁마마, 동궁마마! 왜 대꾸가 없으십니까? 아니?! 동궁마마!! 으으으으흑... 동궁마마!!

(음악)

끝내 세자는 돌아갔다. 그 무덥고 침침한 뒤주 속에 갇힌 지 여드레 만에 영영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1762년 초여름, 스물여덟이란 창창한 청춘을 남겨둔 채 이승을 떠나버린 것이다. 세자가 떠나자

그제사 임금은 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그에게 사도란 호와 함께 그를 수원 서북방 화산 땅에

묻어 고혼을 제사 지냈고 영조가 승하한 뒤 세자의 아들 정조는 국상으로 임금의 대우를 했으며

아버지를 생각하는 애절한 정을 버릴 수 없어 해마다 그의 능을 찾았다. 그리하여 임금의 어가가

화산능을 떠나 지지현에 다다라서도 정조는 차마 하직하기를 아쉬어 멀리멀리 아버지 무덤을

바라보기를 마지 아니 하였다. 지지현은 어가가 지지부진 떠날 줄을 모른다는 데서 연유,

후세 사람들이 이름한 고개마루라 한다.

(음악)

출연. 주상현, 이완호, 홍계일, 박웅, 이정선, 조명남, 이영민, 김영옥, 양진웅, 안종국, 김태현, 주희정.

해설에 김영식. 음악. 김희조. 효과. 심재훈. 기술. 이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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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순도와 함양의 약효를 보증하는 한일약품 제공. 향토무대.

김중희 편극, 사도세자. 안평선 연출로 보내 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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