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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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명작극장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 (15)상처난 그림자 (어윈 쇼 작)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15)상처난 그림자 (어윈 쇼 작)
1967.10.29 방송
‘명작극장’은 목적극 개척에 의욕을 보였던 동아방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극화해서 멜로드라마가 판을 치던 라디오드라마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밤 10시 15분에 방송되는 45분짜리로 국내외의 우수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며, 63년 5월 5일에서 70년 10월 4일까지 모두 340편의 작품이 방송되었다.
(음악)

명작극장 세계문학 주옥편 시리즈 열여덟 번째로 어윈 쇼 원작, 유흥렬 각색, 상처난 그림자, 이병주 연출로 막을 올립니다.

(음악)

(차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으... 음. 아유... 골치야. 맥, 맥. 그 창문 좀 닫아줘.

- 아우, 가만있어. 보다시피 면도중이야.

- 어렵쇼. 저 커튼이 왜 저 모양이지?

- 그것도 몰라? 어젯밤에 발작을 했잖아.

- 발작? 누가?

-누군, 자네가 커튼을 마구 잡아챘잖아.

(차 경적 소리)

- 으응? 왜?

- 으흠, 모르지. 이 방안엔 둘이 있으니까 자네가 나를 내던지고 싶었거나 자네 자신이 이 창문을 뛰어내리고 싶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커튼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었던 게지.

- 참.

- 피터. 꽤 취했던걸.

- 음, 그래? 그럼 또 난 추태도 부렸겠지.

- 중위 둘하고 소령 하나가 술에 쓰러져서 고스란히 당했지.

- 뭐? 소령? 맙소사...

- 그럼 누굴 쳤는지도 몰랐나?

- 알 리 없지. 아... 그래... 음, 이거. 손이 엉망인걸.

- 요오드를 발라놨으니까 소독은 염려 말게.

- 고마워. 그런데 내가 왜 소령을 그랬지?

- 말도 말라구. 뭐, 치사한 놈, 거만한 자식, 욕심쟁이, 흡혈귀, 하하하, 어쩌구 하면서--

- 그만해두게.

(발자국 소리)

- 자네가 지나쳤어. 소령은 괜찮은 사람인데. 사막전투에서 두 번이나 부상을 입고 게다가 이질까지 겹쳐 나흘 전에 이리로 배속된 사람이야.

- 하나님 맙소사구나. 아... 이거 술을 끊어야 될 텐데.

- 아하하하, 안 마실 수야 없지만 ‘소량의 음주야 정신위생상 필요하다’ 이걸 외워두게나.

- 나, 나가는데 피터 대위. 뭐 내가 거들어줄 일 없어?

- 뭐, 별로.

- 그럼.

(발자국 소리)

- 음.

(문 여는 소리)

- 맥.

- 왜 그러십니까?

- 이런 추태를 부린 건 난생 처음이야. 맥.

- 사람두-- 그건 나도 아네. 그럼 시간 늦지 않게 준비하게.

(문 닫는 소리)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차 소리)

- 아... 아, 조금 있으면 또 태양이 이글거리겠구나.

(차 소리)

- 먼지 속의 카이로. 그 속에서 텐트가 눅진눅진 녹아나는 카이로 후방군 사령부.

(문 여닫는 소리 및 물소리)

(음악)

(타자기 치는 소리)

- 대위님.

- 어.

- 뭘 그리 골똘하게 생각하십니까? 방금 로마에서 온 답장입니다.

- 그래? 이리 줘보라구. 뭐야, 오케이야, 노야?

(종이 펼치는 소리)

- 음, 피터 대위 귀하. 7월 4일부 본 연대 전속 희망 건에 대하여, 귀하가 희망한 상기건의 신청은 인사부에서 각하...되었음을... 유감으로 알림. 이유는 본 연대에는 요호치료 장교를 위한 보직이 없음을 부참함...

(타자기 치는 소리)

- 그러니까 전속은 어렵게 되셨죠?

(종이 구기는 소리)

- 메리스 하사, 자넨 덥지 않은가?

- 안 덥다뇨. 미칠 지경입니다. 이 뜨거운 열탕 같은 도시에 흑 먼지만 날리고 좋다는 건 독일군들 공습이 멀어졌다는 점밖에 없는데 차라리 전쟁이면 전쟁, 평화면 평화지.

아휴, 병사숙소엘 가나, 사무실엘 나오나, 이 윙윙거리는 이집트 파리새끼들만이 이 놈 가슴속에도 하나 가득히 새끼들을 쳐놓을 것만 같애요.

(타자기 치는 소리)

- 네놈들 거기 있다 언제든지 필요할 땐 일손으로 끌어들이겠다. 그때까지 망아지 곁에서 버둥거리고 있어. 순전히 이건데요?

(타자기 치는 소리)

- 참, 대위님. 오늘 아침 이집션 매일지 보셨습니까?

- 뭔데?

- 이건 뭡니까 그래. 이건 런던의 어느 국회의원 나리가 앞으로 6년쯤 지내야 전후방 전선의 장병들은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 했다니, 아, 그걸 그래 말이라고 뱉어요? 대위님, 그래 당장 대위님 사모님이라두 그 신문을 읽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나 참, 앞으로도 6년은 지나야 남편들은 돌아온다는 거예요.

- 흐흐흐흠, 흐흐흠, 아, 그만치 해두게.

- 어, 아, 저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많이 떠들어져 죄송합니다. 대위님.

- 아니야, 자 그런데 오늘 퇴근할 땐 자네도 사진관에나 들리지.

- 예?

- 모르겠나. 6년 뒤니 한 장쯤 찍어 보내야 될 게 아닌가. 사람.

- 명안입니다. 대위님.

- 가보게.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 아, 어서 오십쇼. 저, 대형판으로 찍을깝쇼?

- 항공판으로 찍어주게.

(훌쩍거리는 소리)

- 예, 그리 앉으쇼.

- 코 좀 훌쩍이지 말게.

(훌쩍거리는 소리)

- 자, 어이. 아이쿠, 왜 이렇게 잔뜩 노려보는 거유? 에헤헤헤, 미소를 지으슈. 미소를.

- 잔말 말고 찍어. 카이로 사진사랬나?! 앞으로 6년을 노려보는 거다! 알아?! 6년을!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야, 대위.

- 자네도 마시는군.

- 하하하하하, 앉게.

- 아니, 여보게. 자네 오늘도 기분이 좋지 않군.

- 내가 확실히 머리가 좀 이상해지는 모양이야.

- 원, 별소리를.

- 나도 우리 연대에 있을 땐 이렇진 않았는데.

- 자자자, 마, 마시게.

(술잔 부딪치는 소리)

- 하루 한 파운드밖에 물이 없고 온통 쓰레기 같은 스투카가 직강하폭격을 해대고 그래도 그곳이 이제 생각하니까 좋았거든. 사실 우리들은 너나없이 투덜대며 쏴대며 돌격을 했지만 독일 놈들 아프리카 파견군을 밀치면서 올라간다는, 뭐랠까 그런 감정이 가득했었단 말야.

근데 뭔가 소위 이틀 휴가로는 천국 다음 간다는 이 카이로서 3년씩이나 후방근무만 해온 소위 사무쟁이들이 되지 못하게 안달을 쓰지? 자고만 나면 이건 뭐 휘발유가 두 그램, 건빵이 네 상자하는 식으로 좁쌀 같은 잔재부랭이 소리들이 매일매일 콩싣듯 사인을 기다리지.

이 뜨거운 먼지 더미위에 흘러넘치는 거라곤 맨발에다 때국이 조르르한 계집들하고 앙앙거리는 양아치들뿐이야! 하아! 또 있지. 그 놈의 당나귀 냄새. 어떡하려고 그랴.

여기다 얼마씩이나 처박아둔다는 거야! 맥, 6년이야! 응? 앞으로도!

- 초조해할 거 없단 말이거든. 미인이 없으면 너도 여자라는 속담을 생각하게.

- 싫어이. 더도 말고 영국에 돌아가서 말야.

- 런던 브리지를 걷는 거?

- 딱 이틀 밤만 마누라하고 잘 수 있다면 만사 해결인데.

- 좋아! 좋은 생각이야! 하하하하, 하지만 강 건너 등불이고.

- 자, 피터. 가보게나.

- 어딜?

- 실질적으로 놀아야 돼. 피터는 아마 그게 한 3년 됐겠지?

- 응?

- 자네도 가서 한방 터트리게. 오벨리스크 피라미드라는 싸롱이 있는데 거기 오늘 내 애인이 나타나기로 했지. 직업적인 치는 아냐. 마침 예루살렘에서 제 친구 한 명을 동행하기로 했단 말야. 보기 드문 흰 도시일 거야.

(술 마시는 소리)

- 음, 난 인제 여자하고 얘기할 줄도 모를 것 같아.

- 가면 는단 말야!

- 아하하하하! 가자, 가.

- 아하하하하. 아하하.

- 서... 성함이 조... 조이스라고 하셨죠?

(음악)

- 아후후, 예루살렘에서 온 건 기억하고 있어요?

- 일 년 반 전에 외무성에 들어오셔서 예루살렘 영사관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겠는데요.

- 우후흠, 그런 건 모르셔도 돼요. 전 다만 이렇게 아름다운 이 순간에 카이로의 밤을 만끽하고 있으면 되거든요.

- 아, 아름다운 카이로의 밤이라구요?

- 어머,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근데 저쪽 댁에 저 초상화가 파르크 2세죠? 어머, 스텝은 계속 하며 보세요.

- 아, 아, 그, 그, 그렇군요.

- 거 참, 아주 매력 있군요. 저 독특한 수염.

- 저 젊은 녀석, 살만 찌고 괴상한 자기만족에 빠진 얼굴 같잖아요? 이, 이건 들은 얘깁니다만 파르크는 코 밑에 여드름이 지독해서 나비수염을 길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만.

- 저쪽 박스 근처로 리드하세요. 남들이 봐주는 것이 좋거든요. 오호호호. 선천적입니다만. 으흐흥.

- 춤이 서툴러서, 미안합니다만 하도 오랜만이고 그래서.

(음악)

- 아하하하.

(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오, 안녕하세요. 어머나, 저분도! 아하하하, 네네네. 안녕하셨어요?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는 군인들이 많군요.

- 아, 놀랐어요. 카이로에도 알던 분들이 꽤 많군요.

- 저... 결혼하셨나요?

- 어머? 이상한 걸 다 물으셔.

- 부대에 있는 간호장교 하나가 오늘 미군 소령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왜 갑자기 이 생각이 떠오르는지는 모릅니다만--.

- 하지만 전 결혼 안 했어요. 외교관이에요.

- 난 했습니다.

- 그런데요?

- 아내를... 아내는 성품이 의젓한 여자예요. 이름은 앤, 앤이죠. 얼굴도 아주 말할 수 없는 미인인데, 미인인데... 근데 그 얼굴모양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떨어져 3년째죠. 오늘 시내에서 사진을 찍었죠. 아주 엄숙하게. 6년이란 한 여자에게 자기 얼굴을 기억해 달라기엔 너무 길어요.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그렇겠죠.

- 그립습니다. 결혼할 때가 전쟁 초기였는데 우린 커튼을 걷지도 않고 활활 타는 벽난로 아래서...

그렇죠?

- 아하, 저 잠깐만...

- 아, 아닙니다.

- 저쪽 소령하고 잠깐--

- 하아, 아닙니다. 같이 자고 싶었는데...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음악)

- 아하하하. 자, 추실까요, 소령님?

- 아하하하하.

- 쳇, 세상은 온통 미군 소령 투성이구나!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피터! 어서 이리 오게.

- 난 가네. 역시 진한 술이 낫겠어.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차 지나다는 소리)

- 헤이, 택시!

(음악)

- 앉으십쇼. 스카치로.

- 좋도록.

- 여보게, 바텐. 대위님께도 진한 다이아몬드 한 잔 따르게.

- 오우, 아주 무드를 내시는구만요.

- 아하하하하, 연합군 보병대위, 어떠십니까?

- 보시다시피.

- 아주 지쳐버렸다 그 말씀이죠?

- 댁은 즐거움에 넘쳤다 이 말씀이요?

- 으흐흐흥, 새벽엔 영국 친선방문이라 이거거든요?

- 본토에?

- 왜 놀라쇼?

- 오오라, 댁은 보병이셨지. 그리구 원 고국에 가볼래야 태워다 줄 영군기가 남아돌아야 말이지.

- 저녁 때는 런던 공항이라...

- 오, 참. 기발한 생각이다. 이보쇼, 보병대위. 오늘밤 안으로 그걸 할 수 있소?

- 뭡니까?

- 싸인. 연대장 싸인 한 장 받아보쇼. 그래가지곤 새벽 6시 정각에 활주로로 나오시오. 알겠소?

내 멋진 리베레이타 쌍발기가 텅텅 비어서 대륙의 창공을 나른단 말요. 그리고선 일로 도보 해협으로--

- 아니. 그게, 그게 정말이요?!

- 갓 뎀! 진실 아닌 것은 하나도 없소.

(음악)

(발자국 소리)

- 간다, 이 새벽에. 그리고 내일 아침이면 런던의 내 자그마한 아파트로.

맞았어. 앞으로 남은 시간은 두 시간. 지금 곧장 가서 포스트 대령에게 허락을 맞는 것이다.

가만, 가만있자. 대령은 요령 제일 주의자니까.

(문 열리는 소리)

- 어, 어이구. 참, 어떻게 말할까?

(발자국 소리)

- 어머, 그래그래. 1. 3년 동안 휴가를 못 얻었다. 피터 대위는. 2. 부상이 간신히 아물은 요호치료대이기 때문에

작전부대 배속은 가망이 없다. 해서 3. 병세는 악화 일로. 정신적 긴장이 다른 병세를 덮칠 것 같다. 해서

마침 텅 빈 비행기 한 대가 런던에를 가는데 이편에 비공식이지만 이틀만 휴가를 내달라. 돌아오는 것은

최단최선의 도리를 강구하겠다. 됐어, 됐어! 하아, 포스트 대령은 거절할 수가 없을 게야.

논리의 함정에 대령을 몰아넣는 것이다! 몰아넣는 것이야!

(새 소리)

- 아! 이놈의 청자가.

(발자국 소리)

- 오호호, 마침내 왔다. 오오, 저, 저 불. 대령의 창가에 저 불. 대령은 주무시지 않는구나. 하아.

(음악)

(발자국 소리 및 휘파람 소리)

- 하아, 대령님. 저, 일어나계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좀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요.

아, 정말 죄스럽고 죄송합니다만.

- 거, 누구 왔는가? 들어오게.

- 어, 네...에. 저, 저는.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대령님, 전.

- 앗!

- 뭔가?

- 아, 저, 저... 전 이 방안의 불빛을 보고 포스트 대령님께서 일어나 계신 줄 알고

저... 만나 뵈올 양으로 그만...

- 오호, 그래? 하도 적막해서 이 브라우닝 시집을 뒤적이고 있던 길이야. 포스트 대령은

일주일 전에 건너 집으로 이사를 했어.

- 아니!

- 난 병참부의 갱스 대령일세.

- 아... 그러세요. 대령님.

- 근데 포스트 군을 만날 일이라면 그렇게 서두르진 말게.

- 예, 대령님.

- 아침 10시에 돌아온다고 하구선 일일낚시를 나갔으니.

(전화벨 소리)

- 아, 알겠습니다. 대령님. 가, 감사합니다.

- 어떤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군도 이렇게 잠이 안 와서 서성거리나?

- 아...닙니다. 대령님.

- 여하튼 한 잔 더 하겠나? 마침 위스키가 좀 있는데.

- 아... 아닙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령님.

- 안녕히, 안녕히 주무십쇼.

- 원 사람두. 자, 그럼.

- 안녕히 주무십쇼.

(문 여닫는 소리)

- 잘 가게. 조심해서.

(발자국 소리)

(음악)

(물 흐르는 소리 및 종 울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으음, 으....음. 으으으... 앤, 앤, 왜 여기 있어? 내가 왜 여기 있어? 응? 앤.

모두가, 모두가 다 잊어져 가는데, 응? 애....앤!

(물 흐르는 소리 및 종 울리는 소리)

(음악)

출연 피터 크롬 박웅. 맥 이완호. 하사 안종국. 사진사 김태연. 조이스 김수희. 미군비행사 양진웅.

대령 조명남.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이형종, 김주하. 기술 이회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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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세계문학 주옥편 시리즈 열여덟 번째로 어윈 쇼 원작, 유흥렬 각색,

상처난 그림자, 이병주 연출로 막을 내립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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