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명작극장 세계문학 주옥편 시리즈 열여섯 번로 앙드레 모루아 추모 특집 앙드레 모루아 원작, 박원 각색. 예기치 못한 일 이병주 연출로 막을 올립니다.
(음악)
지난 10월 9일. 세계는 20세기 세계문단의 거목으로 남아온 앙드레 모루아를 잃었습니다.
그는 18세기에 태어나서 여든 세 해라는 긴 생애를 살아오면서 소설, 수상, 전기, 역사 등 많은 분야에 방대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처녀작인 ‘브랑블대령의 침묵’에서 보여주듯이 그는 한결같이 이지적이면서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읽어서 재미있는 그래서 항상 독자와 친근할 수 있는 작품을 썼습니다. 그 많은 노도와 같은, 주위에 구어가 남발하는 20세기 문단에서 그는 조용히, 그리고 메아리처럼 우리 곁에 있다가 이제 떠난 것입니다.
오늘 명작극장 시간에는 그의 수많은 주옥편 중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각색, 방송하여 추모에 대신합니다.
(음악)
(바람 소리)
- 레이마리! 레이마리! 아니, 이 영감탱이가 자정도 안 됐는데 벌써 곯아떨어지다니. 이봐요! 레이마리! 벌써 자는 거유?! 응?
(발자국 소리)
- 마님, 왜 그러세요?
- 아니, 영감! 그쪽에서 뭘 그리 꾸물대요?
- 아휴, 말씀 마세요. 성이 낡고 원체 오래된 건축이라, 아유, 비가 온통 새고 바람에 거, 지붕이 종이쪽같이 펄렁펄렁 날리는 걸입쇼.
- 아니, 영감! 지금 이 판국에 누가 그런 데 신경쓰랬수?! 어차피 페르고뉴의 성 따위는 다 낡아빠져서 헐어버리든지 아니면 싼 값으로라도 팔아버려야 할 게 아니유?
- 그렇다면은 마님, 무슨 불길한 뉴스라두?
-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예감이유. 그놈의 번개소리 때문에 뉴스를 다 듣진 못했지만 프랑스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거유.
- 워메, 해필 이 짓궂은 날씨에 항공사측에선 왜 비행기를 띄웠나 말씀이오.
- 그러게 말이유.
- 백작께 늘 비행기는 위험한 거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 하지만 그인 이런 날에 절대로 비행기에 타실 리 없어요. 방송의 오보였을 거예요. 정말이유. 그건 오보일 거예요.
- 어, 어디 한 번 더 들어봅시다요. 어, 무슨 뉴스길래 마님께서 이렇게 놀라고 계실까. 원 참.
- 영감님도 함께 있어줘요. 난 도저히 혼자서 그 무서운 뉴스를 들을 순 없어요. 아, 정말, 정말 미칠 것만 같아요!
(발자국 소리)
- 저... 추락했다는 비행기가 엘 프랑스 항공사 소속인가요? 마님.
- 자세한 건 아직 모른다니까요.
- 아유, 그런데 왜 그렇게나 질립니까? 마님.
- 프라그 소식인데 오늘 아침 네제끄 근방에 보헵스한종에 1대의 프랑스 비행기가 추락해서 탑승했던 두 남녀가 사망했다는 거예요.
- 예- 에?
- 프라그라구요? 아하하하. 마님. 그렇다면은 우리가 걱정할 건 없잖아요. 백작께선 파리와 런던 간을 왕래하시니까 노선이 정반대가 아니에요?
- 그래두 난 비행기 사고에 관한 뉴스를 들은 이상 숨을 조용히 쉴 순 없는 거예요. 어, 정말 답답해.
- 음.
(발자국 소리 및 문여닫는 소리)
- 마님. 라디오를 킬깝쇼?
- 날씨가 이렇게 거치니 이 마음이 안정되질 못해서. 어허, 저, 하지만 마님. 너무 걱정 마세요.
- 어서 라디오를 켜요.
- 저, 다른 사람 얘길 거예요. 그건 틀림없어요. 노선이 정반댄 걸입쇼. 으흠.
(라디오 켜는 소리)
- (라디오 소리)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프라그에서 들어온 외신에 의하면 추락한 프랑스 비행기에 탑승했던 두 남녀의 신원이 판명됐습니다. 남자는 엘 프랑스 항공에서 소속 비행사인 쥘베르 드 페르낭 씨이며 여자는 모로 베르뉴 씨 부인인 베라레치코프 여사로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 으으...
- 아, 아니. 마님! 마님! 정신 차리세요!
- 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요?!
- 아...
- 하지만, 하지만 이건 오보일 거야. 그인, 그인 파리와 런던 간을 운행했었는데 무엇 때문에 체코슬로바키아의 그 산중까지 비행기를 몰고 갔단 말야?! 정말이야. 오보고 말구. 외무성은 언제나 이따위 오보로 사람을 놀라게 했으니까.
- 정말이에요. 마님. 이건 오보예요! 백작께서 정기노선도 아닌 그 프라그 산중까지 왜 가셨단 말씀이에요!
- 영감은 어서 우비를 갖다줘요. 나가봐야겠어.
- 아니, 이 밤중에요?
- 그냥 앉아 있을 순 없어. 어서 우비를 갖다줘요. 우편국에 가서 항공사로 직접 전화를 해봐야 마음이 놓이겠는걸.
- 그 외무성 젊은 녀석들은 왜 그렇게 경솔하게 사건을 발표한담. 노선도 아닌 엉뚱한 곳에서 백작 비행기가 추락하다니. 원 그게 말이나 돼?! 아하하하.
- 게다가 말이유. 그이와 여자가 단둘이 타고 있었다니! 아하하, 내 참 기가 막혀서. 아하하.
- 그따위 오보를 내다니.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해야겠어요.
- 어서 우비를 갖다줘요. 지국으로 알아볼 테니까.
- 예.
(발자국 소리)
(음악)
(비바람 소리 및 문 두드리는 소리)
- 여보세요? 여보세요! 빨리 지국 전화 좀 쓸려고 왔어요! 여보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아, 백작부인이시군요. 벌써 뉴스를 들으셨습니까. 정말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께서도 그따위 오보를 믿고 계시다는 거예요?! 아, 정말 너무해요! 그따위 오보를 믿고 있다니. 그건, 그건 평소부터 이웃에서 그런 불행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었던 탓일 거예요!
- 아, 하지만 부인. 댁으로 급전이 온 걸요.
- 난 엘 항공회사로 지국 전화를 부탁하러 온 거예요!
- 정말 안됐습니다. 부인.
- 안 된단 말씀이세요?!
- 저, 이걸 보세요.
(종이 펴는 소리)
- 댁으로 온 전보예요. 지금 배달해 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정말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 아... 아... 쥘베르.
- 쥘베르, 쥘베르... 쥘베르! 윽!
- 부인! 부인! 정신 차려요! 부인! 부인!
(음악)
(새 지저귀는 소리)
- 아휴.
- 쥘베르... 쥘베르... 당신이 그런 참혹한 사고를 당하다니. 아... 믿어지지 않아요.
- 마님. 마님! 이제 정신이 드는 거예요?!
- 아... 아니, 여긴...
- 예, 병원이에요. 정말 걱정이 되더니 천만다행이라우. 이, 이것 보세요. 페르낭 시장님도 원장 르크에르 박사님도 이렇게 걱정들을 하고 계시잖아요.
- 아... 아.
- 그냥 누워 계시죠.
- 아직 안정이 필요한데 그냥 누워계십쇼. 부인.
- 아... 아, 그럼 실례합니다.
- 비행기는 위험한 거라고 쥘베르 씨를 만날 때마다 말했는데.
- 하지만 믿을 수 없어요. 그래요. 무엇하면 오보일지도 몰라요. 아니, 오보일 거예요.
- 마님. 이걸 보세요.
(종이 만지작거리는 소리)
- 나두 오보라, 동명이인이기를 얼마나 바랬던지 몰라요. 하지만 이, 이것만은 믿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인 걸요.
- 그게 뭐유?
(종이 펴는 소리)
- 이, 이건, 이건 마님 앞으로 온 전보, 이건 항공사에서 마님 앞으로 온 여행증, 흑, 유해를 인수해 가라는... 이, 이건, 이건 백작님 사진이 실린 조간신문...
- 아... 아아. 좋아요. 이 모든 게 사실이람 믿어야지. 믿겠어요. 믿겠단 말이에요.
- 정말 다행입니다. 이런 불상사를 당하면 대개가 자기 자신을 비관하고 죽은 이보다 자신의 입장을 비관하고 지나친 넋두리가 일쑨데 부인은 정말 장하십니다. 체념을 빨리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에 충실하다는 증거니까요.
- 지금 곧 기차를 타겠어요. 레이마리 영감님.
- 예.
- 하녀들을 시켜서 곧 짐을 꾸려줘요. 11시 차를 타겠어요.
- 마님. 그렇게나 빨리---
- 알고 싶어요! 내용을 알고 싶단 말이에요. 어째서 그이가 남의 부인과 함께 정규노선도 아닌 그 산속에서 소형비행기로 죽어야 했던가를. 하아... 믿을 수 없어요! 어쩌면 외무성의 신임직원이 일이 익숙치 못한 채 서류상의 착오를 낸지도 몰라요. 그래요!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쥘베르의 휴가공문서를 잘못 읽으면 쥘베르의 사망도 될 수 있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어째서 그이가 남의 부인과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로 갔겠어요. 휴가를 얻어서 여행을 할 수도 있다구요.
하지만 그이는 휴가를 얻었다면 다 쓰러져가는 집이지만 페르고뉴 성의 우리들 가정으로 돌아오셨을 거예요. 그이는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족을 이 시골구석에다 떼둔 거예요.
게다가 그이가, 그이가... 나, 남의 부인과 함께 소형비행기로 여행을 했다니! 어, 그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에요! 당장 확인해보고 오겠어요!
(음악)
- 부인. 전보를 받고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쥘베르 씨와 한 노선에 근무하던 상삽니다.
- 수고하십니다.
- 아하, 별 말씀을요. 아, 이분은 외무성에 계신 분입니다.
- 실례합니다.
- 수고하십니다. 저희들 때문에.
- 쥘베르 씬 정말 유능한 항공사였는데... 안됐습니다. 부인.
- 전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인 무엇 때문에 체코슬로바키아까지 갔었죠?
- 그러게 말입니다. 뉴스를 받고 항공사에서도 당황했습니다. 쥘베르 씨는 일주일간의 휴가로 페르고뉴의 집으로 간 거로 서류에 남았고 또 같이 사망한 모로 베르뉴 씨 부인도 친구네 집에 간다고 이틀 전에 집을 나갔으니까요.
- 그 여잔 저희 남편과 어떤 관계였나요? 평범한 승객이었을까요? 아니면 친구였을까요?
- 글쎄요. 안됐습니다만 저희들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곳 공사관에서 곧 자세한 현장보고가 들어오면 모든 건 판명나겠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인께서 프라그까지 가시겠다면 모든 편의는 저희 항공사에서 부담해드리겠습니다만.
- 가구 말구요. 전 제 눈으로 모든 걸 확인하겠습니다.
- 모로 베르뉴 씨도 프라그까지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밤 10시 차로 떠나기로 했죠.
- 저두 그 차를 이용하겠습니다.
- 네, 그러시다면 모든 건 준비해두겠습니다.
(기차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부인.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 차표 검산가요?
- 아, 아닙니다. 이런 분이 어젯밤부터 명함을 저희 승무원에게 전하며 부인을 뵙자고--.
- 어디.
- 폰탄대학 교수... 모로 베르뉴...
- 명함을 드리면 아실 거라구요. 하지만 부인은 침대차에 들어온 이후로 줄곧 주무시니 전할 틈이 있어야죠.
- 새벽녘에야 잠이 든 걸요. 아마 그때가 스위스 국경을 넘을 때였을 거예요.
- 네, 그런 걸 어젯밤에 몇 번씩 왔다가 그냥 돌아갔죠.
- 지금 뵙겠다고 전해주세요.
- 네, 그럼.
(기차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대학교수의 부인과 항공사... 도대체 어떤 사이였을까? 음... 아니야! 그인 항공사, 교수의 부인은 탑승원. 그 이상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을 거야.
- 음, 들어오세요.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부인. 실례합니다. 혹시 이렇게 찾아온 제 행동에 대해서 증오라도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뻔뻔스럽다구요.
- 아니에요. 저도 선생님을 뵙고 싶었어요. 파리 역에서 출발할 때부터예요.
- 우린 다같이 괴로운 처지에 놓여있으니까요.
- 선생님은 벌써 검은 상복을 입으신 걸 보니 부인을 무척 사랑하셨던가 봐요.
- 사랑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맹목적이었던지도 모릅니다. 무조건 아내를 사랑했으니까요.
-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부인과 제 남편은 서로가 아는 사이였을까요?
- 글쎄요.
- 선생님은 부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신다는 뜻입니까?
- 사실입니다. 난 아내를 사랑했을 뿐, 그에 대해선 정말 백지였으니까요. 내 아내는 러시아 태생으로 놀라운 미인이었습니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난 7년 동안 아내를 너무나 모르고 살았습니다.
-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인 용기와 지혜로써 출세욕에 불타는 청년이었어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인 언제나 절 보고 사회문제에 대해서, 구라파의 병폐에 대해서 언제나 역설을 했어요. 그인 선거에 나설 걸 어떻게 연설하겠다고 내 앞에서 열을 냈어요. 그때마다 전 그이한테 매혹당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전 그이를 그 이상 아무것도 몰랐었군요.
- 나도 그랬었군요. 아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찬양할 뿐이었지 아내가 어떤 사람과 교제하며 어느 시간에 외출한다는 것조차 몰랐고 심지어는 아내가 날 어떻게 평가한다는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최근 아내는 러시아인들과 접촉이 심하고 그들과 만나면 모국어로 지껄이며 웃어대기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으면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었죠. 그래도 난 참으며 러시아 정부로부터 무슨 비밀지령이라도 받고 있으면 큰일이라고 은근히 걱정했을 뿐입니다. 정말 아내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고 맹목적이었죠.
- 부끄럽습니다만 그런 면에선 저도 선생님과 꼭 마찬가지였군요. 전 그이가 가족을 고향의 그 낡은 성에다 남겨두고 혼자만 근무지에 있겠다고 하기에 그건 오직 생활비를 절약하고 모든 건 가정을 위한 것으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결국은 휴가를 얻고도 엉뚱한 곳으로 갔으니까 전 뭐예요? 남편을 몰랐던 거 아니에요?
- 그런 면에선 서로가 위로하고 싶습니다. 부인.
- 하지만 전 지금도 남편을 의심하는 건 아니에요! 그인 무슨 일을 보러 프라그까지 갔을 거예요. 사고만 나지 않았으면 저희 가정은 옛날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인 일을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오셨을 테니까요.
- 아... 정말 사람의 마음이란 모를 것이군요.
- 아... 불안해요. 아, 모든 게 왜 이렇게 됐을까요!
(기차 소리)
(음악)
-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 공사님.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궁금합니다. 믿어지지도 않구요.
- 그러실 테죠.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뭣합니다만 부인과 교수님께서 동행해주셔서 일을 처리하는 데는 참 다행입니다. 자, 보세요. 현장에서 발견한 두 분의 여권입니다. 근데 이상한 건 전혀 비자가 없습니다.
- 그럴 수밖에 없을 테죠. 비자를 얻기 위해선 남편인 저의 동의가 필요한데 전 이 여행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요.
- 아... 역시 그랬었군요.
- 목적지는 소련이었군요.
- 물론입니다. 여기 비밀서류들이 있습니다. 이런 건 모두 파손된 비행기 안에서 찾아낸 것이니까요.
(종이 넘기는 소리)
- 모로 씨 부인이나 뉴실 여사의 남편 소유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또 소련 국방 당국에서 15일 전에 발행한 것으로서 쥘베르 씨의 소련의 한 항공기 제작회사에서 시험항공사로 채용한다는 6년간의 계약문서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 네, 그렇습니다. 이 두 분은 계획적으로 오래 전부터 소련에 망명할 것을 계획했던 겁니다.
- 하아... 그럴 수가... 날 이렇게 배반할 수가... 하지만 믿어지지 않아요!
- 그러실 테죠. 그러나 엄연한 사실인 걸요.
- 유해는 곧 도착할 겁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저희 공사관에선 최선의 편리를 봐드리겠습니다. 파리까지 유해를 모시겠습니까? 아니면 공사관에서 운구해드릴까요?
- 결국... 결국 전 존재하지도 않는 한 남자와 결혼했었군요. 두 사람의 쥘베르가 있었다면 모르지만 알지도 못하는 남자... 아...! 너무 억울해요.
- 그럼 저로선... 나도 부인과 같은 심정입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공사님. 유해가 도착했습니다.
- 아, 그래. 그럼. 나와 보실까요?
- 나가봅시다. 부인.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직 관의 뚜껑에 못질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 두 분께서 각각 유해를 확인하십쇼.
(관 움직이는 소리)
- 볼 것도 없어요. 이미 모든 건 기정사실인 걸요.
- 교수님께선?
- 그대로 못질을 하십시오.
- 그럼.
(못박는 소리)
(음악)
- 자, 부인. 파리로 갑시다. 우린 다시 우리의 생활을 개척해야 하니까요.
(음악)
뉴실 부인 고은정, 모로 교수 이완호, 레이마리 노인 홍계일, 공사 김영식, 시장 장건일, 원장 이광세, 우체국 직원 양진웅. 외무성 직원 박상규, 항공사 직원 안종국, 승무원 김태연.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이형종, 김주하. 기술 정영철이었습니다.
(광고)
(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세계문학 주옥편 시리즈 열여섯 번째로 앙드레 모루아 추모 특집 앙드레 모루아 원작, 박원 각색. 예기치 못한 일 이병주 연출로 그 막을 내립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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