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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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명작극장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 (15)철로지기 (하우 프트만 작,오학영각색)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15)철로지기 (하우 프트만 작,오학영각색)
1967.10.08 방송
‘명작극장’은 목적극 개척에 의욕을 보였던 동아방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극화해서 멜로드라마가 판을 치던 라디오드라마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밤 10시 15분에 방송되는 45분짜리로 국내외의 우수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며, 63년 5월 5일에서 70년 10월 4일까지 모두 340편의 작품이 방송되었다.
(음악)

명작극장 세계명작 주옥편 시리즈 열다섯 번째로 하우프트만 원작 오하경 각색 철로지기 이병주 연출로 막을 올립니다.

(음악)

(종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발자국 소리)

- 목사님.

- 오호, 틸이구만.

- 목사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 말해보시오. 무슨 부탁인가.

- 저, 저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할 생각인데 목사님이---

- 결혼?

- 네.

- 틸, 자네 부인이 세상을 떠난 지 1주일밖에 안 됐는데 자넨 벌써 결혼을 하겠단 말인가?

- 하지만 목사님, 죽은 여자를 데리고 살 순 없잖습니까.

- 그야 그렇지.

- 하지만 내 생각 같아선 자네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애.

- 아닙니다. 어린 녀석이 젖이 없어 우는 게 애처로워 그냥 볼 수가 없을 뿐입쇼. 그리고 제가 하루빨리 결혼을 해서 아이를 잘 기르는 것이 죽은 아내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뎁쇼.

-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틸.

- 예.

- 자네가 철로를 지키는 동안엔 누가 어린애를 돌봐주고 있지?

- 네, 저 방앗간 집 마님한테 맡겨두고 있습죠. 근데 두통거립니다. 글쎄 사흘 전에 마님이 졸다가 어린애를 난로 속에 처넣을 뻔했지 뭡니까.

- 호오, 큰일 날 뻔했었군.

- 그래서 전 결심을 한 겁니다. 아이를 위해서 빨리 결혼을 해야겠다구요.

- 음, 좋아. 나도 자네 의견에 찬성이야.

- 목사님, 그럼 우리 결혼식을 올려주시는 겁쇼?

- 소원대로 해주지.

- 고, 고맙습니다, 목사님. 저, 이봐. 레네. 목사님한테 감사드려. 목사님이 우릴 위해서 결혼식을 주재하신데요.

- 으헤헤, 헤헤, 감사해요. 목사님.

- 하하하하하하, 신부가 건장하신 분이구만.

- 네, 일도 잘하고 마음씨도 아주 곱고 좋은 사람입죠. 제 마음에 꼭 드는 신부입죠.

- 하하, 하하하.

- 자, 그럼 교회당 안으로 들어갑시다.

- 예, 목사님.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여보, 틸. 틸. 아, 내 말이 안 들리유?

- 아이구.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깜빡 잠이 들었었나 봐.

- 흠, 그렇다면 좋아요. 자, 얼른 나가서 난로에 땔 장작을 패요.

- 장작은 어저께 패놨는데?

- 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 나가서 일을 해요! 난 게으름쟁이 낮잠꾸러기 하고 결혼한 거 아니에요. 우리가 살려면은 나무도 해야 하고 감자도 캐야 하고 방앗간에 가서 밀가루도 빻아야 한다는 걸 알아둬야 해요! 내 말 알아듣겠수?

- 아, 아, 알았어.

- 알았으면 어물어물 하지 말고 빨리 나가서 일을 해요!

- 아, 글쎄 알았다니까.

- 내가 보는 앞에서 빨리 나가지 않으면 난 목사님한테 가서 일러바치겠어요. 당신은 게을러서 부인과 자식을 굶겨 죽일려고 한다구요.

- 레네, 참아. 나갈 테니까 제발 진정해요.

- 음, 여보. 당신은 게으름뱅이가 돼선 안 돼요. 헤헤, 그렇지. 당신은 부지런하고 나를 사랑하는 남편이 돼야 해요.

(기차 기적 소리)

- 앗, 기차!

- 그까짓 기차는 왜 찾아요?

- 아이구, 내 정신 좀 보게. 아이구, 이거 야단났군.

-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 지금은 내 근무시간인데 그만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어.

- 예에?

- 아, 이거 빨리 가야겠는데. 지금쯤 루돌프가 화가 잔뜩 났겠어.

- 여보!

- 레네, 미안해. 다녀오겠어.

- 여보!

- 아, 작별키스도 않고 그냥 가우?

(문 여닫는 소리)

- 저런 미련퉁이 바보 철로지기꾼! 퉤!

(음악)

- 이런, 루돌프.

- 오늘은 늦었군. 틸.

- 어허, 미안해. 어린 녀석 응석받이를 하다가 그만 시간을 놓쳤어. 늦는다구 욕했지?

- 아니.

- 이상없지?

- 어.

- 아니, 자네 기운이 없는 걸 보니 건강이 나쁜가 보군.

- 약간.

- 자넨 요새 재미가 어떤가?

- 재미?

- 동네선 요새 자네 얘기로 화제가 되고 있지.

- 아, 그래? 난 통 모르고 있었지.

- 그런데 뭐라고 그러던가?

- 자네가 새로 결혼한 지 1달 만에 자네 집 일은 자네가 아니라 자네 부인이라고 쑥덕쑥덕하던데?

- 아, 레네는 성미가 괄괄해서.

- 난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자네와 벌써 5년 동안 철로를 지켜온 정으로 말한다면 거칠고 욕심 많고 시기심 많은 여자는 처음부터 꽉 잡아놔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고통을 받고 말 걸세.

- 흠.

- 자넨 마음이 너무 순해서 탈이야.

(새 지저귀는 소리)

- 벌써 황혼이군. 새들이 서쪽으로 날아가는 걸 보니 나두 그만 일어나야겠어. 흠, 틸. 그럼 수고하게.

- 조심히 가게.

(기차 기적 소리)

- 흠, 슈른스타인에서 온 차로군. 나한테는 레네보다 내 아들 토이비아스가 더 소중해. 난 아내가 필요해서 결혼한 건 아니야. 토이비아스의 장래를 위해서, 죽은 아내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서 결혼한 거야. 아, 하지만 레네는 너무 야단스러워. 레네가 토이비아스 녀석을 학대한다면... 안 돼! 그건 절대로 절대로 안 돼!! 그때는 내가, 내가 그날...

(기차 소리)

(음악)

-히히힛, 히히힛, 아빠. 코끼린 어떻게 울어?

- 워~~우.

-히힛, 히히힛, 아빠. 여우는 어떻게 울지?

- 워우.

- 히히힛, 히히힛, 히히힛.

- 토이비아스.

- 응?

- 토이비아스 넌 몇 살이지?

- 다섯 살.

- 아가는?

- 한 살이지.

- 근데 아빠, 엄마는 아가만 이쁜가봐.

- 나한텐 언제든지 야단만 치는걸.

- 내 진짜 엄만 저쪽, 응, 저쪽 하늘나라에 있다고 그러는 거지.

- 원, 너한텐 아빠가 있지 않니. 우리 토이비아스가 자라서 좋은 사람 되도록 아빠가 언제든지 지켜줄게. 넌 커다랗게 자라면 무엇이 되겠니?

- 철도국장.

- 철도국장?

- 응, 모자에 금줄을 붙이고 으시대는 사람 될래.

- 아하하하하, 하하하, 그래라.

- 니가 철도국장이 될 때도 내가 철로지기 노릇을 한다면 너한테 경례를 붙여주마.

- 히히히히힛, 히히히히.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 여보, 틸!

- 으으음...

- 주책 그만 부리고 어서 나와서 설거지나 거들어요.

- 응.

- 토이비아스.

- 네, 엄마.

- 넌 아기 방에 가서 아기가 울면 우유를 먹여. 아, 어서!

- 네.

- 아니, 당신은 뭘 멍청히 서 있수?

- 응? 아, 아니야.

- 뭐, 할 일이 없어서 어린 것하고 농담이나 하고 있어요.

- 농담이 아니야. 토이비아스가 심심해서---

- 잉, 듣기 싫어요!

- 당신, 아까 낮에 누가 다녀갔는지 아세요?

- 누가 다녀갔어?

- 철로 감독이 왔었어요. 그 사람이 왜 왔는지 모르죠?

- 글쎄, 왜 왔을까?

- 쉬프레 강가에 있는 감자밭을 내놓래요.

- 아, 아니 그게 정말이야?

- 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어요?!

- 하아, 이젠 어떡하겠어요? 감자밭도 뺏기는 날에는 올 겨울에 먹을 감자를 네 푸대나 사야 해요! 당신 그만한 돈 있수?

- 음, 야단이군.

- 집안 꼴이 엉망이 되도 당신은 그저 저 바보자식을 데리고 앉아서 코끼리 소리나 내고. 너 이다음에 뭐가 될래? 하고 이 따위 소리만 하고 앉아 있겠어요?! 또 내 앞에서 바보자식하고 농담을 하면 아, 바보자식을 아주 때려주겠어요!

- 여보, 토이비아스는 바보가 아니야!

- 흥, 칫!

- 다시 그얘를 바보라고 흉보지 말아요!

- 아이, 여보. 여보, 또 어딜 가는 거예요?!

- 읍내 좀 갖다 오겠어.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야, 어서 오게. 틸.

- 안녕하세요. 감독님.

- 자네가 음식점에 나온 건 몇 년 만에 처음이야.

- 아하.

- 반가우이. 뭘 마시겠나?

- 아닙니다. 전 그저 감독님을 잠깐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 오, 무슨 얘기가 있는 모양이군.

- 자, 앉지.

- 네.

- 무슨 얘긴가?

- 오늘 우리집에 오셨다고 들었는뎁쇼.

- 어, 갔었지.

-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실 수 없을까요? 쉬프레 강가에 있는 감자밭은 우리집 네 식구의 생명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밭은 나한텐 소중한 걸세.

- 하지만---

- 알겠어. 저 밭은 가져가는 대신 내게도 생각이 있어.

- 네?

- 쉬프레 감자밭보다 못할 런지 모르지만 자네 막사 근처에 사과나무가 2그루 서 있는 밭이 있네. 그걸 자네가 사용하면 어떤가?

- 고맙습니다. 저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여편네가---

- 자네 부인도 그 밭을 보면 만족해 할 거야.

- 그렇다면 저도 만족합니다.

- 하하하하하, 잘됐구만. 그럼 우리 한 잔 들지.

- 아, 아닙니다. 전 그만 가얍죠. 여편네가 감자밭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있습죠.

- 아하하하하하.

- 감독님, 고맙습니다.

- 오랜만에 읍내에 나왔는데 그냥 가겠나?

- 네, 감독님. 그럼 안녕히 계십쇼.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음, 밭이 생겼다고 말하면 여편네는 좋아하겠지. 하지만 철로 막사 근처는 곤란해. 내가 풀밭에 누워서 명상에 잠기는 기회를 뺏긴단 말야. 그리고 꽥꽥 악을 쓰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 정말 몸서리 처지는 일이야. 그러나 여편네를 속일 순 없어. 정말 밭을 뺏겼다면 미친 듯이 날뛸 거야. 할 수 없지. 얘기를 하는 수밖에 없어. 흠...

(음악)

- 틸. 오, 틸.

- 여보, 민나.

- 당신은 나를 실망시킨 분이에요. 내가 하늘나라에 갈 때 당신한테 부탁했어요. 우리 토이비아스를 잘 키워 행복하게 해달라구요. 그런데 지금 토이비아스는 불행해요.

- 여보, 민나.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나도 토이비아스를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그 애의 행복을 위해서 애를 써왔어. 하지만---

- 하지만 마음이 거칠고 질투심이 많은 레네의 포악 때문에 토이비아스는 불행해요. 자꾸만 여위어가고 자꾸만 병약해져요.

- 오, 민나.

- 난 토이비아스의 불행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어요. 토이비아스는 내가 데려가겠어요.

- 오, 민나. 그게 무슨 소리요? 제발 토이비아스를 내게서 뺏어가지 마오. 나는 토이비아스 때문에 살아 있소. 토이비아스가 없다면 난 살아갈 의미가 없어지는 거요.

- 그래도 토이비아스는 데려가야 해요.

- 안 돼. 그것만은 안 돼! 민나! 민나! 안 돼! 그건 안 돼!!

- 여보, 틸. 정신차려요, 여보.

- 아, 아, 음... 레네. 내가 꿈을 꿨었나.

- 왜 잠꼬대를 그렇게 야단스럽게 해요?

- 음... 꿈이길 다행이다.

- 네?

- 아니야. 토이비아스는 잠들었나?

- 골방에서 혼자 자고 있어요.

- 음, 잘 자야지.

(음악)

- 아빠, 이게 뭐야? 이게 철로라는 거야?

- 그래. 이것이 바로 기차가 다니는 철로란다.

- 음, 저쪽으로 가면 어디야?

- 슈른스타인으로 가는 길이야.

- 응, 아빠, 저건 뭐야?

- 신호등이지.

- 으~응. 힝, 아빠. 저기 꽃 봐. 참 이쁘지? 아빠, 나하고 꽃 꺾으러 가. 응?

- 으응, 그래. 가자.

- 여보.

- 응.

- 아니, 밭가는 건 도와주지 않고 어딜 갈려 해요? 얘, 토이비아스.

- 예?

- 넌 애길 업어줘. 아니, 냉큼 가서 업어주질 못하겠니?!

- 엄마, 업어줄게요.

- 당신은 이 삽질하는 것 좀 도와줘요.

- 당신 혼자서 하구려.

- 뭐라구요?

- 난 막사에 가 있겠어. 곧 기차가 지나갈 테니까.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빌어먹을. 악마 같은 년.

- 민네. 미안하오. 조금만 기다려. 저 악마 같은 비곗덩어리를 혼을 내서 토이비아스를 행복하게 해주겠어.

- 민네, 토이비아스, 철로 가까이 가지 마라. 거기 가면 니 엄마가 널 손짓해서 부르고 있어.

(기차 지나가는 소리)

- 어, 나를 따라서 거기 가면 안 돼.

(기차 기적 소리)

(문 여닫는 소리)

- 틸! 여보게, 틸!

(발자국 소리)

- 예? 감독님.

- 자네, 뭘 하고 있나? 사고가 발생했어!

- 네? 사고요?

- 자네 아들 토이비아스가!

- 예? 토이비아스? 저런 그 녀석이! 토이비아스!! 토이비아스!!!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기차 소리)

- 토이비아스! 아니, 어디야! 토이비아스, 어디야!

- 여보게. 틸.... 저, 저기...

- 토이비아스!!! 토이비아스... 임마, 니 어머니가 한 발짝 먼저 너를 데려갈 거야. 토이비아스!

- 틸. 그만 진정하고 병원으로 운반합세.

- 희망이 없습니다.

- 불쌍한 것.

- 하나님, 토이비아스를 내게서 앗아가지 마십쇼. 제발 소원입니다. 토이비아스를 살려주십쇼.

- 토이비아스는 죽어선 안 됩니다. 흐윽, 우리 토이비아스는---

- 비켜!!

- 어머!

- 너다. 니가 살인자야. 니가 바로 토이비아스를 죽인 살인자... 악마야!

- 왜 이래요?! 이이가 미쳤나 봐.

- 여보게, 틸! 이게 무슨 짓인가! 틸!

- 너는 토이비아스를 미워했어. 내가 토이비아스하고 노는 것도 싫어했어. 나한테서 토이비아스를 떼놓았어! 불쌍한 토이비아스는 혼자 쓸쓸히 놀다가 죽었다. 니가, 니 악마의 마음이 토이비아스를 죽였어!

- 티...일! 참아요, 틸!

- 너는 죽어야 돼. 너는 죽어야 해!!! 윽! 악마야! 악마야! 죽음의 구렁텅이로 가라! 악마야!!!

- 악!!!

- 여보게, 틸. 레네가 죽었어.

- 으으... 잘 죽었지. 악마는 잘 죽었어. 흐흐흑, 민나. 민나. 토이비아스를 죽인 악마를 지옥으로 보냈어. 나는 이제 해방이 됐어. 흐하하하...

(기차 기적 소리)

(음악)

출연. 틸 주상현. 레네 박정자. 토이비아스 이은미. 민나 전윤희. 목사 박웅. 루돌프 양진웅. 감독 안종국.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이형종, 김주하.

기술 정영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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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세계명작 주옥편 시리즈 열다섯 번째로 하우프트만 원작 오하경 각색 철로지기 이병주 연출로 막을 내립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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