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명작극장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 (12)오이디프스 대왕 (소포크레스 작)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12)오이디프스 대왕 (소포크레스 작)
1967.09.17 방송
‘명작극장’은 목적극 개척에 의욕을 보였던 동아방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극화해서 멜로드라마가 판을 치던 라디오드라마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밤 10시 15분에 방송되는 45분짜리로 국내외의 우수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며, 63년 5월 5일에서 70년 10월 4일까지 모두 340편의 작품이 방송되었다.
(음악)

해외명작 주옥편 시리즈 열두 번째로 소포크레스 원작 와디프스 대왕 양동근 각색 연출로 그 막을 올립니다.

(음악)

(잔잔한 합창)

- 테베의 시민들이여. 온 도성은 병마에 시달리는 빈사자들의 신음소리와 곡성으로 넘쳐흐르고 재단마다 향연기가 자욱하거늘 웬일로 그렇게들 제우스의 신단을 둘러앉아만 있는 게요?

- 대왕이여, 이 도성은 성난 죽음의 물결이 삼켜들며 온 땅의 과수들은 열매마다 벌레 먹고 들판의 가축들은 가축마다 비루먹었으며 여인들은 이미 태중에서 목숨 거둔 어린 것들을 낳으며 분만의 진통에 아우성칩니다. 나와 이 어린 것들이 여기 당신의 궁 제단에 조아림은 전날 온 시민을 피비린 괴물의 손아귀에서 구출하셨듯 이제 다시 당신의 슬기로 기진한 저희들을 이 재앙과 질병에서 구출하여 주시기를 소원함에서입니다.

- 오, 가엾은 신하들이여. 며칠 전 나는 처남 크레온을 이 나라 살릴 아폴로의 신탁을 받도록 그의 신전으로 보냈소. 신의 분부를 어기면 나는 인 갖지만 나는 지금도 그를 애태워 기다리고 있소.

(말이 멈추는 소리)

- 때마침 희소식이니 사람들이 크레온의 도착을 알립니다.

- 아폴로, 하늘의 임금이여. 저자의 얼굴 밝듯, 그 소식도 밝은 것 되게 하옵소서.

- 나의 처남, 크레온. 신탁이 무엇인가 어서 말하여주오.

- 전하가 굳이 이 민중들 앞에서 듣길 원하시면 그대로 말하겠나이다. 허나 궁중으로 드심이 좋을 것으로 아룁니다.

- 예서 말하오. 내 목숨보다도 걱정하는 이 저들의 운명이거늘 저들 앞에서 말하오.

- 그리하리다.

- 하늘임금 아폴로는 밝게 분노하십니다. 테베를 오염하는 이 재앙이 제거할 길 없는 고질로 변하기 전에 액운의 원인을 조속히 불식하라.

- 불식? 무엇으로 인해 스며든 액운이기에 어이 불식한다는 거요?

- 추방 아니면 유혈의 대가인 유혈입니다. 살인이 이 도성에 재앙의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 누구의 살인이란 말이요?

- 당신이 이 나라의 키를 잡기 전 이 나라의 임금이었던 라이오스의 살인입니다.

- 음, 나는 선왕을 본 적은 없으되 뜬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소. 도대체 살인자들은 어디 있으며 이젠 이미 흐려진 단서를 어이 잡는다는 거요?

- 그 당시 괴물 스핑크스에 시달리던 우리들은 수사에 만전을 기할 길 없어 이 일은 오리무중으로 끝났습니다.

- 좋소. 이 일은 신의 분부일 뿐더러 온 국민의 운명이 걸렸으며 아울러 이 사건은 이대로 방치하면 나도 언젠가는 같은 변을 당할 것이니 내가 기필코 밝혀내고야 말 것이오! 자, 나의 사랑하는 신하들이여. 그 탄원의 가지들을 걷어 집으로 돌아들 가오. 그리고 전령을 시켜 이 나라 원로들을 소집하라. 이 일의 성패는 이 나라를 번영, 아니면 멸망으로 이끄리.

(음악)

- 원로 여러분, 여러분들 중 누구건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에 가담했던 자를 아는 이 있으며 지금 선뜻 나에게 말하오. 만일 살인자가 엄벌이 두려워 말못한다면 나는 자수하는 자에 대한 벌을 추방에 그칠 것을 공언하오. 허나 만일 누구건 나의 분부를 거역하여 친구나 자신의 죄를 감춤이 발각될 경우에는 그는 법의 보호를 잃은 자, 누구와 말도 기도도 번제도 제주도 나눌 수 없으며 지분도 허용되지 않는 법의 방랑자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오.

또한 개요는 설혹 나의 근친이 범인일 경우에도 가차 없이 적용될 것이오.

- 상감이여, 저는 범인도 아니고 누가 범인인지도 모릅니다. 허나 아폴로신만은 누가 범인임을 알 것이며 사람들 중에서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만이 이 일을 밝혀낼 수 있다고 삼가 아룁니다.

- 나는 이미 크레온의 권유에 따라 그에게 사람을 보냈고 지금 그의 지체됨을 의아하게---.

- 사람들이 저기 성스런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모시고 옵니다.

- 오, 테이레시아스. 비록 유관은 멀었으되 하늘과 땅의 신비를 헤아리는 예언자인 당신은 우리들의 유일한 소망이오. 어서 선왕 라이오스를 살해한 자를 밝혀 이 나라 좀먹는 재앙을 거두어주오. 당신의 슬기에 이 백성과, 나와, 당신의 운명이 걸려 있소.

- 오라, 슬기로운 자. 자신에게는 이롭지도 못한 슬기를 가지는 이 슬픔이여.

- 웬일이오. 그 얼굴에 슬픔이 감도니.

- 날 집으로 되돌아가게 하여주오.

- 당신의 말들은 야릇할 뿐더러 이렇게 굳이 대답을 회피한다면 이는 당신을 오늘껏 보호해준 국가에 대한 불충이 아니오?

- 당신의 말문이 허망되 열리니 나마저 당신의 불행을 안을까 저하여 나는 침묵을 지키오.

- 이게 웬 말이오? 비밀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으려드니 우리를 배반하고 나라마저 망칠 셈이오?!

- 나는 당신도 나 자신도 괴롭히지 않기 위하여 끝까지 침묵을 지킬 것이오.

- 뭣이?! 이 역당 같으니. 말 없는 돌도 성을 내리라. 정말 끝내 말하지 않을 테냐?!

- 마음대로 성내시오.

- 자네가 늙다리 소경만 아니었던들 나는 자네를 선왕 살해의 공범으로 몰았으리라!

- 자네가 바로 살인범이야.

- 기어코 망발만을 일삼을 테냐! 누가 너와 결탁하여 그렇게 교사했나? 크레온이지? 적어도 일은 너 혼자만의 재주가 아닐 것이니. 크레온이--!

- 자네도 인간, 나도 인간. 나는 세상에 어둡고 자넨 인간의 운명에 어둡네. 지금은 제대로 보는 그 두 눈에 영원한 암흑의 장막이 드리워질 걸세.
- 야! 이 늙다리 소경아! 썩 물러가! 저주 받을 바보 같으니!

- 오늘이 그대에게 그대의 출처를 밝히며 동시에 그대의 멸망을 가져올 거야.

- 끝내 수수께끼 같은 말로 내 화를 사고야 말 테냐!

- 지금은 눈뜬 자 소경 되고 오늘은 부유한 자 내일은 거지 되어 지팡이로 길 찾으니 세인들은 그를 조소하네. 어린 것들의 아버지며 형제인 자, 자기를 낳은 여인의 아들이며 낭군인 자. 아버지의 대를 이었으되 아버지의 피를 흘린 자.

(음악)

- 동지 원로 여러분! 나는 와디프스 왕이 나를 선왕 살해의 공범으로 모는 데 격분하여 여러분께 호소하오.

- 그의 본심에서가 아니라 분노에 격한 나머지 한 말인 걸로 나는 생각소.

- 실성한 자 아니고야 이런 부당한 고발을 할 자 어디 있겠소!

- 나는 상전들의 언동을 알 길 없소.

(음악)

- 흥! 뻔뻔스런 이 같으니. 밤도적 같이 몰래 내 왕위를 노리는 자가 감히 내 궁궐 앞에 나타나?

- 제 설명을 들으신 뒤에 저를 증죄하십쇼.

- 구변이야 좋지. 자네가 반역자가 아니라는 설명만은 말게.

- 말씀은 지당합니다. 허나--.

- 만일! 자네가 그 늙다리 점쟁이와 결탁하지 않았던들 그는 감히 나를 선왕의 살해범으로 몰 위인이 못돼!

- 아니, 제가 왜 결탁합니까? 제가 왕이신 당신과 왕비이신 누님에게 버금가는 왕족으로서 왕이 누리는 영화는 더불어 누리면서도 왕처럼 국사에 다망하거나 혹시 국사를 그르치진 않을까 하는 왕으로서의 근심 걱정도 없이 호위호식하거늘 왜 어리석게 당신의 자리를 노릴 것입니까.

- 그러니 더욱 더 반역자지.

- 제 말들의 산 증거. 첫째 델피의 신전을 찾아 제가 전한 신탁의 진부를 밝히시고, 두째 만일 제가 당신의 왕위를 노려 그 노예언자와 사실을 결탁했다면 당신의 어명뿐만 아니라 제 맹세에 따라 저를 사형에 처하십쇼.

- 상감, 성미 급한 자는 실수하는 법. 그는 실수치 않으려는 자답게 조리있게 말했습니다.

- 음흉한 모사들이 민활히 계략을 꾸미거늘 내 어찌 신속한 대책을 강구치 않으리오?

- 아니, 신속한 대책이라니 저를 추방할 셈입니까?

- 추방 아닌 사형이야!!

- 직권을 남용치 마십쇼!

- 오, 나의 도성 테베여! 저 망언을 들으라!

- 테베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 제 것도 됩니다.

- 아니, 왜들 이렇게 어성을 높여 언쟁들을 하십니까. 온 도성이 신음하거늘 왕족간의 논쟁을 일삼으니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자, 어서 궁으로 드세요. 크레온, 어서 집으로 가자.

- 누님. 당신의 낭군이 나를 추방하거나 사형에 처하려 듭니다.

- 그렇소. 저자가 흉계로 나를 해치려는 것을 적발했소.

- 만일 제가 정말 당신을 무고하려는 일을 했다면 저는 즐겨 저주를 받으며 멸망하겠소.

- 와디프스 , 제발 제 말을 믿으세요. 저 끔찍스러운 스스로의 저주를 봐서도, 그리고 저와 여기 모인 원로들을 봐서도 화를 풀고 어서 궁으로 드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웬일로 그렇게 노하셨나 제게 좀 말씀해 주세요.

- 그가 나를 선왕의 살해범이라고 하오.

- 무슨 확증이라도 있어서 그러나요? 아님 들은 풍월인가요.

- 어디서 악한 같은 점쟁이를 끌여들여갖고 자기는 발뺌을 하고 있어요.

- 그렇다면 마음 놓으세요. 하늘 아래 예언의 눈을 가졌다고 장담할 자 하나 없어요. 그 좋은 예로 하루는 선왕 라이오스에게 신탁이 있어 가로되

그대는 아들의 손에 죽으리라 그런데 선왕은 상궐에서 아들 아닌 도적들의 손해 살해됐거든요. 내가 아기를 낳자 사흘도 못 되어 손수의 애기의 발목을 쇠붙이로 깨서

다른 사람을 시켜 인적 드문 산중에 버렸으니 예언은 거짓이겠죠.

- 아니, 왜 그러세요?

- 당신이 상궐이라고 했지.

- 네. 정확히 어느 상궐이야?

- 델피와 돌리아에서 오는 길이 포시스에서 마주치는 곳이요.

- 그게 언제요?

- 당신 왕위에 오르던 얼마 전인데.

- 오, 제우스여. 저를 어쩌시려는 겁니까.

- 왜 그렇게 낙심하세요?

- 아직 묻지 말고 내 질문에만 대답해주오. 그애 용모는 어떠했소?

- 머리는 반백. 키도 몸집도 당신과 비슷했어요.

- 일행은 몇 명이었소?

- 방자까지 다섯 명이었고 선왕은 수레에 탔었어요.

- 오~라. 이젠 명약관화한 사실이오. 누가 당신에게 이 소식들을 전하였소?

- 유일한 생존자였던 궁의 머슴애요.

- 혹시 지금도 여기 있는 건 아니오?

- 아니요. 돌아와서 당신이 왕위에 오른 것을 보자 벌판에서 양떼를 지키게 해달라고 애원하기에 제가 허락했어요.

- 곧 데려올 수 있겠죠?

- 네, 하지만... 왜 그러세요? 저도 당신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상심하셨는지 알아야 될 거 아니어요?

- 오, 기왕 이렇게 예감이 가공할 사실로 변하여가거늘 당신 아닌 누구에게 말할 수 있으리오.

- 나의 아버지는 고린도의 왕 폴리부스. 어머니는 도리아인이였기에 나는 고향에서 제일 행복한 자로 자타가 공인했었소.

그러던 어느 날, 주석에서 만취한 친구가 나더러 부모 없는 주워온 자식이라 놀려줬소. 격분을 간신히 참은 나는 내 부모에게 물어봤으나 나를 농담도 진담으로 믿는 어리석은 자라고 꾸짖기에 일시는 마음은 편하였으나 소문이 점점 더 널리 퍼지자 나는 부모 몰래 델피로 신탁을 구하러 갔었소.

신은 답변을 거부하고 오히려 내가 장차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동침하여 영세토록 저주받은 가증한 자식 아닌 자식을 낳을 거라 예언했소.

나는 그 길로 그 망측스런 예언을 피하여 일월성신만을 길잡이로 정든 고향을 등지며 걷고 또 걸었소. 당신이 말한 상궐에 이르렀을제, 맞은쪽에서 당신이 묘사한 것과 비슷한 노인이 수행인들을 거느리며 수레를 타고 왔소. 방자가 나를 비키게 하려 들자 나는 그를 떼밀고 막바로 수레 곁을 지나려 했소.

그때 그는 손에 쥐었던 막대로 내 정수리를 내려쳤기에 나는 홧김에 단장으로 그를 갈겨 수레에서 덩그러트리고 내친 김에 모두 죽여버렸소.

만일 그 노인이 선왕이라면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입으로 내 자신을 저주한 것이 되오. 나보다 더 가엾은 자 또 어디 있겠소?

- 아, 걱정 마세요. 현장에 있었던 머슴애 말이 선왕의 살해범은 도적들의 한 떼랬으니 이제 제발 더 실없는 걱정은 마세요. 아무튼 제가 그 머슴을 불러오도록 할 테니 어서 방으로 드세요.

(음악)

아폴로신이시여. 실없는 공포로 실성한 제 낭군을 구하려 여기 향과 단원의 나뭇가지를 들고 당신의 발 아래 조아렸습니다. 폭풍에 기 잡은 선장이

창백히 질리는 것을 본 선원들처럼 저희들도 넋을 잃고 떱니다.

- 여러분, 와디프스 왕의 궁궐은 어디에 있소? 그보다도 그는 지금 어디 계시오?

- 저것이 그의 거처고 그는 지금 안에 계시오. 그리고 저기 저 여인이 왕비요.

- 복 받은 왕비여. 늘 행복하소서.

- 늙으신 낯선 이여. 당신도 행복하소서. 무엇을 고하려, 아니면 무엇을 전하려 오셨소.

- 저는 고린도에서 온 전령. 우리의 왕이 운명하셨음을 알리며 아울러 와디프스를 모시려 왔소.

(문 여닫는 소리)

- 급기야 그 저주스럽던 예언이 끝이었구나.

- 아니, 웬일들이오?

- 왕이여. 저 노인은 고린도에서 온 전령으로서 당신의 부왕 폴리부스가 운명하셨음을 알리며 당신을 왕으로 모시러 왔습니다.

- 영감. 왕비의 말들이 다 사실이오?

- 예. 만일 티끌만한 허언이라도 있으면 제 목숨을 마음대로 하옵소서.

- 오, 가증스럽던 예언에 몰려 그리운 고향을 등지고 방랑하던 어두운 세월도 드디어 오늘로 끝나는구나.

- 외람되나 그 가증스럽다는 예언이 무엇이었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본향 고린도를 아무도 몰래 하직하시고

부왕의 임종에도 참석치 못하셨나이까.

- 하늘의 신탁이 나는 부왕을 살해하고 어머니와 동거하며 온 세상이 저주할 자식 아닌 자식을 나을 것이라 나를 위협했기 때문이오.

- 제가 당신을 그 위협에서 풀어드릴 테니 톡톡히 보상만 해주옵소서.

- 여부가 있겠나.

- 당신은 폴리부스 왕의 양자. 제가 당신을 시테레온 산중에서 이곳 선왕 라이오스의 목자로부터 받아 자식 없어 외롭던 폴리부스 왕에서 드렸나이다.

- 양자? 어디 말 아닌 확증을 대봐.

- 당신 발목의 상첩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왜 남의 가슴 아픈 상처는 밝혀?

- 선왕 라이오스의 목자가 당신을 저에게 넘겨줄제 당신의 어린 두 발목은 쇠붙이에 꾀뚫려 있었습니다.

- 목자를 대동했습니다.

- 와디프스! 제발 이 상처는 찾지 말아주오. 제 목숨을 걸고 애원하니 제발... 심문을 중단하세요!

- 내 생명의 출처를 밝히는 일이거늘 나는 오히려 내 목숨을 걸고라도 알고야 말 것이오.

- 저주받은 이여. 당신의 신분을... 당신만은 결코 모르게 되기를 빌어.

- 허, 내 신분이 비록 전날엔 비천했고 지금도 이 몸속에 운운이 노예의 피일지라도 나는 이 나라의 왕 와디프스. 기필코 내 출생을 명백히 알고야 말 테다!

고린도들이여. 저 목자가 당신이 말한 목자인가 확인을 하시오.

- 더 묻지를 마세요...

- 얘들아, 주리를 틀어라!

- 예!

- 으... 악!!! 으... !

- 왕비가...

- 뭣이?

- 왕비가 애비인 선왕을 살해할 저주받은 자식이라면서 멀리 버리라고 하였기에...

- 이 저주받을 여인 같으니! 궁궐을 닫아라!

( 문 닫는 소리)

(음악)

- 여러분. 이 나라에서 제일 존경을 받으시는 여러 원로들이여. 여러분은 끝까지 이 나라의 운명과 함께 하실 것을 믿기에

눈 뜨고 볼 수도 없고 입을 열어 말할 수도 없는 참사를---

- 주저 말고 어서 말씀하오.

- 좀 전에 왕비가 실성한 듯 침실로 뛰어들더니 선왕 라이오스의 이름을 부르며 ‘오, 저주받은 몸이여. 낭군에게서 낭군을 낳고

자식의 몸에서 다시 자식을’ 하고 외치더니 목 놓아 우셨습니다. 이윽고 고함치며 뛰어드는 이, 왕 와디프스였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칼을 청하며 왕비의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알려드리자 침실 문을 부수고 뛰어들었습니다. 여러분, 그의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제 손으로 목매 자살한 왕비의 시체였습니다. 왕은 그 참상 앞에서 우레 같은 곡성을 울리며 왕비의 시체를

방바닥에 풀어 내리셨습니다. 왕비 옷에서 금 브로치를 뽑아들고 ‘분간할 자들은 분간하지 못한 내 두 눈아. 영영 암흑 속에 잠기라!’ 외치며

스스로 두 눈을 찌르셨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두 눈을 연방 찌르시며 고통과 절망에 겨워 지금도 통곡하시니.

- 왕은 이제 좀 진정하셨소?

( 문 여는 소리)

- 오, 저주받을지언정, 내 몸이여. 으윽! 이 참극에 실려 이 몸은 어디로 가나. 오, 내 목소리는 대기에 실려 어디로 퍼지나.

으...윽. 여러분, 나를 추방하여주오. 윽, 나를 낳은 부모들이 나를 생매장하려던 시테론의 골짜기로 추방하여주오.

허나, 운명의 신이 이 추한 목숨을 오늘껏 거두지 않았으니 뭔가 내가 할 큰일이 남은 것으로 믿고 이 곤욕과 저주에 끝까지 버티려.

(음악)

뛰어나서 운명과 싸울 수 있으리. 그래도 눈먼 이상 끝내 빛으로 뜻을 찾도다.

(음악)

출연 와디프스 김영식. 요카스타 이정선. 크레온 이완호. 테이레시아스 홍계일. 제사장 박웅. 합창단장 양진웅. 전령 조명남. 궁내시신 안정국. 목자 장건일.

원로들 이광세, 박상규, 김태현, 김진동.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이형종. 김주하 기술 이인재였습니다.

(광고)

(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해외걸작 주옥편 시리즈 열두 번째로 소포크레스 원작 와디프스 대왕 양동근 각색 연출로 그 막을 내립니다.

(입력일 : 2010.02.05)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