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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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명작극장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 (11)공손한 매춘부 (장뽈 사르트르 작)
세계문학주옥편시리즈
(11)공손한 매춘부 (장뽈 사르트르 작)
1967.09.10 방송
‘명작극장’은 목적극 개척에 의욕을 보였던 동아방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극화해서 멜로드라마가 판을 치던 라디오드라마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밤 10시 15분에 방송되는 45분짜리로 국내외의 우수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며, 63년 5월 5일에서 70년 10월 4일까지 모두 340편의 작품이 방송되었다.
(음악)

세계명작 주옥편 시리즈 열두 번째로 쟝 폴 사르트르 원작 박조열 각색 공손한 매춘부 이병주 연출로 그 막을 올립니다.

(음악)

(물 흐르는 소리)

- 왠 샤워를 저렇게 오래 하지?

(초인종 소리)

- 누굴까.

(물 흐르는 소리)

- 설마 벌써부터 경찰이 치근덕댈 리는 없는데.

(물 흐르는 소리)

- 이봐요.

- 왜 그래?

(물 흐르는 소리)

- 지금 초인종 울렸으니까 나오지 말고 그대로 있어요.

(물 흐르는 소리)

- 알았어.

- 어머, 귀여운 도련님. 누굴 찾으시죠?

- 저, 여기가 톰슨 부인 댁이 아니세요?

- 오호, 잘못 찾으셨어요. 다른 집에 가보세요.

(문 여닫는 소리)

- 흐음, 그럼 그렇지. 여기 온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벌써 경찰이 찾을 리 없지.

- 이봐요. 샤워 끝났으면 나와도 돼요.

(문 여닫는 소리)

- 아아, 누군데?

- 아무것도 아니에요. 집을 잘못 찾은 거예요.

- 음, 그래? 난 또 경찰인 줄 알았지.

- 경찰? 당신 경찰에 쫓길 일이라도 했어요?

- 무슨 소리야? 널 취초하러 온 건가 했단 말이야.

- 뭐요? 아니, 내가 어쨌다고?

- 매춘행위 금지법에 걸릴 거 아니야.

- 천만에 말씀을. 내가 당신한테 돈 달라고 했어요? 돈 안 받고 잤는데 왜 걸려요. 우리 두 사람은 어제 저녁 사랑을 한 거예요. 사랑도 법에 걸린단 말이에요?

- 그럼 너 나한테서 정말 화대를 안 받겠다는 거냐.

- 글쎄. 안 받는데니까. 난 뉴욕에서 그저께 저녁에 처음 이 거리로 왔어요. 여기선 당신이 처음 받는 손님이에요. 난 어디서나 첫 개시 손님한테선 돈을 안 받아요.

- 왜?

- 그래야만 재수가 있거든요.

- 원, 별. 아니, 그럼 난 엊저녁에 네 액땜이 돼준 셈이 되게?

- 으음~ 내 귀여운 액땜.

- 비켜! 비키라니까.

- 으음, 의심해요? 당신, 굉장한 부잣집 도련님이죠?

- 어떻게 알아?

- 그게, 이 손가락에 낀 반지만 봐도 알지 뭐. 앞으로도 잊지 말고 날 찾아줘. 응? 난 하루 저녁 풋사랑 손님은 싫어요.

내 이상은요. 나이 지긋한 단골손님이 그저 서넛만 있어가지고 한 분은 화요일, 한 분은 목요일, 또 한 분은 주말, 이렇게 살았으면 하는 거예요.

- 으흥?

- 당신은 너무 어린 것 같지만 진실한 타입이고 미남이고 게다가 부자고 또---.

- 수작 말고 저리 비켜!

- 얼마 주면 되지?

- 음, 돈은 안 받겠다니까 그래요.

- 받아. 난 줘야겠어.

- 싫다니까. 하지만 당신이 내 몸값을 얼마나 평가했는지 맞춰보고 싶군요. 내 눈을 감을게. 그동안 당신이 내고 싶은 돈만큼 테이블 위에 놔줘요.

- 자, 놨어요?

- 그래.

- 그럼, 맞춰볼게요.

- 음, 한 장뿐이군. 40달러? 아니지, 그렇담 20달러짜리가 2장 있을 텐데 한 장밖에 없으니까. 그렇담 50달러짜리? 아니면 100달러? 아니야, 100달러는 너무 많고

으흥, 모르겠어요. 눈을 떠요.

- 아, 아니 당신 혹시 지폐를 잘못 논 거 아니에요?

- 천만에.

- 뭐요? 어우, 구두쇠 같으니. 10달러가 뭐야 10달러가! 자, 봐요. 그래. 내 이 다리가 10달러짜리밖에 안 된단 말야! 응?

그리고 이 가슴도. 그래, 이 가슴이 겨우 10달러 값어치밖에 안 보여? 응?

- 이봐, 좀 조용히 할 수 없어?

- 닥쳐! 당장 나가! 신사 체면에 겨우 10달러라니! 온 몸에 키스를 하고 온 밤을 못 자게 하구선 큰소리 땅땅 치고. 어휴, 드럽고 치사해서 내가 정말!

- 좋다. 그렇담 10달러 더 주지. 자.

- 집어쳐! 이 10달러도 마저 가지고 당장 나가란 말야!

- 이봐. 정 이렇게 떠들면 유치장에 넣을 테다.

- 뭐? 유치장에! 누가?

- 내가.

- 당신이?

- 그래.

- 웃기는군.

- 난 클라크의 아들이란 말야.

- 클라크? 클라크가 누구야?

- 상원의원이지.

- 그으~래? 그렇다면 난 루즈벨트의 딸이다.

- 너, 거짓말인 줄 아는 게로구나?

- 흥! 작작 웃기고 그만 못 나가!

- 하, 이젠. 너, 신문에서 클라크 상원의원 사진을 본 적 있지?

- 있다. 왜?

- 그렇담 자, 봐. 이게 우리집 가족사진이다. 이래도 못 믿겠어?

- 어머나, 정말. 정말이네요. 이리 좀 주세요. 자세히 보게.

- 관둬. 이제 알았지?

- 으흠, 당신이 굉장한 집 도련님일 거라는 건 진작 눈치 챘지만 그렇게 훌륭한 집안의 도련님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 미안해요.

- 사과할 것까진 없어.

(라이터를 열고 불을 붙이는 소리)

- 휴우.

- 그런 훌륭한 아버님을 가졌으면서 이런 델 오다니. 당신은 아마 막내 바람둥이인 모양이죠? 으흐흥으흐흥, 그렇죠?

- 내가 여기 온 건 너와 놀기 위해서 온 게 아니야.

- 어머나, 날 온 밤 못 자게 한 건 누군데.

- 시끄러!

- 너 뉴욕에서 살다가 이리 왔다고 했지?

- 그래요.

- 그제저녁 6시 급행열차 편에. 그렇지?

- 아니, 왜 갑자기 이러는 거죠?

- 대답만 해. 너 그 열차에서 껌둥이들하고 마주 앉아 있었지?

- 그래요.

- 우리집엔 유색인종의 하인이 다섯 있는데 말야. 내게 온 전언 그 중에 한 놈이 받았을 경우엔 알겠어?

그놈은 그 수화기를 잘 닦아 놓은 다음에야 내게 넘겨주기로 돼있단 말야.

(호루라기 소리)

- 오우, 그랬어요?

- 그렇단 말이다. 너 그때 그 기차 속에서 껌둥이 놈들한테 강간당할 뻔했다면서?

- 강간이요? 아니,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소릴 했죠?

- 토마스.

- 토마스? 그게 누구예요?

- 차차 알게 돼. 토마스 얘기는 이렇다. 그때 그 껌둥이 두 놈은 그 여자가 앉아 있는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 그렇다니까요.

- 듣고만 있어. 얼마 후 그 두 놈은 여자에게 덤벼들었다. 여자가 고함을 질렀다. 백인들이 달려갔다. 그러자 껌둥이 한 놈이 단도를 꺼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껌둥이를 권총으로 쏴 죽였다. 나머지 한 놈은 도망쳤다. 이게 토마스가 말하는 사실의 전부다.

- 아! 하아! 아유, 세상에! 그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아니에요. 사실은 전혀 달라요! 그 껌둥이 두 사람은 내내 얌전히 내 앞에 있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백인 한 사람이 우리 옆으로 오더니 껌둥이 냄새가 난다느니 어쩌면서 껌둥이들한테 시비를 걸더군요.

나중에 그 껌둥이들더러 객차 밖으로 나가라고 밀쳐냈어요. 견디다 못한 껌둥이 한 사람이 그 백인을 휘갈겼죠.

그랬더니 그 얻어맞은 백인이 대번에 권총을 쑥 뽑아가지고선 껌둥이를 쏴 죽였지 뭐예요. 또 한 사람의 껌둥이는 기차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을 쳤고. 사실은 이렇게 됐던 거예요. 강간이라니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예요!

- 알아, 나도.

- 응? 아니 그럼 방금 나한테 한 얘기는 어떻게 되는 거죠?

- 그것도 차차 알게 돼. 한 가지 묻겠는데 너 판사한테 불려 가면 그때도 지금 말한 대로 지껄일 테냐?

- 그게 당신하고 무슨 상관이죠?

- 대답을 해.

- 그야 물론 본 대로 말하는 거죠.

- 본 대로 말한다…? 넌 그럼 백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껌둥이를 위해 하겠단 말이지?

- 아, 그야 백인한테 죄가 있으니까 할 수 없잖아요.

- 하지만 상대는 껌둥이 아냐! 껌둥이를 죽일 때마다 일일이 유죄가 될 순 없잖아!

- 백인이라고 그럴 권리는 없어요!

- 권리가 없다? 이봐. 넌 왜 자꾸 껌둥이를 두둔하는 거지?

- 두둔하는 게 아니에요. 난 다만 사실을 얘기할 뿐이에요.

- 10달러짜리 갈보 년이 사실을 얘기한단 말이지. 그것도 껌둥이를 위해서. 토마스는 내 고모님 아들이다.

- 어어?

- 토마스. 그 껌둥이를 쏴 죽인 백인이 바로 내 고모님 아들이란 말이다.

- 어머나! 아…하… 그랬었군요.

- 자, 이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게 낫겠지. 얼마를 주면 되겠어.

- 아니, 무슨 말씀이죠?

- 너 똑똑한 줄 알았더니. 이봐, 토마스는 지금 그 사건 때문에 경찰에 갇혀 있어. 토마스를 위해서 유리한 증언을 해달란 말야.

- 어떻게요?

- 껌둥이들이 널 강간하려 했기 때문에 토마스가 그 껌둥이를 쏴 죽인 거라고 하면 돼.

- 그러면?

- 그럼 넌 500달러를 받고 토마스는 풀려나고 토마스 대신으론 그 도망친 껌둥이를 잡아가두게 되는 거지.

- 오오, 안 돼요! 그럼 끔찍한 거짓은 꾸밀 수 없어요.

- 500달러를 주는데두?

- 안 돼요! 전 못해요.

- 잘 생각해봐.

(라이터를 열고 불을 붙이는 소리)

- 인제 알았어요. 모든 게 계획적이었군요. 당신이 어젯밤 나한테 윙크를 한 것도, 그리고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 내가 아까 뭐랬어. 자러 온 게 아니라고 했잖아.

(문 두드리는 소리)

경찰이다! 문 열어라! 빨리. 빨리 문 열어!

- 당신 빨리 숨어줘요. 경찰이 취초 나왔나 봐요.

-아유, 개시 이튿날부터 이렇게 재수 없는 일만 겹치다니.

- 문 열어, 빨리!

(문 여닫는 소리)

- 예, 나가요.

- 뭐하고 있어요. 빨리빨리 숨어달라니까. 자, 빨리빨리.

-프렛, 프렛. 거기 있지?

- 그래.

- 아니, 그럼 경찰이 오도록 만든 것도.

- 아하하하하하하하!

(음악)

- 좀 빨리 오지 않구.

- 아.

- 경찰이다. 자, 신분증이다.

- 경찰이 틀림없군요. 그런데 뭣 때문에 영장도 없이 남의 집으로 들어오죠.

- 현행범일 때는 영장이 소용없는 거야.

- 현행범이라뇨?

- 너, 어젯저녁 이 사람을 꼬여들었지? 매춘행위가 위법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냐.

- 그래, 꼬여왔어요. 하지만 저는 돈을 받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위법인가요?

- 저 테이블 위에 10달러짜리 2장 있죠? 그건 제 돈입니다.

- 아, 아휴.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 돈이 저 사람 것임엔 틀림없어요. 하지만 전 그 돈을 거절했어요. 그런 더러운 돈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거든요!

- 거절했다는 돈이 어떻게 돼서 이 테이블 위에 앉아 있지?

- 좋아요. 제가 졌어요. 당신들은 멋있게 이겼군요. 자, 이제부턴 날 어떻게 할 셈이죠?

- 앉어. 프렛, 흥정은 이미 건네 봤겠지?

- 그래.

- 그렇다면 긴 얘기 할 거 없지. 내일 그 사건에 대한 판사의 정식심문이 있다.

니가 만약 우리가 원하는 문서에 서명을 하면 판사는 토마스를 석방하기로 돼있어.

이게 그 문서다.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어, 글은 읽을 줄 알지? 읽고 서명을 해.

- 아니에요! 여기 적힌 건 모두 거짓이에요!

- 흠, 그럴런지도 모르지. 그래서?

- 그러니까 서명할 수 없어요!

- 매춘행위를 한 자의 형기는 1년 6개월이라는 걸 아나?

- 알아요.

- 자, 빨리 서명을 해.

- 못하겠다니까요!

- 정 못하겠어?

- 못해요!

- 이 년을 그냥!!

- 프렛, 무슨 짓이야?

- 아, 아버지께서--.

- 아니, 여길 어떻게 아시고.

- 난 뭐든지 다 알고 있어. 이분이 바로 그 아가씬 게로군. 아주 귀엽게 생기고 뭐랄까. 꼭 아메리카적인 인상인데.

- 인사를 드려. 클라크 상원의원님이시다.

- 처음 뵙겠습니다. 리찌라고 불러요.

- 리찌? 하하하. 그래. 이름도 아주 귀엽군.

- 아버지. 그런데 그 년이 기어이 서명을 못하겠다는 거예요.

- 그래. 그야 뭐 당연하지. 너희들은 이분에게 서명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게야. 더욱이나 완력에까지 호소하면서 말이다.

그런 짓은 지극히 비아메라카적이라는 거를 알아야 해. 내가 물어보지.

아가씨. 그 흑인은 당신에게 폭행을 가한 적이 있습니까?

- 아니에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

- 좋습니다. 아가씨, 제 눈을 좀 봐주시겠습니까. 흐흠. 절대로 거짓말을 할 눈이 아닙니다. 자, 이걸로 사건의 진상은 밝혀졌다. 불쌍한 메어리.

- 메어리가 누구시죠?

- 내 누이동생, 토마스의 모친이죠.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더니만.

- 무슨 희망을요?

- 아가씨께서 혹시 토마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실런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죠. 가엾은 메어리. 넌 이제 다시는 웃는 얼굴을 못 지어보며 여생을 마치겠구나.

- 그분, 늙으셨나요?

- 그럼요. 내 나이보다는 2살 아래일 뿐이니까.

- 백발이 성성하시겠네요.

- 예. 하지만 얼굴을 젊었을 때 그대로죠. 지금도 웃을 땐 처녀같이 귀엽답니다.

자, 난 이만 실례해야겠습니다.

- 벌써 가실려구요?

- 예, 빨리 메어리한테 가서 여기서 있었던 얘기를 해줘야죠.

- 제가 서명을 거절했다는 얘길 말이죠?

- 그렇죠.

- 그분이… 제가 서명을 거절했다는 걸 들으면 얼마나 절 원망하실까.

아, 상원의원님. 전, 전 이렇게 되고 보니 그 흑인한테 강간당하지 않은 게 억울한 기분이에요.

그랬음 여러분께서도 기쁘실 거고 저도 이렇게 괴롭지 않을 거 아니에요?

- 오호, 고마운 말씀이요.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 으흠, 그렇게 말이에요.

- 하기야, 그 사실이란 게 흑인이 폭행을 하지 않았다는 건--.

- 그렇죠.

- 그래요. 물론 거기에 제1차적 진실이 관계되는 셈이지만--.

- 1차적이라뇨?

- 말하자면 대중적 진실이라는 겁니다.

- 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군요. 그럼 진실에도 여러 가지가 있나요?

- 말하자면 그렇죠. 아가씨. 제가 마지막으로 얘길 좀 할까요? 이번 사건에 대한 제 의견을 말입니다.

진실이란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제 의견을.

- 네, 듣고 싶어요.

- 좋습니다.

- 아가씨. 지금 갑자기 눈앞에 아메리카 국민이 나타났다고 상상합시다. 국민은 당신에게 뭐라고 말할 것 같습니까?

- 아마… 아마, 별로 할 말이 없으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 아닙니다. 아닙니다. 국민은 아가씨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리찌, 넌 지금 니 두 아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입장에 있다. 어느 쪽이든 한쪽은 죽어야 한다.

이런 때, 넌 어떻게 할 테냐. 물론 쓸모 있고 훌륭한 아들 쪽을 남기려 할 테지.

자, 그럼 이제부터 어느 쪽이 더 훌륭하고 쓸모 있겠는가 조사를 해볼까.

- 네, 그러세요. 아아, 아니에요. 어서 계속하세요. 전 상원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건 줄 알고.

- 내가 국민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게죠. 리찌. 니가 두둔하고 있는 그 흑인과 토마스라는 백인에게

이 원칙을 적용해보자. 아메리카합중국에 있어서 가장 오랜 가문의 핏줄인 토마스. 하바드대학을 나온 토마스.

아메리카합중국 군대의 장교인 토마스. 2000명 노동자의 고용주인 토마스.

자, 이번엔 그 흑인을 볼까. 유감스럽게도 그 흑인에 대해선 아무것도 할 얘기가 없구나.

난 그 흑인이 죽는데도 모르고 지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어쩜 저렇게 구변이 좋으실까.

- 자, 당장 선택하라!

- 예? 네. 참 그렇군요. 하지만 전--.

- 아가씨. 절 보십쇼. 절 믿으실 순 있겠습니까?

- 그럼요.

- 제가 만에 하나라도 아가씨에게 나쁜 짓을 권할 리가 있을까요?

- 그럴 리가 없죠.

- 그렇담 서명을 하십쇼. 자, 여기 펜 있습니다.

- 하지만, 하지만 제가 서명을 하면 그 무고한 흑인이 잡혀 죽을 거 아니에요.

- 아가씨! 아가씬 아메리카 국민이 요구하는 소릴 들었죠. 그리고 내가 나쁜 짓을 권할 리가 없다고 믿죠?

- 하지만--.

- 자, 어서 펜을 잡으십쇼. 어서! 자, 주저 말고 사인하십쇼.

- 됐습니다. 누이동생과 조카 놈 토마스를 대신해서, 우리 거리의 모든 백인을 대신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이 말을 잠깐. 흠.

- 자, 가자.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어, 안 돼요! 기다려요! 그럴 순 없어요! 그 서류 돌려주세요!

(차 떠나는 소리)

- 저렇게 빨리 가버리다니.

(음악)

- 그래, 당신들은 백인인 나도 속였어.

(음악)

나오신 분. 리찌 고은정. 프렛 박웅. 경찰관 조명남. 상원의원 홍계일. 음악 오순정. 효과 심재훈, 이형종, 김주하.

기술 손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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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세계명작 주옥편 시리즈 열두 번째로 장 폴 사르트르 원작 박조열 각색 공손한 매춘부

이병주 연출로 그 막을 내립니다.

(입력일 :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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