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춘문예 당선작을 방송극으로 엮어보는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경향신문 소설 부문 당선 이건영 작, 석기시대를
오태석 극본, 이희복 연출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음악)
- 아하하하하하하하하!
- 으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
- 아, 저기 또 들려요.
- 또?
- 가만.
(발자국 소리)
- 그렇죠? 들리죠? 안 들려요?
- 글쎄... 난-.
- 아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
- 이리 와 봐요. 저쪽 진열실인가 봐. 자, 손잡아요.
(발자국 소리)
(음악)
(발자국 소리)
- 아, 아무도 없잖아.
- 어... 틀림없이 이쪽이었는데. 아아! 저쪽 진열실로 가 봐요.
- 이러다간 또 한 바퀴 돌겠다.
- 돌지, 백 번이라도 돌걸. 저 웃는 사람을 찾고 말 테야.
- 글쎄... 웃음소리가-.
- 안 들린다는 거지? 하지만 들려, 내겐. 자, 가요.
(발자국 소리)
이렇게 해서 우리는 박물관 아래층서부터 이층까지 진열실이란 진열실은
모두 뒤지고 돌아갔다. 그러나 물론 저 웃음소리의 주인은 그녀나 내가 믿고 있었듯이
나타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 웃음소리는 그녀의 상상의 세계, 아니 그녀의 아버지가 있고,
오빠가 있고, 오빠의 여자가 있고, 청산가리가 있고, 포인터가 있고, 어머니가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고, 요리가 있고, 뱀이 있고, 그녀가 먹은 노루 모가지가 있는 저 세계.
바로 그녀와 내가 만든 무덤 속에서부터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열 개, 스무 개 무덤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 뭘 하고 있어?
- 묘지 놀음.
- 묘지 놀음?
- 응.
- 어떻게 하는 거야?
- 이렇게 돌담으로 둘러쌓고 여기단 비석을 세우고-.
- 어, 이 성냥개비는 뭐야?
- 십자가. 이렇게 십자가를 쭉 세워놓고 여기다가 죽은 사람 이름하고 번호를 새겨놓는 거야.
- 번호?
- 응.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 때부터 쭉 죽는 순서부터 번호를 매기는 거야.
- 니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
- 으으음...
- 우흥후후훗, 그럼 넌 몇 번이니?
- 19번.
- 에이, 잘도 속이는구나.
- 으응?
- 아니, 아니, 그럼... 난 몇 번이니?
- 너...?
(음악)
그녀의 무덤은 정말 몇 번이 될까? 나는 내 무덤이 19번이라고 대뜸 거짓말을 했다.
아, 정말 나는 몇 번이 될까? 우리 아버지, 엄마, 형 그리고 누나. 그런 다음에 나.
아마 그런 순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도 엄마도 형도 누나도 없다.
내겐 참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나는 당연 1번이 돼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
(음악)
- 흐윽흑흑.
- 왜?
- 흐윽, 죽었어.
- 응?
- 돌아가셨다니까.
- 누가?
- 흑, 돌아가셨어.
- 누가?
- 누군? 돌아가셨으니까 아버지지.
- 응...
- 갑자기 내 이름도 안 부르고.
- 아침에?
- 새벽에. 아니, 그것보다 조금 전에. 저기 별빛이 조금도 안 변했을 때.
- 어, 나도 어저께 봤다. 별.
- 아버지별?!
- 응? 으으응...
- 그렇지. 저 서해바다 위로 등댓불보다 더 맑게 빛났지?
- 서해바다 위로?
- 으흑, 갑자기 내 이름도 안 부르고...
(음악)
이렇게 해서 그녀는 애당초 있지도 않은 아버지를 그저께 죽였다.
그리고 그 전 전날은 외할머니를 죽이고 오늘은 또 누구를 죽일지 나는 모른다.
아, 그러니 나는 그녀가 몇 번이 돼야 할지 정말 모른다. 내 다음이니까 당연 2번이 되어야 하겠지.
- 응? 난 몇 번이야?
- 내가 19번이니까.
- 아... 그럼 내 무덤은 20번이구나.
- 그래, 20번.
- 20번. 딱 떨어지고 싫지 않구나. 조금 거짓말도 같구. 아, 그럼 우리 아버지는 어떻게 하지?
- 어떻게 하다니?
- 우리 아버지는 몇 번이냐구?
- 아...
- 너도 틀렸다. 그러니까-.
- 내가 틀려?
- 니 번호 말야. 우리 아버지 무덤이 19번이 되야 하잖니?
- 그렇지, 참.
- 그러니까 넌 20번이 되구 난 21번이 되구.
- 아, 그래. 그럼 됐다.
- 됐지.
- 됐어. 정말 잘됐어.
- 아, 그런데 그 관에다 목걸이 같은 거 넣어도 되니?
- 그럼.
- 누가 꺼내 가면 어떻게 하니?
- 못 꺼내. 돌무덤인걸.
- 아... 돌.
- 돌, 돌, 돌, 돌.
- 돌, 돌, 그러니까 돌 같지 않다, 얘.
- 그래, 돌, 돌.
- 아, 그 도둑놈들이 관 뚜껑을 열었을 때 내가 말그레한 얼굴로 눈을 부라리고 있으면
얼마나 놀랄까! 으흥, 히히힛!
(음악)
그렇다. 우리는 스무 개, 백 개. 우리가 만들어온 무덤 속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찾아
또 박물관을 뒤지면서 돌아갔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온 저 무덤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발자국 소리)
- 아, 이 방에 또 왔군.
- 네 번째지? 다리 안 아프니?
- 아니, 배고파.
- 그럼 뭐 먹자. 먹고 와서 또 찾아보자구.
- 먹고 와서 또 찾아?
- 싫으면 말고.
- 아니, 꼭 찾을걸.
(음악)
- 아까 그게 뭔지 알아?
- 몰라요.
- 옛날 사람이 쓰던 요강이래. 요강치곤 최고지? 응?
- 하하하하.
- 더 먹을래?
- 됐어.
- 저, 여기 좀 봅시다.
- 예, 어서 오십쇼.
- 뭐 먹을 걸 좀... 뭐 하겠어?
(비둘기 날개 퍼덕거리는 소리 및 비둘기 울음소리)
- 어머! 웬 비둘기?
- 뭘 하겠소?
- 아이, 이뻐. 여기 비둘기 먹는 거 팔아요?
- 비둘기 먹는 거? 글쎄... 아직 그런 건 없습니다.
- 아이, 저, 콩 같은 거 없어요?
- 빵 부스러기를 주시면 되죠.
- 아... 그럼 그거 줘요. 빨리.
- 뭘 먹겠소?
- 아, 나.. 아무거나 마실 거 주세요.
- 뭐 안 먹겠어?
- 빨리 빵부터 갖다 주세요.
- 네네.
(발자국 소리)
- 여기도 빵 하나 주십쇼.
- 네.
- 뭘 할려고?
- 비둘기.
- 싫어.
(발자국 소리)
- 네, 여기 있습니다.
- 싫어, 주지 마.
- 왜 그래?
- 주지 마.
- 염치없는 것들이야.
(비둘기 날개 퍼덕거리는 소리 및 비둘기 울음소리)
- 아이, 가! 가!
(발자국 소리)
- 가! 염치없는 것들아! 가버려! 가! 가!
- 이봐? 왜 이래!
- 어서 가란 말야!
- 왜 이래, 정신 차려.
- 가란 말야!!
- 아이, 정말 별일이야.
- 돈 모양이군.
- 다 쫓아버렸어.
- 왜 그래?
- 몰라. 싫어. 염치없고 먹기만 하고. 난 개, 고양이, 새 같은 거 다 싫어.
- 하지만 비둘기는-.
- 싫어, 다 싫단 말야!
- 하아, 그 중에도 개가 제일 싫어. 오빠가 집을 나간 다음에 엄마가 집을 지키기가 무섭다구
포인터 한 마리를 사왔어. 엄마는 순종이라 비싸다면서 애지중지하는 거야. 정말 꼴 보기 싫었어.
그래서-.
- 그래서?
- 내가 죽여 버렸어.
- 또 죽였어?
- 하지만 묻어줬어. 그 전에 죽인 고양이 곁에다가 묻어줬어.
- 고양이두?
- 내가 어렸을 때 말야. 난 참 말라빠진 애였거든? 그래서 엄마가 뱀이랑 노루 모가지랑 곰 고기랑
그런 걸 많이 먹였대. 그래서 개, 고양이, 새, 비둘기 다 싫어, 난.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광장께로 날아가는 비둘기한테 사랑스러운 눈길을 던졌다.
- 어? 정말 그런 게 있을까?
- 뭐?
- 요강.
- 요강?
- 저 사람이 그러잖아? 옛날 사람이 쓰던 요강이 있다고.
- 농담이겠지.
- 정말 그런 게 저기 있다면 우리도 참 잔인하다. 그치?
- 왜?
- 생각해봐, 글쎄. 우리가 쓰던 요강을 우리 자손들이 진열해놨다고 말야. 후후훗,
우습지 않아? 아, 참 우리 무덤에다간 요강두 넣자. 우리 후손들이 보면 챙피하잖아?
우리 가서 보자.
- 뭘?
- 요강. 흐훗, 어서!
(음악)
우리는 요강을 찾아서 다시 진열실을 뒤지고 다녔다. 요강, 요강.
그러나 도자기들은 모두 요강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요강을 찾을 수 없었다.
아... 아, 요강. 그것을 찾지 못해 그녀는 진열장을 거울삼아 보면서
마침내 오빠를 죽였다.
- 흐흑흑... 흑흑...
- 왜?
- 흐흑... 오빠가 죽었어!
- 언제?
- 오늘.
- 오늘.
- 새벽에.
- 그럼 별이-.
- 아니, 별 떨어지고 난 다음에. 아... 저게 뭐지?
- 거울.
- 거울?
- 응, 구리거울이래.
- 구리거울? 거기다 내 얼굴 비춰봤음... 예쁠까?
흐흑... 흐흑... 오빠는 자살했어! 여자 때문에. 기막히게 예쁜 여자였대.
- 버림받았나?
- 오빠가 그 여잘 버렸지.
- 자살할려고?
- 아... 몸을 파는 여자였대. 그래서 오빠가 아무리 진정으로 대하더래두
그 여자는 믿지 않았나 봐. 단단히 믿어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그 여자도 무척 오빨 사랑했던 모양이야.
그런데-.
- 그런데?
- 지난봄부터 오빤 그 여자하고 같이 살았어. 그런데 어제 그 여자가 도망갔대.
오빠가 나한테 그 여자가 남기고 간 편지를 보여줬는데 ‘그동안 행복했어요. 잘 있어요.’하곤 끝이야.
- 어저께?
- 오빠가 그 편지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할까?’ 하길래 난 ‘몰라.’ 그랬어.
그랬더니 오빠도 끝장을 봤어.
그녀 얘기는 물론 거짓말이었고 재미도 없었다. 그러나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실감이 났다.
- 약 먹고 죽었어?
- 청산가리. 청산가리는 직통이래.
- 아... 청산가리.
그렇다. 나도 스무 알의 수면제를 먹고 한강 모래톱에 누운 적이 있었다.
(음악)
(바람 소리)
- 통금시간이 다됐는데 어쩐 일이오?
- 할머니 걱정이나 하세요.
- 내야 집이 여기지.
- 이 모래사장이 집이란 말씀인가요?
- 작년부터 그렇게 됐다우.
- 혼자 사십니까?
- 총각은, 총각 같은데.
- 그렇게 보입니까?
- 총각은 왜 혼자유?
- 혼자라뇨?
- 여길 혼자 오는 사람이 어딨소?
- 혼자는 왜 못 옵니까?
-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기차 소리)
- 아유... 저게 또 오는군.
- 객찹니까?
- 아니, 화차. 저것이 어저께 사람을 죽였지.
- 치였나요?
- 아니, 그 사람은 여기 있었지.
- 여기요? 그런데 저 철교 위로 지나간 기차가 그 사람을 죽였단 말입니까?
- 저것이 지금처럼 노량진역을 들어서면서 기적을 울렸을 때라우. 그 사람도
여기 총각처럼 앉아 있었는데 불쑥 이런 소릴 합디다.
- 할머니는 밤에 잘 주무십니까?
- 좀 춥긴 해두 잠은 자오.
- 오... 안됐군.
- 잠자는 게 안됐다니?
- 할머니께 뭘 드리고 싶었는데.
- 내게? 무엇을?
- 지금 제게 약이 있죠.
- 약?
- 잠자는 약이죠.
- 그럼... 수면제라는 거요?
- 네.
- 그건 왜?
- 아... 오늘 먹을 생각이었죠.
- 아니...
- 근데 갑자기 저 기적 소리를 들으니까 우스워졌습니다.
- 우습다니?
- 죽는다는 게 말입니다.
- 죽어? 그럼 그 약으로 죽을 작정이었소?
- 이제 이 약이 필요 없게 됐습니다. 버리기도 뭐하고 그래, 할머니를 드릴까 했죠.
아... 잠 안 오실 때 하나씩 쓰시면-.
- 그럼 그걸 이리 주구려.
- 예?
- 이리 줘.
- 정말 자시겠습니까?
(기차 기적 소리)
그래서 그 사람한테 스무 알의 수면제를 받아 두었었다우. 혹시나 그 사람이
생각이 변하더라도 그 약이 없으면 별수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우. 그런데-.
- 아... 이리 내요.
- 뭘?
- 빨리 이리 내요!
- 뭘 내라는 거요?
- 큭! 빌어먹을! 어서!
- 안 돼!
- 이리 내!
- 죽기 전엔... 못 내놓는다.
- 크아... 죽어봐!
- 아이구!!
- 악!!
(기차 소리)
- 바로 그때 내 손목을 꺾을 듯이 틀어쥐고 있던 사람이 없어졌다우.
- 없어져요?
-비로 쓸기라도 한 듯이 저 기관차가 쓸어가 버렸다우.
- 기관차가 쓸어가요?
- 쓸어갔달 수밖에. 갑자기 없어졌으니까.
(기차 기적 소리)
- 노량진역을 떠났군.
- 지금도 가지고 계십니까?
- 뭘?
- 그 약 말입니다.
- 있지. 그런데 왜?
- 그걸 날 주십쇼.
- 달라구?
- 염려 마십쇼. 어리석은 짓은 안 합니다.
- 안 돼.
- 자, 이리 내요.
- 안 돼!
(기차 소리)
그러나 난 노파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기관차는 날 쓸어가지 못했고
난 스무 알의 수면제를 빼앗아서 입에 넣고 모래톱에 누울 수가 있었다.
아... 그때 내 볼에 닿는 모래는 참 포근했다. 엄마의 품이라는 아마 이런 걸 거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졸기 시작했다. 아... 그 노파가 깨지만 않았더라면.
(음악)
- 으음... 아.
- 뭘 생각해?
- 음...
- 흐으윽.
- 왜 울어?
- 벌써 잊어버렸어? 오빠가 죽었어.
- 음... 청산가리.
- 오빠 이름을 우리 묘지에다 적어줄까?
- 적어야지.
- 근데 참, 우리 오빠는 그럼 몇 번이 되지?
- 니 아버지가 19번, 내가 20번, 니가 21번이니까 22번이 되나?
- 아니야.
- 그럼 20번?
- 아직 아버지밖에 그 무덤에 들어간 사람이 없으니까 2번이야.
- 어... 2번.
- 1번, 2번을 뺐기는 게 아까운데.
- 우리가 먼저 죽을 걸 그랬구나.
- 그래, 후후훗. 하하핫.
그녀의 모습은 저쪽의 높은 유리창 가운데 검은 실루엣으로 보였다.
그것이 마치 예쁜 이름을 가진 그녀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날, 그녀가 입고 온
까만 옷처럼 보였기 때문에 갑자기 나는 정말로 그녀의 오빠가 죽은 것이라 생각했다.
- 그 여자 장례식에 올까?
- 그 여자?
- 니 오빠 여자.
- 그 여자도 죽었어.
- 아, 그럼 그 여자가 3번이 되는구나. 1, 2, 3. 다 뺐기고 인젠 우린 틀렸다.
- 그래, 우린 틀렸나 봐. 후후훗, 그런데 그 여잔 김치도 담굴 줄 몰랐대. 그래서 저번에
내가 한 항아리 담가서 오빠한테 팔았다니까. 아하하, 아, 나 인제 고만 갈래.
엄마 혼자 그 무서운 방을 지키고 계실 거야.
- 그럼 요강은 안 찾고?
- 아, 요강!
- 그리고 그 웃는 사람은?
- 아, 아직도 일이 많구나. 하루 종일 여기 있었는데 웬 일이 아직도 남아 있지?
흐흐흑, 엄만 혼자 바쁘실 텐데. 흐흑.
그때 나는 울컥 겁이 났다. 그녀가 마침내 어머니마저 죽일 거라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녀가 외할머니를 죽이고, 아버지를 죽이고, 포인터를 죽이고,
고양이를 죽이고 그때마다 내 눈에는 눈물이 그렁해지곤 했다. 그녀가 죽이고
또 죽이고 하는 것이 날 사랑하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감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오빠를 죽였고 그 여자도 죽였다. 아... 다음엔 어머니를 죽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어머니를 죽이기 전에 저 도자기 속으로 그녀를 데리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녀와 한없이 거짓말을 중얼거리며 저 수천 년 동안 전해온 도자기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살고 싶었다.
- 아... 내 목걸이는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거래거든? 난 이걸 관에 넣을 테야.
- 관 얘기는 이제 그만해. 묘지 놀음을 하는 건 아니잖아.
- 그럼 무슨 얘기를 해?
- 김치 못 담그는 여자 얘기나 해. 창녀 얘기나 말야. 창녀 얘기가 아니면 죽은 오빠 얘기나 해.
오빠와 창녀가 사랑하는 얘기. 마치 너와 나처럼 말야.
- 너와 나처럼이라니? 무슨...?
- 너와 나처럼 말야. 니 오빠와 창녀, 모르겠어?
- 거짓말 마! 거짓말 마!
- 거짓말이 아니야.
- 거짓말 마!!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흐흐흑!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음악)
나온 사람들. 남자에 장민호. 여자에 김수희. 신사에 박웅. 숙녀에 박정자. 노파에 이정선.
그 사람에 이완호. 점원에 양진웅. 그리고 음악에 오순정. 효과에 심재훈, 이형종, 김평주.
기술에 손철. 이상 여러분이었습니다.
(광고)
(음악)
영진약품이 보내드리는 명작극장.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시간으로 경향신문 소설 부문 당선 이건영 작 석기시대를
오태석 각색 이희복 연출로 보내 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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