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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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명작극장
신춘문예단선작시리즈 - (1)아직 어두운 거리 (이은성 작)
신춘문예단선작시리즈
(1)아직 어두운 거리 (이은성 작)
1967.03.19 방송
‘명작극장’은 목적극 개척에 의욕을 보였던 동아방송이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극화해서 멜로드라마가 판을 치던 라디오드라마의 풍토를 쇄신해보자는 의도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일요일밤 10시 15분에 방송되는 45분짜리로 국내외의 우수작품들이 소개되었으며, 63년 5월 5일에서 70년 10월 4일까지 모두 340편의 작품이 방송되었다.
영진약품 제공 명작극장

(음악)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방송극으로 엮어서 보내드리는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동아일보 시나리오 부문 당선 작가 이은성 작,

아직 어두운 거리를 이희복 연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악)

(음악)

(바람 소리 및 사이렌 소리)

- 으윽!

- 석보.

- 어, 어, 앗! 쫓았나? 일어서!

- 앗, 석보.

- 엎드려!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아, 아, 아, 바, 바, 발목이 삐었다.

- 일어서, 어서! 어서! 일어서!

- 도와줘! 일으켜줘!

- 으잇, 쫓아온다!

- 상수! 이봐, 상수!

- 중지하라!

- 으악!

(호루라기 소리)

- 어? 없어졌다.

- 바람에 눈이 날려 발자국이 안 보입니다.

- 저자를 쫓아!

- 옛!

- 옛!

- 누구야!! 서라!! 서라!! 쏜다!! 쏜다!!

(물 흐르는 소리)

- 서라! 서라!

- 아...!

- 아니!

(호루라기 소리)

(음악)

- 아.

- 아, 시내구나.

(기차 기적 소리)

- 응?

(기차 기적 소리)

- 오냐, 타자. 집어타고 가자.

(뛰는 발자국 소리 및 기차 소리)

- 어...

- 어어...

(바람 소리)

- 아니, 큰일났다. 벌써 날이 새는 거야.

(음악)

(사이렌 소리)

- 날이 밝기 전에 집에 가야 할 텐데.

- 으?

- 이게... 이번에는...

(쇠사슬 소리)

(음악)

(종소리)

- 응, 어떡하지? 앗.

(종소리)

- 두부 사려, 두부 사려.

(문 두드리는 소리)

- 아줌니, 두부 안 들여 놓으슈?

- 아줌니.

(음악)

- 아유, 두 모만 내줘요. 아휴, 수도가 꽁꽁 얼어서 아무리 숯불을 주워도 풀려야죠.

- 으이구, 글쎄 말입니다. 평생에 내 이런 강추위는 처음입니다. 아이구, 자, 여, 여기.

- 두부 사려.

- 윽!

- 할아버지.

- 예. 두부 팝니다. 엇차, 으이구. 두부 사려.

- 아, 아이구!

- 아이고, 거 눈은 모셔 왔슈?

- 윽!

(음악)

(종소리)

- 아유, 배, 배, 백자.

- 오오, 오오, 이쪽에도, 이쪽에도 순찰차가 지키고 있구나.

(차 소리)

- 윽!

(음악)

- 신문이요. 신문이요.

- 저 길만 건너가면 되는데. 이걸 어떡한다?

(종소리)

- 아이구, 저, 저놈의 늙은이.

- 두부, 두부 사려.

- 어? 어, 대운이로구나.

(종소리)

- 두부 사려. 두부 사려. 두부 사려.

- 아줌니, 아, 두부 안 들여 놉쇼?

- 아, 두부 안 들여 놓으쇼?

- 아이, 참. 아직도 깜깜하네.

- 엄마! 엄마!

- 오늘은 안 산다고 그래라.

- 오늘은 안 산대요!

(종소리)

- 네.

- 두부 사려.

- 아이.

- 됐어!

- 어어어어.

- 어어어어어.

(음악)

(문 여닫는 소리)

(음악)

- 연통이구나.

(음악)

(종소리)

- 으음.

(물 따르는 소리 및 마시는 소리)

(음악)

- 에? 엇차.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이. 아유, 들키겠구나!

-응? 아니.

- 음?

(음악)

(노랫소리)

- 음? 아니.

(웃음소리)

-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오.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과 살 것이니.

호호홋, 어때? 잘했지. 백점 문제없다, 얘. 호호호홋. 아? 쉿.

(문 여닫는 소리)

- 아, 신부님. 모닝커피.

- 거기다 놓고 나가요. 어서.

- 네? 아니, 왜 그러세요?

- 아!!

(커피 잔 떨어뜨리는 소리)

- 신부님!! 저... 저, 저 커튼 뒤에! 아!!

- 루시아, 내 손을 꼭 잡아. 루시아.

- 신부님!!

- 음.

- (라디오 음성소리)시민 여러분, 탈옥사건의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라디오 스위치 끄는 소리)

- 이리 나오시오.

- 하아하학.

- 루시아, 날 봐. 내 얼굴을 봐. 루시아.

- 하아하아, 신부님!

- 내 팔을 꼭 잡고 있어요.

- 앉으쇼.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앉으쇼.

- 왜 그렇게 쏘아보는 거요? 욕심이 나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시오.

- 난... 난 도둑이 아니다.

- 나를 밤까지만 숨게 해다오.

- 뭣이?! 그럼... 당신이 바로 방금 라디오에...

- 다락방 같은 곳이 어디냐?

- 어리석은 행동이오.

- 방해하지 마! 난 이 계집아이와 함께 숨어 있을 테다!

- 하아.

- 공연히, 공연히 딴 마음 먹지 마라.

- 어린애를 해치치 마!

- 윽, 으윽!

- 죄에 대한 반성도 없이 한때의 고통을 못 참고 도망을 하다니. 그 앞길엔

더 큰 고통이 있을 뿐이오.

- 악! 윽!!

- 어서, 어서 골방으로 인도해라!

- 내가 주선해줄 테니 자수하시오.

- 흐흐흐흐, 자수? 왜? 왜 내가 자수를? 왜? 처음엔 내보내달라고 애원을 했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놈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

- 못된 사람 같으니. 저질른 죄과에는 형기의 장단이 문제가 아니오. 도덕적 가책, 양심에

비춘 반성을 거쳐야 숙제가 되는 것이어늘.

- 모르는 소리 마라.

- 윽! 으윽!

- 1년 7개월을 갇혀 있었다. 가책! 난 가책 받을 일이 없다. 도망이라구?

헤, 난, 난 집으로 가는 거다. 우리집으로. 집! 가난하게는 살았지만

가정은 평화스러웠지. 착한 아내. 장난꾸러기 꼬마들. 그런데 어느 날

주정뱅이 하나가 내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내 부주의로 조서가 꾸며졌다!

- 그래서요?

- 하, 12년 간 차를 몰아도 사고 한 번 안 냈다. 근데 재수없이 내 차에 그놈이

뛰어들었다고 해서 내 앞길을 가로막고 내 가정의 행복을 파괴당할 수 있다는 거냐?

- 그렇진 않을 게요. 뭔가 당신의 기억에도 잘못이-.

- 아무도 모른다! 그래. 내 잘못이었다고 하자. 그러니 5년 간 갇혀야 깨끗해진다는 보장은

누가 인정한 거냐? 응? 하하, 어두운 감방 속에서 차가운 벽돌 벽에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빌었지. 머리를 찢기며 내 양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모두들

미친 놈 취급하며 비웃어댔다! 당신은... 음... 도덕적 가책? 양심에 의한 반성?

그래, 그건 형기의 만료일에만 안심하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냐? 흥, 편리한 주장이지.

가소로운 상식이지. 난 죄가 없단 말이다!

- 잠깐! 당신의 주장이 만약 진실이라면 딴 방법이 있을 거요. 또 모범수의 혜택을 받을 수도-.

- 잔말 마라! 더 이상 지체할 순 없다. 어서, 어서 골방으로 가자. 가자!

- 안 돼! 안 돼!

(여자의 비명소리)

- 안 돼! 윽!

- 난, 난 모범수가 아니야! 난 더 이상 갇혀 있을 이유가 없어! 아무도 더 이상 가둬둘 권리가 없어!

천지신명이 굽어보시죠. 난 무죄야! 난 안 죽였어! 그 주정뱅이가 뛰어든 거야!

(문 두드리는 소리)

- 어?

(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신부님 방에 도둑이 들었다!!

- 열지 마라! 열지 마라!

- 아니.

- 물러나라!

- 신부님, 문 좀 열어주세요! 어서 문 좀 열어주세요! 신부님!

- 안 돼! 기다려. 들어오려고 하지 말고 밖에 기다려.

- 도둑이야!! 도둑이야!!

- 으으으으... 이...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루시아, 루시아!!

- 루시아! 루시아!

- 바울, 바울!!

- 바울!!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문을 못 열게 해!! 문을 열면 얘 죽여 버릴 테다!!

(비명 소리)

- 안 돼! 안 돼!!

- 안 간다! 안 간다! 못 간다!

- 불 켜, 불!

- 악!!!

- 루시아, 루시아!

(문 흔들리는 소리)

- 물러나, 물러나라!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비명 소리)

- 이 새끼들아! 이 더러운 세상!!! 더러운 세상!!! 이 새끼들아!!

- 으... 아.

- 안 돼! 바울. 신고해버려.

- 놔, 놔.

- 으으으으으으... 이 새끼들! 안 간다! 안 가!

- 순순히 일어서라!

- 야! 이놈아!

-흐흐흐흐... 난 무죄야! 난 무죄야!! 난, 난 안 치였어!! 그놈이 뛰어든 거야!! 난 안 치였어!!

- 가, 임마!!

- 야, 나와!

- 난 무죄야!!

(시계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음악)

나온 사람들. 석보 주상현, 상수 박웅, 신부 이치우, 두부장수 김영식, 루시아 이은미, 그리고 DBS 전속 성우 여러분.

음악에 오순정. 효과에 심재훈, 이형종, 김평주, 기술 정영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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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진약품 제공 명작극장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은성 작,

아직 어두운 거리를 이희복 연출로 보내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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