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약품 제공 명작극장
(음악)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방송극으로 엮어서 보내드리는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시간으로 동아일보 시나리오 부문 당선 작가 이은성 작,
아직 어두운 거리를 이희복 연출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악)
(음악)
(바람 소리 및 사이렌 소리)
- 으윽!
- 석보.
- 어, 어, 앗! 쫓았나? 일어서!
- 앗, 석보.
- 엎드려!
-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아, 아, 아, 바, 바, 발목이 삐었다.
- 일어서, 어서! 어서! 일어서!
- 도와줘! 일으켜줘!
- 으잇, 쫓아온다!
- 상수! 이봐, 상수!
- 중지하라!
- 으악!
(호루라기 소리)
- 어? 없어졌다.
- 바람에 눈이 날려 발자국이 안 보입니다.
- 저자를 쫓아!
- 옛!
- 옛!
- 누구야!! 서라!! 서라!! 쏜다!! 쏜다!!
(물 흐르는 소리)
- 서라! 서라!
- 아...!
- 아니!
(호루라기 소리)
(음악)
- 아.
- 아, 시내구나.
(기차 기적 소리)
- 응?
(기차 기적 소리)
- 오냐, 타자. 집어타고 가자.
(뛰는 발자국 소리 및 기차 소리)
- 어...
- 어어...
(바람 소리)
- 아니, 큰일났다. 벌써 날이 새는 거야.
(음악)
(사이렌 소리)
- 날이 밝기 전에 집에 가야 할 텐데.
- 으?
- 이게... 이번에는...
(쇠사슬 소리)
(음악)
(종소리)
- 응, 어떡하지? 앗.
(종소리)
- 두부 사려, 두부 사려.
(문 두드리는 소리)
- 아줌니, 두부 안 들여 놓으슈?
- 아줌니.
(음악)
- 아유, 두 모만 내줘요. 아휴, 수도가 꽁꽁 얼어서 아무리 숯불을 주워도 풀려야죠.
- 으이구, 글쎄 말입니다. 평생에 내 이런 강추위는 처음입니다. 아이구, 자, 여, 여기.
- 두부 사려.
- 윽!
- 할아버지.
- 예. 두부 팝니다. 엇차, 으이구. 두부 사려.
- 아, 아이구!
- 아이고, 거 눈은 모셔 왔슈?
- 윽!
(음악)
(종소리)
- 아유, 배, 배, 백자.
- 오오, 오오, 이쪽에도, 이쪽에도 순찰차가 지키고 있구나.
(차 소리)
- 윽!
(음악)
- 신문이요. 신문이요.
- 저 길만 건너가면 되는데. 이걸 어떡한다?
(종소리)
- 아이구, 저, 저놈의 늙은이.
- 두부, 두부 사려.
- 어? 어, 대운이로구나.
(종소리)
- 두부 사려. 두부 사려. 두부 사려.
- 아줌니, 아, 두부 안 들여 놉쇼?
- 아, 두부 안 들여 놓으쇼?
- 아이, 참. 아직도 깜깜하네.
- 엄마! 엄마!
- 오늘은 안 산다고 그래라.
- 오늘은 안 산대요!
(종소리)
- 네.
- 두부 사려.
- 아이.
- 됐어!
- 어어어어.
- 어어어어어.
(음악)
(문 여닫는 소리)
(음악)
- 연통이구나.
(음악)
(종소리)
- 으음.
(물 따르는 소리 및 마시는 소리)
(음악)
- 에? 엇차.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이. 아유, 들키겠구나!
-응? 아니.
- 음?
(음악)
(노랫소리)
- 음? 아니.
(웃음소리)
-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오.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과 살 것이니.
호호홋, 어때? 잘했지. 백점 문제없다, 얘. 호호호홋. 아? 쉿.
(문 여닫는 소리)
- 아, 신부님. 모닝커피.
- 거기다 놓고 나가요. 어서.
- 네? 아니, 왜 그러세요?
- 아!!
(커피 잔 떨어뜨리는 소리)
- 신부님!! 저... 저, 저 커튼 뒤에! 아!!
- 루시아, 내 손을 꼭 잡아. 루시아.
- 신부님!!
- 음.
- (라디오 음성소리)시민 여러분, 탈옥사건의 속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새벽-.
(라디오 스위치 끄는 소리)
- 이리 나오시오.
- 하아하학.
- 루시아, 날 봐. 내 얼굴을 봐. 루시아.
- 하아하아, 신부님!
- 내 팔을 꼭 잡고 있어요.
- 앉으쇼.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앉으쇼.
- 왜 그렇게 쏘아보는 거요? 욕심이 나는 것이 있으면 가져가시오.
- 난... 난 도둑이 아니다.
- 나를 밤까지만 숨게 해다오.
- 뭣이?! 그럼... 당신이 바로 방금 라디오에...
- 다락방 같은 곳이 어디냐?
- 어리석은 행동이오.
- 방해하지 마! 난 이 계집아이와 함께 숨어 있을 테다!
- 하아.
- 공연히, 공연히 딴 마음 먹지 마라.
- 어린애를 해치치 마!
- 윽, 으윽!
- 죄에 대한 반성도 없이 한때의 고통을 못 참고 도망을 하다니. 그 앞길엔
더 큰 고통이 있을 뿐이오.
- 악! 윽!!
- 어서, 어서 골방으로 인도해라!
- 내가 주선해줄 테니 자수하시오.
- 흐흐흐흐, 자수? 왜? 왜 내가 자수를? 왜? 처음엔 내보내달라고 애원을 했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놈들은 들은 척도 안 했어!
- 못된 사람 같으니. 저질른 죄과에는 형기의 장단이 문제가 아니오. 도덕적 가책, 양심에
비춘 반성을 거쳐야 숙제가 되는 것이어늘.
- 모르는 소리 마라.
- 윽! 으윽!
- 1년 7개월을 갇혀 있었다. 가책! 난 가책 받을 일이 없다. 도망이라구?
헤, 난, 난 집으로 가는 거다. 우리집으로. 집! 가난하게는 살았지만
가정은 평화스러웠지. 착한 아내. 장난꾸러기 꼬마들. 그런데 어느 날
주정뱅이 하나가 내 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내 부주의로 조서가 꾸며졌다!
- 그래서요?
- 하, 12년 간 차를 몰아도 사고 한 번 안 냈다. 근데 재수없이 내 차에 그놈이
뛰어들었다고 해서 내 앞길을 가로막고 내 가정의 행복을 파괴당할 수 있다는 거냐?
- 그렇진 않을 게요. 뭔가 당신의 기억에도 잘못이-.
- 아무도 모른다! 그래. 내 잘못이었다고 하자. 그러니 5년 간 갇혀야 깨끗해진다는 보장은
누가 인정한 거냐? 응? 하하, 어두운 감방 속에서 차가운 벽돌 벽에 머리를 조아리며
빌고 빌었지. 머리를 찢기며 내 양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모두들
미친 놈 취급하며 비웃어댔다! 당신은... 음... 도덕적 가책? 양심에 의한 반성?
그래, 그건 형기의 만료일에만 안심하고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거냐? 흥, 편리한 주장이지.
가소로운 상식이지. 난 죄가 없단 말이다!
- 잠깐! 당신의 주장이 만약 진실이라면 딴 방법이 있을 거요. 또 모범수의 혜택을 받을 수도-.
- 잔말 마라! 더 이상 지체할 순 없다. 어서, 어서 골방으로 가자. 가자!
- 안 돼! 안 돼!
(여자의 비명소리)
- 안 돼! 윽!
- 난, 난 모범수가 아니야! 난 더 이상 갇혀 있을 이유가 없어! 아무도 더 이상 가둬둘 권리가 없어!
천지신명이 굽어보시죠. 난 무죄야! 난 안 죽였어! 그 주정뱅이가 뛰어든 거야!
(문 두드리는 소리)
- 어?
(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신부님 방에 도둑이 들었다!!
- 열지 마라! 열지 마라!
- 아니.
- 물러나라!
- 신부님, 문 좀 열어주세요! 어서 문 좀 열어주세요! 신부님!
- 안 돼! 기다려. 들어오려고 하지 말고 밖에 기다려.
- 도둑이야!! 도둑이야!!
- 으으으으... 이...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루시아, 루시아!!
- 루시아! 루시아!
- 바울, 바울!!
- 바울!!
(문 두드리는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문을 못 열게 해!! 문을 열면 얘 죽여 버릴 테다!!
(비명 소리)
- 안 돼! 안 돼!!
- 안 간다! 안 간다! 못 간다!
- 불 켜, 불!
- 악!!!
- 루시아, 루시아!
(문 흔들리는 소리)
- 물러나, 물러나라!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비명 소리)
- 이 새끼들아! 이 더러운 세상!!! 더러운 세상!!! 이 새끼들아!!
- 으... 아.
- 안 돼! 바울. 신고해버려.
- 놔, 놔.
- 으으으으으으... 이 새끼들! 안 간다! 안 가!
- 순순히 일어서라!
- 야! 이놈아!
-흐흐흐흐... 난 무죄야! 난 무죄야!! 난, 난 안 치였어!! 그놈이 뛰어든 거야!! 난 안 치였어!!
- 가, 임마!!
- 야, 나와!
- 난 무죄야!!
(시계 소리 및 사이렌 소리)
(음악)
나온 사람들. 석보 주상현, 상수 박웅, 신부 이치우, 두부장수 김영식, 루시아 이은미, 그리고 DBS 전속 성우 여러분.
음악에 오순정. 효과에 심재훈, 이형종, 김평주, 기술 정영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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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진약품 제공 명작극장 신춘문예 당선작 시리즈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은성 작,
아직 어두운 거리를 이희복 연출로 보내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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