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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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노변야화
김두한 편 - 제65화 군정에서 사형선고후 서대문 형무소 수용
김두한 편
제65화 군정에서 사형선고후 서대문 형무소 수용
1970.01.08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먼저번이 사형선고를 받아서 오키나와에서 있는동안 있었던 한토막의 삽화를 얘기했는데, 흑인이랑 권투시합을 해서 이겼다 했는데, 그거는 하나의 끼어든 이야기고 오키나와에서 얼마나 있었어요? 얼마나 있다가 정부수립, 그 이후에 풀려난거죠?

▲ 그러니까 오키나와가 바닷가 섬이잖아요. 지금과 달라서 라디오가 잘 안됐거든요. 전파가. 그러니까 일본방송, 미국방송, 대만방송 같은거 하는데 내 자신이 대만어도 모르고 일본어도 모르고 영어는 더욱 모르니까 라디오가 있어도 있으나마나죠. 난 독방에 있으니까 라디오 같은건 없죠. 그러니까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 모르는거예요. 하루 세끼 먹고 나와서 운동하고 태양 쐬고 또 들어가고 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수립이 되서 내가 나온지가 10월 10일인가 그래요. 시간가는것도 모르고 독방에 있고 깜둥이랑 싸워서 이기니까 백인들이 대우도 우대하고 그랬는데요. 점심을 먹고 나니까 내 방에서 철컹철컹 소리가 나요.

- 그때 8.15가 정부수립이였는데 몰랐다는거죠?

▲ 모르죠. 라디오도 없고 달력도 없으니까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그 안에서는 모르죠. 그래 점심때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는데, 헌병이 기관총을 어깨에 매고 서 있어요. 영어로 나오라고 그래요. 그래서 나갔죠. 그랬더니 양팔을 붙잡더니 수갑 두개를 채운단 말이예요. 수갑 두개까지는 괜찮은데, 다리밑에다 수갑을 또 채웠어요. 내가 봤을땐 `사형집행을 하는구나` 그러니 기분이 좋겠어요? 사람이 마지막 죽는데요. 고국일거 같으면 동료한테 얘기나 하고, 목사한테 마지막 유언이라든지 말을 할텐데 타향에서 죽으니 말이예요. 그러더니 차를 타고 마냥 달려가는거예요. 나중에 도착한데를 유리창에서 내다보니 비행장 같애요. 내가 저번에 왔던 비행장 같애요. 문을 열더니 양쪽에서 데리고 내리더니 비행기 쪽으로 걸어 올라갔어요. 비행기 창가쪽이 내 자리고 양쪽에서 기관총을 대고, 비행기가 조금 있다 뜨는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나를 집행하려고 오키나와에 데려오더니 비행기를 또 왜 태우나 했단 말이예요. 앞에 얼굴을 비춰보니까 얼굴이 창백해졌어요. 나도 담대한 놈이지만 인간이 마지막 가는길에 그렇잖아요. 그래서 무척 애를 썼지요. 외국 사람한테 죽는데 괜히 눈물이나 줄줄 흘리고 비굴하게 죽으면, 남자라는게 최후에 죽음이라는게 가장 영광스럽고 깨끗하게 죽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남자의 죽음이란 언제 죽는 것이냐. 전체 민족이 나의 생명을 요구할 때, 국가와 민족이 나의 생명을 요청할 때, 그 때와 장소가 일치할 때 자기의 생명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바치는 게 남자의 생애인대요.
외국사람한테 죽는 것도 싱거운거고, 또 울 필요도 없는것이고요.
그래서 그 사람한테 "시가렛, 담배 하나만 달라. 럭키 시가렛" 했죠. 아는 게 럭키밖에 없으니까요. 그러니 땀배 하나를 줘요.
그런데 비행기가 마냥뜨는거예요. 한시간 반인가 비행기가 뜨는데 육지가 보이길래 내다봤더니 길게 고구마 같은게 두개가 붙었어요. 등대가 하나 있거든요. 내가 눈으로 보기에도 월미도란 말이예요. 월미도 구조가 있잖아요. "서울? 월미도?" 물었더니 "월미도" 그래요. 그래서 "Why 서울?" 그랬더니 "예, 서울" 그래요.
`이상하다` 죽일라면 거기서 죽이지 왜 여기까지 끌고와서 죽이냔 말이예요. 아무래도 내가 서울에서 왔으니까 서울에서 집행하나보다 했죠. 그래서 다시 차에 옮겨 탄다음에, 오래간만에 유리창밖으로 서울의 모습도 구경하고 했죠. 오랜만에 한국사람 보니까 얼마나 반가워요. 독립문을 쓱 넘어가더니 서대문 형무소로 들어가요. 아, 이 자식들이 한국 사람이니까, 독립운동하고 반란한 건 모두 여기서 한국 사람 손으로 죽일라나보다. 그리고 서무과에 들어가서 보따리에서 서류를 인계하고 싸인을 받고 왔다갔다 막 해요. 옆에서 태연하게 앉아있는데, 나한테 오더니 손 내놓으라더니 수갑을 두개 치우더니 다리도 치우더니, 고생많이했고 수고했다 그래요. 근데 이상하게 웃으면서 악수를 해요.
거기 있는 경비과장이 오더니 날 붙들고 `김선생, 얼마나 고생많이 하셨냐`고 그러면서 올라가시라고 그래요. 그래서 올라가면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더니 모르시냐고 그래요. 그래서 모른다고 하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는 거예요. 한참 올라가서 소장실 들어가서 김소장이란 사람이 손을 붙들고 얼마나 고생하시고 애쓰셨냐면서 시장하실텐데 뭐로 식사하실건지 물어요.
맨날 양요리랑 야채만 먹다가 제일 먼저 먹고 싶은게 깍두기, 고추장, 설렁탕이라 그랬어요. 그러니까 소장이 깍두기랑 고추장 그리고 파 많이 가져오라고 일러요. 그리고 나서 담배피라고 해서 담배 피려고 딱 보니까, 소장실 책상뒤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고 써 있으면서 이박사 사진이 (대통령 이승만, 부통령 이시형, 국무총리,법무장관,외무장관 장택상씨 등 여러명)있어요.
그래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됬습니까?" 물었죠. 그러니까 "모르셨습니까? 정부가 수립된지 벌써 석달이 다되어갑니다." 그냥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는 거예요. 거기서 흐느껴 울었죠.
"참 내가 이따가 죽고 내일 모레 죽는건 한이 없소. 왜냐면 백만이상의 순국선열이 이 나라의 자주와 독립을 위해서 돌아가셨고, 또 우리 아버지를 비롯해서 모든 독립군 수만명이 만주에서 영하 50도에서 돌아가신 독립정신이 헛되지 않아서 오늘의 이 영광이 왔다.
또 나도 아버지의 피를 받아서 대한민국 수립하는 이 투쟁에 참여해 공산당을 무찌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무자비로 살상했소. 미소공동회의의 자유주의와 공산당의 분열에 의해 38선 때문에 비극이 왔지만 반토막이라도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서 김두한이도 한쪽 귀퉁이에서 피를 흘린 사람이란 말이예요. 이러니 내가 눈물이 안나겠소." 그러면서 눈물을 떨쳤죠. 이씨한테 전화좀 걸어줄수 없냐해서 연결을 했죠. 전화를 받았더니 경상도 분이니까 "니 지금왔나?" 그래요."예, 지금 왔습니다. 각하" 그랬더니 "아, 나한테는 아직 서류가 안왔단 말이야. 그러니 내가 곧 조치를 할테니까 그리알고 조금만 더 고생하라" 그래요. 내가 "그러면 여러 동지들한테 연락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이제 여러분들이 형무소에 찾아오고, 형무소에서 나오는 모든 단계의 준비를 전부 밟았습니다.

- 미군정회의에서 한 재판에서 사형을 받았다가 형무소에 들어가 있다가, 정부수립이 되서 모든게 이관되는 틈에 특사를 받는 그런형식이 되었는데 그 얘기가 끝나지 못한채 마치게 되었습니다.

(입력일 : 20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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