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평 본부에서 뺏은 서류를 가지고 이북으로 통하는 루트 일대에 있는 공산당 세포들을 축출해내서 처단하려고 했고, 그 예 하나로 동두천 밑의 어떤 부락을 얘기했었지요?
▲ 네. 그 군이 지금 기억이 잘 안 납니다만 의정부나 동두천 그 근방에 있는 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내 동지들이 솔직한 얘기지만 좀 무질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게 하나의 군대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또 어떠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자율적인 것에서 하는 것이니까요. 밤에 일하고 낮이면 전부 흩어지니까.
간부들이 명단을 가지고 전부 치는데, 마침 그 곳에 좋은 술집이 있고 예쁜 여자들이 있으니까 그 간부들이 거기서 술 먹고 놀다가 그냥 그대로 잠에 떨어졌어요. 그런데 먼동이 트니까 뿔뿔이 다 헤어졌단 말이에요. 그러던 중에 누가 보고 ‘저 사람들 누구냐?’ 물어보니 바로 ‘김두한 부대가 여기 토벌 작전 한다, 김두한 부대가 와 가지고 대살상을 전개한다’며 이 놈들이 아침 7시에 깼다 말이에요. 그래서 정보가 들어오는데 거기는 처리를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우리가 북한 공산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걸 숨겨야 되는데 그 비밀이 새면 안 된다 이 말이죠.
우리는 거기를 점령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거든요.정당, 사회 단체, 농민 단체, 청년 단체, 학생 단체를 다시 조직하면 소탕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스가 난 거예요. 그래서 그 책임자들을 모두 불러냈어요. 우리가 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데 있어서 본의가 아니지만 통솔은 중요하다고 말했지요. 그래서 묶어서 광에다 가둬 놓고 자동차에서 휘발유를 빼와서 끼얹었어요. 불이 활활 타요. 다른 동지한테 심장에다가 총을 대라고 했어요. 별동대장 백 명을 데리고 갔어요. 개성에서부터 강원도 사이에 있는 별동대장과 대원들을 전부 데리고 갔어요. 보여 주는 거거든요. 명령 불복종하면 죽인다는 표본을. 모두 얼굴들이 새하얗게 됐었어요.
노인네와 부녀자와 어린이는 가능하면 죽이지 말라고 했는데 내 부하가 남편과 시아버지를 데려가니까 소리를 질러대니 부녀자를 죽여버렸어요. 그 여자가 동네의 여맹위원장이었어요. 나중에 보니 어린애가 젖을 빨고 있더라구요. 참 마음이 아팠어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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