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조선 철도파업의 이야기를 중간에서 그쳤어요. 전국적인 파업으로 서울이 물자수송이 거의 안 되는 고립상태에 빠졌다. 그래서 미국 사람까지도 양해를 해서 파업을 어떻게든 부수어야 되겠다는 제의가 장택상, 조병옥 씨를 통해서 왔다, 이런 정도의 얘기에서 어제 그쳤습니다.

▲ 사람은 사흘 굶으면 죽으니까 그 사람들도 급했거든요. 식량이 서울만 안 간 게 아니라 인천이나 수원도 다 끊어졌으니까요. 남조선 총파업이니까…… 그래서 조금만 더 늦으면 서울 같은 데서 그냥 들고 일어나 적화되는 거예요. 하루 아침에 적화되는 거죠. 불지르고 뺏고 약탈하고 혁명이 일어나는 거예요. 혁명이 따로 있는 게 아니예요.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협조하라는 거냐, 협조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첫째는 무기, 둘째는 우리가 먹을 식량, 그리고 수송을 책임지라고 했더니 ‘해주겠다’는 거예요. 사실, 그때 미국 사람들이 처음 허락한 거야. 급하니까.이래서 경찰전문학교에 있는 무기고에서 합법적으로 무기를 밤에 날랐어요. 왜냐하면 낮에 하면 공산당이 세계 여론을 일으킬 테니까.

무기들을 날라서 그것을 전부 배정했습니다. 최후 결사대를 5천명 뽑은 거예요. 2천명은 정문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3천명은 각 방향으로 쳐들어가는 거예요. 여러 동지들을 총망라한 거죠.새벽녘에 먼동이 트면서 총 3방 소리가 나는 것을 암호로 정문을 밀고 들어가기로 약속을 했어요. 결전을 앞두고 주먹밥과 김밥을 음식점에서 해서 갖다 나르고 반찬을 따로 해서 죽 늘어놓고 밤새 먹었어요.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왼손에는 총을 쥐고.

그 다음에 술을 가져오라고 하니까 처음으로 미국 양주가 나오는 거예요. 그 전에는 국산 양주를 먹었는데…… 경찰들이 음식점에 주문을 해가지고 한정식을 수송해 주었죠. 결사대의 검열을 한 뒤 3시 반쯤 되니까 술을 일제히 먹었어요. 술을 먹지 않으면 못 들어가거든요. 총알이 비 오듯 하니까. 그리고 나서 차 안에 휘발유를 가득 싣고 운전사가 볼 수 있도록 구멍만 내고 흙을 가득 넣은 푸대자루를 차 위에 덮고 철판을 깔도록 했어요. 운전수가 맞아죽지 않도록 하려구요.

─ 흙으로 덮은 장갑차를 만들었다 이거죠.

▲ 그렇죠. 정문으로 밀고 들어가면 총을 쏠 것 아닙니까? 총에 맞으면 휘발유가 폭발하니까, 흙주머니를 위에다가 쌓고 그 앞에다가는 철판을 대도록 한 겁니다. 휘발유는 작전에 쓰려고 가져간 거구요.아무튼 미국 양주가 나오고 밤참도 먹고 있는데 앞이 보여야만 뭐가 뭔지 알 거 아니예요. 한참 기다리니 그제서야 먼동이 탁 트는데 안개가 쭉 펼쳐진 가운데 총소리가 팡팡팡! 나더라구요. 그 순간 와~ 소리를 내며 쏜살같이 뛰어 들어간 거예요.

얼마나 빨리 뛰어 들어갔는지 벌써 기관고 꼭대기에 도착했어요. 내 동지들도 쇠붙이로 찌르면서 들어가니까. 저쪽도 군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맞부딪히면 악으로 싸우는 거니까 마이크로 방송을 하는 거예요. ‘김두한 부대다. 김두한이란 말이야. 손들고 나오지 않으면 죽인다. 만일 항복하면 살려준다.’ 이렇게요. 김두한 부대라면 떨었거든요. 손만 들고 나오면 죽이진 않으니까.

그래서 저쪽에서 항복을 하니까 내 동지들이 총을 들이대면서 손을 뒤로 묶고 포로 식으로 끌고 나갔어요. 막 끌고 나갔어요. 그제서야 경찰이 방송하는 거예요. 경찰에서는 이쪽으로 귀순하라고 방송하는데 하나가 남았어요. 꼭대기에 있던 간부들이에요.

그래서 소리를 지른 거야. ‘듣거라. 나 김두한이다. 거기서 총을 쏴야 소용이 없다. 그러니 항복을 하고 나오면 살려준다. 만약에 항복을 안 하면 이제부터 내가 올라간다.’ 참, 그때 내가 대담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용맹이 나한테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머리는 빡빡 깎았지, 여드름에다 곰보딱지가 있지, 눈은 조그맣고 유난히 퍼런 불이, 빨간 불이 번쩍거리지…… 땀이 비 오듯이 하는데 들어가니까 번쩍 손을 들어요. ‘엎드려!’ 하니까 딱 엎드려요. 무장 해제하고 2층으로 올라가 또 소리쳤어요. ‘항복하면 죽이지는 않는다. 경찰에 인계한다.’ 그랬더니 손을 번쩍 들어요. 그래서 전부 끌고 나왔죠.

총기도 압수하고 용산 넓은 마당에 쭉 앉혀 놓고 뒤에다가 총을 하나씩 딱 갖다댔어요. ‘전평 책임자를 너희들이 지금이라도 내놓지 않으면 총을 쏜다.’ 그랬더니 쑤근쑤근 그래요. ‘지금부터 20분의 여유를 준다. 20분 안에 터뜨린다’ 했더니 할 수 없이 간부들도 손들고 나오는 거예요. 8명이 나왔는데 이 간부들을 경찰에 인계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나씩 끌고 나가서 뒤통수를 쏴서 죽여 버렸어요. 화가 날 거 아니예요. 그걸 언제 넘겨요? 넘기면 콩밥먹고 징역살고 나오면 또 골치 아프니까. 쏴 가지고서 기차 윗자리에 쏙 집어넣고서는 시멘트 싣고 오라고 그랬어요. 그때는 내가 미련해서 그랬어요.

(입력일 : 200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