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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47화 남노당과 마주친 이야기
김두한 편
제47화 남노당과 마주친 이야기
1969.12.11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김 선생과 남로당 쪽이 직접 마주친 것은 박헌영 이외에도 혹시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있죠.

─ 허헌이나 이강국 같은 사람들과 마주쳤던 이야기를 한 번 해 주시죠.

▲ 백의사 사령부의 염동진 씨는 박헌영을 잡아서 고문을 해 가지고 조직 내부를 알자고 했지만 나는 안 된다고 했어요. 나는 일정 때 그 사람들이 고문당하는 것을 여러 번 봤어요. 일본 경찰이 악착같이 고문해서 마지막 손가락이 끊어져 나가는데도 불지 않아요.

─ 불지 않더라……

▲ 죽으면 죽었지 안 불어요. 그러니까 이건 데려 올 것도 없이 그냥 그대로 암살해 버리는 것이 제일 빠르다고 했는데도 소용없어요. 이게 견해 차이란 말이죠. 결국 죽이지 못 하게 해서 종로경찰서 앞에서 놓치지 않았어요.

민주주의민족전선 전국 대회 얼마 뒤, 한 십 며칠인가 2주일 미만일 겁니다. 그때 민주주의민족전선 서울 경기지부를 결성하는 거예요. 전국대회 후 덜 된 것을 마무리하는 것인데 지금의 신탁은행 본점자리에 시천교당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대회를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그때 박헌영은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이미 이북으로 도주해 버렸죠. 그래서 여기에 남은 사람들 중 부책임자로 허헌, 허백, 김삼룡, 이주하 그리고 6·25때 인공 치하에서 서울시장을 한 이승엽 같은 사람들이 대대적으로 참석을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시천교당이라는 게 거사를 하기에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시천교당으로 가는 길이 사람 3명만 다니면 서로 욱죄일만큼 좁아요. 인사동에서 관훈동 쪽으로 넘어오는 길과 안국동으로 넘어오는 그 길이 아주 좁단 말입니다. 더구나 저 사람들이 지난 번 공산당대회 때 수류탄이 불발했고, 두 번째로 박헌영이 민주주의민족전선 대회를 마치고 나오다가 죽음의 자리에서 살아났으니까 이제 경비를 강화하는 겁니다. 공산당 간부들도 회의한 결과 시천교당에다가 돌멩이를 갖다놓은 겁니다.

돌멩이를 갖다가 집어던지면 그 좁은 골목에 빗발같이 쏟아지니까 머리에 맞으면 즉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것을 알고, 깨지는 사람은 깨지고 부러지는 사람은 부러지고 다치는 사람은 다치더라도, 총 준비를 하고 최후에 안 될 것 같으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 뒤 내 옆에 있는 동지 한 사람한테 얘기를 했어요. ‘너만 알아라. 최후에 여기서 저항하면 수류탄을 갖다가 마당 복판에 던져 터지면 막대한 희생자가 난다. 그 틈을 뚫고 들어가자’고 했더니 ‘대장, 안 됩니다. 공산당 간부만 잡는 것 같으면 괜찮은데 저기 MP하고 CIC하고 경찰관이 보호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경찰이 본의는 아니지만 직접 지휘를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 저쪽에게 다 들켜 버린다는 겁니다. 공산당이 벌써 2겹을 둘러싸고 CIC가 있고 MP가 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사다리를 준비했어요. 지금도 보면 그 옆에 단층 기와집이 있어요. 거기다가 사다리를 대면 그쪽 마당으로 넘어 들어갈 수 있어요.그러나 나는 골목 쪽으로 들어갔어요. 돌멩이가 우박 같이 쏟아져요. 맞으면 탁탁 떨어지는데 우리 동지들이 지붕으로 넘어 들어가는 것을 걔들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무튼 내가 앞장 서서 들어가다가 머리를 맞았어요. 머리가 아프다기보다는 약이 오를 대로 올랐어요.

부하들 5백여 명이 동원된 결사 부대와 있으니 그냥 들어간 겁니다. 뒷마당에 이른 우리를 포위하는데 더이상 도망을 갈 수 없었어요. 그 옆에는 학교인데 담장을 해 놓았기 때문에 무너뜨리지도 못하고 도망갈 곳이 없었어요. 조선민청에 있는 아이들과 노동조합의 아이들과 공산당이 한 데 뭉쳐 우리를 둘러쌌지만 내 쪽의 동지들이 갈기고 부시고 들어가는 데 대한민국에서 최고였죠.

그런데 그 자리에 그럴 듯 하게 생긴 놈이, 종로경찰서 서장이 거기에 직접 있었어요. 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하고 있었단 말이죠. 왜냐하면 습격이 들어오니까, 거기서 사람이 죽을 것 같으면 그 책임을 장택상 씨가 지거든요. 그래서 장택상 씨가 종로경찰서에 들어 가서 서장보고 당신이 직접 지휘하라고 한 거예요. 그러나 나는 서장이 왔는지 몰랐어요. 들어가 보니까 경찰이 대여섯 명이 있고 형사들이 줄줄이 있는데 가까이 와서 나를 잡으려고 하니까 내가 휘둘렀단 말이죠. 한 번 맞으면 8명씩 쓰러지니까 무섭거든요.‘쏜다!’ 그때는 약이 오를 대로 올랐으니까 험악한 분위기였거든요. 경찰관과 총부리를 겨눴으니까.

‘아니면 수류탄을 던질 테다’ 하면서 허헌과 애들을 딱 잡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늘 상식적으로 하는 것 있잖아요. 주먹으로 입을 치고 입을 벌리면 쑤셔 놓고…… 그래서 처치하려고 막 끌고 나가려는데 사이렌 소리가 들려요. CIC에서 무장을 하고 장택상 씨가 경찰 간부를 태워서 밀고 들어오는 거예요. 장택상 씨는 ‘자네 이러면 안 된다’는 거예요. MP가 둘러싸고 경찰관들이 기관총을 대는 바람에 허헌, 이강국 등을 그 사람들이 싹 빼 갔어요. 그래서 죽이지를 못했습니다. 그 후로 그 사람들이 완전히 지하로 들어간 거예요.

막 찌르고 들어오니까 이제 걸리면 죽이려는가 보다 하고 공산당은 지하로 들어가고 좌우 합작은 깨졌어요. 여운형 씨는 암살 당하고 김규식 박사는 탈퇴하고 마지막으로 노동 조합이 남은 거예요.

─ 조그만 골목길을 습격하고 MP가 지키고 있는데 들어갔다는 게 정말 가능했겠냐는 생각이 듭니다마는 이런 정도로 이야기를 그치고 또 다음으로 얘기를 넘기죠.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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