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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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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45화 남노당 대회장 습격
김두한 편
제45화 남노당 대회장 습격
1969.12.09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남로당 대회가 열리는 천도교당을 습격하기 위해서 관훈동에 있는 천도교당 옆집으로 들어가려는 이야기를 하다가 어제 그쳤습니다.

▲ 제일 큰 문제는 그 집안 사람이 10명인지 20명인지 모른단 말이죠. 문을 두들기니까 대문안에서 ‘어디서 오셨습니까?’ 물어요. ‘주인 양반 좀 보러 왔습니다.’ 하면서 쓱 밀고 들어갔어요. 아저씨 잘 안다고 하니까 아저씨는 안 계시고 아주머니만 계신다고 하기에 ‘아이고 괜찮다’고 하면서 쏙 들어갔단 말이에요.

들어가면서 어린애 둘과 아범을 권총으로 대 가지고 밀고 들어가서 안방으로 몰아 집어넣은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어린애가 벌벌벌 떨 거 아니예요. 그래서 ‘죽이려고 그러는 거 아니다. 우리는 대화하는 거니 들어가라.’ 그래도 벌벌 떠는 거예요.

한 14명 정도 돼요. 안방에 싹 집어넣어서 이불을 있는 대로 끄집어내서 다 덮어 버렸죠. 꼼짝하면 죽인다고……

그리고 바깥에 사다리를 4개 걸쳐 댔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수류탄을 2개씩 던진다는 게 참으로 힘듭디다. 무릎을 사다리에 대고 그 담 옆에 다가서서 하나, 둘, 셋 하고 던졌는데 그게 또르르르 굴러 들어갔단 말이죠. 그게 기적이거든요. 4개가 쏙 들어갔단 말이에요.

우리는 소리날까 봐 그냥 튈 거 아니예요. 튀는데 뻥 소리가 안 나는 거야. 땀은 흐르고. 말이 그렇지 사람 한꺼번에 천여 명을 때려잡으려고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 사실 쉬운 게 아니죠. 우리가 볼 때 윤봉길 의사나 안중근 의사가 그렇게 했다지만 그게 위대한 일이거든요.

우리가 지금도 그 양반을 존경하는 것은 자기를 버린다고 하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이거든요.
아무튼 안국동 쪽으로 빠져 나와서 파출소 앞에 딱 서니까 사람들이 확 밀려 나와요. 순사가 옆에서 호루라기를 불고. 그러니까 대회는 수류탄이 날아 들어오는 바람에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터지지는 않았다 이거죠. 사람이 한 번 실수하면 맥이 빠집니다. 이거 안되겠어요. 그래서 내가 백의사 사령부를 찾아갔어요.

오씨라는 자가 수류탄에다가 물을 붓지 않았으면 이게 안 터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습기가 들어간 못 쓰는 불발탄을 갖다 주었거나…… 화약은 습기 들어가면 안 터지니까.

이런 얘기를 염동진 씨에게 듣고 나니 오씨가 괘씸한 놈이다 싶더군요.
‘내가 만약에 그를 쏘면 곤란하니까 선생님이 어떻게 해 주셔야지 참 골치 아픕니다. 같은 청년 단체에서 내가 쏘면 소문이 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하고 나하고 적이 됩니다. 공산당과 싸우는 것도 급한데 거기다 건국청년회 같은 진영과 붙으면 전선이 2개로 벌어집니다’ 했더니 염동진 씨가 ‘알았다’고 해요.그런데 그 자리에 신동지라고 있었습니다.

신동지가 원산인가? 함흥 출신인데 키가 조그만했어요. 지금 나이가 마흔 됐지만 성격이 과묵해요. 그런데 같이 앉아서 모의를 하다가 ‘이 자식, 나쁜 놈이다. 수류탄 4개가 쾅 터져 박헌영이가 딱 죽으면 1백 60만에서 1백 70만 명의 공산당 조직이 하루 저녁에 깨지는데 이런 역사적인 일을 팽개치고 과거의 친일파 하던 그 악습으로 재주를 부리는 바람에 우리가 망한 거다. 그리고 한 번에 안 되면 그 다음부터 경비가 아주 심해진다. 집단적으로 죽여야지, 이걸 하나씩 하나씩 죽이면 어느 세월에 다 죽이느냐’고 분개해요. 그래서 이 일을 신동지가 맡았어요. 신동지가 오씨가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갈겼단 말이에요. 오씨가 나가떨어졌어요. 죽은 줄 알았더니, 한 보름만에 팔뚝을 치료해서 나왔어요. 그래서 오씨한테 가서 ‘너 나쁜 자식이야. 너 죽여야 되겠다. 수류탄이 확실하지 않다면 우리가 미군부대에 들어가서 얌생이를 치더라도 훔쳐 내오지, 너 때문에 망쳤다. 그날 남대문 염천교 밑에 들어가서 무기 창고를 뚫고 들어갔을 때 너 틀림없다고 나한테 몇 번이나 다짐했어’ 라며 따졌어요. 그랬더니 날 붙들고 자기가 몰랐다고, 해방 직후에 구해 1년 가까이 되는 건데 작년에 습기가 들어간 모양이라고 용서하라고 그래요.
그런데 더 큰 일이 생겼어요. 민주주의민족전선이 YMCA에서 대회를 하는 거야. 그 민주주의민족전선이란 게 인민전선이에요. 그게 뭐냐하면 남로당 밑의 각 단체가 단일 체제로 밀고 나가는 거예요. 우익 진영은 대가리가 여러 개로 나뉘어져 힘이 약합니다. 그러나 좌익은 하나의 전선으로 나가는데 학생들 대표, 노동자 대표, 부녀자 대표, 언론인 대표, 군사 대표들이 모여 민주주의민족전선을 만든 거예요. 그래서 조선공산당 책임비서인 박헌영을 죽여야 된다는 거예요.
마음이 급하니까 백의사 동지들과 회의를 했죠. ‘염 선생님, 박헌영 하나라도 처리해 버립시다. 왜냐하면 들어가기는 이제 틀렸습니다. 조선민청요원들이 YMCA를 둘러싸고 있고 CIC까지 보호를 하니 저는 뚫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나오는 걸 하나라도 쏴야 되겠습니다. 박헌영이는 뒷문으로 빠지지 앞문으로는 안 빠집니다. 그러니 뒤에서 선생하고 우리하고 양쪽에서 지킵시다.’ 그래서 나는 옥류장이 있는 곳을 맡고 백의사 동지들은 인사동 쪽을 맡기로 했는데 운수가 좋으라고 나한테 걸렸단 말이죠.’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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