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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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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43화 김구선생과의 관계
김두한 편
제43화 김구선생과의 관계
1969.12.06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밀사가 나와서 경교장으로 들어갔죠. 그런데 가만히 두 영수, 이박사와 백범 선생을 비교해보면, 이박사는 아버지 같고 백범 선생은 어머니 같아요. 백범 선생은 훈훈한 맛이 있어요. 이박사는 정치적으로 어루만지고 툭툭 치고 이런 것을 하고, 백범 선생은 대하면 묵직하고 진실로 대해 줘요. 우리 나이 어린 사람들도 보면 알거든요.

백범 선생은 그것이 사실 몇 푼짜리 되지 않는 거지만 들어오면 손을 만져 줍니다. ‘두한이 자네 왔나. 얼마나 고생해……’ 참, 진실로 대해줍니다. ‘백야 장군도 훌륭하지만 역시 두한이도 아버지한테 지지 않고 못지 않아. 나하고 직접 사할린 같은 데서 만났으면 벌써 큰일 했잖아’ 이러면서 아주 어루만져 주는 거야.

마침 그때가 점심 시간이었어요. 백범 선생은 ‘나는 냉면과 설렁탕을 좋아하는데 다른 것은 대접할 게 없고……, 나는 설렁탕을 먹을 건데 자네는 뭘 먹겠나?’ 하시기에 ‘저도 선생님 잡수시는 대로 설렁탕을 먹겠습니다’ 대답하니 설렁탕을 들여오라고 하셔요. 점심시간이라 설렁탕이 바깥에 미리 와 있었어요. 백범 선생이 ‘두한 군하고 나하고 먹게 겸상을 차려 오게’ 하셔서 겸상을 놓고 먹었단 말입니다.

그때 당시 백범 김구 선생 같은 분과 설렁탕 한 그릇 먹으면 우리 청년에게는 최대의 영광이거든요.다 잡수시더니 날더러 하는 말이 ‘자네, 내가 들으니까 한천동의 김 박사 댁을 어떻게 했다는 소리가 들리고, 또 김원봉 집을 어떻게 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어떻게 된 건가?’ 웃으시면서 이렇게 점잖게 물으세요. 그러니 참 곤란할 거 아니예요. 지시는 이박사 쪽에서 몰래 받은 것인데. 하기는 김원봉은 좌우 합작에서는 백범 선생 계통이란 말이에요. 백범 선생이 좌우 합작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은 아시다시피 지금 중국이 새빨개진 거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말했어요. 나도 이박사한테 들은 게 있으니까. ‘좌우 합작이 있다가는 도저히 우리나라 수립이 어려워서 본의는 아니지만 사실 죽일 수는 없고 죽이는 척만 한 겁니다. 용서하십시오. 본의는 아니지만 나라를 위해서……’ 그랬더니 백범 선생은 ‘그러나 죽이면 안 되네. 우리가 어쨌든 독립이 됐으니까 될 수 있으면 화해를 하고 용서해 주고 서로 보호해야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돼’ 이렇게 톡톡 두들겨 주세요.

그러면서 ‘김원봉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하고 물으세요. 또 곤란하다 말입니다.그래서 ‘사실상 김원봉이가 좌우 합작에 나온다니까 나오지 못하게 위협하기 위해서 그 정도로 했습니다’하고 대답했더니 백범 선생은 ‘자네가 그러는 바람에 김원봉이가 이북으로 갔단 말이야. 이북으로…… , 그저께 저녁에 이북으로 떠났어. 개성을 떠나 가지고 이북에 가서 방송에 나왔단 말이야. 그 사람이 사실상 중국에 있을 때부터 좌경이야. 우익은 아니지만 민족주의자이고 좌익인데…

아무튼 갈 사람은 갔지만 앞으로 내가 하나 부탁하는 것은 자네가 나이가 아직 젊으니까 아무리 애국이라고 밀고 나가더라도 엄한 사람이 다칠 때가 있어. 그러니 이 다음에 우리 임정에 있는 사람에 대해 누가 혹시 지시하더라도 자네가 나한테 한 번 물어보고 그렇게 해 주길 바라네.’하고 부드럽게 말씀을 하세요. 왜냐하면 뭔지도 모르고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이 쾅 해 버려서 임시정부 요원들이 다치면 큰일난다 그거예요.

그리고 불러서 툭툭툭 치면서 ‘참 용감해! 훌륭하다 이 말이야. 자네 아버지도 31세에 독립군 총사령관 해서 42세까지 10년 동안 전 만주에서 일본 사람과 최고의 혈전을 한 장군이지만, 두한군 자네도 사실상 만약 불온한 환경이 아니고 만주 같은 데서 싸웠으면 아버지한테 지지 않는 훌륭한 장군감이야’하면서 툭툭 두들겨요.

그래서 ‘잘 알았습니다’ 했더니 백범 선생은 ‘그런데 하나 곤란한 게 있단 말이야. 자네 당적이 어디지? 정당이 어딘가?’ 이런 말씀을 하세요. 나는 그때 장택상 씨가 반공을 철저하게 밀고 나오니까 거기하고 손을 딱 잡아서 공산당을 쳤지만 한민당 당적은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적이 아무 데도 없습니다.’ 했더니 백범 선생은 ‘우리 한독당 당원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한독당의 역사를 알아야 하네. 이게 상하이에서 만든 게 아니고 만주에서 자네 아버지가 이 한독당의 발기위원회 위원장이었단 말이야. 이 책을 보게. 김좌진 장군이 여기에 나오지 않는가? 내가 저 아래 있던 사람이야. 자네 아버지가 위야. 그러니 자네 아버지의 피와 정신이 흘러들어 있는 한독당을 해야 되네.’하고 꽉 묶는 거야. 식은 땀이 줄줄 흐를 것 아니예요?

그래서 ‘나는 정당가입은 안 됩니다. 사실상 우리나라 최고의 두 분, 이승만 박사와 주석 선생님을 우리 전 민족이 국부로 존경하고 있는 만큼 제가 어느 한 정당에 가입하면 다른 쪽으로 적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마음껏, 제 정신 있는 데까지 한독당을 도와서 일을 할 테니 정당에는 들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했더니 ‘대단히 좋은 얘기’라고 등을 툭툭 두들겨요. 백범 선생은 사람을 감고 넘어가는 게 어머니같이 부드러워요.그러나 이박사는 냉장고에 들어간 것처럼 서늘해요. 차다고요. 그런데 백범은 참 부드러워요. 아주 철없는 친자식처럼 저를 대해요. 그래서 그 앞에서 고개를 못 들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 나갈 때쯤 되어서 백범 선생이 ‘이제는 공산당하고 싸워야겠어. 그러니 내가 자네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공산당하고 싸운다는 그 용맹만은 변하지 말게. 내가 사실상 대한임시정부 있을 때도 좌익분자들 때문에 아주 골치를 썩었어. 항일 전쟁하면서도 맨날 공산당 때문에 애를 먹었어. 공산당은 내가 누군지 잘 알아. 자네 아버지도 그렇게 돌아가셨으니까 잘해 주기 바라네. 그러나 임정 요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말게. 다칠까 봐서.’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예, 잘 알았습니다’ 하고 제가 물러선 일이 있어요.

─ 여운형 씨를 살해하겠다는 것은 거기서 한 얘기가 아니고요?

▲ 그건 계통이 다르죠. 그것은 내가 보기에 밑에 사람들이……, 백의사가 대한임시정부 계통이에요. 염동진 씨가 대한임시정부 계통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신익희 씨하고 전국의 대한임시정부 요원들이 늘 거기를 가요.

─ 그런데 김구 선생은 좌우합작에 대해서 태도가 어떤 것이었어요? 자기와 같이 일을 하던 김규식 씨, 그 다음에 김원봉 씨 이런 사람들이 좌우 합작에 참가를 하니 백범은 적극적으로 좌우 합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 그때 당시에는 찬성하지 않았죠. 백범은 찬성하지 않았습니다.

▲ 백범 선생의 지론이 결국은 살상만 하지 말고 그 방향으로 못하도록 하되 죽이지는 말아라 이거죠. 못하게 하라 이거죠. 그런데 내가 사형 언도를 받고 오키나와 형무소에서 징역을 살고 있을 때 백범 선생이 남북협상을 했죠. 내가 그때 만약 서울에 있었으면 백범 선생 남북 협상 못 가게 했지. 하늘이 두 쪽 나도 한 만 명 둘러싸고 못 가게 했지. 그런데 내가 형무소 생활을 하고 서울에 없었으니까 그런 비극이 났죠.

─ 여운형 씨 살해와는 직접 관계를 안 했지만 그 뒤로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날 혜화동 로타리에서인가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걸 저격했나요?

▲ 혜화동 로타리에서 지나가는 것을 3명이 망 보다가 한지근이가 자동차 뒤를 턱 치고 올라가면서 뒤에서 그냥 갈겼죠. 여운형 씨 목과 뒤통수에 맞았죠. 그분은 거기서 숨졌죠.

─ 그 후에 백의사라는 것은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 백의사는 순전히 좌익 거물급만 죽이는 데 주력한 거죠.

─ 그런데 몇 사람이나?

▲ 내가 봤을 때 죽인 것은…… 1급, 2급, 3급……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잘 기억이 안 나요.

─ 그 후에 백의사를 했던 염동진 씨, 그 분은 어떻게 됐습니까?

▲ 6.25때 납치당했죠.

─ 그리고 좌우 합작과 관계되는 활동으로는 어떤 것이 있었어요. 좌우 합작은 원래 극좌 극우는 반대하는 거 아니었어요?

▲ 그렇죠.

─ 그러니까 중간 그것인데…… 지금까지는 좌우 합작하던 사람의 이야기를 했고, 그 다음에 우익 진영 사람들의 좌우 합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극좌라고 할 수 있는 공산당, 남로당 그 외에 박헌영, 허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

▲ 이강국

─ 그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 어떻게 했다든가 하는 경험은 있나요?

▲ 그것이 곤란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MP가 보호를 한단 말이에요.

─ 미국 사람들이.

▲ MP가 보호를 해요. 그래서 공산당 집회 신청을 하면 하지 중장이 신청을 받아 가지고 MP에게 명령을 해서 CIC하고……

─ 좌익 세력들을 그렇게 군정 쪽에서 엄호를 해 준단 말이죠.

▲ 그렇죠.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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