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명함을 내고, 대한 민청 아무개다 이러고 정문으로 들어갔어요. 그때 총알이 없는 권총을 차고서 들어갔단 말이에요. 바깥에다가 부하 둘 두고 안에 부하 하나 데리고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비서들은 나가라고 했죠. 그러면서 내가 이제 얘기를 한 거예요. ‘그저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선생님, 본의는 아닌데 나라 일을 하려고 하다 보니, 사실 제가 그저께 선생님 목을 따러 갔습니다. 그때 들어간 사람이 저입니다.’그러자 김규식 박사가 말하길, ‘가만히 있게. 여보게, 참게! 두한이 참게!’ 나를 붙들고 그래요. 그래서, ‘선생님, 제발 우리가 하지 마시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선생이 좌우 합작 편들면 혼란이 일어납니다. 저번에 내가 죽였을 건데…… 그래도 과거 일정 때 독립 운동한 애국자이기 때문에 한 번 경고하는 겁니다. 우리가 죽인다면 죽이는 거니까. 박헌영이를 모레 죽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 봐 주셔야 될 것 아닙니까?’ 딱 그렇게 했죠. 거기서 쏠 수는 없거든요. 뒤에 사람과 경찰관이 많으니까 그냥 한 번 해 본 거죠, 위협으로. 바깥에서 쑥 들어가 소리 낼 거 없다. 목 대라 그랬죠. 막상 목에 대고 찌르려고 하니까 ‘두한이 참게. 두한아, 참아.’ 하면서 그 노인이 벌벌 떨어요. ‘우리가 선생님한테 이런 짓 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나라를 위해서 별 도리가 없습니다. 선생님이 애국을 하시는 것도 내가 압니다. 그러나 선생님이 애국을 하는 데는 혼란이 점점 일어난다 이겁니다. 좌우 합작 때문에. 우리, 그리고 적의 설 자리를 분명히 해야 됩니다. 공산당이 좌우 합작에 전부 뛰어들어가는 바람에 갈등하신다고 성명서를 쓰십시오.’ ‘내가 쓰지. 그러면 나라를 위해서 되는 건가?’ ‘그럼 되는 겁니다.’ ‘그러면 붓하고 먹하고 가져 오게. 종이하고 가져 오게.’ ‘제가 여기 벌써 다 해 가지고 왔습니다. 그냥 사장님이 친필만 쓰고 도장만 찍어 주시면 됩니다. 바깥에 신문사 사람들이 8명이 와 있습니다. 선생님이 불러서 친히 한 장씩 주시면 됩니다.’ ‘그래? 여기 먹통 가져 와! 급한데.’ ‘도장 누르십시오. 책상 위에다가 딱 놓으십시오. 저희가 불러내 오겠습니다.’‘바깥에 있는 기자들 들어오라고 그래.’ 기자들이 들어왔어요. ‘선생님, 얘기하시죠.’ 그러니까 선생님이 몇 마디 쭉 말하길 ‘나는 좌우 합작을 탈퇴한다. 내가 나라를 위해서 하는 줄 알았더니 혼란만 일어나므로 나는 좌우 합작에서 탈퇴한다.’
─ 김규식 박사는 그 성명을 내고 나서 좌우 합작을 그만 두는가요? 그렇지 않잖아요.
▲ 그때 김규식 박사가 그만 둔 다음에 대한임시정부에서 누구를 내 놓았냐면 김원봉을 내 놓았단 말이에요, 김원봉. 대한임시정부 군사부장 있잖아요.그 다음에 김원봉이가 좌우 합작 대표로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회의를 했지요. 이거 나오면 또 골치 아프니까 미리 처치하자. 김원봉이 어디 가 있는고 하니 친일파로 일본 중의원을 지낸 박춘금이라고 하는 놈의 집에, 거기에 김원봉이 있었어요.그래서 우리가 30명이 들어간 거예요. 38구경식 12발씩에다 수류탄 전부 가지고 30명이. 그 총을 들고 문을 부수면서 들어 갔죠. 여자하고 애들, 하녀들을 건너방에다가 이부자리를 뒤집어 씌우고서 소리 내면 죽는다고 하고 안방에 들어가니까 없단 말이죠. 그래서 벽장 속에도 뒤졌는데 없어요. 싹 다 뒤져도 없어요.그래서 부인한테 이랬거든요. ‘만약에 좌우 합작에 김규식 박사 대신 들어가면 죽인다. 그거 하나만 일러라. 그리고 일체 좌익에 가담하면 죽인다. 경고한다. 일러라!’ 그리고 나와 버렸죠. 그리고 김원봉은 좌우 합작을 안 했죠. 그 후에 이북으로 넘어갔어요. 죽인다 그러는 바람에 이북으로 들고 튀었죠. 죽인다는데 도리가 있나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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