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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노변야화
김두한 편 - 제36화 이박사와 박탁자금
김두한 편
제36화 이박사와 박탁자금
1969.11.25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지난번에 반탁과 관련된 정치자금을 얻기 위해서 경찰 쪽에 얘기를 해 두고, 재벌이라 할 수 있는 백모씨의 집으로 들어 가서 털려고 했다는 얘기를 시작하다 말았거든요. 그 말씀을 계속해 주시죠.

▲ 대개 강도짓은 전과가 있는 사람 아니면 못 해요. 다른 사람은 워낙 벌벌 떨거든요. 그런 소질이 있는 동지들 가운데 고동지하고 여섯 명을 더 데리고 백씨 집으로 갔어요.

그 근방에 여관이 하나 있거든요. 그 여관에 들어가서 기다리다가 야간 통행 시간이 다 지나고, 그러니까 초저녁 11시쯤 돼 가지고 백씨 집으로 뛰어가서 전화선을 끊어버렸단 말이에요. 전화를 하면 안 되니까.

전화선을 끊어버리고 딱 들어갔지요. 새벽 2시가 넘어서 거의 3시가 다 돼서요. 백씨 집이 지금 그 동대문 민관식의 집 건너편에 있는 집인데 커다란 빨간 솟을대문 집이에요. 그 집이 한 2만 평 됩니다. 그 뒷동산이 관악산, 돌산까지 뻗쳐 있었으니까…… 그 정도로 컸습니다.

낮에 리어카를 담 밑에 미리 갖다 놓고, 뒤집어 놓은 뒤에 그것을 밟고서 싹! 집으로 넘어갔지요. 마당에서 한 50미터 이상 들어가면 큰 개집이 있어요. 110칸짜리 집이니까. 그 마당에 척 들어서니까는 벌써 셰퍼드들 한 댓 마리가 쫙 나와요. 그러면 조건 없습니다. 그냥 훈련 받은 놈들 몇 마리 팍팍! 치는 거죠.

팍 치면 어디가 맞았는지 모르지만 주둥이가 맞았는지 허리가 맞았는지 꼬랑지가 맞았는지 휘척 휘척 하고 떨어집니다. 나중에는 몇 마리가 남았는데 쓰윽 노려보니까 으르렁대다가는 기어 들어간단 말이에요. 그래서 들어가면서 고동지 보고 ‘꺼내라’ 했지요.

그게 뭔고 하니 백지 종이에다가 풀칠을 해가지고 한 대여섯 장 가지고 간 거예요. 왜냐하면 문은 대개 다 안에서 잠그니까! 백지 종이에다가 풀칠해서 유리 창문에 붙이고 주먹으로 툭 치면 칙 소리밖에 안 나거든요.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 가지고 문을 스윽 열고 방들을 가만, 가만히 전부 뒤져보니까 백씨가 없는 거예요.이게 명월관에서 요리를 갖다 먹고 작은 마누라네 집에 가서 잤나 봅니다. 초저녁에 부하들을 시켜 지켰는데 자동차가 평소 때처럼 들어갔으니까 틀림없이 집안 어디엔가 있기는 있을 거란 말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 위에 양옥집을 크게 하나 지어 놨단 말이에요. ‘앗, 저기다. 올라가자!’ 그래서 양옥으로 올라가니까 문이 물론 잠겼을 것 아닙니까? 다시 종이를 붙이고서 문 열고 쑥 들어갔는데 방이 양 쪽으로 네 개가 있어요. 한 놈이 쓱 보니까 늙은 식모가 하나 있고 심부름하는 계집애가 하나 또 있단 말입니다.

그래서 건너편 쪽 안방 같은 데를 싹 밀고 들어가 보니까 둘이 드러누워 있더군요. 그래서 불을 탁 켰더니, 그때 당시 그이가 쉰 서넛 됐는데 여자 애는 열 아홉인가 스무 살밖에 안 되는 미인인데 아주 잘 생겼더군요.

백씨를 그냥 발길로 탁 쳤더니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거예요. 불을 탁 켜니까 깜짝 놀래요. 그 사람이 천하를 쥐고 흔든다고 해도 안 놀랠 수 없죠. 밤중에 마스크를 하고 군복도 입었는데.
하늘도 놀라서 벌벌 떠는데. 옆에 있는 여자를 부하가 탁 치니까 벌떡 일어나 보니, 마스크를 하고 권총이 번쩍번쩍하겠죠. 여자가 ‘어머나’ 하고 놀래더니 따라락 이불속으로 숨어 버렸어요. 그리고 백씨는 벌벌벌벌 떨고 있었지요.

‘야, 고개 들어라! 너, 백○○이지?’ ‘네, 그렇습니다.’ ‘너, 오늘 내가 죽이러 왔다.’ ‘제가 무슨 죄가 있어서 죽이러 왔습니까?’ ‘죽일 이유가 있으니까 죽이는 거다.’그 사람이 볼 때는 자기가 정치인도 아니고 재벌인데 돈을 달라고 안 하고 모가지 친다고 하니까 그 사람도 궁금할 것 아니예요?

벌벌 떨면서 고개도 못 들고 그냥 파김치가 되는 거예요. 벌벌벌벌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 있었지요. 그래서 말했지요.‘고개 들어라! 너, 여운형이한테 3천만 원 줬지?’ ‘네.’ ‘ 그것 때문에 여운형이 조선인민공화국 선포했다. 네가 준 것 가지고 공산당 조직했어. 우리가 지금 공산당 토벌하느라고 이제까지 밤잠을 못 잤다. 그런데 휘발유를 네가 준 거야. 자동차 전부, 휘발유, 무기 전부 네가 다 대준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너를 죽여야겠다.’

‘제가 공산당 하라고 돈을 줄 위치에 있겠습니까? 건국 준비한다, 서로 나라 일을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없이 안 줄 수 없어서 줬지만 조선인민공화국 만든 건 고의적으로 준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고 벌벌 떨어요. 또 사실이 그런 거니까.해방 후에 그 돈이 좀 큽니까? 지금도 3천만 원이면 큰데. 지금으로는 수억 대 돈인데 말예요. ‘어쨌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지금 골치가 아파. 그래서 네 목을 베어야겠다.’ 하니까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나리.’ 그런단 말예요. ‘ 그러면 조건이 있다. 네가 그 동안에 공산당을 만들었으니까 공산당을 토벌할 수 있는 돈을 내놓을 테냐, 안 내놓을 테냐!’ 그랬죠. 그러자 ‘아이고, 드리겠습니다.’ 하더군요. ‘좋다! 얼마야?’ ‘예, 달라고 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더 달라는 것은 아니다. 여운형이가 3천만 원 들고 가서 공산당 만들었으니까, 나도 3천만 원으로 나중에 토벌해야겠다.’ ‘그 돈 내가 드리겠습니다.’ 급하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죠. ‘드리겠습니다.’

그때 처음 마스크를 떼었어요. 모자도 탁 벗고 말했죠.‘ 나를 알겠나?’ ‘글쎄, 얼굴은 모르겠어요……’ ‘너, 김두한이라고 하는 사람, 말은 들었겠지?’ ‘예.’ ‘내가 김두한이다. 똑똑히 봐! 내일 아침에 딴 얘기하지 말고! 집에는 돈이 없을 것 같으니 내일 내가 회사로 가겠다. 그때 약속을 한다!’ ‘언제든 좋습니다.’그런 식으로 해서 전 서울에 있는 재벌 집을 갖다가 매일 저녁 터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하루저녁에 한건씩 하는데, 어디가서 제일 애를 먹었냐하니 고리대금 부자예요.
일본사람촌에 사는데 돈 뺏아간다는 얘기가 있으니까 경찰관 대여섯명을 데려다 놨어요. 경찰관을 죽일수도 없고 난감했죠.

궁리하던 끝에 자동차가 들어오길래 포위하고 운전사한테 한강으로 가자고 했죠. 죽이는게 목적이 아니라 협박하는거니까 겁을 줬죠.

"3천만원 낼꺼냐 안낼꺼냐 ,이제부터 형사들 다 보내라,내가 너네 회사에 갈테니까 나하고 쇼부하자" 회사에 갔더니 "돈이 다 안됐고 1천만원밖에 안됐습니다"그러더군요. 사흘만 말미를 달라고 하더라구요.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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