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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한 편 - 제32화 중앙극장에서 찬탁 영화상영을 습격
김두한 편
제32화 중앙극장에서 찬탁 영화상영을 습격
1969.11.20 방송
1969년 10월 14일부터 1970년 1월 26일까지 방송된 ‘노변야화’ 김두한편에는 김두한의 출생부터 종로 주먹, 국회의원으로 활약하기까지의 인생역정이 담겨있다.
─ 그래서 그 작전대로 했나요?

▲ 그랬더니 조동지가 ‘수류탄 터진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관객들이 동요하고 혹시 안터질 지도 모르니 그건 곤란하고 좌측에서 손전기로 깜빡깜빡 신호를 해주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 고함을 지르는 대신에?

▲ 고함은 연막탄이 터진 뒤에 질러도 되니까요. 하지만 목적은 영사기의 필름을 빼앗아 오는 거니까. 영사실은 2층에 있거든요. 고동지, 정동지, 또 다른 고동지에게는 연막탄이 터지면 2층 영사실로 올라가서 혼란을 틈타 권총을 들이대고 필름을 빼앗아 오라고 지시했죠.

그랬더니 반항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요.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하지만 가급적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면 되지 죽일 필요야 있겠느냐고 했지요.영화가 시작되자 공산당은 2층에 있고, 일반인들은 아래층에 꽉 찼어요. 시계를 보니까 4시입디다. 제 2회가 3시 30분에 시작했으니까 30분 지난 거죠. 그때가 한창 영화에 열중할 때입니다.

옛날에는 무대를 나무로 만들었어요. 일본식이니까. 전기불이 깜빡깜빡하니까 탁 라이터를 갖다 대서 불을 붙인 뒤 확 던졌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파파파팍! 하고 터지면서 빨간 불, 파란 불이 확 일어나는 거야. 그리고는 무대 앞에 배치한 열 놈이 ‘수류탄 터졌다’ 하고 소리를 지르니까 군중들이 놀라 난리가 났지요.

2층에서 사람이 밀려 떨어지고 아랫층도 도망가느라 북새통이 되고…… 조금 있으니 영사실에 간 세 동지가 뛰어 나오는 거야. 필름을 받아서 오토바이에 싣고 남산 약수터로 달렸지요. 동그란 게 8개예요. 필름을 열어서 불을 확 질러 버렸죠.

─ 중앙극장에서 연막탄을 던졌는데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 왜 아무렇지도 않았겠어요? 참, 하나 기가 막힌 게 뭐냐 하면 내 밑의 부하들이 좀 무식해요. 군중들이 도망가면서 놓고 간 여자 핸드백이며 가방, 신발, 양복을 모두 주워서 마차에 하나 가득 싣고 사무실로 가지고 왔어요. 이게 뭐냐 그랬더니 기념으로 가져왔다는 거예요. 이 미련한 놈들이…

하여튼 공산당들이 바로 뒤쫓아 왔지요. 내 본부로…… 그리곤 조선공산당 본부에서 하지 중장한테 항의하고 조병옥 박사한테도 항의했지요. 하지만 난 기분이 좋아서 필름 빼앗아 온 동지들에게 2만 원씩 줬어요. 나머지 아이들은 술 한 잔 먹이고. 그랬는데 그 이튿날 조병옥 박사가 들어오라고 하는 거야, 11시까지. 좌우지간 관에서 들어오라고 그러는 것은 이로운 것 하나도 없어요. 지금이나 옛날이나. 갔더니 공산당 간부들이 옆에 앉아 있어요. 조박사가 ‘너, 두한아, 시키는 대로 안 하고 왜 밤낮 말썽을 부리냐. 너 어제 중앙극장에서 뭐 했지?’ 하고 다짜고짜 화를 내기에 ‘아니, 내가 하긴 뭘 합니까?’ 하고 모른 척했지요.그랬더니 물적 증거가 있대요. 공산당 놈들이 카메라로 다 찍었다는 거예요. 필름 빼앗아 온 게 찍힌 게 아니라 고무신이랑 핸드백 가져온 게 찍힌 거예요.

내 부하들이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시킨 적 없다고 버티니까 별안간에 양쪽에서 날 잡더니 쇠고랑을 채우는 거예요.그래서 종로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지 않아요.

분해서 있는데 동지들이 와서 설렁탕과 술을 먹이더군요. 먹고 있는데 늦은 밤에 조박사가 왔어요. ‘김동지! 아까 미안했었어. 거기 그 옆에 젊은 미국 사람 하나 있지 않던가. 그 사람이 하지 중장 고문이야. 그래서 내가 자넬 편들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한 거니 이해해라’ 하시더군요.

─ 그래서 바로 나왔습니까?

▲ 바로 나오진 못하고 벌금형 10만 원을 받았죠. 그게 지금 돈으로 한 3천만 원 돼요. 벌금 10만 원 내고 일주일 후에 나왔습니다.

(입력일 : 200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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